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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27화 (27/145)

# 27

캘리 소령은 자신의 눈앞에서 시체를 모으고 있는 놈들을 지켜보면서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정보와는 많이 달라. 놈들의 행동은 단순한 짐승이 아니야. 마치 무리 사냥을 하는 늑대 같아.”

정보담당관으로서 많은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했다. 또 ITL의 데이터도 자신이 받아 정리해서 본국에 보내왔다.

기지 내에서 발생했던 변이체를 실제 보기도 했던 그녀다.

자신이 아는 변이체는 결코 저렇게 집단행동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급해 졌다. 남은 병력이라고는 사령부 내의 중위 하나와 행정병 셋, 그리고 감옥을 지키고 있는 넷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시설관리를 위한 민간인과 이런저런 지원인력이었다.

그리고 outbreak가 터진 후, 부대 인근 농가에서 대피해 들어온 지역주민 30여 명 뿐이었다.

자신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한 명이 숙소 하나씩을 쓰면서 변이하면 처리하면 된다지만, 민간인들을 감시와 동시에 보호할 인원이 없었다.

민간인 중 시설관리인의 보호는 자신의 생명 다음으로 중요했다.

자가발전기와 정수시설이 멈추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감옥에 몇 명이 수감되어 있나?”

행정병이 스물셋이라고 보고하고 신상 자료를 출력해 건넸다.

소령이 받아본 신상 자료에는 18명의 레인저와 2명의 일반병, 그리고 3명의 한국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왜 한국군이 여기에 있지?”

“그 이유는 조회되지 않습니다.”

“레인저들은 경력 사항이 전부 비공개군. 뭐야? 뭐 하는 놈들이야?”

그들은 정보대대의 작전 중, 특별한 무력지원이 필요한 경우 출동하는 비밀병력이었다.

어디에서 편제되지 않은 죄수로 위장하고 있었다.

작전이 있을 때 출소하고 작전이 끝나면 다시 죄수로 갇히는 사정을 캘리 소령이나 행정병이 알 수는 없었다.

또한 그들의 비취 권한으로는 관련 내용이 조회되지도 않았다.

캘리는 일단 정체보다는 당장 저 죄수들을 꺼내 써도 앞으로 문제가 없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사는 것이 먼저였다.

“감옥 연결해 줘.”

패트릭 상병이 전화를 받았다.

죄수 전부를 무장시켜서 경비 인원과 함께 사령부로 오라는 명령이었다.

죄수를 무장시키고 함께 오라는 이상한 지시였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게 군대. 패트릭은 감옥 문을 전부 열고 소령의 명령을 전파했다.

팀장인 알렉스 중위는 방송으로 들리는 얘기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감옥에 있었지만,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감옥에서도 보고받고 있었다.

이곳 감방에서 변이체로 변해 사살당하는 죄수를 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자신과 같은 감방을 쓰던 자신의 팀원이 변해서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지금 자신들을 무장시켜 보낸다는 것은 죄수들의 손이라도 빌릴 만큼 다급한 상황이란 말이었다.

부스스 몸을 일으킨 알렉스가 자신의 감방을 나서자 이미 자신의 팀원 이십 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군 남자 열하나에 여자 여섯, 한국군 남자 둘에 여자 하나였다.

그리고 느지막이 껄렁한 진짜 죄수로 보이는 덩치 둘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덜컹~

문이 열리며 소총 하나 달랑 든 상병이 들어왔다

“따라 와요.”

상병이 인도한 곳은 경비병들의 무기고였다. 아쉽게도 그곳에는 M4 소총 외에 쓸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알렉스와 팀원들은 소총 하나씩과 탄창을 챙길 만큼 챙기고 대검도 두 개씩 챙겼다.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거리던 진짜 죄수 두 놈은 소총 하나에 탄창 하나씩만 챙기고 나섰다.

다른 장비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무기고에는 정말이지 챙길만한 것이 없었다.

세 명의 병사가 더 합류한 후, 몇 개의 문을 상병이 카드키로 열고 나서야 그들 모두는 감옥의 정문에 다다랐다.

상병이 또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려는 것을, 중위가 상병의 어깨를 짚으며 말렸다.

“이봐 지금 밖에 변이체라는 것들이 난리라며 천천히 가자고.”

중위의 말에 나머지 팀원들은 키득키득 웃었고, 상병은 얼굴이 벌게진 채로 뒤로 물러났다.

중위는 팀원들을 돌아보더니 씩 웃으면서 말했다.

“몸 좀 풀어 볼까?”

문을 향해 돌아서는 중위의 표정에서 미소는 사라지고 베일 것 같이 날카로운 기운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의 팀원들의 기운도 마찬가지였다.

경비병들과 두 죄수는 자기 자신들도 군인이었기에 보는 눈이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들은 보통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풀어져 있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경직되어 갔다.

삑~

상병이 문의 잠금을 해제하자 중위는 나직하게 명령했다.

“로버트 좌, 로드리게스 우.”

팀 내 선임인 로버트 상사와 로드리게스 상사가 각 다섯씩을 데리고 문밖을 슬쩍 보고는 튀어 나가 좌우 방의 안전을 확인했다.

“씬디 전방.”

씬디 상사는 넷을 데리고 전방 정찰을 위해 달려나가 일행과 약 20m 거리를 벌렸다.

그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마치 기계처럼, 미리 각본을 짜놓은 듯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전후좌우를 경계하며 사각을 철저하게 확인한 후 나가면서도 보통의 구보보다 월등하게 빨랐다.

“와. 죽인다. 꼭 시가전 교육 동영상 보는 거 같아.”

“쉿. 닥치고 따라가. 잘못하면 저 사람들한테 먼저 죽을 거 같아.”

교도소는 기지의 북동쪽 끝에 있었다. 중간에 위치한 사령부까지 직선거리로 약 2km 남짓.

건물을 돌면서 가는 지금은 총 약 4km 정도를 가야 했다.

약 10분 만에 2km 정도를 전진했다. 일행보다 약 30m 앞의 씬디 상사가 아파치헬기 격납고에 기대서서 전방을 보며 뒤를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290도 방향, 거리 100m, 적 다섯. 전방 진행 불가능>

격납고의 전방과 우측은 개활지였다.

씬디의 신호를 본 로버트가 자신의 인원들을 데리고 격납고를 끼고 왼쪽으로 돌았다.

로드리게스 팀이 다시 로버트의 후위를 엄호하기 따라붙었다.

알렉스 중위와 나머지는 씬디에게 붙어서 로버트의 신호를 기다렸다.

로버트는 격납고 좌전방의 헬기 관제탑 밑으로 향했다. 놈들의 사각 지역이었다.

자리를 잡은 그는 새소리를 내서 이쪽의 시선을 돌리고 신호를 보냈다.

<좌측 진행 불가. 적 사살 요망>

<좌측 1번, 2번 그쪽 제거. 3번 4번 이쪽에서 제거>

소음기가 없어 소리가 크게 나겠지만 저놈들이 소리에 반응할지 아닐지도 모르고 지금은 달리 방법도 없었다.

저격병인 무하마드 중사와 클락 하사가 한 놈씩 겨냥하고 알렉스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발사했다.

따아앙~

네 명이 쏜 총소리는 마치 한 발을 쏘는 듯 들렸다.

목표물들의 대가리가 한꺼번에 터지며 풀썩 쓰러짐과 동시에 일행은 이착륙장 너머의 Super Gym을 향해 전속으로 달렸다.

1호는 알렉스 일행의 사격 소리를 들었다. 소리 방향에서는 마침 바람도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에는 기분 나쁜 화약 냄새와 고소하거나 들큰한 인간의 냄새가 바람에 섞여 왔다.

냄새는 시간이 갈수록 진해졌다. 위치는 좌우로 바뀌고 있지만, 거리는 점점 좁혀지는 것이 확실했다.

카 아아~ 그르르를~ 오악~

냄새를 맡던 1호가 포효했다.

살아있는 인간을 냄새를 맡고 들썩들썩 이던 놈들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놈들을 보며 1호는 계속 소리를 냈다.

거기에 따라 어떤 놈들은 건물 벽의 파이프를 타고 오르고, 어떤 놈들은 으슥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며 흩어져 나갔다.

알렉스 중위는 들려오는 짐승의 울부짖음을 듣고서 소름이 돋았다.

여태 수많은 전투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전투의 공포는 잊고 살았다.

그런 그에게 소름이 돋는다는 것은 불길한 느낌이었다.

겨우 짐승의 소리에 소름이 돋은 자신에게 한심하다는 듯 억지로 한번 웃어주고는 빠른 전진을 이어갔다.

사령부로 가는 글을 딱 막고 있는 거대한 Super Gym을 삥 둘러 돌아 나가는데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골목에서 신호를 보냈다.

<40도 방향, 거리 15m. 적 2. 직접 처리>

로드리게스 조의 병장 두 명이 대검을 들고 놈들의 뒤로 조용히 접근했다.

바람은 놈들에게서 이쪽으로 불고 있었다. 놈들은 뒤의 인간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칼로 목이 그어졌다.

인간의 목이었으면 대검에 반은 잘려야 했는데 이놈들의 목은 깊지 않은 상처만 남겼을 뿐이었다.

놈들은 바로 뒤돌아 반격을 시도했다.

비록 살짝 당황했지만 두 병장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놈들의 무릎인대를 끊고 스프링같이 물러났다.

그들을 뒤에서 겨냥하고 있던 로드리게스와 나머지 일행은 두 놈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로버트는 골목을 들여 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놈에게 잡힐 뻔했다. 다행히도 저격병 무하마드의 총알이 간발의 차이로 놈의 눈을 뚫어 버렸다.

씬디가 저 앞 건물 사이로 모습을 감추자마자 타라라라 하면서 연사로 갈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면 갈수록 점점 놈들을 자주 만났다.

피하기도, 죽이기도 하면서 전진한 결과, 열둘을 죽이고 사령부와의 거리는 이제 직선거리로 약 1km.

두 개의 2층 건물 사이 차 한 대 들어갈 정도의 막다른 골목 안에 멈춰 서서 경비병을 불렀다.

“상병. 사령부에 무전 되지?”

“네 됩니다.”

“우리 위치 말해 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 그리고…….”

말하던 도중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위에서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가 바닥에 보였다. 그림자를 보자마자 상병을 밀쳐내고 옆으로 굴렀다.

일어나면서 전방을 조준하는데 새빨간 눈으로 중위를 째려보는 여자가 있었다.

어깨 언저리에 살이 떨어져 나간 상처가 있었고 손과 입에는 붉은 피가 아직 마르지 않고 있었다.

탕~

1m도 안 되는 거리였다. 총을 맞은 여자의 머리는 터져나갔다.

뒤로 쓰러지는 여자의 너머로 떨어지는 변이체들과 육박전을 하는 대원들이 보였다.

연사로 탄창 하나를 비워 버리고 놈들에게 몸이 찢어지며 내장을 쏟아내는 죄수 하나도 보였다.

방심했다. 인간과의 교전이었다면 당연히 건물 위를 살폈다.

인간이 아닌 놈들이 설마 건물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떨어지는 놈의 턱을 소총으로 돌려쳤다. 총구를 들이댈 거리가 나오면 몸의 어디든 쐈다.

놈들을 피해 골목 밖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놈들은 교묘하게 바깥쪽으로 떨어져서 길을 막았다.

골목 외곽에서 경계하던 씬디 팀과 로버트 팀, 로드리게스 팀은 다행히 놈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바닥을 구르며 놈들을 피하고 있는 아군 때문에 조준사격을 해야 했다.

특히 경비병과 한 명의 죄수는 전혀 훈련받은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사격을 방해만 하고 있었다.

중위는 겨우겨우 빠져나옴과 동시에 따라오는 놈들에게 총알을 먹였다.

다른 대원들도 그간의 수많은 전투에서 목숨을 건진 베테랑답게 결국은 자신을 덮쳤던 놈들을 잡으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만 다섯의 사병과 경비병 넷, 죄수 둘은 놈들에게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해체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전부 일곱 마리의 변이체뿐.

전방과 좌측방을 경계하는 몇 명을 뺀 나머지는 조정간을 연사로 놓고 갈겼다.

놈들이 뛰어내린 곳이 막다른 골목이라서 이번에는 저놈들이 당할 차례였다.

타다다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M4의 약간은 방정맞은 소리와 함께 빗발치는 총알에 놈들의 눈알이 터져 나가고 뇌수와 피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었다. 뼈와 살이 조각나서 흩날렸다. 그렇게 막 탄창 하나를 비울 때, 로드리게스와 씬디가 동시에 외쳤다.

“전방에 적 출현.”

“우측방 적 출현.”

움직여야 했다. 저들이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이 자리에서 전멸이었다.

동시에 몰아닥치지 않은 게 천운이라 생각하며 좌측으로 뚫린 길을 달렸다.

하지만 그들이 동시에 들이치지 않은 것은 운이 아니었다. 1호는 맹수의 본능으로 사냥을 시작했고 늑대가 또는 사자가 사냥할 때 사냥감을 몰아 힘을 빼듯, 그리고 그렇게 쫓겨 온 힘 빠진 사냥감의 마지막을 끝내는 무리가 있듯, 변이체들을 컨트롤 해서 몰이 사냥을 시작했다.

알렉스 일행 열여섯은 42마리 변이체들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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