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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 139화 (465/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39화

45장. 추방자의 평원(5)

사방의 공기가 모든 것을 짓누르고 있다.

중력이 몇 배로 늘어난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느낌?

아니다, 느낌이 아니다.

데우스는 순간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자 바닥 전체가 짓눌리면서 거대한 흔적이 남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만한 압박감을 보인 보스가 여태껏 있었을까?

적어도 데우스는 본 적 없다.

로스트 이데아 랭킹 1위인 그가 본 적 없다면?

웬만하면 본 적 없으리라.

어마어마한 그 압력에 붓을 쥔 사내는 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분명 자신의 압력조차 부들대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이다.

한데 신의 사도라고?

아니, 사내는 순간 신의 사도를 능가하는 힘을 느꼈다.

선계에서도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신성력.

‘높은 곳의 영감들을 보는 느낌이었지.’

선계보다 더 위.

신계에서 본 신의 존재감?

아니, 그보다도 컸던 거 같다.

그러니 이렇게 전심전력으로 힘을 개방한 거 아니겠나.

방심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비하기 위해.

한데 이걸 봐라.

마치 벌레처럼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습을.

순간 착각한 걸까?

사내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실제로 아직도 저 거대한 방패를 쥔 여자에게서는 신의 힘이 느껴진다.

다만 자신과 비슷한 냄새도 난다.

즉, 추방자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건 영락했다는 뜻인데.

그럼 아까 자신이 느낀 힘은 무어란 말인가?

미리 대비를 하고 지금도 이렇게나 경계를 했는데도 아까와 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지금 공격을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겠지?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심성은 어디 사라지지 않은 것인지.

허공에 붓을 휘둘렀다.

먹이 허공에 그려지며 그림자와 같은 이들이 생겨났다.

무려 다섯의 수.

저런 압박 속에서 움직이기조차 힘든데, 전투까지?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다.

‘자, 그 힘을 보여봐.’

사내는 그런 생각으로 그들이 어떻게 나설지 지켜봤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이가 움직였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을 휘두른다.

그런다고 압박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텐데?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고 지켜보자.

순간 놀라운 걸 볼 수 있었다.

서걱! 서걱!

허공을 베어내자 아까보다 훨씬 움직이기 편해졌는지 가볍게 움직이는 남자.

다름 아닌 데우스였다.

역시 랭킹 1위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가 움직여 달려드는 다섯 그림자들을 상대했다.

평소보다도 움직임이 뜸하고 훨씬 둔감해진 모습이지만,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다행이라 해야 할 건, 압박을 받고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라는 거다.

그림자들 역시 움직이는데 뭔가 버벅이는 걸 보아 비슷한 압박을 받는 모양이다.

좀 약한 거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하가 든다는 건 비슷했으니.

데우스는 그대로 나아가 그림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하늘 속 검.”

푸욱! 푹!

순식간에 나타난 검들이 그림자들의 등 뒤에서 심장을 찌른다.

데우스는 그걸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다른 스킬도 연이어 외쳤다.

“천검폭쇄!”

그림자에 꽂혀 있는 하늘의 검들이 순식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대하게 폭발했다.

콰가강!

거대한 폭음!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검이 폭발하면서 그 파편들이 그대로 그림자들을 찢어발기는 와중에.

산산조각이 나 튀긴 파편들 역시 다시 한번 폭발하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벙!

연쇄 폭발.

어마어마한 폭발에 그림자들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그걸 바라본 사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사도들만 경계를 하긴 했지만, 저 남자 역시 얕잡아 보지 않았거늘.

설마하니 저만한 실력자일 줄 몰랐다.

자신의 압박을 베어내고 그대로 수하인 그림자들도 쓰러트리다니.

솔직히 놀랄 정도.

사내는 하지만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허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법구도 아닌 것이 허공을 베어버리다니. 신기하단 말이야.”

저 혼자 중얼거린 말이지만.

데우스는 그 말에 긴장하며 검을 고쳐잡았다.

바로 그 직후.

사내가 발을 한걸음 내뻗자.

공간을 접은 것마냥 사내가 그대로 데우스의 앞에 나타났다.

채 반응도 하기도 힘든 속도.

블링크나 점멸과 같이 전조 증상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발을 한걸음 내뻗은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었던 터일까?

데우스는 그걸 보고 바로 검을 휘두른다.

오랜 연습 끝에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는 행동.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반응행동이었다.

하나.

까가가가가가가!

“반응 죽이네? 뭐 아까 저 신의 사도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

사내의 말에 데우스는 별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으니.

만일 비슈누였다면 반응을 하고 이미 반격까지 했을 터.

분해하지 않았다.

자신이 더 분발하면 되는 일이니!

데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검을 한낱 붓으로 막고 있는 사내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대로 걷어차고 물러날 심산.

하지만 그걸 그대로 당하고 있을 사내가 아니다.

발을 뻗는 데우스를 향해 붓을 놀려 허공에 먹을 그리려는 순간.

그 둘 사이에 누군가 나타났다.

기다란 창을 쥐고 두터운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사내.

다름 아닌 퍼시벌이었다.

퍼억!

“흐으음.”

타다다다다다.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나타난 퍼시벌이 그대로 사내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하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듯 뒤로 빠르게 물러나는 사내.

충격을 받아 그대로 뒤로 물러나 상쇄하려는 거다.

순간적으로 저런 판단을 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는 데우스였으나.

퍼시벌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놈을 걷어참과 동시에 창을 강하게 던진다.

허공에 몇 회전이나 돌면서 빠르게 뻗어낸 창은 허공을 강하게 가르며 뒤로 물러나는 사내에게 쇄도하는 창.

그 속에 서려 있는 신성력을 보며 걷어차였음에도 여유를 보이던 사내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역시나.

작게 그 소리가 들린 직후, 창이 사내에게 도달했고, 사내는 그런 창을 보며 그대로 붓을 휘둘렀다.

콰─────────아앙!

거대한 충격과 함께 허공에 흙구름이 피어올랐다.

어마어마한 충격이라는 건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순간 저 풍압이 그 압박을 이겼을 정도였으니.

해월은 그걸 모두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이야 원래 근력 수치가 낮은 마도사이니.

못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퍼시벌과 데우스가 움직이는 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데우스는 허공을 베어버리며 압박을 줄이고 움직이는 거였으니.

그러려니 했다.

한데 퍼시벌은 그대로 움직이는 걸까?

그런 의문과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애초에 움직일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비슈누와 발키리 또한 볼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그래 많이 용인해서 퍼시벌과 데우스, 발키리까지는 그럴 수 있다.

근력에 투자하는 캐릭터들 아닌가.

한데 비슈누는 자신보다도 근력이 약할 텐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의문이 정점을 찍었을 때.

비슈누가 해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비슈누의 말이 들리자 확실히 압박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닌 약간 남은 수준이긴 하지만.

이전처럼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걸까.

압도당하는 해월을 뒤로하고, 흙먼지에서 툭툭 옷을 털며 사내가 걸어 나왔다.

“에휴, 역시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 미리 준비해 놓은 함정도 통하지 않아. 기습과 압박도 통하지 않는다? 이거……”

사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순간 비슈누가 말을 끊고 대답했다.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이거 맞나?”

“……?”

“그, 그거 영화 대사 아니에요?”

“아하하! 재미있게 본 영화라 참을 수가 없었네요.”

“…….”

비슈누가 말을 끊자 인상이 여전히 구겨진 채로 사내가 그들을 바라봤다.

기습도 밀리고, 기세도 통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적이다.

특히 저 사제.

‘믿기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도 순도 높은 신성력이다.

마땅한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신성력을 품게 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압박에서 동료를 벗어나게 하다니.

솔직히 말해 저게 가능한 건지도 몰랐다.

사내는 그러면서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며 피식 웃었다.

뭐 어려워진 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이들이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건 이미 정해진 이야기이니.

탁!

사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비슈누가 신성력을 불어넣어주었음에도 남아 있던 압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모두가 평등해진 조건.

하지만 압박이 사라진 것만큼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흉악한 기운이 더 거세졌다.

하기야 당연하지.

모두를 짓누르고 있던 기운이 모두 사내의 것이었으니.

그걸 회수한다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일 터.

해월은 그걸 느끼며 준비했고, 데우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비슈누만이 가볍게 외쳤다.

“자 너는 몇 살부터 추방자 생활을 했는지 들어볼까?”

비슈누의 말이 기폭제가 되어 사내가 움직였다.

달려드는 것이 아닌 뒤로 물러나면서 옆으로 손을 뻗어 붓을 허공에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려지는 용의 형상.

저렇게 빠르게 용을 그리는 것도 신기했건만, 더 신기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용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롸라라라라!>

거대한 포효소리와 함께 용이 하늘에 손을 뻗는다.

용이 손을 뻗음과 동시에 하늘에 먹구름이 생겨났다.

쿠르르르르르르릉.

검은 먹구름은 번개를 머금었는지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등장하며 폭우를 쏟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아아!

먹과 같은 검은 비.

마력이 대체 얼마나 많으면 비까지 내릴 수 있게 하는 걸까.

일행들이 모두 긴장한 순간.

하늘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낙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득!

거대한 낙뢰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떨어지는 순간.

데우스가 나섰다.

“천검방호!”

채재재재재재재재재재쟁!

순식간에 나타나는 하늘의 검이 주변에 모이며 거대한 방패처럼 검들이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그 검의 방패를 강하게 때려 갈기는 낙뢰.

─────────────!

세상이 빛에 물들 듯 허공이 갈라진다.

검의 방패는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했고, 낙뢰 역시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용은 남아 있는 상태.

그때 용이 바로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며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용종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숨결 공격.

막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들이라고 한들 위험하리라.

데우스가 그 모습을 보며 긴장한 채로 새롭게 다른 스킬을 사용하려던 순간.

[천검을 생성하기 위한 천기가 부족합니다.]

천기가 부족하다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사용한 천검방호가 너무나도 많은 천기를 가져간 것.

이대로 맞아야 하나 싶었을 때.

발키리가 앞으로 나섰다.

숨결 공격을 과연 막을 수나 있을까 싶은 가녀린 몸.

하지만 그런 그녀가 굳건한 방패로 땅을 찍었고, 동시에 외쳤다.

“성기사의 방패.”

화아아아아아아!

세찬 빛이 방패에 깃들었고, 그 순간 용의 숨결이 그대로 쏟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무지 저 가녀린 여인이 막기 힘들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숨결이다.

진짜 용종 몬스터가 내뱉는 숨결과 똑같다고 생각이 드는 숨결 공격.

하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숨결 공격에도 굳건히 방패를 쥐고 서 있는 발키리.

그런 발키리가 뒤를 돌아 데우스에게 말했다.

“이 파티의 탱커는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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