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34화
44장. 옛 1위와 현 1위(2)
데우스 역시 듣는 귀가 있으니 비슈누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자신과 견줄 수 있는, 혹은 아수라를 능가하는 재능이라던 소리.
데우스는 그 모든 소리를 헛소리라고 치부했다.
뻔한 반응이었다.
자신 역시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랭킹에 오르지 않았던가.
세간의 관심이란 언제나 그리 떠든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보고 있노라면 느낌이 이상했다.
190㎝가 넘는 자신의 키보다는 작지만 결코 작아 보이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저 의연한 태도.
현 랭킹 1위인 자신을 만났음에도 별 대수롭지 않아 한다.
그리고 그건 그 뒤에 있는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간의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지.’
데우스는 그렇게 잠시 비슈누와 일행에 대한 평가를 다소 높였다.
그들의 영상을 본 적은 없지만 한 가진 확실하다.
저런 태도를 보일 만큼의 실력은 있겠거니.
그리 생각했다.
뭐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만.
이곳은 지금 신등급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신등급인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
데우스는 그렇기에 비슈누를 보며 말했다.
“비슈누, 당신과 퍼시벌은 신등급이라 들었지만, 저 새로운 동료는 신등급이 아니라면 이번에 합류할 수 없다.”
단호한 음성.
하지만 비슈누는 그 말에 살며시 웃었다.
비웃으려는 의도도 없이 순수한 미소.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그녀 역시 신등급 직업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저희 에인헤랴르 용병단은 신등급 이상의 직업만 받는 용병단입니다.”
“…….”
살며시 웃으며 하는 말.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것이었지만, 힘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데우스는 그 말에 잠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오직 신등급만 가입할 수 있는 길드?
이름은 용병단이라 하긴 했으나, 명목상의 이름이고 사실상 길드가 맞다.
다시 말해 신등급만 가입할 수 있는 길드라.
무엇보다 그 길드를 용병단으로 꾸린다는 것은……
“무시무시하군.”
데우스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했고, 비슈누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을 뿐이었다.
어마어마한 심계를 본 것 같은 데우스는 살짝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오직 자신의 강함만 신경 쓰는 자이다.
길드의 성장?
오히려 다른 간부들이나 신경을 쓰는 요소였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야말로 길드장이면서 방임을 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
하지만 그 순간 데우스는 느낄 수 있었다.
여태껏 흑사자 길드에게도 흔들리지 않았던 1위 길드라는 입지가.
저들로 인해서 흔들릴 수도 있겠노라고.
‘엄청나군.’
신등급만 꾸린 길드.
그리고 그들을 모조리 용병으로 한다라.
이미 에인헤랴르 용병단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들었다.
길드간의 분쟁과 플레이어 간의 분쟁은 결코 끼어들지 않는 특이한 조항.
하지만 그거야말로 저 용병단의 힘이라 생각했다.
다른 길드들끼리 싸우는 데 끼지 않겠다는 건 건들지 않겠다는 말이 된다.
이 속뜻은 간단하다.
‘우리는 언제나 너희와 싸울 수 있다.’
라는 뜻을 내포한 것과도 같았다.
싸울 수 있지만, 싸울 수 있다는 뜻.
너무 비약이 아니냐고?
그 증거로 에인헤랴르 용병단은 그런 일로 고용한 이들을 영구제명하겠다 선언했다.
싸움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그 누구도 건들 수 없게 만들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를 누구보다 높이는 법이었으니.
무엇보다.
소수의 인원이 다인원과의 전투가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적어도 게임에서는 반대였다.
‘강력한 소수가 게릴라전을 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없지.’
특히나 셋 모두가 신등급 직업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강력한 컨트롤을 지녔다면?
그 어떤 길드도 이기지 못하리라.
현재까지 신등급을 둘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길드는 고작 셋이었다.
모두 7대 길드로 1위인 데우스 길드와 2위 길드인 흑사자 길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7대 길드 중 길드 랭킹 4위인 블리자드 길드였다.
한데 고작 셋 있는 길드에 신등급이 무려 셋이라니.
‘이번 던전에서 저들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군.’
오직 자신의 강함만이 관심이 있는 데우스였지만, 비슈누와 퍼시벌,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발키리라는 인물에 대해 짙은 호기심이 들었다.
새롭게 합류한 인물 역시 신등급이라니.
데우스가 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옆으로 다가온 이가 있었다.
소년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나이가 좀 있는 녀석.
데우스 길드에 차기 2인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후발대인 루키임에도 벌써 99위에 오른 해월이었다.
“데우스 님도 신경 쓰이시는가 보군요?”
“…….”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저들과 대화하는 걸로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을 거다.
자신의 강함 외에는 아무런 것도 관심이 없는 사내라는 걸 길드 내에 모르는 이가 누구도 없었으니까.
해월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데우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뭐 당연하죠. 저만 해도 끝자락이라고는 해도 하이랭커인데도 저들을 이길 자신이 없네요.”
해월의 그런 말에 데우스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해월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해월.
그저 겸손해 보이는 모습일 수 있지만, 해월이 데우스를 아는 것처럼 데우스 역시 해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결코 겸손한 이는 아니었으니까.
“…의외군.”
“뭐, 사실인 걸 어쩝니까. 저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죠.”
“그만한 실력자인 모양이군.”
“아마 던전에 가서 확실해지겠지만, 영상으로 봤을 땐…….”
해월이 잠시 말을 멈춰 데우스를 봤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데우스도 자리를 내주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데우스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이탈했지만, 해월은 그런 데우스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한 사람은 아니니 당연한 반응이라 해야 할까?
뭐 이 정도는 예상했으니 그러려니 해야겠지?
해월은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는 용병단을 바라봤다.
에인헤랴르 용병단.
신화 속에서는 오딘의 기사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이곳에서는 하나같이 신등급, 다시 말해 신에 필적한 이들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신의 기사단이 아닌 신 기사단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해월은 그런 이들을 보며 기대가 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자신들은 이걸로 전이문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네.”
던전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재미는 있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