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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41화 (41/145)

# 41

4대 4의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이진성과 김현희가 하나씩을 맡아주자 관장과 나현주는 손쉽게 진화자 좀비를 처리했다.

한 번 진화한 사람이 변한 좀비는 지금의 그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가야겠어요. 놈들이 와요. 이 앞으로 50m 내에는 좀비 없어요. 아저씨 게이트 얼마나 더 가야 되요?”

“그러니까… 아마 20m 정도요?”

일행은 앞으로 달렸다. 조폭들은 방을 하나하나 수색하는지, 랜턴 불빛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었다.

“어라? 이게 왜 내려져 있지?”

도착한 게이트의 셔터는 예상과 다르게 내려져 있었다.

당황한 이택진의 말에 모두는 지나온 길을 쳐다봤다.

놈들은 아직 멀리 있는지 랜턴 불빛만 희미하게 보일 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가면 어디오?”

“더 가면 탁구장 나옵니다. 거기도 괴물들이 많아요.”

“관장님. 진성 형님. 사무실 창문 깨고 나가요. 빨리 나가면 숨을 수 있을 거예요.”

“바깥쪽 사무실은 전부 방범창살이 있어요. 깨도 못 나가요.”

관장은 랜턴 불빛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저놈들을 잡고 갑시다. 총을 뺏으면 동건씨에게 먼저 주시고 다음은 저나 이택진 씨에게…….”

말을 듣던 이진성의 생각에 아무래도 총을 뺏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정면승부말고 구로에서 처럼 해요. 그때 조폭들이 좀비들 유인해서 사람들하고 싸우게 했잖아요.”

“우리가 유인 하자고요?”

“제가 좀비들을 조금 전 그 홀로 유인할게요. 조폭이 홀로 들어 설때 좀비들이 들이 닥치면 될거 같아요. 놈들끼리 싸우다 조폭이 죽어도 좋고, 최소한 총알은 소비하겠죠.”

“그러다 아저씨 물리면 어쩌려구요?”

“제 경험으로 저것들은 고소한 냄새가 있으면 그게 우선순위예요. 조폭들이 있는 동안 저한테 신경 안 쓸 거예요.”

“형님. 그거 너무 도박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승률이 아주 높은 도박이지. 지금 그거 말고 더 좋은 방법 있어?”

방법을 찾으면 있겠지만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진성은 자신 있었다.

고시원에서 끝방놈 일당이 다른 강도들을 다 잡아먹고 한참 뒤에서야 달큰한 냄새의 강도 두목을 물어버렸던 것.

그리고 하나마트에 쫓아오던 놈들이 이진성보다는 피트니스로 뛰어 올라간 것. 충분히 도박을 해 볼 만 했다.

“동건이는 저기 홀에 시체들 사이에 누워있어. 피 좀 뒤집어쓰고.”

이진성이 원하는 것이 뭔지 바로 알아들은 장동건은 홀로 달렸다.

“여러분들은 여기 사무실에서 문 닫고 기다려 주세요. 특히 택진 아저씨 잘 숨겨 주세요. 냄새 때문에 놈들이 꼬이지 않게. 그리고 여기 하나만 열어 놔 주세요. 제가 들어갈 수 있게.”

말을 마친 이진성은 미쳐 다른 사람이 잡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좀비들은 약 30m 전방에 몰려 있었다. 47마리. 적지 않은 숫자였다.

사무동의 끝에 가자 방화문이 보였다.

놈들은 방화문 때문에 넘어오지 못하고 문 뒤에서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이진성의 눈에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고 도어핸들을 돌리고 문을 밀었는데 문은 열리지 않는다.

저쪽의 놈들이 몸으로 문을 밀고 있는 것이었다.

“야 이 새끼들아. 니들 이쪽으로 오게 해 준다고. 그러니까 좀 비켜.”

소리 지르며 온 힘을 다 쏟아부어 문을 밀었다.

문이 조금 열리다 닫혔다. 그러기를 반복하고 결국 네 번째에 문이 조금 더 열리면서 문틈으로 손들이 들어왔다.

“그래. 이제 열고 들어와.”

뒤로 5m 정도를 물러선 이진성이 전속력으로 달려 문에 몸통박치기를 하자, 손을 넣고 있던 한 놈의 몸이 쑥 들어왔다.

놈의 손을 피하고 뒤로 돌아 달렸다. 바로 뒤에서 놈들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진성이 좀비 꼬리를 달고 게이트를 지났다.

홀은 약 20m 앞. 코너만 돌면 조폭놈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조폭들은 홀 중간에 왔을때 앞쪽 코너 뒤에서 뭔가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정지. 뭐든 오면 쏴버려.”

그런 놈들의 뒤에 장동건은 피와 육편을 온몸에 묻히고 누워 숨죽이고 있었다.

이진성이 제때 놈들을 몰고 와 소리를 내줬기에 들키지 않았다.

만약 조금 더 늦었다면 조폭들이 홀의 시체를 확인하면서 발각될 수도 있었다.

코너를 돈 이진성의 눈에 조폭들의 랜턴 불빛이 들어왔다.

열어 놓은 사무실까지는 7m 정도. 크게 한발을 내딛어 사무실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총성이 터져 나왔다.

타타탕 타타탕 투르르르르르~

이진성은 사무실 바닥을 한번 구르고 문을 닫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느새 문을 닫고 몸으로 문을 막고서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고 앉아 있는 나현주를 볼 수 있었다.

“여기 있었어요? 놈들이 들어 왔으면 위험한데 왜?”

“몇 놈 들어오면 잡으면 되죠. 아저씨가 문 못 닫고 놈들한테 물릴까 봐.”

온몸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 배시시 웃는 나현주의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이뻐 보였다.

이진성의 생각대로 좀비들은 눈앞의 싱싱한 먹잇감에 더 관심을 쏟았다.

총에 동료들이 죽어나갔지만 어디로 피할 공간이 없는 놈들은 그대로 전방으로 달렸다.

조폭들은 좀비들이 달려오자 열심히 쏴댔다.

하지만 전과 때문에 대부분 면제인 그들이 효과적인 사격을 하기는 힘들었다.

좀비 한 놈이 벌집이 되는가 하면 한발도 안 맞고 앞으로 나오는 놈도 있었다.

몇 놈은 벌써 탄창이 비어 빈총만 철컥거리고 있었다.

장동건이 그런 놈들의 뒤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제일 뒤에서 빈 총을 들고 어쩔줄 몰라 하는 놈에게 조용히 다가간 장동건이 뒤에서 놈의 머리를 돌려 버렸다.

놈이 떨어뜨리는 총을 낚아챈 장동건이 뒷주머니의 탄창을 꺼내 갈아끼고 가장 가까운 놈부터 잡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곱이 쓰러지자 그때서야 두 놈이 뒤를 돌아보고 장동건을 발견했다.

장동건은 총구를 돌리는 두 놈의 미간에 한발씩을 더 꽂아 넣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좀비 열둘이 남은 셋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옆의 사무실로 몸을 날렸다.

열셋의 조폭은 총을 들고도 겨우 35마리의 좀비 밖에 못 잡고 전멸해 버렸다.

복도에는 오랜만에 충분한 고기를 뜯어 먹는 열두마리의 좀비만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총성이 멎고 창밖으로 고개를 뺀 일행은 정신없이 조폭들을 뜯어 먹는 것을 좀비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왔다.

몇 놈이 슬쩍 고개를 들었지만, 금세 다시 눈앞의 고기에 대가리를 처박았다.

홀의 좀비를 사이에 두고 장동건과 나머지 일행이 마주 보고 섰다.

이진성이 손들 들었다 내리는 것을 신호로 넷이 식사 중인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장동건은 총알을 아끼기 위해 사람들을 지원만 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손쉽게 12의 보통 좀비는 끝나 버렸다.

더 이상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없자 일행은 피 웅덩이에 앉아 숨을 돌렸다.

그런 모습이 이택진에게는 또 다른 공포였다.

자신이 이곳이 발이 묶이고 단 한 번도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관장이라는 사람과 나현주라는 아가씨의 움직임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김현희는 정말 자기 전처가 맞나 의심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쳐다보던 이택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이제 어떻게 하죠?”

“음… 탁구장에 얼마나 더 있어요? 전 여기서는 냄새가 희미해서 잘 모르겠는데.”

“글쎄요. 알 수가 없네요. 진성씨라고 했나요? 냄새라는게 무슨 말인지?”

“아. 그건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지금은 그런 얘기 하고 있을 때가 아닌거 같아요. 다시 움직일까요?”

이진성이 시체들 사이에서 피 묻은 랜턴 하나를 주워들고 소총 두 자루를 어깨에 메고 일어섰다.

나머지 사람들도 바닥에 뒹굴고 있는 소총을 챙겨 들고 탁구장 쪽으로 향했다.

다시 닫힌 방화문 저쪽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없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여다본 내부는 타원형의 긴 복도에 우측의 통유리로 나뉜 탁구장이 보였다.

좌측은 그냥 벽이었다.

놈들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조금 전 처리한 놈들이 탁구장 쪽에 있던 전부였던 것 같았다.

복도를 따라 쭉 걸어온 일행의 앞에는 큰 유리문이 나왔다.

그 너머에는 원형 테이블과 책상 등을 쌓아놓은 방벽이 보였다

“이리로 나가면 어딘가요?”

“아까 봤던 뷔페로 통해요.”

다행히 이쪽으로 당기는 문이었다. 하지만 장애물은 꽤 튼튼하게 잘 쌓아 놓았던지 흔들어 봐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비켜봐 내가 밀어 볼게.”

앞으로 나서는 김현희를 보고 이택진은 이 사람이 또 왜 이러나 싶었지만, 가만 있었다.

쌓여있는 장애물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김현희가 한쪽을 잡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한 1분 정도나 힘을 썼나 싶은 순간, 김현희가 밀던 책상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조폭들이 총들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본 뷔페에 있던 사람들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귀에 갑자기 무엇인가 무너지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전부 복도 쪽 통유리에 달라붙은 그들의 눈에 온통 피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 뒤를 따르는 비교적 멀쩡한 한 사람은 이곳의 시설을 관리하던 이 소장이라는 사람이었다.

시의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큰일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조폭들이 저들을 잡으러 총까지 들고 갔는데 저들은 멀쩡히 살아왔다.

일의 시초는 자신의 색욕 때문이었다.

저들이 그걸 아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일단은 시치미 떼고 선수 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여러분들이 왜 그쪽에서 나오세요? 거기 괴물들은요?”

나현주가 앞으로 나섰다.

“니가 나 데리고 오라고 조폭들 시켰니?”

“네? 조폭들에게 뭘 시켜요?”

“니가 나 따먹으려고 데리고 오라고 시켰냐고?”

“이 아가씨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리고 젊은 아가씨가 말이 짧아요. 어른한테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니가 그 새끼들 시켜서 데려오라고 했잖아. 아니야?”

“어허.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전 그런 적 없습니다. 그 친구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 일 겁니다. 그놈들이 제 핑계를 댄 거겠지요.”

놈은 뻔뻔하게 나현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거짓말을 해댔다.

이들이 총을 두세 자루씩 메고 멀쩡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조폭들을 다 처리했다는 의미였다.

조폭들은 ‘그 친구들’에서 순식간에 ‘그 놈들’이 되었다.

“아가씨 뭔가 단단히 오해 하신 거 같은데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 시의원이에요 시의원.”

“씨발. 시의원이 뭐 어째서?”

이진성이 놈을 때리려는 나현주를 잡았다.

“왜요?”

“잠깐만 참아 줄래요?”

나현주를 뒤로하고 이진성이 앞으로 나섰다.

“전 저희 어머니를 찾아서 이곳에 왔어요. 저쪽에는 안 계신데 뷔페 안에 계신지 확인 좀 하고 싶은데요.”

이진성이 부탁하듯 말했지만, 청룡언월도를 흔들며 쏘아낸 강렬한 눈빛은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가만 안 있겠다는 의미였다.

시의원도 분위기 파악은 했는지 거절은 하지 않았다.

“그러세요. 왜 진작에 말 안 했어요? 그럼 일찍 찾아봤을 텐데.”

놈의 말에 피식 웃은 이진성이 뷔페 안으로 들어갔다.

피 칠갑을 한 남자가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한쪽으로 일제히 물러섰다.

사람들을 모두 확인하고 뷔페 안쪽까지 확인한 이진성은 결국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여기 다른 분들은 안 계십니까?”

잔뜩 긴장한 한 아줌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예요. 찾는 사람이 여기 없다면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처음 며칠 동안 도망 나간 사람 중에 있을 거예요. 제발 살려 주세요.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진성은 기가 막혔다.

자기가 누굴 죽인다고 한 것도 아닌데 살려달라는 말을 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관장이 다가왔다.

“우리가 조폭 다음으로 여길 장악하는 거로 생각하는 것 같소. 일단 어머니가 안 계신 것은 확인했으니 처음의 그 방으로 갑시다.”

관장이 앞장 서 뷔페에서 나갔고 이택진을 포함한 다섯도 처음의 그 방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시의원이 조용히 혼잣말을 뱉었다.

“저것들. 살려두면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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