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38화
45장. 추방자의 평원(4)
로스트 이데아 게임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SSS등급 던전.
원래라면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도래해야 하지만.
이들에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앞은 진짜 보스일 테니 휴식을…… 취하고 가시도록 하죠.”
말하는 데우스조차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했다고 휴식을 취할까?
지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네 번째 폭포에 오기 전 언덕까지는 쉰 적도 없었고, 세 번째인 언덕을 클리어하고 한 번 쉬지 않았는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때의 휴식도 딱히 필요 없었던 거 같다.
너무 많은 휴식을 취하는 거 아닌가 싶었으나.
다음은 정말 보스방이니 만반의 준빌 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면 폭포가 어렵지 않았느냐?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았다.
상당히 어려웠다.
그것도 원래 데우스의 파티였다면 클리어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미쳤다.’
해월은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른 저 셋을 봤다.
이제는 하이 랭커인 해월이 꼴찌가 되어버린 스코어다.
사실 데우스는 점수를 일정하게 간격을 유지하는 중이지만.
자신은 이미 너무 벌어져 버렸다.
따라잡기 쉽지 않은 수준.
무려 하이랭커인 자신인데 말이다.
그것도 신등급 하이랭커이지 않은가.
한데 이렇게나 결과가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네.’
솔직히 에인헤랴르 용병단을 고용했다고 처음 들었을 때, 던전은 클리어하리라 생각하긴 했다.
아무리 SSS급 던전이라 한들, 제한으로 걸린 4인보다 한 명 더 많은 5명이었으니.
그래도 어렵게 클리어하지 않을까? 했건만.
이건 무슨 말도 안 된다.
원래 데우스의 파티보다도 훨씬 강력한 모습.
그걸 보면서 해월은 고개를 저으며 데우스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지금 전력이 원래 파티보다 강하죠?”
“…맞다. 원래 파티였다면 여기서 절반 이상이 죽었겠지.”
데우스의 말에 해월도 잠시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사망자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들 역시 뛰어나긴 하지만, 단합은 쉽게 되지 않는 이들이었으니.
그렇게 본다면 이 던전은 오히려 신등급이라는 제약으로 성공할 수 있게 된 거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비슈누 님의 힘이 크네요.”
“그렇지. 무려 능력치 효율을 300%까지 끌어내는 사제는 유일무이하니까.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지.”
데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슈누를 바라봤고, 해월 역시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 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했다.
“당장 데미지나 딜링 능력만 놓고 본다면 하이랭커, 아니, 적어도 30위권까지는 오를 거다.”
“힐링 능력까지 합하면 탑10도 무리는 아니죠.”
“그렇지.”
원래 사람에 대한 평가가 짜기로 유명한 데우스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얼마나 뛰어난 건진 모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 오만한 데우스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파티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자 요청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게 끝이 아니고 그 후로 경칭을 붙이는 거부터 말이 안 되었다.
적어도 해월이 아는 데우스는 그랬다.
데우스가 존경하는 이는 오직 아수라뿐.
그러나 이번에 그 사람이 하나 더 늘어버린 거 같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네요.”
“그렇지. 초창기에, 아니, 몇 달만 조금 일찍 했어도 내 자리는 위험했을 거다.”
“허, 데우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엄청나네요.”
“세간에서는 퍼시벌과 비슈누 님이 합치면 아수라 님 이상이라 했지만, 나는 퍼시벌이 아닌 탑10, 아니, 하이랭커 누구라도 비슈누 님과 함께한다면 아수라 님을 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허.”
아수라에 있어서 늘 진심인 데우스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새삼 얼마나 대단한 건지 느낄 수 있었다.
해월은 그런 데우스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였다.
그렇다면 데우스는 포기한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의가 넘치는 눈빛이었다.
마치 너무나도 먼 목표에 아득했던 사람이 그 중간점을 찾은 느낌이랄까?
라이벌의 존재는 이렇게 효과적이긴 했다.
데우스의 이런 모습을 보며 해월은 속으로 생각했다.
‘파티원들 대대적인 교체가 있겠네.’
지금의 파티는 이대로는 안 된다.
데우스가 원하는 저런 에인헤랴르 용병단과 같은 파티를 만들려면 적어도 지금 길드에서 가장 강한 이들만 뭉치게 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
적재적소로 사람을 모집하고, 그들을 휘어잡으리라.
저들을 보고 배운 데우스라면 그럴 테니.
당장 해월만 해도 그러고 싶었다.
아무튼 그 쇠고집인 데우스의 고집을 꺾을 정도였으니.
해월은 앞으로도 저들을 고용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 거 같다.
‘우리 길드에서도 전설 등급 스킬북은 희귀하니까.’
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해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휴식에 전념했다.
저들이 있어 쉬워지긴 했으나 난이도 자체는 상당했으니.
조금이라도 휴식을 더 취하고 방해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 요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