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32화
43장. 용병 경매(2)
『에인헤랴르 용병단 1회 용병의뢰권 낙찰자.』
[플레이어 ‘데우스’]
데우스 길드에서 용병의뢰권을 낙찰받았다는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데우스’였고,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인 그 ‘에인헤랴르 용병단’이었으니까.
특히나 데우스 길드에서 그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뜨거운 감자였다.
랭킹 1위의 길드와 랭킹 1위인 데우스.
그 둘이 만난다면 누구도 적수가 없다고 불렸다.
아수라가 다시 온다면 몰라도 그전까지는 절대군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랭킹 2위이자, 길드 랭킹 2위 흑사자를 이끌고 있는 블랙 역시 데우스에 비교한다면 한두 수는 접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했으니까.
그런데 왜 데우스 길드가 에인헤랴르 용병단에 의뢰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주된 의견은 그거였다.
데우스 길드가 굳이 그들에게 의뢰를 걸 필요가 없었으니.
-데우스나 데우스 길드나 최고의 유저와 최고의 길드인데 굳이?
-ㅇㅇㅇ 굳이 걔들을 고용해야 하나?
-무엇보다 가장 비싼 첫 번째에 고용하는 건 더 말이 안되지.
-그것도 그런데 애초에 의뢰를 맡길 게 없을걸?
-ㅇㅇ; 다 지들이 해결할 텐데 굳이 의뢰를 맡길까? 그 데우스 길드인데?
시청자들과 로스트 이데아를 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데우스란 곧 믿음에 가까웠다.
과거 이데아에서 아수라가 보였던 행보와 비슷했다.
물론 비교를 한다면 아수라와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발판을 마련한 건 결국 아수라니 데우스는 그다음 순번에 가까웠다.
데우스를 밀고 있는 이들 역시 알고 있다.
아수라라면 데우스를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은퇴했고, 아수라를 기다리다 지친 이들이 모두 데우스를 밀기 시작한 거다.
무엇보다 데우스는 실력도 뛰어난 데다가 퍼포먼스까지 압도적이었으니.
덕분에 데우스 길드에서 에인헤랴르 용병단을 고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데우스가 에인헤랴르를 고용한 거다.
-미친;;;
-이왜진?
-헉!
모든 이들이 놀랐지만.
그만큼 기대했다.
-데우스와 에인헤랴르 용병단이라고?
-진짜 최고들끼리 만나는구나.
-끝내준다.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는 말에 가까웠으니까.
현 로스트 이데아의 최강자 데우스.
그리고 차세대 최상자라 불리고 있는 비슈누.
그 둘이 만난다니.
역사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그때.
흑사자의 2인자이자 부길드장, 그리고 최상위 하이랭커 12위에 빛나는 불사자, 위잔이 이를 갈면서 외쳤다.
“제길!”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 상당히 분한 듯했으나.
딱히 위잔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흑사자 길드의 수뇌부들은 모두가 분개했다는 듯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 가운데 고요한 이도 딱 하나 있었다.
여상한 태도로 좌중을 둘러보는 검은 가면을 쓴 사내.
로스트 이데아의 2인자라 불리고 있으며 랭킹 2위에 빛나는 존재.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랭킹 3위였지만, 최근에 2위에 오르면서 흑사자 길드의 위상을 높인 존재.
흑사자 길드의 주인, 블랙이었다.
위잔은 그런 블랙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 비슈누가 등장했을 때 영입하고자 그 난리를 쳤으면서.
이번엔 왜 이리 얌전히 있는지.
그 몇 개월 사이에 물론 랭킹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아까운 건 아까운 것 아닌가.
“…….”
그는 그럼에도 한없이 조용했다.
아니, 고요했다고 말해야 할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블랙의 말을 기다렸다.
모두가 블랙을 보고 모인 이들이었으니.
선발대보다 뒤늦게 시작했으면서 결국 2위까지 차지한 모습.
다른 이들 모두가 데우스에게 블랙이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흑사자 길드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하이랭커라 부를 수 있는 100위권 안에 랭커가 무려 스물 이상 모여 있는 이 흑사자 길드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었으니까.
블랙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실력을 보고 매료되어 만들어진 길드가 바로 이곳 아니던가.
간혹 그의 결정에 의문을 품은 적은 있어도 불만을 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길드의 수뇌부들이 모인 이곳을 훑어보던 흑사자의 주인이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움직이자 모두가 기다렸다.
무슨 말이 나오는지.
“데우스가 선수를 쳤더군.”
“……예, 전설 등급 스킬을 세 개를 지불해 낙찰받았습니다.”
“…….”
피식 웃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명백한 비웃음.
위잔은 그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흑사자 역시 용병단의 의뢰를 사기 위해 전설 등급 스킬을 경매에 올렸으니.
물론 개수는 하나였다.
그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해서 말이다.
아무리 첫 장이 힘들어도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지만, 안일했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길드장은 웃는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웃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블랙의 말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모두 수긍했다.
수뇌부들의 모습에 블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하기 힘들 터. 하지만 이걸로 데우스의 발목을 잡았다.”
“예?”
“그, 그게 무슨?”
“발목을 잡았다니요?”
블랙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아직까지 수뇌부들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
블랙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역시 전설 등급 스킬을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참여했다는 의사는 충분히 했다. 이 이상은 손해라 판단하여 위잔에게 말해 딱 그 정도만 했던 것이고. 자, 그러면 여기서 자네들은 의문을 가지겠지. 굳이 그들을 고용하지 않았느냐고.”
“…….”
모두가 숨을 참고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었기에?
데우스의 발목을 잡았다고 했을까?
모두가 주목하고 있을 때.
블랙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 퀘스트를 공유하는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는 다름 아닌.
【잿빛 산맥의 길잡이】
-등급: S
-설명: 잿빛 산맥으로 향하는 길을 아는 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나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잿빛 산맥으로 향하기 전 다섯 명의 지배자를 죽인 이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잿빛 산맥으로 향하는 곳에 길잡이가 나온다고 한다.
-제한: 잿빛 산맥 근방의 다섯 지배자를 해치운 자.
-보상: 잿빛 산맥으로 향하는 길을 아는 길잡이들의 마을에 도달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현성이 받은 퀘스트와 같은 퀘스트였다.
하지만 다른 점은 딱 하나.
잿빛 산맥이라는 것.
서쪽에 있는 어둠 산맥이 아닌 남쪽에 있는 잿빛 산맥이라는 것.
어둠 산맥과 같이 4대 산맥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 산맥 중 하나.
말 그대로 바위산이 즐비한 험지 중의 험지였다.
다른 산맥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뻔한 반응이지만 수뇌부들은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건!?”
“지역 이동 퀘스트!?”
“드, 드디어!”
그동안 얼마나 찾아 헤맸던가.
과연 흑사자의 주인이라 해야 할까?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찾은 것일까.
놀라웠지만, 블랙은 그런 수뇌부를 보며 혀를 차더니 고개를 저었다.
블랙이 아쉬워할 때나 나오는 모습이었다.
실망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이리도 뛰어난 걸 가져왔건만.
알 수 없다는 듯 블랙을 바라보는 수뇌부를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이걸 얻었을 때는 메시지에서 최초라는 글자는 찾을 수 없었다. 최초 보상도 없었고 말이지.”
“아…….”
모두가 탄식 어린 목소리를 내비쳤다.
그렇다는 건 데우스가?
아니, 그랬다면 블랙이 데우스의 발목을 잡았다고 표현할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최초는 아니지만 데우스는 아니라는 거지. 첩자들을 통해 알아봤지만, 그런 낌새도 없었다고 한다. 용병을 고용한 건 최근에 발견한 불가사의한 던전 때문이라고 하더군.”
“아아! 그렇다는 건?”
“그렇다. 데우스 역시 던전에 들어간다고 하더군.”
“아!”
블랙의 그 말에 모두가 화색을 띠었다.
계획은 뻔했으니까.
“그동안 알려지지 않게 최소 인원만 데려간다. 데우스 길드가 그런 곳에 시선이 쏠린 시간에.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예!”
소수 정예로 움직이다 보니 첩자가 있을 수 없었으므로.
이때가 기회였다.
모두가 눈을 빛내고 있을 때.
오직 블랙만이 스산한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데우스?
아니, 그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무언가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가 가져간 모양이야.’
최초 보상을 가져간 이.
블랙은 그게 필히 비슈누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화이트’에게 할 이야기가 생긴 거 같다.
그리고….
‘정말 올라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군.’
이제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지역이동 퀘스트에 집중할 때였다.
데우스도, ‘그’도 시선이 쏠린 사이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