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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 130화 (456/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30화

42장. 어둠 산맥 길잡이 마을(3) 

어둠의 안내자.

이름만으로도 추측할 수 있듯 어둠을 다루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바루나의 일족.

어둠 산맥의 길잡이들에겐 악몽이라는 이름이 붙은 몬스터였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바루나는 말 그대로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분명 어둠의 안내자는 어둠 산맥의 중턱에서나 나타나는 괴물이거늘.

갑자기 이곳에 왜 있는 걸까?

그래서 길잡이들도 어둠 산맥 중턱에선 상당히 긴장을 하는 편이다.

한데 이곳에 나타나다니.

어째서?

그 순간 떠올릴 수 있었다.

방금 비슈누가 찢어버린 어둠을.

어둠이 소멸하는 걸 느끼고 가장 가깝게 있었던 어둠의 안내자가 온 걸까?

아마 그랬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녀석들의 주식이 어둠에 삼켜진 이들이었으니.

어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남몰래 탈출을 해볼까 싶어 주변에 깔린 어둠들을 다루려 해봤다.

하지만.

‘조, 조종할 수 없어.’

길잡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둠을 다룬다.

하지만 어둠의 안내자들이 다루는 어둠은 어찌하지 못한다.

지금도 보라.

언제 들어온 건지 모를 어둠에 사로잡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즉.

“……사방이 어둠으로 가둬진 겁니다.”

자신을 비슈누라고 소개한 남자에게 말했다.

일단 상황은 알아야 하니.

게다가 혹시 모르지 않나.

자신이 다루던 어둠조차 물리친 이이니.

혹시 어둠의 안내자도?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당장은 어둠을 물리칠 힘은 없다.”

나지막하게 말하는 비슈누의 말을 들은 바루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

패닉에 휩싸여 있었을 때.

비슈누라고 소개한 이가 물었다.

“어둠의 안내자라고 말하던데 그게 뭐지?”

“……저희 일족에게 악몽이라고 전해진 몬스터입니다.”

“흐음.”

고작 몬스터에게 그리 쫄아 있을 이유가 있느냐는 듯 바라보는 비슈누의 모습에 바루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외지인이니 당연히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설명해 주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어둠을 다루는 몬스터.

그것도 어둠 산맥의 특수한 몬스터라는 것을.

무엇보다 길잡이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인 것을.

어둠을 다루고 어둠으로 안내하는 괴물.

놈의 특징을 모조리 말했다.

“……어둠으로 안내하는 자라는 이름답게 어둠을 주변에 깔아놓고,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지쳐 쓰러지기까지 기다렸다 나타나는 녀석입니다.”

“그렇군.”

비슈누, 아니, 현성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해 이 어둠이라는 게 상당히 거슬린다는 이야기였다.

길잡이들 역시 이 어둠을 다루기는 하지만 어둠의 안내자라는 녀석이 더 상위의 능력을 지닌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었다.

“녀석은 어둠을 다루는 능력 말고는 다른 쪽으로는 별 볼 일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어둠이지요.”

“어둠을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면 녀석을 잡기 힘들다는 거군.”

“네. 맞습니다.”

바루나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어둠에 갇혔을 때 느낀 거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 어둠, 신성력에 약해.’

물론 어지간한 신성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신성력의 양도 그렇지만, 순도도 상당히 깊어야만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조건에 현성은 딱 맞지 않은가.

뭐, 현성이 아니어도 된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그랬으니까.

일단 리베우스부터 신의 사도이지 않은가.

그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신성력의 질은 웬만한 신에 버금갈 정도였다.

발키리 역시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여기서는 리베우스에게 맡길까도 싶었지만.

아직까지 어울리지 못한 이가 있지 않은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가장 뒤에서 소심하게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발키리를 바라봤다.

아직 동료로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저리 어색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저렇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적응을 빠르게 시키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직까지 합이 맞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원래 성격이 저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든 적응하게 하는 건 중요하니까.

그렇게 현성이 뒤를 돌아 발키리를 보자.

발키리가 순간 움찔거렸다.

이어진 말.

“할 수 있나?”

현성의 말에 발키리가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네! 할 수 있습니다!”

현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그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기다리자.

바루나가 움찔거리며 말리려 했다.

“……어, 어둠은 평범한 신성력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바루나의 말이 맞다.

하지만 현성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라는 듯 가만히 있을 뿐.

비슈누의 반응에 바루나도 움찔거리며 멈췄다.

지켜보라는 신호임을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소용이 없을 거다.

비슈누가 보여준 정도의 힘이 아닌 이상에 불가능하리라.

어둠?

신성력에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교황급의 신성력도 큰 효과가 없다.

오직 신들의 신성력, 그것도 중급 이상의 신성력만 효과가 있을 터.

그래서 비슈누에게 기대를 한 것이었다.

한데 이게 웬걸?

뒤에 서 있던 팔라딘보고 시키는 거 아니겠나.

‘……될 리가 없어.’

비슈누인 현성은 인정했다.

그의 힘은 멀리서부터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글쎄.

잘 모르겠다.

잘 숨긴 걸 수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측을 해본다면 비슈누의 하수인들 정도이리라.

그런 하수인이 어둠 산맥의 어둠을 어쩔 수 있는 신성력을 가졌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바루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아가는 발키리를 보고 있었을 때.

발키리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지금의 발키리는 상당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희생하여 어떻게든 마계의 침공을 막고자 했으나.

결국 현성이 아니었으면 실패로 돌아갔을 거 아닌가.

무의미한 희생이 되어버린 거다.

그것도 자신의 신자들도 버린 채로 말이다.

성스러운 마음으로 했다고 한들.

실패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

떄문에 이렇게 거둬진 목숨을 현성을 위해 헌신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강하셔.’

현성은커녕 현성의 분신조차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

더군다나.

‘리베우스 님도…….’

발키리는 눈을 질끈 감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믿고 맡겼지만, 실망만 안겨드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발키리가 그렇게 걱정과 근심에 가득 차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따스한 목소리가.

“오우.”

나지막하게 울리는 말.

별 의미 없는 말인 거 같기도 하고, 심오한 뜻이 담긴 것 같기도 한 함성.

하지만 조용히 울려 퍼지기에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함성이라기에는 애매한 외침.

하지만 왜일까?

발키리는 그 함성에 힘을 얻었다.

마치 너는 이미 주인님의 충실한 종이다.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발키리는 그걸 느끼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렇게 있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다.

“오우!”

발키리 역시 답을 하고는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단순하게 스킬을 사용하려는 게 아니다.

신성력을 통해 스킬을 사용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발키리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신성력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다, 다르다.’

비록 신좌를 잃고 영락한 신족.

하지만 왜일까?

신이었던 시절보다도 더 깊어진 신성력이 느껴졌다.

한때 신이었던 자, 아니, 지금 역시 신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성광이 뿜어져 나왔다.

세찬 빛.

고작 성스럽다는 말로 끝날 빛이 아니었다.

모든 어둠을 정화하는 그야말로 신의 빛.

신성하고 성스럽고, 자애롭기까지 한 빛이 어둠 사이로 퍼져 나갔다.

“…….”

“오우!”

현성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었고, 리베우스는 장하다는 듯이 외쳤다.

성광은 어둠 사이로 퍼지며 어둠을 점차 정화해 나갔다.

어둠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 고래와 같이 생긴 그림자.

어둠을 정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걸 본 바루나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 어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급의 격을 지닌 신들조차 정화하기 어려운 게 바로 저 어둠이다.

그래서 현성을 신이라고 믿은 거지 않나.

하지만 같이 있던 저 여자조차 신이라고?

그게 말이 되나?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바루나가 얼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순간.

어둠 사이로 슬며시 나타난 고래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또 다른 기사가 움직였다.

그리고 창을 쥐고 빠르게 나아가 고래의 그림자, 아니, 어둠의 안내자를 향해 창을 내지른다.

푸우우욱!

뿌우우우───!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은 어둠의 안내자는 그렇게 사망하고 말았다.

바루나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어둠의 안내자가 어둠을 다루는 힘 말고는 별 볼 일 없다 해도 괴물이다.

몬스터를 상회하는 그런 괴물.

그런데 그걸 고작 일격에 해치우다니.

저 역시 어지간한 신성력으로 될 리가 없는 거일 터인데.

“……시, 신들의 파티?”

도무지 그것 말고는 표현할 말이 않았다.

바루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저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모두가 신인 파티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살아온 모든 상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게 거짓이었던 것만 같은 감각에 멍하니 있을 때.

비슈누가 바루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마을로 가지.”

“아, 네, 네!”

이들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신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대륙을 버린 거 아니었던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바루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마을로 향하는 것만 생각할 뿐.

이 이상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거다.

그저 믿는 거다.

‘그래, 그냥 믿자.’

바루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안내를 다시 시작해 걷고 있을 때.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바루나가 실수를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보상이 아무것도 없네.’

다름 아닌 어둠의 안내자에 대한 불평이었다.

확실히 어둠만 어쩌면 난이도 자체는 쉬운 몬스터였으니.

아무래도 그저 이벤트로 나오는 특수 몬스터인 모양이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더 어려운 게 나오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보다 퀘스트대로 따라가는 게 옳았다.

그렇게 현성은 잠시 생각하다 멀리서 보이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어둠 산맥에 있는 빛이라니.

현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바루나가 말을 걸어왔다.

“이곳이 바로 저희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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