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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다가오는 종말
해가 지는 어스름한 저녁, 한국인들은 강렬한 오렌지색 섬광을 뿜으며 검은색의 긴 연기 꼬리를 달고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셀 수도 없는 많은 수의 유성우를 보며 환호했다. 전국의 거리와 건물 옥상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마치 2002년 월드컵 경기에 보내던 환호보다 더 큰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죽음의 위기를 완전히 해소한 기쁨의 환호는 지구의 모든 곳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약 10개월쯤 전, 지구를 경악에 빠트린 하나의 성명이 UN 명의로 울려 퍼졌다. 소행성 하나가 지구로 다가오고 있으며 충돌 확률이 50%가 넘는다는 것이다.
UN의 주제 하에 세계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지난 5년간 해 왔으며 몇 달 후 미, 러시아, 중국의 대 소행성 무기인 벌크임팩터 20기 발사, 소행성의 파괴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지금의 최선이라고 했다.
지구 전체는 소행성이 파괴될 그때까지 계엄령의 들어갈 것이며 지구의 모든 인류는 정부의 통제에 착실히 따라 달라는 내용이었다.
TV에 나온 과학자들은 그 소행성의 위험을 CG를 곁들여 실감 나게 설명했다.
태평양 어딘가로 떨어질 소행성은 지름 약 500m의 크기로 공룡멸종을 일으킨 소행성보다는 작지만, 현대문명에는 치명적 위협을 줄 것이라고 했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회복 불가능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하늘로 올라간 먼지가 대기를 뒤덮어 기후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 결과로 상당수 동식물이 멸종할 것이고 살아남은 인류는 더 지금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구는 발칵 뒤집혔다. 계엄령하에서도 약탈과 방화가 끊이지 않았고 사이비종교는 들끓었으며 자살자가 속출했다. 주식은 폭락했고 산업은 마비되었다.
이런 대혼란은 3국에서 벌크임팩터가 날아오르고서야 진정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벌크임팩터에 기대를 걸면서도 동시에 종말에 대한 준비를 해나갔다.
로켓들이 지구를 떠난 지 약 다섯 달 후, 소행성이 화성궤도 근처에서 성공적으로 파괴되었다는 뉴스가 지구를 덮었다. 그 파편들이 지구로 날아올 것이지만 대부분 대기권에서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하고 열흘 정도가 지나 마침내 소행성 파편들은 지구대기권에서 화려한 유성쇼를 만들고 있었다. 가장 많은 유성이 몰린 한국에서는 마침 저녁 무렵이어서 더욱 화려한 쇼를 볼 수 있었다.
그 후 약 1주일 동안 지구의 하늘은 유성이 남긴 재로 뿌옇게 변했다. 차도 빨래도 온통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먼지를 부활의 증표로 기쁘게 맞이했다.
그러나 지구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유성우는 종말을 끝낸 불꽃놀이가 아닌 진정한 종말의 시작이었음을. 그리고 지구의 생명은 대격변을 겪게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