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6화 (6/145)

# 6

경찰들을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물러났다. 지구대 순경 하나가 제멋대로 설치더니 결국 사고를 쳐버린 것이다.

놈은 순경의 목을 물어뜯고서는 순경과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꿈들 대더니 움직임이 멈췄다.

순경은 눈이 돌아간 채 발버둥 치며 소리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소리만 지를 뿐 정신을 놓은 것 같았고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오는 게 아무래도 동맥이 잘린 것 같이 보였다.

경찰들이 어찌할 줄 몰라고 하고 서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비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군인들이었다.

어느덧 현장은 개인화기로 무장한 군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금속 재질로 보이는 그물을 들고, 폭탄 제거반이나 입는 방호복을 입은 몇몇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경찰들은 뒤로 밀려나며 군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후 지휘관이 놈에게 그물을 던지고 포박하라고 명령했다.

“그럼 우리 순경은요.”

“죽은 거 아닙니까?”

“아니 아직 저렇게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뭔 소리예요?”

“안 죽었어요? 그래도 출혈로 봐서 금방 죽겠네요?”

경찰들은 군인의 말에 기가 막혔다.

“저놈 지금 쓰러져서 안 움직이잖아요. 따로 포획하면 되잖아요.”

그때야 지휘관은 놈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확인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군인들이 소총으로 놈을 겨냥하고 있는 사이로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총으로 툭 건드렸다. 군인은 놈의 반응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눈 있으면 이미 알 수 있는 것을 보고랍시고 했다.

“움직임 없습니다.”

“너 너 너. 목표물 밀어서 피해자에게서 떨어뜨린다. 그 후 그물로 덮고 포박한다.”

군인들은 순경에게서 그놈을 떼어내고 그물로 둘둘 말아 현장에서 철수했다.

남은 경찰들은 체온이 식어가는 순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평택의 국제 변이체 연구소 (ITL) 은 여전히 바빴다. 인간의 유전자 변형이 시작되었기에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성과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사명감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이 살고 싶다는 지극히 원초적인 본능이었다.

회의실에 박인화 소장과 다섯 명의 책임연구원들이 모여 한쪽 벽의 대형모니터를 보면서 토론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 테이블에 걸터앉은 사람, 서 있는 사람, 돌아다니는 사람… 보기에는 가볍고 자유로웠지만, 분위기는 어두웠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모니터를 보던 박인화 소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확보한 개 샘플의 변이는 완료된 것 같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변이 개체 수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약 2주 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하루에 한두 마리가 변이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더는 변이하는 개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다른 동물 종도 마찬가지라는 말이죠?”

“네. 다른 종은 개 만큼 샘플이 많지는 않지만, 고양이는 거의 비슷한 비율로 줄었고, 늦게 변이를 시작한 종들도 일부는 피크를 찍고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고양이도 30% 선에서 변이를 끝내는 중이고?”

“시료가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종이 달라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37%의 데이터입니다.”

“음… 일단 우리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군요. 이미 공개한 정보에 세부사항으로 추가해서 공개하도록 하죠.”

잠시 생각하던 소장은 각국 대표 회의에 올릴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즉시 공개를 결정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유전자 변형이 중단된 개체 중에서 아직 다른 이상을 보이는 개체는 없다는 거죠?”

“아직은요. 대부분 개체는 수면시간과 식성도 정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대부분이라면 아닌 개체도 있군요?”

유전자 변형이 60%를 넘겨 중단된 개체 중 일부는 수면시간은 정상이 되었지만, 식성은 여전히 육식 의존도가 높다고 했다. 그런 개체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계속된 관찰 조사를 하기로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인간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 인원의 경우, 적게 잡아 30%가 변이한다 하면 총인원 322명 중 96명… 최초 확인된 그 두 명은 아직 50% 변형이 안 됐죠?”

“그렇습니다. 현재 45% 정도입니다. 시작된 지 오늘로 27일째입니다. 완성된다면 앞으로 20일가량 후가 되겠지요. 물론 그 전에 멈춰 주면 좋겠고요.”

초기에는 유전자 변형이 시작되자마자 독방에 수감 했었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이 70% 이상 진행돼야 변이체로 변하고 그 이전에는 아무 위험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서는 50%까지는 독방에 수감하지 않기로 했고 그들은 다시 나와 연구에 임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변이하지 않는 70%는 변이체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거군요. 일단 희망적인 얘기네요?”

“그렇긴 합니다. 단지 인류의 변이가 완료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은 후에도 변이체를 만나지 말아야 하겠죠.”

“그렇다는 건… 다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군요.”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다른 변동이 없다면요…….”

“하긴 그렇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변동사항이 없다면… 거기에 나머지도 유전자가 깨끗한 것은 아니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리고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 설립 초기에 샘플 확보하면서 종별로 가장 유전자 변형이 많이 된 10개체씩을 별도로 관리했었습니다.”

“그랬지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이잖아요?

“그들 모두 유전자 70% 전후로 빨간눈으로 변이를 완료했는데, 단 한 개체만 80%를 넘긴 현재도 빨간눈으로 변이하지 않고 유전자 변형도 더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흠… 예외도 있다는 건가요? 그런 개체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연구해 볼 과제겠군요. 그 개체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도사견인데 보통 개와 다름없습니다. 유전자 변형이 80%를 넘기고 한번 심하게 아팠습니다. 죽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갑자기 멀쩡하게 일어나더니 잠자는 시간도 다시 정상이 됐고, 식성도 보통 개와 다름없습니다. 사료만 줘도 좋아하고 있고요. 단지… 이빨이 보통의 1.5배 정도로 커졌고, 원래 근육질인 도사견이 근육 덩어리가 되었달까요.”

“일단 그 케이스는 드미트리 연구원이 계획을 세워서 연구해 보는 걸로…….”

그때 회의실의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은 연구원은 몇 마디 하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통화를 끝냈다.

“무슨 전화?”

“인간 변이체가 포획되어 이리로 이송되고 있답니다.”

* * *

군에게서 인계받은 인간 변이체는 이미 깨어 있었다. 군의 설명으로는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다.

포획 당시 기절 상태였고, 두 사람의 피해자가 있었으며, 포획 이송 중 약 5분 경과 후에 깨어났다는 것이었다. 변이체가 기절상태였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아니었다면 생포하지 못하고 연구소는 사체를 받았을지도 몰랐다. 변이체는 독방에 넣어졌고 문에는 “KR-Seoul-0001.”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소장과 연구원들은 다시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전에 없던 소령 계급의 장교 한 명과 총경 계급의 경찰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현장 출동한 경찰에 의하면, 처음 발견 시에도 1호는 기절 상태였다고 합니다. 자신들도 너무 놀라 정신없어 잘 모르긴 하는데 발견 후 5분 이내에 깨어났던 걸로 생각한답니다.”

총경의 말에 소장이 물었다.

“테이저건에 맞고도 멀쩡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처음 한 발 맞았을 때는 약간의 경련을 하긴 했지만 멀쩡했고, 그다음 세 발을 맞았을 때는 오히려 처음보다 더 멀쩡했다고 합니다.”

“흠… 육체가 그 짧은 시간에 강화된다는 말인가?”

“두 번째 기절은 순경을 공격하고 바로라고요?”

“맞습니다. 순경의 목을 뜯어내고 나서 바로 기절했다고 합니다. 테이저건을 맞아서 기절한 것인지 넘어져서 기절한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처음 발견 상태가 기절이라면서요. 그때는 테이저건 맞기 전이니까 테이저건은 원인이 아니겠지요. 더군다나 그다음에는 세방이나 맞고 멀쩡했다면서요. 그렇게 강한 육체가 넘어졌다고 기절할 것 같지도 않고, 이건 저희가 알아내야 할 문제 같군요.”

사냥 후 기절이라는 현상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단지 1호가 특이한 개체인지, 인간 변이체가 모두 그런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최초 샘플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0일이 흘렀다.

1호는 처음 올 때부터 체격이 마치 피트니스 선수같이 좋았다. 탄탄한 근육질 몸임을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몸이 10일 지나면서 더욱 팽창한 듯 보였다.

그동안 기절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폭하게 굴지도 않았다. 언어 능력은 잃은 게 확실하다. 그르릉 소리만 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능도 떨어진 것 같다. 물건을 넣어줘도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느 정도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취실험에서 변이체들이 동종의 정상체보다 훨씬 강하게 견딘다는 것을 알기에, 인간 치사량의 5배를 처음부터 주입하기로 했다. 독방 밖에서 마취총으로 쐈지만 가까운 거리임에서 불구하고 바늘은 1호의 거죽을 뚫지 못했다. 결국 군에서 부랴부랴 개조한 마취총으로 마취탄을 꽂아 넣을 수 있었지만, 치사량 5배는 듣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10배를 주입해야 마취될 수 있었다.

마취상태에서 포박과 그물을 풀고 다른 동물을 독방에 넣어 봤지만, 약 한 시간 후 깨어난 후 쳐다보기만 할 뿐 역시나 먹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관찰 결과가 기절했던 1호만의 특성인지, 다른 인간 변이체들의 공통된 특성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장은 1호의 방문 앞에 서서 문에 있는 관찰창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CCTV 화면이 아닌, 실물이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었다.

“1호… 아니 김동수 씨. 만약에 김동수 씨가 기절하는 케이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뭔가를 더 유의미한 것을 알아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김동수 씨처럼 일찍 변이한 사람들이 몇 명만 더 우리에게 왔다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김동수 씨에게 알아낸 모든 것은 특이 케이스일 수 있기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네요.”

“… 미안하지만 앞으로 1주일간 몇 가지 실험이 더 진행된 후 우리는 김동수 씨에게 무기 실험을 할 겁니다. 어느 정도의 화력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을 할 거니까 고통은 느끼지 않는 상태이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다른 샘플이 들어온다면 무기실험은 그쪽에 할 수도 있습니다.”

1호는 얌전히 앉아 아무 감정도 없는 깨끗한 빨간 눈으로 소장을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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