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26화 (26/145)

# 26

소장이 정문 옆 통제실까지 가는 동안 1호는 그 뒤를 일정 거리를 두고 따랐다. 다른 변이체가 소장에게 가까이 오려하면 으르렁거려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소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1회를 혹시 놀라게 할까봐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통제실의 문옆 센서에 손가락을 댔다.

삐빅~

통제실 안의 두 요원은 갑자기 들어오는 소장에 놀랐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의문을 가질 정신은 없었다.

어쩔줄 몰라 허둥대고만 있는 그들을 무시하고 소장은 차분하게 모니터의 CCTV 화면을 훑었다.

“지하 대피소 상황은요?”

모니터 전체에 지하 대피소 화면이 떴다.

그곳에는 많은 인원이 있었지만 전체 인원은 아닌것으로 보였다. 대피소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만든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안전하다.

독립된 발전시설과 급수시설, 그리고 전체인원이 한달은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과 충분한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문제는 대피소에 없는 나머지 인원이었다.

“1층부터 모든 CCTV를 하나씩 보여 주세요.”

각 층의 수많은 실험실과 기타 공간들에는 두어개씩의 카메라가 있었고, 한 층는 거의 100에 가까운 카메라가 있었다.

그런 것이 다섯층이니 모든 카메라를 돌려 보는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실험실 등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이미 일부는 미처 문을 잠그기도 전에 변이체들에게 당했다. 어느곳은 유리창을 뚫고 들어간 변이체들을 피해 뛰어다니다 잡혀 먹히는 것도 보였다.

복도 여러곳에서도 변이체에게 뜯겨 먹히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는 더 늘어 날 것만 같았다.

“대피소 연결해 주세요.”

대피소의 화상통화시스템을 켠 요원이 헤드셋을 소장에게 넘겨줬다.

“저 소장입니다. 대피소에 계신 여러분. 보이시나요?”

대피소 한쪽 벽의 모니터가 켜지면서 소장의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른 채 웅성거리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모니터로 향했다.

“네 들립니다. 소장님 언제 독방에서 나오셨어요? 그리고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 대피소 문은 잠겨서 열리지도 않습니다.”

“동요하지 말고 들으세요. 지금 코드 제로 상황입니다.”

코드제로라는 말에 일부는 주저앉았고 일부는 울기 시작했다.

“변이체들이 전부 탈출했어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인해 변이체가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알다시피 그곳은 안전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일단 그곳에서 기다려 주세요.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대피소 사람들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본 소장은 할 말만 하고 바로 통신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그들을 상대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 급한 것은 각 방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구출 하는 것이었다.

“밖의 미군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게… 소장님 안계신 동안 이곳 캠프 험프리스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철수 했습니다.남은 병력이라곤 제3군사정보대대 잔류인력과 그 지원인력 10여명, 주한 미육군 교도대와 헌병중대 인원 조금, 전부 다해서 민간인 제외하고 200명이 안됩니다. 그들이 외곽경계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투병은 하나도 없는 거죠. 일단 미국에 보고하고 명령 받는 대로 하겠다는 답변만 들은 상태 입니다.”

미국도 변이체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심각한 병력부족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주둔 미군을 전부 철수 시켰다.

이동중 발생하는 변이체에게 많은 병력을 잃으며 자국으로 돌아간 병력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한국의 캠프 험프리스의 병력도 거의 대부분 철수하고 이곳에는 대 북한 첩보활동을 하던 정보대대의 인원 소수와 주한미군의 죄수들과 그들을 관리할 인원, 그리고 부속 민간인들 조금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책임자가 누구죠? 2주 전에는 책임자가 제임스 대령이었는데.”

“제임스 대령도 미국으로 갔고 지금은 정보대대의 캘리 소령이 책임자입니다.”

“연결해 주세요.”

몇번의 시도 끝에 수화기 저쪽에서 신경질적인 반응의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캘리 입니다.”

“저 소장입니다.”

“아 소장님이시군요. 아직 본국에서 훈령이 안왔습니다. 워싱턴은 지금 자고 있을 시간이예요. 그쪽 North Lawn 벙커의 높으신 양반들을 깨워야할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소장님과 그곳 연구원들이 안타깝지만 제가 독단으로 병력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헛소리였다. 현재 부대의 책임자인 소령이 부내 내의 시설에 대한 작전권이 없을 리 없었다.

소장은 잠시 고민했다. 분명히 미군은 연구소의 안전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연구소 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대피소의 사람도 시간이 가면 결국 죽을것이었다.

“그래요? 그럼 할 수 없군요. 저는 일단 제 사람들을 살려야겠습니다. 지금 바로 봉쇄된 정문을 열겠어요. 이 안의 변이체들이 밖으로 많이 나가면 잘 부탁드려요.”

“예? 소장님! 그건 안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제가 어떻게든 본국에 연락을 해서…….”

소장은 더 듣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고 정문봉쇄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요원은 컴퓨터를 조작하며 소장을 돌아봤다.

“소장님. 잘못하면 저들도 위험해 지는건데…….”

“아무리 비전투병이라도 군인인데 당하지는 않겠죠. 자, 제 지문은 어디에?”

정문을 봉쇄했던 두께 30cm의 콘트리트 벽은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좌우로 벌어져 벽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그 뒤에 있던 유리문도 활짝 열려 버렸다.

통제실 주위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던 1호는 그 모습을 보고 문으로 어슬렁 향했다.

문에 도달한 1호가 주위를 확인하고는 건물 안을 향해 울부짖고 밖으로 향했다. 변이체들도 그 소리에 하나둘 건물을 빠져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CCTV에는 변이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소장은 정문을 다시 봉쇄해 버렸다.

전화기를 집어던진 캘리 소령은 바로 기지에 비상을 걸었다.

모든 외곽경계병력을 사령부로 집결시키고 기타 인원도 전원 무장하고 모이라는 명령을 내린 채 약 100m 떨어진 ITL 건물을 바라 봤다.

기지가 너무 컸다. 병력이 모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차량으로 온다 하지만 길게는 10분이 넘게 걸리는 병력들도 있을 것이었다. 비전투병력으로 과연 변이체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도 이백에 가까운 인원이 총을 쏘는데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전투병력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이었다. 그들을 쓸 수는 없었다.

사령부 내에 있던 병력부터 무장을 완료하고 집결하기 시작했다. 멀지않은 위치에 있던 병력들의 험비가 속속 달려오는 것도 보였다.

그때였다. ITL에서 사람들이 뛰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령은 저들이 사람인지 변이체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미친 소장년, 진짜로 문을 열어 버렸네. 부대 전체에게 전파한다. 접근하는 자가 인간의 말을 하지 않으면 사살한다.”

캘리 소령은 저들이 인간이라면 살려달라고 소리칠 것이고 아니라면 무조건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휘부 쪽으로 방향을 잡은 약 20여 마리의 변이체가 그쪽의 군인을 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군인도 그들을 보고 사격을 시작했다.

선두의 다섯마리가 사격에 쓰러지자 뒤따르던 놈들은 산개해서 다른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동물들이 총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당황한 군인들이 흩어지는 놈들에게 사격했지만, 잡은 것은 몇마리 뿐이고 나머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른 곳으로 가던 변이체들도 외곽이나 다른 건물에서 나오는 군인들과 마주쳐 처음 몇 마리가 사살되었을 뿐,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져 다른 건물 사이로 숨어 버렸다.

보고를 들은 캘리 소령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자신은 정보분석 스페셜리스트일 뿐 전투에 대해 아는 것은 적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시가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고민 끝에 결국 각 30여명씩 6개의 스쿼드를 편성하고 각자에게 할당된 지역을 수색 섬멸하는 것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1호의 귀에 총소리와 다른 변이체들의 비명소리 들렸다. 그리고 그의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 본능이 시키는 대로 놈은 높은 곳을 찾았다.

건물들은 많았지만 입구가 열린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중 한 건물의 외벽에 설치된 파이프를 본 1호는 그 파이프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옥상에 오른 1호의 시야에 저 멀리 인간들이 많이 모여있는 건물이 보였다.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간들도 여러 방향에서 느껴졌다.

카아아악~ 그어어억~

크게 울부짖어 다른 변이체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잠시 후, 인간들이 흩어져 움직이는 것을 보고선 다시 울부짖었다.

그것이 신호인 듯 변이체들은 사령부 건물에서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변이체들이 멀어진 것을 모른 채, 병사들은 사령부에서 가까운 각 건물을 향해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퍼져 나간 스쿼드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약 30분 쯤 경과하자 이미 각각의 사이를 건물이 가려 서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상당히 떨어지게 되었다.

1호는 건물 위에서 이 상황을 시각, 후각, 청각을 총동원해 파악하고 있었다.

마침내 사냥의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이 들었다. 제일 왼쪽의 인간집단 쪽으로 변이체들을 이동시켰다.

놈들은 마치 늑대 무리가 사냥하듯, 십여마리가 군인들을 외곽으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 앞에는 건물 사이에 숨은 30여 마리가 그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알버트 하사의 스쿼드는 막 하나의 건물 주변 수색을 마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참이었다.

“전방에 목표 발견. 셋 추정. 전속 전진!”

자신이 앞장서서 대원들을 이끌고 놈들이 보였던 지점에 도착하하고는 사방을 살폈다. 이미 놈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사방을 둘러 보는데 이병 하나가 소리쳤다.

“300방향 넷. A-17 동 뒤로 갔습니다.”

“프레드, 7명 데리고 A-18 동을 우측으로 돌아 온다. 제시, 7명 데리고 A-16동 촤측을 돌아 온다. 너의 두 팀이 놈들의 좌우를 막는다.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움직여!”

이번에는 놓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인원을 셋으로 나눴다. 두 팀이 측면 도주를 차단하도록 양 옆으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과 몇명은 직선 방향으로 나아갔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 완보로 전진하고 있는데 이미 보이지 않게 된 좌측으로 이동한 인원 쪽에서 갑자기 총성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제시, 뭐야? 상황보고 해.”

“이곳에 놈들이 많습니다. 사방 골목에 튀어 나옵니다. 스물은 넘습니다.”

아악~ 피해~ 죽어~

다양한 비명과 총성이 들렸다.

“프레드. 당장 이쪽으로 와. 제시가 위험해.”

다급해진 제임스는 우측으로 간 인원에게 무전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들이 먼저 지원을 위해 제시쪽으로 가려 했다.

으아악~

우측에서도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보였던건 몇마리 밖에 없었는데 이근처에 몇마리나 있는거야?”

좌측과 우측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자신이 지나온 길로 놈들 10여마리가 달려왔다. 또 앞에서도 10여마리가 나타났다.

“사격~”

여섯명이 죽어라 쏴 봤지만 어지럽게 달리는 놈들을 다 잡지는 못했다. 결국 모든 인원은 놈들에게 산산이 찢겨 죽고 말았다.

다른 스쿼드도 다르지 않았다. 많은 놈들을 죽였지만 결국 자신들도 죽어갔다.

모든 병력이 죽었다. ITL에서 나온 142마리 중 57마리가 남아 군인들의 시체를 한 곳으로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 위치는 우연하게도 ITL과 사령부 건물 사이의 공터 였다.

CCTV로 밖을 살피던 소장도, 무전을 들으며 창밖을 보던 캘리 소령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4월의 석양을 등지고 1호는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본 소장은 나직하게 말했다.

“동수씨는 관리번호 1호에서 이제 중요도로 진짜 1호가 되어 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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