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11화
35장. 신이 잠든 동굴(4)
유민정 과장은 젊은 나이에 과장까지 빠르게 승진할 정도로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였다.
물론 플라톤에 그렇지 않은 인재가 어디 있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유민정은 그중에서도 꽤 유능한 인재였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서 생각보다 일이 바빠져서 하루하루 피곤하게 사는 중이었다.
하루에 다섯 시간을 자면 많이 잤다고 할 정도였으니.
다만 그만큼 추가금을 받고 있으니까.
불만은 크게 없긴 했다.
하기야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지 않겠나?
유민정은 그렇게 생각하려 하는 편이었다.
회사에 산업 스파이로 인해 일이 분담되는 게 컸으니.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재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암.’
좀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하는 유민정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인재라 할 수 있었다.
그저 실력이 있는 게 끝이 아니라 성실하기까지 했으니까.
이렇게 일이 늘어나도 제 일만 하고 일어나는 이들도 있었으니.
뭐 안 하면 안 한 만큼만 받고, 하면 하는 만큼 받는 플라톤의 정책상 제 손해지만.
아무튼 유민정 과장은 그런 상황에서 제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유저들을 먼저 살폈다.
최근에는 룬 제국의 비밀 결사대의 뿌리를 뽑는 데 집중했으니까.
거기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 잔당이나, 프로그래밍 된 걸 찾는 데 주력하다 보니, 유저 관리에는 힘을 쏟진 못했다.
사실 유저 관리보다도 게임 내의 관리가 더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
유저가 말썽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산업 스파이가 말썽을 일으켰을 확률이 높지 않겠나.
게다가 유저가 말썽을 일으켜 봐야 큰일이 뭐가 나겠나.
유민정은 그렇게만 생각했다.
“어? 이건 뭐지?”
한 유저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다른 유저들은 이렇다 할 특별한 존재는 없었다.
굳이 친다면 뛰어나다는 거?
관리도가 집중되는 유저들이니 안 그런 유저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 유저만큼은 이상했다.
‘이 레벨에 이 스탯이 가능한가?’
사실상 레벨 200보다 높은 수치의 능력치다.
무엇보다 신성력이 이게 뭔가.
말도 안 되는 수치.
볼수록 이상한 유저다.
혹시나 해서 직업을 살폈건만.
신등급?
‘이런 보고가 있었나?’
이 유저 누가 관리를 하고 있었지?
유민정 과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전 기록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산업 스파이의 수장이었던 한문석 팀장이 관리하던 사람.
그리고 그의 최측근인 이연희 부장까지 관리했었다.
유민정은 그걸 보고 수상하게 여겼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미 회사 내에서 이데아가 관련 유저들 역시 속출했다고 발표했으니.
이 유저는 산업 스파이와는 관련이 없으리라.
한데 그럼 이 수치는 뭐란 말인가.
아무리 신등급이어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
무엇보다.
‘이 펫은 또 뭐야!?’
엄청났다.
유저보다도 뛰어난 펫?
거기다.
스킬도 또 봐라.
7대 주선 스킬과 그걸 전환해서 7대 죄악 스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이런 펫이 존재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람.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유민정 과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침착하게 더 둘러봤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비슈누?”
그 유저의 닉네임이 비슈누라는 사실을.
직업도 신등급에 비슈누라는 이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이름!
“헉!”
요즘 주가를 엄청나게 올리고 있는 이름인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유민정 과장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마다!
“비, 비슈누 님이시라고?!”
단순히 아는 수준이 아니었다.
비슈누의 팬클럽.
아이럽슈의 꽤 높은 직위까지 오른 그녀이지 않던가.
한데, 그 유저가 지금 자신에게 들어왔다고?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비슈누를 자신이 관리하게 되었을 줄은!
꿀꺽.
이건 기회다.
비슈누의 미공개 영상을 자신이 먼저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유민정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자기도 모르게 지금 비슈누가 뭘 하는지 보기 위해 화면을 돌렸다.
유민정은 알 수 없었지만.
원래 비슈누, 그러니까 현성의 닉네임은 현성이다.
한데 왜 비슈누로 보이는 걸까?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다.
이데아가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가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거 같았기에.
원래 민유라와 조민우 본부장만 볼 수 있었던 락도 풀었고, 거기에 닉네임도 관리자가 보기에 감출 수 있도록 바꿔준 거다.
유리아를 저지해 주었기에 숨겨진 특전으로 말이다.
물론 그걸 알 리가 없는 유민정은 그저 비슈누의 영상을 본다는 거에 감동할 뿐이었지만.
“어? 자, 잠깐? 저기는?!”
신이 잠든 동굴.
그리고 스멀스멀 붉은빛이 섞인 어두운 검보랏빛 안개가 나오는 걸 봐라.
확실하다.
마계의 준동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지점.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저기에 간다?
무언가 있다.
‘퀘스트를 받으셨구나!’
그것도 신등급 직업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유민정은 꺄! 거리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과연 비슈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거기다.
‘퍼시벌 님도 계신다!’
여기서 또 이데아의 대출혈 서비스!
현성이 분신을 만들 때마다 접속을 한 것처럼 나오게 하여 퍼시벌의 능력치와 정보를 만들어 진짜 있는 유저처럼 만들어주었다.
하기야 산업 스파이를 잡고 게임을 롤백하지 않게 만들어준 은인에게는 충분히 해줄 만한 보상.
이데아는 또 현성이 뭘 원하는지 잘 알지 않은가.
그렇게 유민정 과장은 현성이 동굴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이 시작되는 걸 기대하면서 말이다.
* * *
원래라면 퍼시벌을 현성이 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근에 비슈누를 플레이한 적이 없었기에.
생각보다 공격적인 지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현성은 오랜만에 비슈누를 플레이하면서 플레이 기록을 남기려는 거였다.
인공지능이 대신해 준다는 게 이런 단점이 있긴 했지만.
가끔 직접 해준다면 문제없으리라.
그보다.
‘여차하면 스위칭해야겠네.’
정말 위급할 때는 아무래도 현성이 퍼시벌을 하는 게 확실하니까.
영상에 티 나지 않게 서로 위치를 바꾸는 동시에 현성이 퍼시벌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충분히 자신 있었다.
이런 곳이 쉬운 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퍼시벌은 많이 플레이했으니 인공지능도 잘하리라 믿었다.
여기서 현성이 비슈누로 잘만 견제하고 지원한다면?
오히려 더 세질 수도 있다.
포지션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그런 기대를 하면서 동굴 내부로 들어왔다.
‘흐음.’
처음부터 강력한 몬스터가 있거나 그러진 않았다.
하지만 음산한 기운은 너무 잘 느껴지는 상황.
현성은 그걸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너무나 궁금했다.
이곳을 막은 신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신은 다름 아닌 잠의 신.
과연 잠의 신은 과연 누굴까?
자신이 아는 존재이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앞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옵니다요.”
“알고 있어.”
리베우스의 말에 현성이 대답했고, 퍼시벌은 바로 창을 쥐고 준비를 했다.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그렇게 얼마나 대기했을까.
동굴이 꺾인 부분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거무튀튀한 색과 보랏빛이 섞인 피부색.
마족이다.
하지만.
‘하급 마족이다.’
최하급은 아니고 하급 마족.
하지만 그마저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끄어어어억!”
지성을 잃기라도 했는지 그저 비명을 지르는 녀석.
무엇보다 이미 상처 입은 듯했다.
선객이 있는 걸까?
그럴 리가. 현성이 최초 입장 보상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곳에 유저가 있을 리가 없다.
NPC도 마찬가지고.
원래 이 안에 있었다면 모를까.
하지만 현성은 그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이곳에 막고 있는 결계를 통과한다고 데미지를 입은 거군.’
아직 이곳이 통로가 된 게 아니다.
지금은 막혀 있는 상태.
그것도 신에 의해서 말이다.
한데 그걸 넘었으니 어디 몸이 남아나겠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급이 죽지 않고 넘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결계가 매우 약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성이 그걸 느끼고 있었을 때.
퍼시벌이 먼저 움직였다.
펑!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쏘아지는 퍼시벌.
그리고 그런 퍼시벌을 향해 현성은 빠르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처음으로 넣는 버프는 자잘한 버프들이 아닌 블래싱.
한 번에 큰 거를 주고 빠르게 다른 버프들을 걸어주었다.
자잘하지만 효과 만점인 버프들.
하지만 현성이 건다면?
자잘하지도 않게 변했다.
세찬 빛을 휘감은 채로 달려드는 퍼시벌.
하급 마족은 퍼시벌에게 채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빠르게 달려들어 그대로 마족의 목을 꿰뚫은 퍼시벌의 창.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순간 손목을 틀어 창에 회전을 주더니 창에 성속성을 부여한다.
화르르르륵!
“커헉!”
목이 관통당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하급 마족.
그런 녀석을 퍼시벌은 발로 걷어차더니 녀석을 밀쳐냈다.
녀석이 밀려나면서 쓰러질 지점을 향해 퍼시벌이 발동한 스킬!
성스럽고 거대한 빛의 십자가가 그대로 허공에 생겨났다.
그러곤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콰직!
그걸로 끝이었다.
고작 두 방.
마족이라 함은 하나같이 강력한 몬스터들을 말했다.
그냥 강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데미지를 입었다고, 아무리 지성을 잃었다고 해도 하나하나 네임드 몬스터와 같은 수준의 힘을 가졌다.
특히 전설 등급 직업과 150레벨 이하만 들어올 수 있는 던전에서 마족?
하나하나가 레벨 150대 보스라 봐도 무방하다.
한데 퍼시벌은 그걸 고작 두 방 만에 쓰러뜨린 거다.
누가 본다면 압도적이라며 찬사를 보낼 법한 모습.
하지만 현성은 그걸 보고 슬며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쓸 만하네.’
자신이었다면 일격에도 끝냈을 거다.
아무래도 분신이기에 능력치 차이가 나는 게 꽤 있었다.
뭐 그래도 버프로 높여주긴 했지만, 반대 입장이었어도 현성 역시 비슈누에게 버프를 받았을 테니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이만하면 상당히 쓸 만했다.
판단과 움직임.
모두 군더더기 없었다.
역시 퍼시벌로 오래 플레이 해줘서 데이터가 많이 쌓인 덕이었다.
현성은 웃으며 말했다.
“더 가보자.”
아직 근처에서 느껴지는 마족의 기척은 없다.
그렇기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고, 퍼시벌과 리베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현성은 그렇게 동굴 깊은 곳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과연 잠의 신이 누굴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