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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 131화 (457/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31화

43장. 용병 경매(1)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어둠 속에서 홀로 피어난 빛이 가득한 마을은 들판에 유일한 꽃과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현성이 마을로 들어오는 걸 보며 웅성거렸다.

외지인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바루나가 새롭게 사람을 데려왔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현성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보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니 저럴 수 있다.

조화를 이루는 엘프와는 달리 다크 엘프여서 그럴까.

목재로 지은 집들도 꽤나 잘 볼 수 있었다.

하기야 이런 숲에서 집을 짓는다면 당연히 목재 말고는 없겠지만.

몇몇은 땅을 일으켜 세운 집도 볼 수 있었다.

아마 정령을 응용해 만든 집이겠지.

무엇보다 각 집집 마다 은방울꽃과 같은 거대한 꽃들이 달려 있었는데.

아름다운 소리를 울리며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다.

상당히 판타지스러운 마을이었다.

딸랑~ 딸랑~

“아름다운 경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요.”

“그치.”

발키리와 리베우스가 말하고 현성도 동의했다.

역시 이런 맛도 있어서 게임을 하는 것도 있었으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바루나의 안내를 받아 마을 가장 높은 언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인 하나.

“잘 오셨습니다. 이곳 길잡이들의 마을을 다스리고 있는 촌장입니다. 여행자가 이곳에 도달한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비슈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현성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발키리와 분신인 퍼시벌, 리베우스까지 소개를 했다.

다만 안타깝다는 듯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잘못된 게 있기라도 한 걸까?

여행자가 오랜만에 와서 그런 것일까?

어쨌건 둘 다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촌장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당장 어둠 산맥을 넘을 수가 없습니다.”

“흐음…… 무슨 일이지요?”

보통 연계 퀘스트이니 여기서 재료를 가져와 달라는 퀘스트가 나올 차례이긴 하다.

귀찮긴 해도 어둠 산맥의 초입을 구경할 수 있으니.

오히려 괜찮은 거 아닐까 싶었지만.

이야기가 나온 건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어둠 산맥을 넘으려면 여러 재료들이 필요합니다만, 당장 구하더라도 재료를 조합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만드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그렇군요.”

“오랜만에 찾아오신 손님이거늘. 이렇게 준비성 없는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지요.”

현성은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재료를 구해오라고 퀘스트를 내줄 차례인가?

딱 그렇게 생각하고 뒤에 말을 기다리려던 차였다.

바루나가 촌장의 말을 끊고 끼어든 것은.

“그래서 혹시 마을 청년들과 재료를…….”

“재료는 제가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바, 바루나 네가 말이냐?”

“예.”

촌장의 되물음에도 당당히 대답하는 바루나.

현성은 그걸 보면서 속으로 슬며시 웃었다.

최고의 역할을 한다더니.

말 그대로였다.

귀찮은 퀘스트는 하나 거를 수 있겠는데?

문제는…….

“혹시 재료를 구하고 난 뒤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촌장은 그 말에 고민에 빠졌다.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건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재료를 모두 구해오는 데 보통 일주일 걸리고, 그 재료로 다시 물건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립니다. 도합 2주이지요.”

“그렇군요.”

그건 좀 곤란하다.

이 마을에서 2주나 버티고 있어야 하나?

현성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다시 바루나가 끼어들었다.

자신의 품에서 한 돌을 꺼내서 현성에게 건넸다.

그러곤 돌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통신석이라고 부르는 길잡이들의 도구입니다. 마을에 계실 필요 없이 외지에서 할 일을 하시다 통신석에 반응이 오면 그때 오셔도 됩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니 불편을 드리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 아니죠! 제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 정도는 당연합니다. 부디 저를 염치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주시길.”

간곡한 부탁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바루나의 모습을 보자.

촌장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무래도 바루나의 모습이 여간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 모양이다.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저렇게까지 나와서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무엇보다 거절할 생각도 없었고.

사실 재료도 모아주겠다는데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지 않나.

더군다나.

‘다른 할 일도 있긴 하니까.’

원래라면 어둠 산맥을 넘고 나서 하려던 일이 있지 않은가.

바로 용병 경매.

어둠 산맥을 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면 의뢰한 둘을 처리하고 난 뒤 다시 오면 딱 맞을 거 같았다.

그간 큰 이슈도 있었으니.

슬슬 떡밥 회수를 하지 않으면 유튜브 시청자들이 화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영상도 그사이에 올릴 겸으로 작업한 걸 올리고. 경매를 시작하면 되겠지.’

현성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모든 계획을 짜고 난 뒤.

대답을 기다리는 바루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호의를 받아들이죠.”

“감사합니다! 저에게 만회할 시간을 주신 건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아! 텔레포트 석은 이쪽입니다. 이곳은 한 번 와본 이가 아니면 텔레포트로 오지 못하니 유념해 주십시오.”

“아.”

그런 원리로군.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바루나의 안내를 받아 그대로 텔레포트로 향했다.

다음에 올 때는 어둠 산맥을 넘겠구나 생각하면서 텔레포트에서 마을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촌장은 바루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물었다.

“네가 무슨 일로 여행자를 저리 반기느냐?”

바루나는 원래 차별이 심한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말이다.

한데 저렇게 온순하게 대하다니.

심지어 그냥 온순한 것도 아니다.

무려 구하기 힘든 그 재료들을 모아주겠다니.

재료를 모으는 것도 일종의 시험에 가깝긴 했다.

길잡이들이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작업 중 하나.

하지만 바루나가 자신이 하겠다는 건 다시 말해 저들은 이미 자격이 있다는 걸 뜻했다.

그 차별이 심하던 아이가 어떻게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까?

촌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하지만 바루나는 그런 촌장을 보며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신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으니.

비슈누, 그러니까 현성이 말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바루나가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저 떠벌리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고.

“……그냥 대단한 사람들이라 그런 거예요.”

조용히 말하는 바루나를 보며 촌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을에서 제일 까다로운 바루나를 저렇게 만들었다면, 누가 보더라도 자격은 있는 자겠지.’

촌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과연 다음에 왔을 때 저들이 무사히 어둠 산맥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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