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40화 (40/145)

# 40

“조용히 가라. 그냥 가면 살려는 줄게.”

“이 씨발년이 뭐라는 거야? 뒤지고 싶어? 배때지를 갈라서 창자를 꺼내 줘?”

“이 썅년이 뭘 믿고 뻗대는 거야? 썅 누구든 나서기만 해봐. 허파에 바람구멍 만들어 줄 테니까.”

조폭들이 칼을 꺼내 다가오자 이택진은 물러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제가 처리할게요. 몇 놈 되지도 않는데.”

나현주의 말에 조폭들은 기가 찬 듯 피식거렸다.

“와. 이년 제대로 미친년일세. 주둥이 조심해라. 확 찢어 버린다. 곱게 가려 했더니 이년이 매를 버네.”

“형님. 의원 놈이 먹기 전에 우리가 먼저 먹어 버릴까요?”

“안돼. 그 새끼한테 아직 빼 먹을 게 있어. 지금은 하라는 대로 해 줘야 해.”

나현주는 놈들의 얘기를 더 듣지 않고 몸을 날렸다.

제자리에서 3m 정도를 날아 자신을 강간하자고 했던 놈의 턱을 올려 차고 바로 옆 놈의 얼굴을 팔꿈치로 찍어버렸다.

차인 놈은 우당탕 날아가 축 늘어져 버렸고 찍힌 놈은 얼굴이 함몰되어 주저앉았다.

남은 한 놈이 쌍욕을 하면서 칼을 내질렀다.

나현주는 배를 찔러오는 칼을 540도 뒤후리기로 날려버리고 공중에서 놈의 관자놀이에 발을 찔러넣었다.

퍽~

“억. 힘 조절한다고 했는데 두개골이 그냥 깨져 버렸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현주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리고는 강간을 입에 담았던 첫 번째 놈에게 걸어갔다.

“야 이 개새끼야. 먹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 그게 강간이라도 싫고 식인이라도 싫어 새끼야. 너 때문에 날 잡아먹으려던 미친놈이 생각나 더 기분 나쁘잖아.”

말과 함께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옆에 주저앉은 놈의 사타구니도 박살 냈다.

그 모습을 본 이택진이 놀라서 어어 하고 있는데 관장이 쓰러진 놈 하나를 구석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뷔페 쪽에서 한 놈 오고 있소.”

이진성과 김현희가 나머지를 끌어다 구석에 던져 버리자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놈이 외쳤다.

“야 이 새끼들아 왜 이렇게 오래… 어? 이 새끼들 어디 갔어?”

문 옆에서 자세를 잡고 있던 나현주가 놈의 배에 킥을 날렸다.

앞으로 쓰러지는 놈의 머리를 잡아 돌려 버렸다.

“관장님. 더 오는 놈들 있나요?”

“없소. 뷔페 쪽에 이놈들과 비슷한 기운을 가진 놈들이 열셋이오. 총 때문에 정면승부는 힘들 거요.”

이진성이 방금 죽은 놈의 시체를 구석에 끓어놓고 방 밖을 슬쩍 내다봤다.

“여기 있을 수는 없어요. 저놈들이 또 오기 전에 움직여야 해요. 아저씨. 여기 다른 게이트 있나요?”

“있기야 하지만, 저쪽 사무동인데… 거긴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라서.”

“거기 몇 마리나 있는데요?”

“몰라요. 최소한 50 이상? 많으면 100 이상?”

“거기까지 가는 길은요?”

“여기서 왼쪽으로 복도 따라가서 끝에서 문 열고 나가면 사무동이긴 한데, 어쩌려구요? 설마 거길 가겠다고요?”

“총 들고 덤비는 인간보다 놈들이 상대하기 쉽습니다.”

청룡언월도를 들고 방을 나서는 이진성을 모두가 따라나서자 이택진은 김현희를 붙잡았다.

“미쳤어? 거길 가려고? 그러다 죽어.”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곳을 몇 번을 거쳐 왔는지 알아? 입 닥치고 따라와.”

김현희는 이택진의 멱살을 잡고 일행을 따라나섰다.

* * *

“아니 여자애 하나 데려오라니까 왜 이렇게 안 옵니까? 사장님 애들 좀 더 보내 보시죠.”

“김 의원. 뭘 그렇게 보채요? 좀 기다려 봐요. 왜? 우리 애들이 먼저 어떻게 할까 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좀 많이 늦지 않습니까?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걱정이 돼서요.”

“야. 애들 간지 얼마나 됐냐?”

“한 10분 됐습니다. 형님.”

“벌써? 씨발. 이것들이 뭐 하고 있는 거야? 너희 둘 총 들고 따라와. 이것들 헛짓거리만 하고 있어 봐. 괴물 밥으로 줘 버릴 테니까.”

일행이 있던 방문을 벌컥 연 두목의 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씨발 것들이 다 어디 간 거야?”

다시 나가려는데 열린 문 뒤쪽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방으로 들어가 문으로 가려진 구석을 보니 거기에 네 놈이 포개져 있었다.

“씨발 어떻게 된 거야?”

둘은 이미 죽어 있었고 둘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현철아. 눈 떠. 이새끼야. 눈 뜨란 말이야.”

죽은 놈 중 하나는 두목의 친동생이었다.

동생의 시체를 부여잡고 한참을 소리치던 두목이 벌떡 일어서 뒤에 엉거주춤하고 있는 놈의 총을 빼앗아 들었다.

“가서 다 나오라고 해. 전부 총 들고 오라고 해. 이것을 전부 갈아 마셔 버린다. 씨발. 서둘러.”

두목은 이미 아무도 없는 복도에 서서 사무동 쪽 방향을 바라보고 부하들을 기다렸다.

* * *

그 시각, 일행은 이미 사무동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무동에는 불 켜진 전등은 없었지만, 다행히도 비상구 안내등이 녹색 불빛을 희미하게 뿌리고 있었다.

“20m 전방에 좀비 5마리. 25m 지점에 8마리 있어요.”

조용히 말하는 이진성을 보고 이택진이 김현희에게 귓속말했다.

“저 사람 지금 뭐라는 거야?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고 저런 소리를 해?”

“조용히 하고 따라만 와. 오늘 신기한 거 많이 볼 거야.”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서는 김현희를 보고 이택진이 팔을 잡아끌었다.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앞으로 나서? 이리와.”

“조용히 따라오라고 했지? 이거 놔.”

김현희는 자신을 잡고 있는 이택진의 손목을 비틀어 빼버렸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택진은 자신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틀어 버리는 김현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두는 방패를 앞세운 김현희와 이진성이 섰다.

그 뒤로 빈손의 장동건과 이택진이, 다시 그 2m쯤 뒤로 나현주와 관장이 맡았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이진성은 반경 50m 내의 좀비들의 위치는 지도를 보듯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보다 먼 것들도 대략적인 위치와 숫자는 파악이 됐다.

“몸살인지 진화인지 좋긴 좋네요. 저놈들 움직임이 정확하게 파악돼요. 20m 앞에 있던 놈들 지금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저 아저씨 고소한 냄새 때문에 오나 봐요.”

이택진은 갑자기 웬 고소한 냄새 타령인지 의아했다.

자신의 몸 냄새를 맡아 봤지만, 홀아비 쉰내밖에 나지 않았다.

첫 번째 돌격은 이진성과 김현희의 협공으로 쉽게 끝냈다.

가장 앞서 오는 놈은 이진성이 일격참에 상체가 사선으로 갈라버렸다.

그 뒤의 놈들은 김현희가 방패로 쳐내고 이진성이 처리하는 식이었다.

김현희 자신도 방패로 두 놈의 멱을 따버렸다.

그런 김현희의 모습에 놀란 이택진은 말도 못 하고 손가락으로 김현희를 가리키고 어버버 할 뿐이었다.

두 번째 여덟 마리와 가까워지자 협공하려고 나서는 나현주를 관장이 말렸다.

“아직은 괜찮소. 두 사람이 저 정도 감당할 수준은 되오.”

확실히 세 번째 몸살을 앓고 난 이진성은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스피드가 거의 두 배로 빨라짐과 동시에 파괴력도 증가했다.

공격 패턴도 주로 하던 단순한 찍기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더 다양해졌다.

무기의 제어도 좋아져서 공격 후 중심을 잃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김현희의 방패 날 공격은 마치 거대한 바스타드소드를 휘두르는 것 같았다.

거대한 풍압과 함께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간 방패는 놈들의 몸을 쫙쫙 갈라냈고 목은 덩그렁 떨어져 나갔다.

그런 방패를 마치 맨손을 휘두르는 듯 너무도 가볍게 움직이는 그녀였다.

이제는 찍어 뭉개버리기보다는 날로 베기와 쳐서 날려버리기가 주공격으로 바뀌었다.

이택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방안에서는 조폭 넷을 순식간에 보내는 나현주에게 놀랐다.

지금은 눈앞에서 좀비들을 너무도 쉽게 잡고 있는 두 사람을 입을 벌리고 보고 있었다.

자신들은 그동안 총을 들고도 셀 수 없이 죽어가면서 놈들을 겨우겨우 이곳으로 몰아넣는 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사자가 토끼 잡듯 놈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 사람은 자신의 전처였다.

순식간에 여덟을 잡아 버리고 앞으로 나가는 그들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이택진의 손을 장동건이 잡아끌었다.

“30m 전방 좌측에 14, 우측에 10, 그리고 40m 정면에 20 있어요. 이미 싸우는 소리 듣고 왔나 봐요.”

“놈 중에 기가 느껴지는 놈들이 둘이오. 기의 강도로 봐서 한 번 진화하고 좀비가 된 것으로 보이오. 놈들은 나랑 현주씨가 하나씩 맡겠소.”

또다시 놈들의 위치를 말하는 청년과 기가 어쩌고 하면서 말하는 장년의 사내가 더없이 신기했다. 하지만 이택진은 지금은 그저 가만있어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모두 44마리면 죽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이들 다섯은 너무도 태연했다.

“조폭 놈들이 오기 전에 빨리 해치웁시다.”

관장이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나현주도 그런 관장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진성과 김현희는 그들에게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달려나갔다.

놈들은 다가오지 않고 사람들이 달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좌측과 우측 놈들은 널찍한 방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전방의 스물이 있는 곳은 복도 중간의 홀이었다.

달리던 포지션 그대로 나현주와 관장은 전방으로 계속 달렸다. 좌측 방으로는 김현희가, 우측으로는 이진성이 들어갔다.

이진성은 처음으로 열 마리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긴장은 됐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방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옆에서 달려드는 놈은 이미 파악하고 준비하던 참이었다.

몸을 틀면서 놈의 목을 잘라내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왼쪽으로 셋, 오른쪽 테이블 뒤로 넷, 방안 쪽으로 검붉은눈 둘. 왼쪽의 셋이 먼저였다.

청룡언월도를 풍차 돌리듯 돌리며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달려들었다.

정면으로 달리던 이진성이 갑자기 달려들자 왼쪽에 있던 놈들은 순간 당황했는지 공격 시점을 놓쳤다.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청룡언월도를 맞은 한 놈의 갈비뼈가 터트리고 그 옆에 있던 놈의 목을 반 정도 파고들었다.

놈의 목에 중식도가 걸린 채, 끝에 있는 놈을 향해 달렸다.

끝 놈의 앞에서 청룡언월도를 잡아당기자 두 번째 놈의 목뼈가 으드득하며 잘리고 대가리가 떨어졌다.

달리면서 당기던 힘을 살려서 360도 회전하며 청룡언월도를 놈의 정수리에 찍었다.

놈의 대가리는 두 쪽이 났고 이진성은 다음 네 놈을 향해 테이블 위로 박차 올랐다.

네 놈 중, 두 놈이 테이블 위로 올라와 이진성의 앞뒤를 막아섰다.

두 놈은 밑에서 이진성의 다리를 잡으려고 손을 휘둘렀다.

막 뻗어오는 밑의 놈의 손을 발로 걷어찬 이진성은 놈의 정수리를 밟고서 뛰어넘으며 뒤로 몸을 틀었다.

놈은 이제 막 몸을 돌리고 있었다. 위의 놈들도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떨어지면서 청룡언월도를 앞에 보이는 놈의 뒤통수에 찍어 넣고 착지하자마자 다시 튀어 오르며 테이블에서 뛰어내리는 놈의 다리를 잘라냈다.

그 순간, 테이블에서 뛰어 내린 또 한 놈의 손이 거의 이진성의 목까지 다가왔다.

밑에 있던 다른 한 놈도 몸을 던졌다.

놈의 손가락을 코앞에서 보면서 이진성은 옆으로 몸을 굴렸지만 테이블에 막혀 멀리 가지 못했다.

크아아아~

거의 잡을 뻔한 이진성을 놓친 놈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 달려들었다.

테이블 밑을 기어 반대쪽으로 빠져나온 이진성을 한 놈이 테이블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막 점프하는 순간이었다.

이진성은 밑에서 누운 채로 청룡언월도로 놈의 골반을 찍어 뒤로 넘겼다.

그러고 후다닥 일어서자 눈앞에 또 한 놈이 이빨을 들이밀고 테이블을 타 넘고 있는 게 보였다.

청령언월도를 회수하기에는 늦었다.

놈의 주둥이에 팔꿈치를 꽂아 넣고 휘청하는 놈에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놈이 저만치 날아가는 것을 보고 바로 골반이 작살나 버둥대는 놈의 대가리를 박살 냈다. 그리고 검붉은눈 두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진성이 열 마리를 모두 끝내고 나오자 김현희도 막 방을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 앞에는 관장과 나현주가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서 마지막 네 놈과 싸우고 있었다.

네 놈 중 두 놈은 움직임이 달랐다.

그 두 놈이 진화 후 좀비로 변한 놈이 틀림없었다.

네 사람이 모여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있는데 저 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이거 뭐야? 괴물 시체야? 이건 칼로 쳐 죽인 거잖아.”

“그놈들이 이렇게 한 거 같은데요 형님. 그놈들 탈영병들도 다 잡았다더니 보통 놈들 아닌 거 같습니다.”

“씨발아, 보통 놈들이었으면 현철이가 그렇게 죽었겠냐? 어서 찾아. 아직 멀리 못 갔다 이 새끼들. 갈기갈기 찢어주마 씨발것들.”

이진성과 김현희는 쫓아오는 조폭들의 소리를 듣고 눈앞의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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