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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24화 (24/145)

# 24

사람의 비명과 좀비의 포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일행은 서둘러 진출입로를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달렸다.

이진성이 랜턴을 켜고 사방을 살폈다. 주차장 한쪽에는 승합차 한 대가 문이 열린 채 서 있었다. 출입문을 막고 있었다는 그 차였다.

지하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없었다. 1층과 2층에도 놈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사람들은 위층으로 올라갔다는 의미였다.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지하랑 1층은 안전해요. 2층은 여기서는 확실하지 않은데 없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지금 3층에 있소. 그리고 이곳 저 안쪽에 한 사람 있소. 기운이 조폭들하고 비슷하오. 처리하고 갈 테니 먼저 올라가시오.”

세 사람이 랜턴을 앞세우고 1층에 거의 다다를 즈음, ‘문 열어’ 소리와 ‘누구야’ 소리에 이어 비명이 들려왔다. 승합차를 치운 조폭 놈이었다.

1층에 올라 랜턴을 출입문으로 돌렸다. 사무실 책상, 책장 등이 쌓여 있어 쉽게 뚫고 들어오지는 못할 것 같았다.

“저 앞쪽 상점들은 유리로 되어 있어요?”

“네.”

“거기 유리도 저렇게 막아 놨어요?”

“아뇨.”

사람에 대한 대비는 전혀 안 해놓고 있었으니 유리를 깨고 들어올 것에 대한 대비를 했을 리가 없었다. 이진성이 이 건물은 더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그때 관장이 올라왔다.

네 사람은 다시 계단을 올라 3층으로 향했다.

“계단 오른쪽 약 10m 지점에 좀비 셋. 식사하는 것 같은데요.”

“계단 왼쪽으로 5미터쯤 조폭 기운 두 명 있소. 지하의 그놈과 비슷한 위치인 것으로 봐서 화장실에 있는 것 같소. 그리고 좀비들이 있다는 오른쪽 10m쯤 사람 하나가 있는데 기가 몹시 불안하오. 마치 끓는 물처럼 부글부글하는 느낌이오.”

“와. 진짜 대단한 거 알아요? 난 사실 별로 안 믿었거든. 근데 정말로 위치까지 아나봐.”

김현희의 감탄에 나현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만 있으면 좀비나 사람에게 모르고 당할 일은 없겠다 싶었다.

“조폭 두 놈은 놔두고 좀비 쪽에 있는 사람을 구합시다. 기가 왜 저런지도 봐야 할 것 같고.”

두 구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던 좀비들은 들큰한 냄새의 인간이 넷이나 달려오자 주저주저하다 자신들이 있던 사무실에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랜턴 불빛에 열린 사무실 문에서 막 나오는 한 놈의 대가리가 비쳤다.

관장의 검이 빠르게 날아가 놈의 목울대를 잘라냈다. 목의 2/3가 잘려 대가리가 뒤로 꺾어진 놈이 앞으로 자빠지면서 놈에게 걸린 바로 뒤의 놈도 놈 위로 같아 자빠졌다. 그 와중에 제일 뒤의 놈은 두 놈을 뛰어넘어 복도로 나왔다.

관장이 복도로 나온 놈의 배에 검을 찔러 넣은 후, 오른쪽으로 배를 갈라내자 검을 따라 놈의 창자가 쏟아졌다. 그리고 바로 이어 지난 밤의 그 베기를 놈의 목에 날렸고 놈의 대가리는 바닥을 굴렀다.

같은 순간 나현주는 목이 잘린 채 버둥거리는 놈의 대가리에 싸커킥을 날렸다. 대가리는 천장을 때리고 바닥에 떨어져 구석으로 굴러갔다.

김현희도 자빠졌다 막 일어나려고 하는 놈의 뒷대가리를 솥뚜껑으로 찍어 두개골 조각과 뇌, 뇌수를 사방을 뿌렸다.

세 사람이 좀비 셋을 처리하는 동시에 이진성은 안으로 들어갔다.

랜턴으로 보이는 바닥에는 내장을 다 뜯겨 먹힌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그 주위에는 대가리가 없거나 박살난 시체 여섯도 보였다.

“저 머리 깨진 시체들도 여기 사람들이에요?”

“에구. 얼굴이 저래서 알아볼 수 있나? 그런데 아닌 거 같아. 뜯어 먹힌 자국이 없는데 죽은 거 보니 좀빈가 보네.”

안쪽 구석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따라 네 사람이 움직였다. 그곳에는 무섭게 경련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은지 씨네. 물렸나 봐. 진성 총각. 지금 저거 변하고 있는 거 맞지?

“네. 달큰한 냄새네요. 냄새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점점 시큼한 냄새도 같이 나요. 검붉은 눈으로 금방 일어날 것 같아요.”

“와. 완전 탐지기가 따로 없네.”

“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소. 사람의 기는 거의 안 느껴지오. 대신 다른 뭔가가 약간 느껴지는데, 아주 집중해야 알 것 같소.”

관장은 기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차이에 집중했다…….

“변하기 전에 보내주는 게 좋지 않겠소? 내가 해드리리까?”

“제가 하죠. 은지 씨도 우리 집 단골이었는데.”

김현희는 경련하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조용히 뭐라고 말한 후 머리를 잡아 돌렸다.

3층에서만 세 사람이 죽었다. 계단으로 간 이진성은 4층의 냄새를 맡았다.

“좀비 다섯입니다.”

관장은 4층에 사람 한 명, 5층에 네 명밖에 없다고 했다. 나머지는 이미 다 죽었다는 말이었다.

왼쪽에 빨간눈 둘, 오른쪽에 검붉은 눈 둘에 빨간눈 하나라는 이진성의 리포트에 관장과 나현주가 오른쪽으로 달려나갔다. 이진성은 김현희의 뒤를 따라 왼쪽으로 달렸다.

왼쪽에는 두 놈이 시체를 막 찢다가 두 사람을 보고 달려들었다.

한 놈은 김현희가 돌려치는 솥뚜껑에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나머지 한 놈이 이진성에 달려들었다. 이진성은 청룡언월도로 대가리를 내리찍었다. 놈은 가볍게 피하더니 중심이 앞으로 쏠린 이진성에게 태클하듯 달려들었다.

놈의 어깨에 가슴을 맞고 숨이 턱 막힌 이진성이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자 놈은 이진성의 어깨로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그 모습에 놀란 이진성이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린 청룡언월도를 놈의 대가리를 향해 돌려쳤다. 중식도의 칼등이 놈의 아가리를 때리고 이빨을 날려버렸다. 놈이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놈의 목에 칼날을 찍었다.

“죽어! 죽어! 씨발. 죽으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놈의 어깨와 목, 얼굴은 걸레가 됐고 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숨을 몰아쉬는데 김현희가 이진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됐어. 죽었어요. 잘했어요. 이제 가요.”

그때 관장과 나현주도 피를 뒤집어쓴 채로 오면서 말했다.

“검붉은 눈이 둘이라서 좀 오래 걸렸어요. 이쪽에 좀비 시체 셋하고 사람시체 둘이 더 있고요. 싸우던 사람은 우리 중에 젤 잘 싸우던 사람인데 아쉽게도 구하지 못했네요.”

저만치 떨어진 랜턴을 주워든 이진성이 5층에는 여덟이라고 알려 줬다.

좀비들의 그르렁 소리와 쾅쾅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으로 봐서 살아남은 네 명은 어딘가 갇힌 것 같았다.

분명 석고보드 소리였다. 끝방 놈 혼자서도 결국 부숴낸 석고보드는 저 여덟에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시간이 없음을 이진성이 말하자 관장은 양손에 검을 뽑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5층에 오르자 놈들은 한 사무실 안에 있었다. 정신없이 벽을 두드리다 뒤에 오는 사람을 느끼고 돌아서는 놈들에게 세 사람이 먼저 달려들었다. 이진성은 랜턴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그 방향을 비춘 후 달려나갔다.

관장은 양손에 들고 있는 검을 짧고 빠르게 휘두르며 두 놈의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을 끊고 옆구리를 터트리고 허리 근육을 끊어 버렸다.

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놈들을 놓치지 않고 관장은 한 놈의 눈에 깊숙이 검을 박아 넣으면서 다른 한 놈의 목을 날렸다.

나현주는 달려오는 놈을 슬라이딩으로 피한 후 정권을 놈의 사타구니에 박아 넣었다. 좀비도 남자는 사타구니가 급소였는지 앞으로 주저앉는 놈을 피해 일어나 격파하듯 척추에 팔꿈치를 꽂아 넣었다.

우직 소리와 함께 척추가 뒤로 꺾여버린 놈은 팔만 버둥거릴 뿐 일어나지 못했다.

달려드는 또 다른 놈의 관자놀이에 540도 돌려차기를 꽂아 넣고 크게 휘청하는 놈을 따라붙으며 다시 한 번의 킥으로 놈의 목을 터트렸다.

김현희는 달려가는 힘으로 한 놈을 솥뚜껑으로 쳐내고 휘청휘청 뒷걸음질 치는 놈의 목을 찍으려 따라붙고 있었다.

그때 바로 뒤에서 뭔가가 붕하고 내려 찍혔다. 이진성의 중식도가 놈의 대가리에 박히는 것이었다. 어느새 이진성이 뒤에 붙어 있었다.

이진성의 생각을 읽은 김현희는 앞의 놈을 발로 차서 중식도가 빠지게 하고 또 다른 한 놈에게 달려들어 힘껏 솥뚜껑으로 대가리를 내리쳤다. 비틀거리는 놈의 대가리에 역시나 이진성의 청룡언월도가 날아들었다.

여섯을 빠르게 처리하고 남은 둘은 관장과 나현주가 하나씩 처리했다. 관장의 움직임은 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이 보였다. 나현주의 킥에 실린 파워도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관장이 검 두 자루를 교차한 채 놈의 목을 걸더니 두 검을 빗겨 당겨 그대로 목을 베어냈다. 나현주는 선 자리에서 서너 번의 킥을 연속해 꽂아 넣고 엄청난 스피드의 돌려차기 세방으로 놈의 대가리를 터트려 버렸다.

모두를 처리하고 나자 석고보드 간이 벽의 문이 열리면서 세 남자와 한 여자가 나왔다. 넷 모두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오줌을 지렸는지 바지는 모두 젖어서 지린내가 났다.

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모두 고소한 냄새. 전투형의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고생해서 구한 사람이 조폭과 싸우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관장님. 조폭들 동향은 어때요?”

“안 그래도 지금 그쪽을 살피는 중이오. 아직은 움직임이 없소. 이쪽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면 조만간 움직이겠지.”

“도망치죠. 지금 우리가 저들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어요. 저놈들도 식량이 목적이니까 굳이 도망치는 우리를 죽이려고 하진 않을 거예요.”

저쪽에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이 열 명만 넘어도 현실적으로 싸움은 불가능했다.

모두 지친 상태였다. 무기를 들고 머리를 써서 싸우는 조폭은 단지 맹수일 뿐인 좀비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였다.

더군다나 이미 끝장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관장과 이진성이 싸울 이유는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하는 관장을 보고 이진성은 빠르게 말했다.

“저희는 저놈들이 오기 전에 여기서 나갈 겁니다. 여러분도 여기를 포기하시고 도망치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쩌실 건가요?”

네 명은 자신들을 구해 놓고선 갑자기 도망친다는 얘기를 하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김현희와 나현주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수긍하고선 네 사람에게 말했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어서 저희를 따라서 오세요. 여기는 위험해요.”

그 말에 관장과 이진성은 앞장서서 지하로 달렸고 김현희와 나현주도 따라나섰다. 그런 그들을 보고 네 사람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따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

2층을 돌아서는 순간, 관장이 달리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놈들이 빠르게 움직이오. 몇 놈은 1층에서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소.”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지하로 가서 빠져나가느냐 아니면 놈들과 드잡이질을 해야 하느냐는 시간문제였다. 막 1층에 도착할 순간이었다.

쩌 정. 쨍~ 쨍그랑~

1층 상점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로 놈들이 비추는 랜턴 불빛. 재수 없게도 놈들이 달리는 이진성 무리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생존자가 있다. 지하로 간다.”

“씨발. 진짜로 좆됐네.”

계단을 서너 개씩 건너뛰어 지하에 도착한 이진성이 바로 승합차로 달렸다.

“제발 제발 키야 있어라.”

차에 도착한 이진성은 운전석으로 뛰어들며 핸들 옆을 봤다. 스타트버튼이 보였다. 버튼을 눌러보니 시동이 걸렸다. 차에 모두 타자마자 이진성은 차를 출발시켰다.

에폭시 바닥에 자국을 내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차가 진출입로 경사를 올라가니 내려진 차단기와 조폭 세 놈의 모습이 함께 보였다.

액셀을 다리가 터질 듯 눌러 밟아 그대로 돌진해서 차단기를 부러뜨리고 나갔다. 앞을 막아섰던 놈들이 몸을 던져 피했지만 가운데 있던 한 놈은 차에 치어 유리를 깨고 저만치 날아갔다.

무시하고 그대로 달렸다. 이쪽 길은 저 앞 몇 블록까지 길이 막히지 않았음을 올 때 봤었다. 그렇게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내려서 뒤를 확인했다. 다행히 쫓아 오는 놈은 없었다.

“휴. 일단 전철역으로 갑시다.”

일단은 안전한 장소에서 쉬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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