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7화 (7/145)

# 7

OUTBREAK

KR-Seoul-0001에 대한 내용은 즉각 각국 정부에 전해졌다. ITL의 보고에 의해 각국의 정부는 인간 변이체가 조만간 나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여러분 중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지금 변이체가 되어 가고 있고, 때가 되면 여러분을 죽일 수 있습니다.’라고 발표한다면 그 자체로 사회는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어쩌면 가장 쉬운 결정, 그리고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을 각국의 정상들은 합의했다.

발생하면 출동해서 사살한다.!!

출동한 군 또는 경찰 중에서 출동 중에 변이체가 발생하면? 역시 사살한다는 한심한 결정이었다.

그 와중에 요인전용쉘터에 들어갈 한정된 소수 인원은 꾸준히 유전자변형 검사를 받고 있었다. 우수한 자신들은 살아서 인류를 보존해야 한다는 뭣 같지도 않은 사명감으로…

* * *

“오늘도 들어 왔다며?”

“응. 강원도 어디서 왔다던데?”

“10일 동안 벌써 세 명이네. 불안해… 진짜.”

ITL에는 김동수 이후 세 번째 인간 변이체가 들어왔다. 강원도 횡성의 한 외진 농가에서 포획되었다고 했다. 우편물 배달 갔던 집배원의 신고로 출동한 군에 의해 포획 이송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도통제를 이렇게 잘하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그러게… 진짜 신기하네.”

지난 2월 28일 1호가 발생했을 때 저녁 뉴스의 한 꼭지에는 짤막하게 여의도의 살인사건 뉴스가 나갔었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 죽인 것으로 보도가 되었을 뿐, 인간 변이로 보도한 뉴스는 단 하나도 없었다. 여의도 파출소의 경찰은 그날 저녁에 전원 교체되었고, 출동했던 경찰들은 전원 경찰연수원에 입소 되어 격리되었다.

그 이후 세 번째 인간 변이체가 발견된 오늘까지 군 이외의 모든 목격자는 전원 외부와 격리된 어떤 장소에 구금해서 비밀서약을 받고서야 풀어주고 있었다. 물론 기무사의 감시가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3월 11일의 ITL의 회의실에는 소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아침부터 모여 앉아 있었다.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소장님. 뭐라고 알린다는 말입니까? 뭐라도 대책이 있어야 알리죠. 아무 대책도 없이 알렸다가 그 이후 사태는 누가 책임집니까?”

“그렇다고 쉬쉬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벌써 인터넷에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아직은 군과 경찰의 댓글 공작이 먹히고 있어요. 당분간은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빨리 대책을 만들어 주셔야 해요.”

“아니… 그게 당장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 대량 발생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저희 예상대로라면 1주일 안에 터집니다. 시간이 없어요.”

“아 시간 없는 거 안다니까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임시방편으로 거짓말 거리라도 만들어 달라고요.”

회의는 평행선을 달리기만 했다. 결론 안 나는 회의는 한국의 ITL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부에서 진행 중이었다.

* * *

“야. 김 대리 오늘도 출근 안 했어? 이 새끼가 미쳤나?”

부산의 한 룸살롱에서 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어깨 하나가 짜증을 내고 있었다. 김 대리라는 별명의 웨이터가 이틀째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안 받는다. 웨이터들이야 워낙에 왔다 갔다 하니 별일도 아니지만, 오늘 예약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일을 잘하는 편인 김 대리가 안 나오니 짜증이 뭉클뭉클 올라왔다. 더군다나 김 대리는 자기 고향 후배라고 이곳에 채용시켜 줬는데 연락도 없이 잠수하는 것이 괘씸하기까지 했다.

“김 대리 집이 어디야.”

“저기 사거리 건너 원룸이요… 가볼까요?”

“전화도 안 받는 새끼가 집에 있을 거 같진 않고… 에이. 그래도 한번 가 봐라. 집에서 잠적하는 거면 문 안 열겠지만, 신호는 가니까 전화해보고 소리 나는지 들어봐.”

“저 그 집 문 번호 알아요. 그냥 들어가 볼게요.”

웨이터 이석호는 쌀쌀한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김 대리 집에 가서 벨을 눌렀지만, 반응은 없었다.

삐.삐.삐.삐.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여니 역시 문은 열렸다. 이미 저녁 시간, 실내는 어두웠다. 벽을 더듬어 전기 스위치를 켜는 순간 무엇인가 확 달려들었다.

김 대리라는 놈이 눈이 새빨간 채로. 그 후 김 대리 찾아간 이석호조차 돌아오지 않았지만, 영업시간이 시작되어 바빠진 부장은 둘에 대해 잊고 말았다.

* * *

일본 시마네현의 한 어린이집을 경찰과 자위대가 포위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선생과 원생을 살해하고 있다는 신고에 눈 색을 확인했고 빨간눈이었다는 말에 자위대가 경찰과 함께 출동했다.

어린이집의 문은 다행히 닫혀 있어 원장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자위대는 창문에 구멍을 내고 카메라가 달린 원격조정 차량을 넣어 내부를 살펴보았다.

원장이 몇 명의 선생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뜯어 먹는 게 보였다. 나머지 선생과 아이들은 한쪽 구석에 모여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자위대는 지시받은 대로 인간치사량 10배의 마취 탄을 앞세우고 진입, 원장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일본 정부는 이상한 짓을 시작했다. 모든 언론을 보도 통제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자위대원, 신고받은 관제센터 직원들 모두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신고한 민간인과 어린이집에 있던 선생과 아이들은 가족의 접촉도 금지한 채, 경찰병원에 입원시키고선 인간 변이체가 나오면 즉시 ITL에 알리기로 한 국제합의를 무시하고 독자적 연구를 시작했다.

세계 이곳저곳에서는 알려지지 않거나, 또는 알려지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인간 변이체가 속속 발행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부의 관리하에 들어간 변이체의 경우는 다행이었다. 어느 인적 드문 곳에서, 또는 자신의 집 안에 격리된 상태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의 변이체들은 아직은 미미한 숫자지만 속속 늘어나고 있었다.

* * *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 사람이 사람을 물어 죽인 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 글들은 올라오기 폭발적인 댓글이 달려나갔다.

“구라치지 마라. 니가 봤냐? 구라치다 좆된다. 신고하기 전에 내려라.”

“그냥 살인사건 가지고 구라는? 이런 거 막 올리다 빵에 가요.”

“동물들 변한다고 소설 쓰네. 소설가 납시셨어요. 눼 눼.”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믿는 사람들의 댓글도 상당했다. 일부는 댓글에 겁을 먹고 내렸지만, 일부는 댓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씨발 좆같네. 언제부터 살인사건에 군대가 출동했냐?”

“씨발. 구라쟁이야. 군대가 출동하고 그랬으면 왜 뉴스에 안 나오냐? 요즘 같은 세상에 뉴스를 정부에서 막을 수 있냐?”

“정부에서 뉴스 막았다고 한 적 없는데? 너 댓글알바지? 얼마 받고 하냐?

이런 글들이 인터넷에 점점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은 남모르게 서서히 생존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

3월 17일. 드디어 한국에서부터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은 출근 시간이면 항상 지옥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1호선과 2호선의 각 차량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플랫폼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환승 통로에서는 서로서로의 앞길을 막으며 꾸역꾸역 자신의 갈 길을 헤치고 나가고 있었다. 여느 평일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1호선 플랫폼의 한 벤치에 정장 입은 한 남자가 그 바쁜 출근 시간에 어울리지 않게 자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슬쩍슬쩍 밀려도 깨지 않았다. 그런 그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앞을 보며 눈을 떴다. 선명한 빨간색의 눈을.

눈을 뜨고 잠시 눈앞의 사람들을 보던 그는, 튕기듯 몸을 일으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여자의 목을 물어뜯었다.

꺄아악~

비명과 함께 주위 사람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 혼잡한 플랫폼에서 도망갈 곳은 없었다. 놈을 중심으로 뒤로 밀린 사람들이 작은 원형 공간을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안에서 놈은 단 세 명의 목을 물어뜯은 후 주위의 사람들을 상관 않고 자신만의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도망치려고 밀고 밀리다 넘어지고 밟혀 죽고 다친 사상자가 50명이 넘었다.

아침부터 인터넷은 온통 변이체 얘기로 가득했다. 변이체, 좀비, 괴물 등등으로 호칭하면서 목격담을 올리고 있었다.

더는 댓글공작을 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군과 경찰의 댓글 팀은 손은 놓았고 글들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여태 인간은 안 그러길 바라는 막연한 기대와 정부가 뭔가를 하겠지 하는 부질없는 희망, 그리고 당장 오늘의 삶이 급급한 보통의 삶의 빡빡한 여유에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져 동물들이 끔찍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속의 불안을 애써 무시하던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 * *

이진성은 드디어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 소식은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었다.

‘요즘은 수면 시간이 거의 12시간까지 된 거 같아. 나물은 점점 더 안 먹혀. 풀 냄새가 전보다 심하게 느껴지고, 고기는 향기롭게 느껴지기까지 해. 나 정말 좀비가 되는 걸까? 일단 여기 고시원 방은 방문만 잠가 놓으면 밀실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좀비가 돼도 나가지 못할 거고, 바깥의 좀비도 들어오진 못할 거야.’

‘내가 좀비가 되면…. 어차피 죽는 거나 마찬가지니 굳이 일부러 자살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정 안되면 그때 죽으면 되겠지!’

이진성은 여의도에서 발생한 그 사건을 접하고 바로 그날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시원 공용 쌀과 라면을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훔쳐다 놓았다. 생수 패트도 사서 침대 위에 쌓았다. 휴대용 가스버너와 부탄가스, 참치, 햄 통조림도 살 수 있는 만큼 사 놓았다. 만약을 대비해 파이어 스틱이란 것도 주문했다.

우툽의 생존 관련 동영상을 더욱 탐닉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이틀에 또는 사흘에 한 번 엄마에게 하던 전화를 매일 했다. 혹시 엄마에게 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매일 안부 전화를 안 할 수 없었다.

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오늘 별일 없었슈?”

“별일 있을 게 뭐 있냐.”

“아픈 덴 없고?”

“늙은이가 안 아프면 그게 이상한 거지, 넌 맨날 뭐하러 그렇게 묻냐?”

매일 똑같은 내용의 전화지만 그래도 했다.

그리고 17일… 인터넷과 방송은 아침부터 변이체, 좀비를 외치기 시작했다. 바깥에는 경찰차가 종일 사이렌을 울리고 다녔다.

사람들의 목격담은 인터넷에 다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뉴스 특보가 이어졌고 어느 어느 지역에 군이 출동했고 어디서는 경찰이 좀비를 사살했다는 소식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총 쏘면 징계 먹는 경찰이 발포 하다니… 그래도 정부에서 대비하고 있었나 보네. 오늘 사살한 게 전부 몇 건이야? 서른 몇 건이란 거 같은데, 발견된 모두를 사살했더라?”

그렇게 뉴스와 인터넷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큰 소리와 벽을 두드리는 쾅쾅 소리가 고시원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씨발…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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