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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13화 (43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13화

36장. 추락한 신위와 떠오르는 신성(2)

현성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동굴을 살폈다.

참 찝찝한 동굴이긴 했다.

별다른 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냥 일반적인 동굴이라며 넘어갈 법한 동굴.

하지만 현성의 눈에는 보였다.

곳곳에 보이는 신성력의 잔해들이.

그것도 그냥 신성력의 잔해는 아니었다.

‘찢기고, 갈린 흔적들이다.’

신성력이 그야말로 처참하게 찢기고 부서진 흔적들.

이걸 어떻게 아는 거냐고 해도 현성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성혈, 성체, 성령을 얻은 후의 부가적인 효과라 해야 할까?

아마 그 확률이 가장 높았다.

신의 권위만으론 보이지 않았으니까.

즉, 전에는 리베우스만 볼 수 있던 걸 볼 수 있게 된 거다.

그리고.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요.”

“그러게.”

리베우스가 말하는 역겨운 냄새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악취가 느껴져서 플레이에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긴 했다.

일단 게임이다 보니 그만큼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긴 했으니.

무엇보다 냄새를 덜 맡게 조절도 가능했으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찬찬히 주변을 둘러봤다.

찢겨진 신성력.

아니, 저건 신성력이라 보기보다 신 자체의 힘이라 봐야 할까?

궤를 달리한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많이 약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찢긴 신성력이 있는 곳에서 간간이 보이는 마정석.

현성이 이곳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바로 마정석 채취였다.

가끔 보이는 동굴의 마정석들이 보이면 채취하기는 했다.

이미 임무에 충당할 정도로 모으긴 했지만.

그래도 보이는 족족 채취하는 중이었다.

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마정석은 아닌 거 같네.’

신의 힘이 미약하게나마 담겨 있는 마정석.

일반적인 마정석과는 궤를 달리하기에 아무래도 이걸 찾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걸 알고 구해달라는 거겠지.

이거 아무래도 또 스케일이 커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발할라 길드 측에 한번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안 그래도 발할라 길드는 나랑 최대한 우호적으로 지내고 싶어 하니.’

웬만하면 알려줄 거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더 나아가자.

뭔가 이상한 기미가 보였다.

신성력과는 달리 역겹고 토악질이 나오는 기운.

멀리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 기운에 먼저 앞에 서 있던 퍼시벌에게 신호를 주었다.

이번엔 비슈누가 현성이기에.

먼저 알아차린 현성이 신호를 주자.

리베우스 역시 반응했다.

“오우, 역시 주인님이십니다요! 이제는 저보다도 빠르게 파악하셨습니다요.”

“그래?”

나름 빠르게 반응했다 생각했건만.

설마 리베우스보다 빨라졌을 줄이야.

현성은 뿌듯함을 느끼며 전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멀리서 점차 가까워지는 마족의 기운을 느꼈다.

절대 지능이 떨어지는 아까의 하급 마족 따위가 아니다.

그보다 상위의 기운.

무엇보다.

“크흐윽! 빌어먹을 여신!”

쇳소리에 가까운 저 목소리까지.

말할 수 있는 지능도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 이상의 마족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성은 아직도 멀리서 느껴지는 마족의 기운을 느끼고 피식 웃었다.

하급 마족은 대략 80~100 사이의 레벨대다.

그리고 그 위의 중급 마족은 무려 200의 레벨대를 자랑하는 몬스터로 알려져 있다.

한데 여기선.

‘상처를 입었네.’

그냥 상처를 입지 않았어도 해볼 법하다 생각을 했을 터인데.

아무래도 녀석이 말한 여신의 영향일 터.

현성은 다시 퍼시벌에게 신호를 날렸다.

신호를 받은 퍼시벌은 고개를 끄덕이곤 바닥을 박찼다.

펑!

공기를 터뜨리며 빠르게 도약하는 퍼시벌.

그리고 그런 퍼시벌을 보고 중급 마족은 순간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상처를 입고 약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중급 마족은 중급 마족.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보스라고 봐도 무방한 녀석답다고 해야 할까?

퍼시벌이 빠르게 도약하는 것을 확인하고 중급 마족은 재빨리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퍼시벌을 저지하려 했다.

창을 손으로 막으려 하다니.

하지만 거기에 의문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맨손으로 창을 막아낸다.

하지만 그 충격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중급 마족이 서 있는 두 다리를 시작으로 균열이 일어나 바닥이 뭉툭하게 꺼졌다.

채애애애애애애앵!

쿠그그그긍!

맹렬한 금속음.

그리고 바닥이 가라앉는 거대한 충격음까지 들렸다.

두 귀를 찢을 듯한 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리는 듯했다.

둘 다 그저 창을 손으로 막은 것뿐인데 그 위력이 상당하다.

막았다고는 하나 충격을 무시하진 못한 것일까?

중급 마족이 인상을 잔뜩 구겼다.

뿌득.

거기다 기습적으로 날아든 공격을 막아서일까.

팔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뿐.

녀석은 다른 쪽 팔을 휘둘러 퍼시벌을 공격하려 했다.

창을 내뻗고 허공에 떠 있는 퍼시벌.

아무리 봐도 거리가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퍼시벌은 방패를 쥐고 팔이 날아드는 각도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길어진 중급 마족의 팔.

그리고 손톱 역시 기다랗게 자라 퍼시벌의 방패를 강타했다.

까가가가가가가!

방패에 다섯 손가락의 자국이 그어지며 더 이상 방패라 할 수 없는 몰골이 되어버렸다.

금속 조각이라 불러야 할까?

퍼시벌은 그런 방패를 버리고 새로운 방패를 꺼냈다.

그걸 본 중급 마족은 인상을 썼지만, 이 틈을 놓쳐선 안된다.

투콰아앙!

중급 마족 역시 바닥을 박차고 빠르게 날아드는 모습에 퍼시벌 또한 바닥을 박찬다.

퍼엉!

둘 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그 순간.

퍼시벌은 창을 내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창을 감싸는 신성한 빛.

창끝에 모이며 빛을 쏘아내려는 순간, 퍼시벌은 창을 뻗는 속도를 더 빠르게 높였다.

쏘아지는 빛과 동시에 창을 내지르는 모습.

성스러운 섬광을 창에 감싼 채로 중급 마족에게 창을 내지른 거다.

그에 비해 중급 마족은 별다른 모습의 변화 없이 손가락을 모두 펼쳐 창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가락들로 창을 막기라도 할 심산일까?

성스러운 섬광을 감싼 퍼시벌의 창과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뻗어 나가는 중급 마족의 팔.

그 둘이 격돌하는 순간.

빛을 감싼 창이 먼저 도달해 중급 마족의 팔을 관통했다.

아니, 하려 했다.

하지만 중급 마족의 손가락들이 창에 맞서 밀어붙이고 있었다.

─────────!

창을 감싼 성스러운 섬광은 나아가기 위해 쏘아지고, 마찬가지로 마족의 팔 역시 쏘아지려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힘과 힘의 대결.

섬광은 마족의 팔채로 마족을 쏘아버렸고, 마족의 팔은 퍼시벌의 창을 강타했다.

둘 다 허공에서 밀려나 도약하던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콰지지지지지지지지!

동굴 바닥에 기다란 선을 남기며 둘 다 밀려난 상태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퍼시벌이 다시 달려들면서 시작이었다.

중급 마족 역시 빠르게 달렸다.

도약을 하는 게 아닌 빠르게 발을 놀려 속도를 높이는 모습.

퍼시벌 역시 그랬다.

타다다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다닥!

서로 빠르게 발을 놀리며 접근하는 도중.

퍼시벌이 먼저 스킬을 사용했다.

홀리 크로스.

그 신성한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십자가가 중급 마족의 위로 떨어지려는 순간.

바로 몸을 틀고 발을 놀려 옆으로 피한다.

그리고 그 순간 틀어버린 몸을 다시 돌리며 회전의 힘과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도약.

무엇보다 회전을 하며 쏘아지는 그 모습에 퍼시벌은 쏜살같이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온몸에 성스러운 힘이 모이더니 일 순간 파동이 펼쳐졌다.

사방에 퍼지는 그 파동에 중급 마족은 두 팔을 뻗어 날카롭게 손을 펴 그 성스러운 파동을 찢어발겼다.

파지지지직!

순간적으로 찢고 공격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빛살이 떨어지며 중급 마족을 공격하려 한다.

어디서 떨어지는 걸까.

퍼시벌의 움직임은 모두 파악하고 있었거늘.

중급 마족은 그제야 뒤에서 여유롭게 서 있는 사제 비슈누, 현성을 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 자신을 상대로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굴욕적이고 치욕적이다.

하지만 괜찮다.

둘 다 찢어 죽이면 되는 일이니.

우선 중급 마족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저 빛살들을 바라보고 유연한 몸을 이용해 모든 빛살들을 피했다.

아니, 피한 줄 알았다.

터억.

“……?”

순간적으로 멈춘 움직임.

움직일 수 없다.

그리 길게 유지가 될 게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그 일순간 멈춘 그 순간 자신의 앞에 퍼시벌이 당도했다.

한데 좀 이상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창을 쥐고 있던 퍼시벌이지 않나.

그렇다면 분명 이만한 거리라면 창이 당도하고도 남을 거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창이 당도하지 않았다.

중급 마족은 느낄 수 있었다.

창이 아니라는 걸.

퍼시벌의 손에 쥐어진 눈부시게 빛나는 검 한 자루.

그걸 보며 중급 마족이 두 눈을 찢어져라 떴다.

“성자의 검.”

읊조린 말과 동시에 퍼시벌이 검을 휘둘렀고, 중급 마족은 움직일 수 없었다.

검은 그대로 중급 마족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

툭, 데구르르.

큰 저항 없이 베인 목.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리가 베여 바닥을 구르는 중급 마족을 보며, 현성은 생각했다.

‘상상 이상이네.’

새로운 스킬 성자의 검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만한 위력이라면 솔직히 만족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퍼시벌을 조종하지 않아도 얼마큼 혼자 싸울 수 있는지 보기 위함으로 관여하지 않았건만.

상당히 잘 싸웠다.

역시 오랫동안 현성이 직접 플레이하면서 얻은 데이터가 많아서 그런지.

하나하나 행동이 살아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스킬을 활용하는 것도 높고, 성스러운 섬광을 그렇게 쓰는 건 나도 배워야겠네.’

심지어 현성도 배워야겠다고 느낄 정도의 뛰어난 컨트롤이었다.

이것저것을 생각하면 현성이 더 강하긴 했지만.

과연 능력치 역시 같아진다면?

그때는 또 모를 거 같다.

자신의 컨트롤을 베꼈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이기긴 할 테니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쉽진 않겠네.’

만일 자신과 자신이 싸우면 절대 쉽지 않을 거라고.

그것도 나름 재미있겠다며 현성은 생각하고는 다시 동굴 깊은 곳을 향했다.

두 번째 몬스터가 중급 마족이라.

과연 그다음은 뭘까?

그리고 이 동굴 끝에는 대체 뭐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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