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29화
42장. 어둠 산맥 길잡이 마을(2)
“아, 아니, 이, 이럴 수가.”
다크 엘프는 도무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격이 낮은 하급의 신조차 가둔다는 어둠을 그대로 베어버리다니.
중급의 신조차 하기 힘든 것을 해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는 이야기는 지금 저 어둠에 들어간 자들이 하급의 신보다도 높은 격을 지닌 이들이란 말인가?
고작해야 자신보다도 레벨이 낮은 자가?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기에는 본 게 있지 않은가.
저들을 집어삼킨 어둠은 어둠 산맥의 근본과도 같은 어둠이었다.
다시 말해 하나의 다른 공간과도 같은 어둠이다.
고대로부터 이 어둠은 이곳에 터전을 잡은 다크 엘프 혈족, 그중에서도 길잡이들만 다룰 수 있었다.
물론 그것조차 옆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수준에서 그쳤건만.
그게 소멸하고 말았다.
‘도, 도대체.’
신들은 분명 대륙을 버린 게 아니란 말인가.
어둠을 갈랐기에 신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만.
이 대륙에 어째서 신이 남아 있는 걸까?
‘혹시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서?’
아니다.
너무나도 억측이다.
그랬다면 애초에 왜 대륙을 버렸겠는가.
기대하지 말자.
신은 아니라고는 하나 곤란한 건 매한가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 어쩌고 자시고 지금은 상황이 너무 급했다.
어둠에서 빠져나온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위치를 들켰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저 어둠을 베었는데 자신의 위치라고 파악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나와야 하나.
그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상대는 그 어둠조차 베어버리는 존재.
사실 이러면 길잡이가 필요한가 싶었지만.
저들도 저런 공격은 늘 쓸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다시 말해.
‘기, 길잡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신의 역할이 큰 상황.
그때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외쳤다.
“당장 나오지 않으면 뭔 일이 일어날지 장담 못 한다.”
“히익!”
길잡이고 뭐고 상관없다는 듯 내지르는 목소리에 다크 엘프는 몸을 떨었다.
길잡이는 필요 없는 걸까?
아니, 그보다.
자기가 길잡이인 걸 모르니까 그러는 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서 빨리 알리고 자신이 우위에 서야…….
“길잡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힉!”
이미 모두 다 들통난 것 같았다.
도망은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어둠을 베어버리는 존재에게서 벗어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다크 엘프는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한 채로 은신을 풀고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다크 엘프의 모습을 보곤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진작 나올 것이지.”
아아, 과연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어쩌자고 신격을 지닌 존재에게 시험을 내린 걸까.
과거가 뼈저리게 후회되는 다크 엘프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한들 실수를 만회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다크 엘프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 결과.
다크 엘프는 몸을 납작 업드렸다.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듯 사제복을 입은 남자에게 조아리며 말했다.
“위, 위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험에 들게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그 말에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고민하는 듯 침음을 삼켰다.
이게 맞은 걸까?
아직은 모르지만 못해도 더 나빠질 건 없지 않나.
다크 엘프는 더 생각했다.
여기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띄워줘서 싫어하는 존재는 드물지.’
자기 나름대로 지혜를 짜냈다.
만일 신이 아닌 막강한 드래곤이라고 한들.
신으로 칭송한다면 좋아할 터.
하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칭송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
그러니 먼저 자신의 소개가 우선이다.
“어둠 산맥의 길잡이 바루나 마지아노라고 합니다. 어둠 산맥의 다크 엘프 출신으로 유서 깊은 길잡이 가문 마지아노의 여식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냉랭한 반응.
다크 엘프, 아니, 바루나는 여기서 고민했다.
칭송을 하는 게 맞을까?
하지만 이미 돌아오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여기서 더 나빠봐야 죽기만 하겠는가.
그렇기에 원래대로 외쳤다.
“위대하신 신을 알아보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이쯤 되면 도박에 가까웠다.
신만이 가능한 일을 해냈으니 그냥 신이라 부른 것.
그런데 이게 웬걸?
사제복을 입은 남자 어깨 위에 있던 자그마한 인간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곤 의기양양하다는 듯이 바루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갸륵하군요! 우리 위대하신 주인님을 이제야 알아본 점은 괘씸하나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갸륵하다는 말입니다요.”
“리베우스!”
“아, 아앗. 죄송합니다요.”
“허억!”
그 말을 통헤 바루나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자신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신이 맞다는 것 아닌가!
‘지, 진짜 신?’
신들은 모두 이 대륙을 떠난 게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 분명 떠났다.
모든 마을의 일족이 그걸 느끼지 않았던가.
한데 이제 와서 신이라니?
설마 정말로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 온 것일까?
저 낮은 레벨은 희생으로 인해 약화가 된 것이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놀랍게도 정답에 가까웠다.
‘대륙을 구원할 구세주, 아니, 희망의 신이시다!’
* * *
바루나가 혼자 생각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걸 본 현성은 살짝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으니까.
하지만.
‘굳이 정정을 해야 하나?’
아니, 정정이랄 것도 없다.
보아하니 거의 정답에 가깝게 생각했을 거다.
대륙에 신들이 떠났다는 것도 아는 눈치였고, 현성이 신이라는 것도 아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다 사실이긴 하니까.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지.
무엇보다 결과가 좋았다.
메시지를 봐라.
[퀘스트, 【어둠 산맥의 길잡이 마을(1)】을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어둠 산맥 연계 퀘스트, 【어둠 산맥의 길잡이 마을(2)】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완벽하게 클리어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신성력 10을 획득합니다.]
[추가 신성력 이외에 어둠 산맥 길잡이 바루나의 존경심을 획득하셨습니다.]
[추후 어둠 산맥을 넘을 때 상당히 유용한 역할을 해줄 겁니다.]
현성은 그 메시지를 받고 상당히 흡족해했다.
그러고는 다시 생겨난 퀘스트 창을 열었다.
【어둠 산맥의 길잡이 마을(2)】
-등급: S
-설명:어둠 산맥으로 향하는 길을 아는 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나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둠 산맥으로 향하기 전 다섯 명의 지배자를 죽인 이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어둠 산맥으로 향하는 곳에 길잡이가 나온다고 한다.
길잡이의 안내를 받아 길잡이들의 마을로 향하면 어둠 산맥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길잡이를 따라 마을로 향하라.
-제한: 어둠 산맥 근방의 다섯 지배자를 해치운 자.
-보상: 어둠 산맥 길잡이 마을로 향하는 지도, 다음 연계 퀘스트.
사실 별거 없는 퀘스트였다.
현성은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바루나를 봤다.
존경심을 얻어냈으니 어둠 산맥을 넘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
이제 마을로 가서 이어진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된다.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왜 퀘스트 등급이 S급인 거지?
현성은 그 점이 걸렸다.
‘이데아나 로스트 이데아나 뭐든 이유가 없는 건 없었지.’
아까도 그렇지 않은가.
어둠에 집어 삼켜져서 미로를 통과하는 일이 있었기에 방금 퀘스트는 S급에 어울리는 퀘스트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지금 생성된 퀘스트 역시 그렇다는 뜻이 된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나와보라 그래.’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오만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라면 웬만한 랭커는 이길 수 있다.
확신했다.
물론 스스로 봉인하고 타나노스 계열 스킬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또 모르겠지만.
전력을 다한다면?
이제는 그 비네샤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소평가이리라.
그도 그럴 게.
【상태창】
『현성』
-Lv158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5.
「근력: 195(+106)」「순발력: 195(+106)」
「체력: 195(+106)」「마력: 198(+106)」
「신성력: 526(+50)」
-잔여 능력치: 105
‘미쳤네.’
이제는 잔여 능력치가 105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모든 능력치가 300이 넘는다.
여기서 잔여 능력치를 신성력을 제외한 나머지 스탯만 올리더라도 최소 26씩 증가한다.
말도 안 되는 능력치.
이런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상위 랭커와 비교하지 않으면 누구와 비교하겠는가.
물론 지금 당장은 좀 곤란하긴 하다.
지금은 영역선포 페널티로 중력을 2배로 느끼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좀 불리한 점이 있었다.
뭐 불리하더라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하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마침 그렇게 현성이 웃고 있자.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바루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저, 위대하신 분이시여.”
“비슈누라고 불러라.”
“아, 아아! 예! 비슈누 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 제가 마을을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둠 산맥을 넘으시려면 무조건 마을을 거쳐야 합니다.”
현성은 그 말을 듣고 안내하라는 듯 고갯짓을 하자.
바루나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연신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그러면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말을 더듬는 모습에 현성은 살짝 떨떠름하다는 듯 바루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다크 엘프이다 보니 빼어난 외모를 가진 모습을 한 바루나.
그런 가냘픈 여인이 자신을 보면서 흠칫흠칫 몸을 떨고 말도 더듬으니 보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뭐라고 해봐야 더 나아질 것도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던 중.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저 나무는 아까도 본 나무 같았는데?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잡이의 안내를 받아 걷고 있는데 같은 나무를 본다?
‘흐음.’
아직까지 현성만 눈치를 챘는지 모두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중.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게 길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4대 산맥은 대부분 그런 곳이었으니.
혹시 모른다.
순간 어쩌면 바루나가 엿을 먹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시스템에 존경심이 피어오른다 했고, 유용한 역할을 한다 했다.
그런 길잡이가 엿을 먹일 확률?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상현상이 아니거나, 이상현상이라면….’
길잡이조차 깜빡 속을 이상현상이라는 게 된다.
과연 어떻게 된 걸까.
기대하듯 현성이 기다리고 있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바루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느낌의 모습.
그리고 이내 표정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현성은 그걸 보고 바로 미소를 짓고는 물었다.
“아까부터 같은 자리를 맴돌더군. 무슨 일이지?”
“아, 아아. 그, 그것이…….”
바루나가 그렇게 입을 열려던 순간.
전방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
심상치 않은 울음소리.
그리고 그 울음소리를 듣자 시체의 피부처럼 창백해진 바루나가 중얼거렸다.
“……어둠의 안내자라니.”
잘은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무언가가 나타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