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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16화 (442/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16화

37장. 마계 자작 발락(2)

에인헤랴르.

오딘의 전사들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다시 말해 신의 전사.

그야말로 신을 모시는 최강의 전사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

하지만 현성이 그 스킬을 쓰는 순간 그 의미가 달라졌다.

에인헤랴르는 신을 모시는 신의 전사다.

하지만 현성은 신을 모시는 신의 전사가 아니다.

전사인 신.

그 차이는 너무나도 극명했다.

현성이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그 차이가 현실로 다가왔다.

[상급 마족을 상대하는 중입니다.]

[에인헤랴르가 신의 권위에 반응합니다.]

[성혈, 성체, 성령의 스킬들이 모두 에인헤랴르에 반응합니다.]

[신의 전사, 에인헤랴르가 변모합니다.]

[에인헤랴르가 일시적으로 전설 등급에서 신 등급으로 상향됩니다.]

원래라면 순백의 빛에 휘감겨 전사의 모습이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전설 등급의 스킬이 갑자기 신 등급으로 상향한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현성은 잠시 당황했지만, 오히려 좋다.

화아아아!

신성한 빛이 온몸을 감싸자 현성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온몸에 은은하게 빛이 감싸져 마치 빛 그 자체가 된 듯 순백의 모습으로 변했다.

피부와 눈,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변했다.

마치 구름을 사람으로 만든다면 이러할까?

신비로운 모습의 현성.

하지만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펄럭!

순간 등 뒤에서 나타난 날개.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날개까지 나오다니.

비단 현성만 이렇게 변한 게 아니었다.

퍼시벌 역시 현성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순백의 기사가 되었다.

그걸 본 발락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겹도다.”

역겹기 짝이 없다.

저 불쾌한 느낌은 신의 힘.

아니, 신 그 자체의 힘이라 해도 믿을 법한 농도가 진한 힘이다.

그게 가능할까?

발락은 순간 생각했다.

신을 모시는 사제와 기사이지 않은가.

한데 어째서 저들에게서 신 그 자체의 힘이 느껴지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현성이 쐈던 그 섬광.

기사가 쐈던 섬광과 같은 종류처럼 보였으나 그 속에 담긴 힘은 차원이 달랐다.

‘기사는 신의 힘을 빌려서 쏘는 느낌이라면, 사제는 다르다.’

신이 직접 힘을 행사하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발락조차 일순간 섬뜩하지 않았던가.

그 공격이었다면 먹을 수도 없었으리라.

분명 그랬다.

먹었다가는 자신이 상당한 충격을 입었을 게 분명하다.

방금 기사의 섬광 역시 속이 쓰렸다.

하물며 사제가 쏘아냈던 그 섬광은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그게 바로 발락의 공략법 중 하나였다.

현성이 모든 공격을 MP가 아닌 신성력을 사용해서 쓰는 것.

만일 그랬다면 레이드가 더 쉬웠을 터.

하지만 아쉽게도 현성은 그걸 아직 깨닫지 못했다.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모든 버프를 적용한 상태니까.

핏.

가볍게 몸을 놀린 것만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마치 처음 발락이 몸을 놀린 것과 비슷한 속도.

발락 역시 그 속도에 놀라 인상을 썼다.

갑자기 이렇게 빨라진다라.

확실히 놀라긴 했지만, 그래봤자다.

발락은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한 비슈누, 현성을 공격하려 했다.

한데 이게 웬걸.

‘창?’

분명 현성이라 생각했던 자가 창을 내밀며 공격하는 걸 봤다.

현성이 아닌 퍼시벌이었다.

사제보다 기사가 더 약했던 게 아니었나?

순간 생각을 마친 발락은 빠른 속도로 퍼시벌이 내지른 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허공에 튀어 오르는 막대한 양의 충격파.

그러면서 힘의 파장이 허공에서 스파크로 튀기며 주변을 파괴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힘과 힘의 대결.

하지만 퍼시벌 역시 밀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발락은 그 순간 서늘함을 느꼈다.

퍼시벌이 이렇다면 과연 현성은 어떨까?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기운을 느끼고는 빠르게 몸을 틀었다.

몸을 튼 상태로 창과의 힘의 대결에서 밀려나 그 힘을 이용해 등 뒤의 현성을 상대하려는 셈.

하지만 이게 웬걸.

콰아아아아아아앙!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등 뒤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방패와 창을 쥐고 있는 퍼시벌이었다.

퍼시벌이 둘이나 된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는 이야긴.

발락이 순간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곳에는 투구를 벗으며 씨익 웃는 현성이 있었으니까.

“속았지?”

그 순간 창이 사라지고 다시 검이 등장한다.

거대한 장검.

현성은 그 검을 두 손으로 쥐고는, 빠르게 휘둘렀다.

발락은 그 순간 방패로 자신의 손을 막은 퍼시벌을 내버려 두고 몸을 돌려 현성의 검격을 막으려 했다.

저건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걸 맞게 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리라.

때문에 발락이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틀려고 한 순간.

촤르르르르르르르!

어디선가 나타난 순백의 사슬들을 볼 수 있었다.

그걸 조종하는 건 다름 아닌 퍼시벌.

사신의 사슬.

결코 끊을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신의 사슬이 녀석을 속박했다.

그러곤.

콰직!

“크아아아아!”

녀석의 몸을 관통해 단단히 녀석을 묶었다.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고통은 무엇이란 말인가.

신 자체의 힘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이게 가능한 일이던가.

신을 모시는 성기사와 신을 모시는 사제가 낼 수 있는 힘이 정녕 맞느냔 말이다!

고통에 이성을 잃을 뻔한 발락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발락은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떨어지는 순백의 검을.

하늘에 떨어지는 유성처럼 자신에게 떨어진다.

유유히 떨어지는 유성은 그렇게 발락에게 다가왔다.

────────────!

유성과도 같은 그 일격에 발락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천벌이다.

천벌이 검에 감싸져 자신에게 떨어진 것이라고.

도무지 검격이라 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유성에 맞은 것처럼 자신의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뒤로 밀려났다.

사방을 소멸시키며 뒤로 밀려난 발락은 알 수 있었다.

저 위력이 얼마나 흉측한 것이었는지.

무엇보다 자신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하얀색 사슬.

정말 신의 사슬이라도 된단 말인가.

발락은 갑작스럽게 강해진 둘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래야 재미있지 않겠나.

“고작 이걸로 이겼노라고 생각한다면 필히 어리석다.”

발락이 그렇게 말하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정확히는 전력을 다하기 위해.

발락이 그렇게 힘을 모아 변하는 순간.

현성에게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이드 보스, ‘약화된 마계 자작, 발락’이 2페이즈로 넘어갑니다.]

[주의! 주의!]

[2페이즈는 공략이 없이는 승리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여러 공략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메시지를 읽은 현성은 인상을 썼다.

원래 저런 메시지는 정말 위급할 때만 나오는 메시지다.

이를테면 레벨 100인 유저가 레벨 50짜리 레이드 보스를 잡을 땐 굳이 나오지 않는 메시지다 이거다.

이데아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뛰어난데 그런 것도 구별 못 하겠는가.

당연히 구별할 줄 안다.

그래서 문제였다.

‘지금 이 상태인데도 주의하라는 거지?’

역시 레벨 250대 레이드 보스가 아니라는 건가.

뭐, 느껴지는 것만 본다면 레벨 300대 레이드 보스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현성은 생각을 집어치우고 다소 긴장한 얼굴로 발락을 바라봤다.

온몸이 꿈틀거리며 변하는 모습이 참으로 기괴했다.

그나마 아까까지만 해도 그래도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긴 했으나.

지금은 진짜 달랐다.

정말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

온몸에 있는 입이 부각되는 거대한 크기.

마치 두꺼비와도 비슷한 모습에 현성은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인간형 몬스터가 상대하기 쉬운 반면 야수형 몬스터들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특히 저런 두꺼비형 몬스터는 더 그랬다.

어디서부터 공략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모습이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죽여주도록 하마.>

역겨운 두꺼비의 모습을 했음에도 있어 보이게 말하는 녀석.

귀족의 권위는 버릴 수 없다는 걸까?

현성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반면 발락은 웃을 수 없는 상태였다.

왜냐?

<‘재생이 안 된다.’>

방금 현성에게 천벌을 맞아 뚫린 부위가 재생이 되지 않는다.

사신의 사슬은 변하면서 빠르게 풀어 벗어났으나.

상처 부위가 재생이 되지 않는 건 심각하다.

몸을 조종해 상처를 받은 부위를 몸 내부로 숨겼으나.

데미지 자체는 남아 있지 않은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다.

하지만 이걸로 괜찮다.

이 모습을 하고 녀석들에게 질 리가 없으니.

<탐식의 늪.>

두꺼비의 모습으로 외치자.

순식간에 주변 지형이 늪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영역선포와 비슷하게 주변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스킬.

권능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스킬.

이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었다.

저 봐라, 신의 사제고 신의 기사고, 발이 빠져 빠르게 벗어나고자 허공에 떠오르는 것을.

날개가 있어 하늘에 날아올랐지만.

발락의 힘으로 모든 벽면까지 늪으로 변하는 걸 보며 인상을 쓴다.

벽까지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심각성을 느낀 거다.

그럴 수밖에.

‘쉽지 않겠네.’

지면과 모든 벽, 그리고 천장까지도 늪으로 변했다.

순간이라도 멈칫하면 빠지고, 그럼 녀석에게 먹히는 거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참 난감하게 되었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녀석이 먼저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가장 먼저 녀석이 정면에 있는 거대한 입을 벌려 무언가를 쏟아낸다.

다름 아닌 자신이 삼켰던 각종 오물이라 해야 할까.

역겨운 녹색 액체를 뿜어내는 걸 보니 오물이라 봐도 무방할 터.

데미지를 떠나 결코 맞고 싶지 않은 공격이다.

현성과 퍼시벌이 그 공격을 피하자.

그 순간 현성은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

주변 지형을 모두 변하게 만든 스킬.

그리고 현성 역시 비슷한 스킬이 있지 않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스킬이.

하지만 지금 그걸 쓰는 게 과연 맞을까?

‘리스크가 크긴 하니까.’

하지만 둘 다 조건부 리스크이긴 하다.

원래라면 권능은 쓰고 싶지 않았다.

너무 쉽게 이기는 거 아닌가 싶었기에.

하지만 괜찮다.

이만한 상대라면.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무엇보다.

‘언젠간 시험해 봐야 했으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새로운 스킬들은 다 시험해 보긴 하지 않았던가.

성자의 검, 천벌, 그리고 에인헤랴르까지.

모두 사용해 봤으니 영역선포 역시 마찬가지다.

<크하하하! 날파리처럼 피하기만 하는구나!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보자!>

발락이 신나서 외치는 모습을 보며 현성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영역선포『중력』】”

현성의 외침에 발락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뭐, 뭐라고?>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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