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 140화 (466/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40화

46장. 붓의 추방자(1)

데우스는 숨결을 막아준 발키리를 보며 순간 눈을 끔뻑였다.

이 팀의 탱커는 자신이라니.

그걸 누가 모르나 싶었지만, 데우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자신의 파티로 생각하고 자신 외에 방어할 수 있는 이가 없다 판단하고 평소처럼 자신이 막아버린 거다.

때문에 천기를 순간 다 소모해 버려 이런 딜로스가 일어나고 만 것.

데우스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반성하겠습니다.”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발키리는 뼈있는 말을 건네곤 다시 방어에 전념했다.

평소 리베우스나 현성에게는 어수룩한 모습만 보였는데 막상 데우스에게는 이렇게 듬직한 모습이라니.

순간 데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발키리를 뻔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데우스를 바라보는 리베우스.

순간 리베우스가 당혹스러워하며 고개를 흠칫 떨었고, 그걸 본 현성이 피식 웃었다.

리베우스도 저럴 때가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어쨌든 발키리가 숨결을 모두 막아내자 반격을 준비하기 위해 해월과 퍼시벌, 데우스가 대기했다.

그리고 발키리는 그런 그들을 향해 외쳤다.

“이후에 잠시 저는 전열을 이탈하겠습니다.”

하기야 저런 어마어마한 공격을 막았으니 당연한 일.

모두가 수긍하고 반격을 준비하자.

“쯧.”

붓을 쥔 사내는 작게 혀를 찼다.

그래도 회심의 힘을 담아 만든 용이건만.

저리도 허무하게 막히다니.

그것도 용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낙뢰와 숨결 공격이 저리도 허무하게 막히다니.

다행이라 해야 할 건 저 검사의 기운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거?

빠르게 다시 차오르고는 있지만.

기회임은 틀림없다.

틈을 노리고 사내는 바로 붓을 휘두르려 했다.

붓끝에 걸려 있는 용의 꼬리.

서로 이어진 듯 용을 조종해 발키리의 철통 방어 너머의 데우스를 공격하려던 찰나.

그 순간 빠르게 퍼시벌이 나선다.

창을 쥐고 빠르게 투창하여 사내를 노린다.

거세게 공기를 가르고 날아드는 창을 보며 사내는 하는 수 없이 용을 조종해 공격하려던 것을 멈추고 창을 막아 세웠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용의 거대한 손 앞에 막힌 투창.

하지만 사내는 느낄 수 있었다.

투창을 막은 손 부분만 먹이 흐릿해진 것을 말이다.

상당히 데미지가 강하다는 걸 느낀 사내는 표정을 와락 구기며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붓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붓과 연결되어 있던 용은 그대로 붓에 흡수가 되듯 빨려들어 간다.

순식간에 거대한 용의 형상이 사라지자 데우스 역시 빠르게 움직여서 사내를 공격하려 달려들었다.

마찬가지로 퍼시벌 역시 허공을 박차며 허공을 가르더니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사내에게로 향한다.

“쯧!”

사내가 다시 혀를 차며 자신의 붓으로 허공에 선 하나를 긋자.

거대한 손이 그 선을 찢으며 나타났다.

마치 균열을 찢고 나오는 괴물과도 같은 모습.

“괴력난신.”

사내가 그리 말하자 먹의 선을 찢고 등장한 검게 물든 거대한 손이 바로 데우스를 잡아 찢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데우스는 도약하던 방향을 직각으로 틀어 피했고 퍼시벌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걸 노리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둘이 갈라지듯 피하자 손은 속절없이 허공을 쥐어뜯었고.

그 순간 지상에서 거대한 번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낙뢰가 아니라 승뢰라 해야 할까?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거대한 번개의 용이 승천하자.

거대한 손은 그 번개의 용을 발견하곤 손을 곧바로 펼쳤다.

사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손은 충분히 사내를 막고도 남았고, 번개의 용은 거대한 손을 강타했다.

번───────────쩍!

눈 부신 빛이 순간 세상을 하얗게 물들여놨다.

한 치 앞도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세찬 빛.

하지만 그런 빛이라 한들 그들의 돌격을 막을 순 없었다.

빛이 보이는 순간 바로 퍼시벌과 데우스가 달려들었고, 거대한 손이 넝마가 되어 다시 선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사내를 노린 거다.

그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사내 역시 그를 느끼고 빠르게 무슨 수단을 사용하려 하자.

지상에서 느껴지는 빛살과도 같은 무언가가 자신의 그림자에 꽂혔다.

다름 아닌 빛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칼들.

사내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밑에서 비슈누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주 조그만 시간의 경직.

아니, 마비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퍼시벌과 데우스를 바라봤다.

“허허.”

허탈하게 웃으면서 그들의 공격을 바라봤다.

데우스는 천기를 한 번에 충전하는 회복 스킬을 사용하고는 자신의 강대한 스킬 중 하나인 거대한 검을 하늘에서 소환해 사내에게 꽂으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데우스 자신은 솟아나려는 천검을 쥐고 달려들어 검을 꽂으려 한다.

반면 퍼시벌은 쥐던 창을 강하게 투창하곤, 허공에 손을 쥐었다.

그러자 나타나는 빛의 검.

어마어마한 신성력의 집합된 검.

성자의 검이었다.

투창 역시 어마어마한 힘과 성스러운 섬광을 담아 쏘아지고, 그 쏘아지는 창과 함께 달려드는 성자의 검을 쥔 퍼시벌까지.

하늘에선 거대한 검이 떨어지며, 강대한 신성력을 지닌 투창이 쇄도하고, 하늘의 기운이 담긴 검을 겨누며 자신을 찢어발기려는 검사와 믿기지 않는 신성력의 집합으로 만들어진 검으로 자신을 베려는 창지기까지.

그러나 사내는 움직일 방도가 없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공격들을 바라보며 순간 눈을 감았다.

─────────────!

아까의 번개의 용과는 차원이 다른 빛의 파동이 퍼져 나갔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충격은 절벽 주변의 모든 바위를 뒤흔들었고, 약한 지반은 무너지며 갈라지고 있었다.

산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며 그 중심인 빛의 구에서는 두 그림자가 튕겨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다름 아닌 퍼시벌과 데우스.

강한 충격에 밀려나 절벽에 튕겨 나가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해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둘을 바라봤다.

왜 저들이 공격하고 저들이 튕겨 나왔을까?

상황을 봐서 자신들의 공격에 튕겨 나온 건 아니다.

그렇다는 건…….

“후우, 쉽지 않네.”

가시가 잔뜩 솟아난 두꺼운 검은 구.

마치 성게와 같은 모습.

동시에 그 성게와 같은 것이 쩌적거리면서 깨지고 그 안에 있던 사내가 튀어나왔다.

방어를 해낸 것일까?

그런 생각으로 사내를 봤지만, 사내 역시 멀쩡하진 못했다.

첫 일격을 막지 못한 것인지 옷이 상당히 넝마가 되어 있었고,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뒤이어 데우스와 퍼시벌이 달려드는 것은 막아서 저 정도인 것일까.

해월은 그 모습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둘의 합공은 완벽에 가까웠다.

아니, 완벽했다.

한데 그 찰나의 순간에 그 후속타를 막았다고?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 붓으로 저 성게와 같은 것을 만들어 방어한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넣었다는 거 아닌가.

그것도 데우스와 퍼시벌을 상대로.

“후우, 쉽지 않네.”

사내가 그렇게 말하자, 해월은 그런 사내를 괴물을 보듯 바라봤다.

붓의 추방자라 불리는 그.

상당히 여유가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죽을 뻔했군.’

그 역시 상당한 내상을 당했다.

방금 보인 그 성게와 같은 모습은 가시의 먹이라는 기술로, 사내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이자 반사의 효과가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게 깨진 여파도 상당히 컸다.

이걸로 한동안 다시 꺼낼 순 없을 거다.

하지만 괜찮다.

덕분에 두 딜러를 빈사로 만들어냈으니까.

아무리 저 사제가 대단하더라도 저만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상당한 힘이 소진될 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저 사제의 힘만 뺀다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내에게.

비슈누는 싱긋 웃으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잠의 축복.”

그 순간.

붓을 쥔 사내는 사제에게서 검은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해골과도 같은 형상인가?

아니면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인가?

그도 아니면 끔찍한 형상을 한 괴물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 형상을 다시금 본다면 자신은 죽는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신이 추방되기 전.

최고 신선을 호령하던 그때였다 하더라도 저 존재에게는 안 된다.

한낱 장난감처럼 놀려지다 죽게 되리라.

“도, 도대체…….”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사내가 격렬하게 몸을 떨며 상황을 바라보자.

분명 가시의 먹에 반격당해 빈사에 가까웠던 둘이 멀쩡하게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상처를 치유받고, 심지어 기운마저 회복된 모습.

그걸 보며 사내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제.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저분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원래 그였다면 항복을 했으리라.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승산을 거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는 걸 알기에.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아까의 그 섬뜩한 모습은 다시 드러나지 않는다.’

이건 확신했다.

그 기운과 지금 저 사제의 기운을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일 정도였으니.

물론 당장 가지고 있는 저 기운을 보자면 남은 사제는 약하진 않다.

저 검사 다음가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 기운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하다는 거지.

도대체 어떤 존재를 섬기고 있는 걸까.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살아남을 수 있다.’

불리한 게 너무나도 많다.

자신은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그나마 빈사였던 저 둘이 되살아났으니.

불리하다 할 수 있었지만.

글쎄?

“후우, 이거까지 써야 하다니. 나도 정말 많이 나약해졌구나.’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붓을 휘둘렀고.

붓이 그어진 곳에서는 아름다운 검은 꽃밭이 펼쳐졌다.

검은 꽃밭은 사내에게 여러 꽃내음을 선사하며 그의 몸을 치유해 주었다.

치유의 먹.

사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중 가장 회복력이 좋은 기술 중 하나였다.

다만 그걸 본 비슈누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붕붕이네, 꽃향기 맡고 힘내는 거 보면.”

“……너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네.”

사내는 그런 비슈누를 보고 말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큰 뜻 없는 말이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짜증이 나는 말이었다.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 주는 수밖에.

사내는 여태껏 아주 조금 남겨두었던 여력까지 모두 꺼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런 사내를 보며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다름 아닌 퍼시벌이었다.

성자의 검이 사라져 창을 다시 꺼내 강하게 꼬나쥔다.

동시에 온몸이 순백색의 광휘에 휘감기고, 등 뒤에서는 백색의 날개가 솟아났다.

퍼시벌의 최강의 버프인 에인헤랴르.

그걸 발동하고 창을 꼬나쥔 채로 사내에게 달려들었고, 사내는 자신의 몸에 붓을 휘두르곤 외쳤다.

“괴력난신, 합일.”

순간 먹이 사내의 몸에서 꿈틀거리면서 사내를 집어삼켰고, 먹으로 칠해진 사내가 거대해지며 순백으로 변한 에인헤랴르 상태의 퍼시벌과 격돌하였다.

투───────────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