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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25화 (451/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25화

41장. 에인헤랴르 용병단(1)

레벨 150 이상의 지역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 7대 길드가 대부분을 쥐고 있었다.

비율로 친다면 대략 80%라고 해야 할까?

나머지 20%만이 12길드라 불리는 이들이 노나 먹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7대 길드가 미리 선점한 덕에 12길드에게 불리한 점이 생기게 되어버렸다.

물론 방법은 있다.

다름 아닌 개척지를 뚫는 것.

현재 로스트 이데아에서 공개되고 개척된 지역들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개척되지 않은 곳은 더 많았다.

흔히 ‘개척지’라고 불리는 곳.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은 게임속 세상이다.

척박한 환경을 뚫는다는 게 아니다.

그곳에서 NPC들이 살아간다.

황무지 속에서 개간지를 만들 듯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

간단히 말한다면 왕래가 없는 나라로 가서 새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유저들은 현재 대륙 중앙이라고 불리고 있는 룬 제국 주변에서 활동 중이었다.

물론 룬 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모두가 룬 제국과 맞물려 있는 나라들이다.

즉.

-대륙 중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어떤 유저도 도달하지 못했다!

라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유저들이 그곳을 꿈꾼다.

탐험과 모험.

그리고 어떤 유저도 다다르지 못한 거대한 미지의 땅이지 않은가.

어디로 가더라도 선점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자, 여기서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노다지와 같은 땅들인데, 어째서 7대 길드는 아직까지 대륙 중앙인 룬 제국이나 그 인근 왕국에 머물러 있는 건가.

거기에 기반을 두어서?

새로운 땅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당장 이곳에서만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한데 왜 세계 제일의 길드라 불리는 데우스 길드와 흑사자 길드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걸까?

이것에 대해서는 로스트 이데아를 플레이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4대 산맥 때문이지.’

대륙 중앙과 사방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높고 험난한 산맥들.

바로 그 산맥들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산맥들 때문에 그 거대하고 강한 룬 제국조차 대륙 다른 곳을 점령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유저들은 오죽하겠는가.

무엇보다.

산맥 주변의 지역들이 대부분 레벨 300대 지역이었다.

그것도 300 초반도 아니고 중후반의 지역.

산맥 초입부만 해도 레벨 300 초반의 지역이었으니.

대부분의 이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다른 땅은 개척할 생각조차 못 하는 거다.

물론 그중에서 대륙 중앙은 모두 개척이 되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7대 길드와 12길드가 사이좋게 100%를 노나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노른자위 땅들만 가졌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찾아본다면 레벨 150대 지역이든 200대 지역이든 찾을 수는 있단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곳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이름하여.

[버림받은 땅]

해석하자면 유저들에게 버림받았다는 땅.

이유?

간단하다.

보상이 짜도 너무 짰다.

그렇다면 쉽기라도 해야 하는데 어찌 된 게 이곳은 반대였다.

어렵기는 너무 어려웠다.

레벨 대의 최상위 몬스터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는 곳.

버림받은 땅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사냥터들.

특히 이곳은 더 그랬다.

서쪽 4대 산맥 어둠 산맥과 이어져 있는 넘실거리는 그림자의 숲.

기행을 일삼는 유저들조차 얼씬조차 하지 않는 곳이거늘.

그곳에서 전투의 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아앙!

누군가 이곳에서 싸우기라도 하는 걸까?

사방이 어둠으로 가로막혀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주변의 땅들을 뒤흔드는 충격을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위력이 터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거대한 폭음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그림자 나무들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우지끈! 쩌저저저저저적!

무언가 강대한 충격을 받고 나무들을 파괴하면서 밀려난다.

그리고 그 정체는….

<빌어먹을 인간 놈들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마력.

이곳 넘실거리는 그림자의 숲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인간임을 포기해 온몸이 앙상한 뼈로 이뤄진 흑마법사.

리치가 되기 직전의 흑마법사였다.

인간임을 포기했기에 이미 언데드의 육체를 가지고 엄청난 마나를 획득한 녀석은, 그야말로 이 숲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레벨 200 중반의 레이드 보스, 아반 카즈.

한때는 대마도사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재였지만.

결국 타락하여 인간임을 포기하고 만 흑마법사.

녀석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방이 죽음으로 물들어갔다.

어둠을 머금은 나무들이 삽시간에 말라비틀어지며 무수히 많은 혼이 그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곤 외쳤다.

<망자의 고통.>

마법을 발현하자 그의 손에 흑색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허공에 그려지는 흑색의 마법진은 그 모습부터 불길했다.

세상을 부정하고, 생명을 거부하는 마법진.

그야말로 죽음에 가까운 그 마법진에서 어둠이 퍼져 나갔다.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라 해야 할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구멍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에에에에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끼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

무수히 많은 비명 소리.

고통에 울부짖는 비명과도 같았다.

마치 지옥을 열기라도 한 듯 끔찍한 비명 소리가 퍼져 나간다.

바로 그때였다.

심연의 구멍에서 무수히 많은 영혼들이 뿜어져 나간 것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영혼은 장애물을 상관하지 않고 앞으로 쏘아졌다.

영혼들에 닿는 모든 생명체가 바스러지며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숲의 10분의 1 이상의 나무들이 사그라들었다.

바스러지며 재로 변하는 나무들.

누가 이곳을 넘실거리는 그림자의 숲이라 하겠는가.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재의 숲이라 명명할 수도 있는 노릇.

영혼들은 끝없이 뻗어 모든 숲을 집어삼킬 기세로 나아갔다.

하지만 넘실거리는 그림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숲 한가운데에서.

세찬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신의 종들 따위가! 죽여라! 생명을 부정하라!>

아반 카즈가 발악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영혼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생명을 부정하기 위해 나아갔다.

하지만 세찬 빛, 아니, 성스러운 빛에 닿는 그 즉시 소멸하기 시작했다.

부정한 영혼을 정화하는 따스한 빛.

이 넘실거리는 그림자의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빛이었다.

어둠을 머금은 나무들마저 정화하는 따스한 빛.

정화의 빛과 함께 어둠을 뚫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방패였다.

성스러운 빛을 머금은 거대한 방패.

그 방패를 쥐고 있는 건 그 방패보다도 반, 아니, 반의반보다도 작은 여인이였다.

은발을 휘날리며 강직한 두 눈빛을 가진 여인.

여인의 빛에 닿자마자 모든 영혼들이 정화당했다.

정확히는 정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자산이자 부하인 영혼들이 사라지자 아반 카즈는 증오로 가득찬 두 눈으로 여인을 바라봤다.

<가, 감히! 모두 죽여주마! 일어나라 나의 군대여!>

네크로맨시라도 사용하려고 하는 모양인가?

여인이 그에 인상을 쓰자.

아니나 다를까 땅이 들썩거리면서 무언가 솟아났다.

언데드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고작 스켈레톤들이 아닌 타락한 영혼들.

정확히는 벤시나 영혼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었다.

“……사령술.”

아반 카즈만 증오 가득한 눈으로 여인을 보는 게 아니었다.

여인 역시 아반 카즈를 증오 가득한 눈으로 보며 망치를 강하게 쥐었다.

까드득.

뼈와 금속인 망치 자루가 마찰하며 들리는 소리.

얼마나 강하게 쥐었기에 저런 소리가 날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증오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

“그래봐야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

냉정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 여인은 흠칫 몸을 떨고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동굴에서 나온 후 신위를 모두 회복하지 못해 인간의 음성으로 대답하는 여인은 다름 아닌 발키리였다.

그리고 그런 여인 뒤에 나온 건 바로 사제복을 입은 현성, 비슈누였다.

현성은 자신의 아바타인 퍼시벌과 함께 숲에서 나오고, 탱커인 발키리는 방패를 다시 쥐고는 아반 카즈를 노려본다.

아반 카즈 역시 셋을 노려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작게 말이다.

이미 육신은 뼈가 되어 삭아버렸지만, 육신이 있었다면 손바닥이 모조리 땀으로 젖었을 거다.

아반 카즈는 느끼고 있었다.

고작해야 저 여인?

방심하지 않고 상대한다면 자신이 이길 수도 있다.

<‘강함만 놓고 본다면 나보다 강하지만 어수룩하니.’>

그렇게 녀석을 뒤흔들고 싸우려고만 하면 뒤에 있는 저 사제가 그걸 방지한다.

마치 몸을 풀기 위해서 여인만 나서게 한다는 듯이.

<……신의 개들이구나.>

나지막하게 말하자.

사제의 어깨 위에 있는 자그마한 인간이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육신이 썩어서 눈조차 썩은 모양이군요! 이분은 신의 개가 아닙니다요!”

그게 무슨 말일까.

아반 카즈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의 전력을 다해 군단을 소환했다.

하지만 이기리라는 생각이 결코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망쳐야 할까?

아니, 도망칠 수도 없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망치려는 즉시 저 사제가 나설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왜일까.

사냥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신은 이 숲을 호령하는 지배자다.

녀석들을 격퇴하고 강한 영혼을 얻어 자신 역시 강해지겠노라!

호언장담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뻥긋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마어마하다.’>

고작 자신은 싸우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었지만, 이대로만 있는 것도 우습다.

그대로 여인을 향해 영혼의 군단을 보냈다.

고작해야 지옥에서 소환한 영혼이 아니었기에 아까처럼 빛에 정화되는 일은 없었다.

조금 주춤할 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여인은 나서서 영혼들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퍼석.

너무나도 힘없이 허물어지는 영혼의 형상.

그게 끝이었다.

신성한 빛을 담은 망치는 모든 영혼들을 과자 부수듯 부수고 있었다.

퍼석! 퍼석!

점차 줄어가는 군단을 보고 녀석은 초조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 셋이 모두 나서기도 전에 여인에게 몰살당할 판이다.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

사령술로는 여인에게 흠집조차 낼 수 없다.

그러니 흑마법을 사용한다.

<어둠의 창.>

고작해야 어둠의 마력으로 만든 마력 창.

그러나 그 수가 무수히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그 창이 마치 먹구름처럼 하늘을 가린다.

무수히 많은 창이 아반 카즈의 손을 따라 허공으로 낙하한다.

마치 검은 비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모습.

발키리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망치를 쥐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대해지는 망치.

무엇보다 세찬 빛이 담기며 망치를 은은하게 빛나게 만들었다.

발키리는 망치로 위를 향해 휘둘렀다.

콰──────────직!

허공에서 강렬한 파열음이 울려 퍼진다.

동시에 공간이 깨지기라도 한 듯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물드는 하얀 균열이 하늘 위로 퍼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점차 빛을 내며 주변을 물들어갔고, 균열은 점차 사라지며 빛이 하늘을 감쌌다.

모든 균열이 빛으로 가려지자 하늘에 거대한 방패가 생겨났다.

그야말로 거대한 방패.

숲 모두를 가릴 정도로 거대한 그 방패는 모든 어둠의 창을 막아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방패에 무수히 많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방패는 굳건했다.

그걸 보며 아반 카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하늘에 거대한 방패를 만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발키리를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렇기에 다급히 외쳤다.

<마, 막아!>

황급하게 외쳐 영혼의 군단에게 발키리를 막으라 명했거늘.

빛에 휩싸인 방패가 점차 발키리의 몸에 맞게 줄어들더니 돌진했다.

방패에 닿는 즉시 소멸하는 영혼들.

그걸 보며 아반 카즈는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어떻게든 방비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의문이 떠오른 순간.

발키리가 돌진하여 녀석의 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자신을 향해 신성한 빛을 머금은 망치의 머리가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점차 커지는 망치의 모습.

가까워지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아반 카즈의 상반신 전체를 뒤덮는 크기가 되었을 때.

<아.>

녀석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끝이라는 것을…….

콰직!

해골로 만들어진 흑마법사는 그렇게 소멸하고 말았다.

한 숲의 지배자의 최후라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한 모습.

그 모습에 현성은 인상을 썼다.

전투가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그럴 리가.

이번 전투는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

발키리가 너무 분개하는 일 빼고는 모든 게 완벽했다.

딱 하나만 빼고 말이다.

‘뭔 레벨 200 중반 레이드 보스를 잡았는데도 레벨이 안 오르네.’

다름 아닌 경험치가 너무나도 짰기 때문에 그랬다.

과연 버려진 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했다.

아무리 동료인 발키리가 영입돼 경험치가 분산된다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긴 여긴 애초에 레벨을 올리기 위해 온 건 아니었으니.

이제 슬슬 벗어날 때도 되었다.

‘경매로 용병 의뢰를 받으면 7대 길드건 12길드의 영역으로 가서 사냥할 수 있으니까.’

미리 만들어놓은 보험이 있지 않은가.

현성는 다 계획이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곳은 떠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현성이 떠나려던 그때.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너무 뜬금없는 메시지.

[보상이 적은 지역에서의 지배자들을 다섯 이상 사냥했습니다.]

[조건을 만족합니다.]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너무 뜻밖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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