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3화 (3/145)

# 3

각국의 정부는 날로 확산하는 이상 사태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새, 쥐 등에서 시작하더니 개 고양이로 번지고 심지어 돼지 같은 큰 잡식성 동물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한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을 시작으로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이상 사태가 보고되더니, 점점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는 것이 조만간 지구 전체로 퍼질 분위기였다.

WTO에서는 결국 다국적 연구기관의 설립을 의결하고 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유전공학자, 생태학자 등 도움이 될만한 모든 사람을 차출하기로 했다.

연구소의 설립 위치는 가장 먼저 변이체가 발생했고 또 샘플이 풍부한 한국으로 하는데 별 이견은 없었다. 단 미국은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평택 미군기지 내에 설치하는 것을 주장했다. 미국은 연구결과의 독점을 원했지만 다른 모든 나라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결국 연구결과를 매일매일 100% 인터넷으로 제한 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미군기지 내 설치를 찬성해줬다.

국제변이체연구소 (ITL―International Transformer Lab)라고 이름 지어진 연구소의 설립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수많은 최고의 학자들이 한국으로 왔고, 최첨단의 설비들도 무상으로 지원되어 그들을 따라 도착해서 바로바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국에서 여러 종의 샘플들이 포획되어 속속 연구소로 보내졌으며, 한국에 없는 종을 가진 다른 나라에서도 샘플이 보내졌다. 학자들은 설비의 설치와 함께 그들 동물에 대한 각종 실험을 시작했다.

* * *

해가 바뀌고 2월 초의 어느 날, 38살이 된 이진성은 여전히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일과였다.

요즘 이진성인 자신의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에 방송에서 봤던 동물들이 변하기 전의 현상이 자신에게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이 많아지는 것과 육식을 더 하게 되는 것, 그리고 배변이 줄어드는 것들을 모두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ITL의 홈페이지를 매일 확인했다. 변이체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는 대로 확인하고 외워 나갔다.

ITL의 발표 내용에서 변이체의 변이에 대한 기본 내용은 이랬다.

<변이체가 되든 안 되든 모든 육식성과 잡식성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유전자가 변형되고 있다. 그중에 70% 이상의 유전자가 변형된 개체 중에서 변이체가 발생한다.

유전자 변형이 약 60%가 넘어가면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배변이 준다. 육식성 식성으로 바뀐다.

변이체가 되는 유전자 변형의 퍼센티지는 개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쥐 또는 일부 조류와 같은 것들은 변형의 시작도 빨랐고 변이체가 되기까지의 기간도 짧았던 반면, 개, 고양이 등은 시작도 느렸고 기간도 더 걸린다.

변이체로 변하는 개체의 비중은 종별로 다르지만, 현재까지는 평균 30%의 개체가 빨간눈으로 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검붉은눈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빨간눈을 가진 것들이 특정한 개체를 물면 빨간눈의 타액이 트리거가 되어 변형을 일으킨다. 그 특정한 개체는 이미 70% 이상 유전자가 변형되었지만, 아직 빨간눈이 되지 않고 있던 상태다.

이들이 물리면 강한 경련과 함께 거의 10% 이상의 유전자가 한꺼번에 변해서 전체의 80% 정도의 유전자가 변형된다. 그 결과로 검붉은 눈을 가지게 되고 빨간눈 보다 더 강력한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된다.

검붉은 눈의 대상이 되는 개체 역시 종별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종 전체의 약 10% 정도다.

이들은 자신을 물은 빨간눈들을 거느리는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하나의 군집을 이룬다>

“나 원… 왜 인간의 변형에 대한 발표가 없냐? 내가 필요한 정보는 그건데…….”

이진성은 ITL에서 인간의 유전자 변형에 대해 가부를 확인해 주기만을 바라며 매일 ITL 을 확인해야 했다.

* * *

ITL의 한 회의실에는 흰색 실험 가운을 입은 몇 명과 다양한 국적의 30~40명이 모여있었다. 또 벽면에 설치된 수십 개의 모니터는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비추고 있었다.

매월 있는 정례 회의 날이었다. 회의의 참석자는 각국 정부의 이 사태 담당 책임자로 일부 한국에 파견된 사람들은 직접 참석하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화상회의로 참석했다.

웅성거리며 서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중인 사람들 사이로 흰 가운을 입은 후덕한 인상의 한 중년 여성이 앞으로 나서며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2월 정례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과 계속 웅성거리고 있을 뿐 앞의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쾅! 쾅! 쾅!

“아… 쫌… 말을 하면 집중하고 들으라고.”

책상을 내려치며 지르는 소리에 연구원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회의는 연구소장 박인화에 의해 주재 되었다. 연구결과는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특이사항에 대한 대책과 연구소에서 필요한 것에 대한 정부 결정권자들의 지원 결정이 주된 내용의 회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했음에도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는 극비의 내용도 이 회의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오늘의 기밀 연구결과는 한 건이었다.

“말씀드리기 전에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이 건은 아직 연관 관계가 확인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추측이며 앞으로 계속 연구해야 할 과제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는 소장이 말을 시작했다.

“흠… 이 사태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도 뭔가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닐까 하고 고민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이가 있기 얼마 전, 지구상에 없던 일이, 그것도 아주 큰 일이 생겼었죠.”

“설마… 소행성 라퓨타 말씀이신가요?”

“맞습니다. 저희는 그 운석 샘플을 확보하여 거기서 특이점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시료는 수백 개를 확보할 수 있었고 다양한 분석 방법을 동원하여 한가지 특이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는 소장을 기다리다 성격 급한 한 사람이 물었다

“그게 뭔가요?”

“살아있는 외계 미생물입니다.”

장내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소장의 발표는 운석 샘플에서 외계 미생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미생물보다 월등히 작은 그 외계 미생물은 운석이 지구로 들어오는 그 고온에서도 살아남았고 현재 그 미생물이 동물들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연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직 어떤 실험에서도 영향력이 밝혀진 것이 없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 미생물들이 과연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이 0%인 개체들을 어렵게 확보해서 그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시키고 있는데 아직 어떤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어쩌면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지구에 온 것이 이미 다섯 달이 넘어갑니다. 동물들의 변이체가 보고되기 시작한 게 서너 달 전이고요. 만약에 잠복기가 두 달 정도라고 한다면 저희는 앞으로 약 40일은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성이 떨어진 곳은 태평양 연안 국가와 그 주변이 대부분입니다. 유럽, 아프리카 등에는 운석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쪽에서도 변이 동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하나요?”

“유성은 안 갔지만, 유성이 불타면서 나온 가스는 거의 일주일간 대기권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진이 비와 함께 지구 곳곳에 내려앉았죠. 그것을 통한 확산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그 외계 미생물이라는 게 퍼졌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게 동물들 몸에 들어가… 그 뭐냐 유전자변형을 일으킨다 칩시다. 그 미생물을 죽이는 방법은요?”

“현재 연구 중입니다만, 아직은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럼 지금까지 한 게 뭐요? 이만한 시설에 이만한 사람들 모여서 한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럼 이 짧은 시간 동안 뭐를 바랬어요? 아직 현상도 모두 밝혀지기에도 짧은 시간이란 말입니다.”

결국 말싸움으로 번진 회의는 잠시 정회해야 했다. 모두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본건의 비밀 여부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 건은 결과가 나오고 발표를 하던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도 외계 생명체의 발견이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긴 하네요.”

“그게 좋겠습니다.”

결국 이견 없이 발표를 미루기로 합의되었다.

다음은 각국의 질문이었다. 소장이 바로 대답할 것은 대답하고, 자료가 필요한 것은 자료를 보내 주기로 하면서 하나하나 질문을 받아넘겼다.

“혹시 신체를 강화하는 유전자와 동족포식을 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아직 특정하지 못했습니까? 그것만 알면, 동족포식을 하지 않으면서 더 우수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유전자 변형된 우수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말을 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누군지 쳐다봤다.

“그런 인간을 만들 수 있으면 뭘 하려고요?”

한숨을 푹 내쉰 소장이 안타깝다는 듯 그를 한 번 더 보고 말을 이었다.

“그런 유전자를 특정하지도 못했지만, 유전자 조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 또한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쪽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신의 영역입니다. 또한 사람의 유전자를 바꾼다고요? 윤리라는 개념이 있기는 한 겁니까?”

그리고 회의는 ITL의 요청사항으로 넘어갔다. 이때부터 회의는 이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요청사항에 대해 서로 덜 주고 더 가지려고 책임은 떠넘기고, 권리는 더 주장했다.

박인화 소장은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연구원 한 명이 들어와서 소장에게 귓속말을 했다.

“우리 연구원 2명의 변이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놀란 소장은 소리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뛰쳐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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