잠만 자도 랭커 2부 109화
35장. 신이 잠든 동굴(2)
이게 말이 되는가.
권능, 그것도 같은 권능이 두 개.
엄밀히 따진다면 같은 권능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영역선포가 둘이나 된다고?
이거는 좀 아니지.
영역선포.
신들에게 있어서 이것이 전투의 흐름을 모두 뒤바꿀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꺼낼 순 없다.
왜냐?
이미 꺼내진 영역에 다른 영역이 겹치게 되면 기존 영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코 먼저 꺼내지 않으려는 게 현명했다.
한데 이게 둘이다?
‘미쳤다.’
그렇다면 영역선포에서 사실상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힘이다.
무엇보다 타나노스를 상징하는 것은 무려 셋.
죽음, 잠, 그리고 꿈.
하지만 지금 얻은 타나노스의 영역선포는 하나였다.
죽음.
그렇다는 이야기는?
‘잠의 영역과 꿈의 영역도 있을 수 있다는 거네?’
정말이지 이건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능력이다.
솔직히 너무 강한 적이 아니면 꺼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너무 시시하게 이겨 버릴까 봐.
그게 걱정이 돼서 말이다.
현성은 권능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씰룩이고 있을 때.
리베우스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우? 주인님, 뭔가 옵니다요.”
“응?”
오긴 뭐가 온단 말인가.
여기는 유리아가 강림했던 지하다.
누가 올 리가 없는 곳.
한데 누가 오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리베우스가 한 말이니 헛소리는 아닐 터.
도대체 누가 온다는 걸까?
현성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천장에서 세찬 빛이 떨어졌다.
────────────!
갑자기 현성의 주변이 모두 빛에 휩싸이는 모습.
이게 무슨 일이지?
눈조차 뜨기 힘든 세찬 빛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재앙신으로부터 대륙을 구원하였습니다.]
[모든 세계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한 일을 누군가는 알고 있습니다.]
[모두 당신을 알지 못하지만 당신을 칭송합니다.]
[신성력이 최대로 상승합니다.]
[신성력이 450을 넘겼습니다.]
[신성력이 500을 넘겼습니다.]
[신성력이 550을 넘겼습니다.]
[새로운 신성 스킬이 신의 권위에 추가됩니다.]
[특별한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스킬 다섯 중 세 개를 고르십시오.]
갑자기 떠오르는 무수히 많은 메시지.
권능만으로 족하지 않다는 건가.
현성은 벙찐 표정으로 그걸 멍하니 바라봤다.
솔직히 타나노스의 기면증 보상이 별로라 좀 그렇긴 했는데.
이거면 너무 달다.
게다가 특별한 스킬 다섯 중 세 개를 골라라?
이건 진짜 뭔 너무 좋다.
과연 어떤 스킬이 나오려나?
신등급은 욕심이니, 전설 등급이 주르르 나오려나?
현성이 염치없는 생각이라며 피식 웃었을 때.
스킬 목록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응?”
현성은 목록을 보고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봤다.
하지만 바뀔 리가 있겠는가.
그대로였다.
『천상의 노래(전설)』『빛의 심판(전설)』『천벌(전설)』
『에인헤랴르(전설)』『성자의 검(전설)』
무슨 현성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같은 영화라도 된 기분.
누구라도 기뻐해야 할 상황에 현성의 표정은 검게 썩어들어 갔다.
왜냐고?
너무 간단한 이야기 아닌가.
‘다 가지고 싶다.’
저기에서 세 개만 고르라고?
고문과도 같았다.
천상의 노래?
누가 보더라도 엄청난 버프 스킬이다.
거기다 빛의 심판과 천벌?
사제의 최고 공격 스킬로 보이는 전설 등급 스킬이다.
지금 사제 공격 스킬이 가뜩이나 부족한 현성에게 너무 필요한 스킬들.
하지만 뒤에 있는 스킬들을 봐라.
에인헤랴르.
생소한 이름이라 할 수 있었지만.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이 모았다는 전사들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다시 말해 성기사 전용 버프 스킬과도 같은 느낌. 이걸 어떻게 포기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자의 검?
성자가 붙은 스킬 중 쓰레기는 없다.
하물며 검?
공격 스킬이라고?
이것 역시 성기사 전용 스킬인데 무려 검이다.
퍼시벌의 다른 모습을 또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진짜 뭘 고르냐.’
현성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모두 가지고 싶은 게 마음이다.
하지만 저 중 딱 셋을 골라야 한다.
더 가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현성은 고민 끝에 고를 수 있었다.
사제 스킬 둘에 성기사 스킬 하나냐고?
아니, 그 반대였다.
“천벌, 에인헤랴르, 성자의 검.”
이렇게 셋을 골랐다.
이렇게 고른 덴 이유도 있었다.
얼마 전에 얻은 사신의 사슬.
그걸 사제가 쓰게끔 할 거였지 않은가.
사제 공격 스킬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괜찮다.
퍼시벌이 공격을 담당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타나노스 전용 스킬들은 모두 사제가 사용할 수 있게 할 거였으니.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성기사를 더 밀어주는 게 맞았다.
‘그래. 이게 맞아.’
현성은 그렇게 세 스킬을 얻었다.
효과는 상상한 그대로.
천벌은 하늘에서 벼락을 내리는 스킬.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에인헤랴르는 하루 1회 조건 없이 능력치를 극대화하고 빛의 날개까지 달아주는 성기사 전용 버프 스킬.
마지막으로 성자의 검?
이보다 직관적인 스킬이 있겠는가.
말 그대로 성자의 검을 소환해 그걸로 싸울 수 있는 스킬이다.
이걸로 퍼시벌의 전력도 강화되었다.
‘신이 잠든 동굴이라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 없겠어.’
만약 타나노스와 연관된 무언가라면 괜찮긴 하지만.
그게 아닌 정말 적이라면.
상당히 곤란하다.
무려 신과 관련된 던전이지 않은가.
신이 나온다면 오히려 괜찮다.
강림을 사용해 싸우면 되니.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왜냐?
유리아가 소환되는 것만으로 그 난리가 났지 않은가.
한데 신이 그곳에 있겠는가.
이름이 신이 잠든 동굴이니 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나올 터.
그게 아니었다면 고작 레벨 제한이 150 이하가 아니었을 거다.
‘조심할 필요는 있으니까.’
경계는 필수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지막 보상만 남겨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보상을 모두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다름 아닌 타나노스 전용 스토리.
그것도 그냥 스토리가 아니다.
메인 스토리!
‘스토리를 확인한다.’
현성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나노스 전용 스토리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며 메인 스토리로 이어지는 중요한 스토리입니다.
*도중에 끊을 수 없습니다.
주의 문구가 떠오르는 걸 봤지만.
그렇기에 미리 온 거 아니겠나.
현성은 각오는 이미 끝났다는 듯 외쳤다.
“스토리 확인.”
다시 한번 현성이 외치자.
그제야 알겠다는 듯 주변의 풍경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 * *
『세계가 창조된다.
이때 세계는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고, 그 질서에서 신이 탄생한다.
하지만 이 세계는 그러지 못했다.
질서를 찾지 못하였고, 질서를 찾지 못하니 신이 탄생하지 못하였노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타 차원의 신들은 이를 딱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세계가 혼돈에 먹히지 않게 자신들이 직접 이 세계를 관리하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마계가 준동하였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로스트 이데아를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마족이 포효하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걸 본 현성은 몸에 전율이 돋았다.
이게 이렇게 이어지는 거였다니!
무엇보다 마계가 준동하였다니.
어쩐지 초기에 마족 하나를 겨우 잡지 않았던가.
강력한 마족.
하지만 사라진 신들.
현성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족이 준동하자 혼돈은 더욱 거세졌다.
더 이상 타차원에 있는 신들이 관여하기 힘들 지경까지 이르렀다.
신들은 자신들이 보살피던 세계를 걱정하였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아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신을 찾기 시작했다.
전 차원에 유일무이한 질서로부터 탄생하지 않은 창조신.
혼돈에서 스스로 태어난 유일무이한 존재.
타나노스.
그를 찾아 간절히 빌었다.
부디 자신들이 보살핀 세계를 도와달라고.
굽어살펴달라고.
인자한 타나노스는 그렇게 이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와.
현성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감탄했다.
이걸 이렇게 연출을 하는구나.
그 목소리를 끝으로 검은 세상에서 갑작스럽게 대륙 전체를 바라보는 우주에서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이상한 부분.
분명 지구와 닮은 저 행성만 있어야 정상이다.
한데 이상한 게 더 있었다.
위성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불길해 보이는, 검붉고 보랏빛이 섞여 있는 안개.
안개라고 해야 할까.
구름이라 해야 할까.
알 수 없는 그것이 행성 주변에 음울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성은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마계가 준동한다.
침공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를 깨닫는 이들은 없었다.
그 작은 침공이 희생적인 신이 잠든 그곳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다.
신들은 간절히 외쳤다.
위대한 타나노스시여, 부디 막아주십시오.』
목소리는 그게 끝이었다.
현성은 마지막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타나노스 메인 퀘스트, 【마계의 준동】이 생성됩니다.]
[주의하십시오.]
[메인 퀘스트의 장소를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빠르게 장소를 찾아 그곳으로 향하십시오.]
현성은 그 메시지를 읽고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마계의 준동】
-등급: 타나노스 직업 메인 퀘스트.
-설명: 당신은 신들의 부탁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왜 이곳에 왔는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계의 준동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
혼돈의 힘을 먹고 사는 마족들이 이곳에 오게 되면 이곳은 마계가 되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멸망과도 같은 일.
신이 잠든 어딘가에서 마계는 준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것을 막으십시오.
-제한: 타나노스.
-보상: ?????
-실패 시 마계 준동.
-제한 시간 : 66일.
그걸 보며 생각했다.
‘아, 장소가 어려운 거였구나.’
그런데 장소를 꿀 빨 수 있게 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 아닐 수 없었다.
‘너무 이득이네.’
스토리까지 확인한 현성은 그렇게 비네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교주 리움을 잡고 나온 혼돈의 힘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확인하지 않은 보상이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비네샤에게 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