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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57화 (57/145)

# 57

장동건이 방문 앞에 섰다. 관장은 문 옆에 서서 조금 열린 문틈 안을 들여다보았다.

문틈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말소리는 들여왔다.

그리고 매케한 연기가 뭉클뭉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빛을 교환한 관장이 힘껏 문을 열어젖혔다.

두 놈이 소파에 앉아 대마초인지 담배인지 모를 것을 빨고 있는 모습이 장동건에게 보였다.

푸슉. 푸슉.

머리에서 피가 튀는 걸 보면서 장동건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 보이는 셋을 찾아 안으로 한 발 딛는 순간 오른쪽에서 뭔가가 붕 날아왔다. 골프채였다.

벽 뒤에서 한 놈이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버리면서 우드를 머리로 날려왔다.

그걸 피하다가는 왼쪽에서 총을 집어 드는 놈에게 죽을 판이었다.

그리고 저 안쪽에 있는 놈도 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단 총을 집는 놈이 먼저였다. 온 힘을 다리에 쏟아부으며 몸을 날렸다.

가까스로 골프채를 피하며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놈의 머리를 쏘고 바닥을 굴렀다.

골프채는 바닥을 찍었다.

놈이 두 번째 스윙을 시작했다. 자빠져 있는 장동건이 피하기는 어려웠다.

맞을 각오를 하고 몸을 굴리며 놈에게 총구를 돌리는데 뭔가가 놈의 목에 꽂혀 들었다.

관장이 던진 대검이었다.

남은 놈은 한 놈. 급하게 돌린 눈에 그놈도 막 총을 집어 드는 것이 보였다.

푸슉.

놈의 관자놀이가 터졌다. 동시에 가슴에도 하나의 대검이 꽂혔다.

관장이 두 번째 놈과 세 번째 놈에게 거의 동시에 두 개의 단검을 던졌던 것이다.

“투도술은 또 언제?”

“취미로 해 왔던 거요”

“대단하세요. 컨트롤이 와. 움직이는 놈을 그렇게 급소에 바로….”

“운이 좋았소. 평소에는 그렇게 잘 안됐소”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나가는 관장을 따라 장동건은 사우나로 향했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골프채에 맞을 수 있었다는 얘기잖아?’

달리는 장동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우나 입구에 들어선 일행의 귀에 제일 먼저 여자들의 신음과 남자들의 헐떡이는 숨소리부터 들려왔다.

“이 안에 다 있나 봐요.”

“듣기 싫으니까 빨리 처리해요.”

나현주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관장이 오른손에 검을, 왼손에는 이 대위에게서 받은 대검 하나를 뽑아 들고 따랐다.

이진성은 쭈뼛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의외로 장동건이 얼굴이 벌게져서 총을 만지작거리며 뒤를 쫓았다.

사우나의 탈의실 앞 소파에는 한 놈이 두 여자랑 엉켜 있었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두 여자를 괴롭히던 놈은 갑자기 들어오는 세 사람을 보고 순간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저 새끼들은?”

몽롱한 눈으로 일어서던 놈은 관장이 던진 대검에 목이 뚫려 자빠졌다.

그 모습에 놀란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나현주가 날아들어 기절시켜버렸다.

탈의실을 지나자 호화로운 홀이 나왔다. 그곳에도 구석 구석 세 놈이 자빠져 있었다.

한쪽에는 술병이 굴러다니고 뭔지 모를 약도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남자나 여자나 눈이 풀려 헤롱거리는 것이 단순히 술만 한 게 아니었다.

세 사람이 다가가도 정신을 못 차리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현주가 남자들의 목을 하나하나 돌렸다.

그리고 여자들은 기절시키고 사우나 안으로 향했다.

사우나 안에는 거대하고 호화로운 탕들과 몇 개의 문이 있었다.

탕 옆에는 갖은 종류의 술과 담배 같은 것들, 그리고 알약들이 나뒹굴었다.

탕 안에 들어가 있는 놈, 마사지 침대에 자빠진 놈, 술을 질질 흘리며 헤롱대는 것들까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햐. 대단하신 장교님들이십니다. 동건아 빨리 처리하고 가자”

푹 푹 푹 푹

넷이 죽어 자빠졌다. 그들에게 깔려있던 여자들이 피를 뒤집어쓰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 뭐야?”

남자들이 네 사람을 발견했다. 몸을 일으키는데 제대로 움직이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저 구석에 있던 놈이 발가벗은 채 일어나 총을 향해 다가갔다.

관장은 그 꼴을 보고 있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대검 하나를 더 뽑아 놈의 목으로 날렸다.

놈이 탕으로 자빠지면서 탕 모서리에 걸린 대검이 빠지자, 목에서 나오는 피로 탕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다.

그 모습에 끌려와 취한 채 널브러져 있던 여자들이 정신이 들었는지 비명을 질러댔다.

그나마 정신이 있는 한 놈이 비척비척 뒤로 물러나며 일행을 향해 손을 저었다

“누구세요? 왜 이러세요?”

안에서 매일 술이나 퍼먹고 있던 놈은 일행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답은 저승에서 듣게.”

관장이 마지막 대검을 날리고는 검을 들고 뛰어들었다.

비척거리는 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관장이 날리는 대검과 장동건의 권총만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취한 채 놀라서 광분하는 여자들을 처리하는 것이 더 큰 일이었다.

여자들은 나현주가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기절시켰는데 전부 스물넷이나 됐다.

모두를 기절시키고 온 나현주가 이진성의 귀를 잡아끌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라 보고 있어요? 얼른 나와요”

끌려나가는 이진성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게 아니고 숫자가 안 맞아요”

놀란 일행이 안에 죽어 있는 놈들을 세어보니 열둘 밖에 없었다. 밖에서 넷을 죽였으니 하나가 비었다.

“썅. 어디로 간 거야?”

사우나 안에는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찾아봤지만 역시 없었다.

“흩어져서 찾아봐요”

나현주가 없어진 하나를 찾은 것은 1층에 있는 통유리로 되어 정원이 내다보이는 꽤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그곳에는 머리가 반쯤 벗어진 중년 남자 하나가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정신이 없는 듯한 여자 셋도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피를 흘리며 거품을 물고 죽어있는 여자도 한 명 보였다.

“니가 그 대령이라는 놈이냐?”

대령의 풀어진 눈에 방으로 들어오는 나현주가 보였다. 정신은 없었지만, 손이 무의식적으로 권총으로 뻗었다.

그 꼴을 보고 있던 나현주가 점프해서 놈의 명치에 킥을 꽂아 넣었다. 힘조절을 해서 한방에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빠져서 컥컥대는 놈을 내려다 본 나현주는 기가 찼다. 녀석은 정상이 아니었다.

“이 씨발 새끼가 지저분한 짓거리는 다 했네. 그리고 죽이긴 왜 죽이고 지랄이야?”

놈은 성기가 터지는 것에서 시작해서 온몸의 뼈가 부러져 나가야 했다.

강간범은 용서하지 않는 나현주의 응징은 뒤늦게 들어온 이진성이 잡아 말리면서 겨우 끝났다.

이진성이 살핀 대령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일행은 이 대위의 안내로 안쪽에 갇혀있던 민간인들을 확인했지만 나현주의 가족은 없었다.

“장부를 봐야겠어요. 장부는 찾았어요?”

“네. 사무실로 가시죠”

실망과 함께 불안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온 나현주는 이 대위가 펼쳐 보이는 노트를 받아들었다.

한참을 장부를 쳐다보던 나현주가 장부를 내려놓으면 모두를 돌아봤다.

긴장한 채 지켜보던 이진성에게 미소 띤 그녀가 보였다.

“찾았어요?”

“네. 찾았어요. 여기 명단에 있어요. 부모님이랑 이모도 같이 있어요.”

“축하해요.”

축하를 건네는 이진성을 보며 나현주는 방긋 웃었다.

“아저씨 어머니도 여기 계세요.”

“진짜요?”

이진성이 장부를 받아 확인했다. ‘안산동산교회 23명 외 12명’이라는 명세가 보였다.

성별 나이 이름이 있고 그중에 ‘여. 73세. 박성희’라고 분명히 적혀있었다.

“아. 이 노인네. 정말 잘도 돌아다니네.”

김현희와 장동건이 두 사람을 축하했다.

관장은 그저 가만있는데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 것 같기도 했지만 확실치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던 이재규가 큼큼거리며 다가왔다.

“이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용인쉘터로 가셔야겠죠?”

“저랑 현주 씨는 가야죠. 나머지 분들은 각자 결정하실 겁니다”

“다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 동탄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에? 왜요? 기껏 힘들게 대령이랑 다 처리해 줬더니?”

이재규는 지난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곳에는 좀비가 너무 많은 반면 탄환이 얼마 남지 않았고 식량도 문제라는 것이다.

남은 부하 장병과 민간인 중 희망자들과 함께 평택 미군기지로 가서 그곳을 점령할 계획이며 이미 선발대가 가는 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주위로는 적지 않은 농토가 있고 아산만방조제로 흐르는 안성천을 끼고 있어 농사와 어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군의 철수로 최소한의 경비병력만 남아 있지만, 그들이 쓰기에는 엄청난 양의 비축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럴 거면 대령은 왜 처리한 거죠?”

“대령은 여기에 계속 있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용인 쉘터에서도 대령을 책임자로 둘 수 없다고 결정보고 저에게 제거를 명령했고요.”

사람들은 생각에 잠겼다. 들은 말대로라면 평택도 안전한 거주지가 될 수 있었다.

“나랑 우리 집 양반은 평택으로 가는 게 좋겠어. 우리 아들도 거기로 피신했다고 했고.”

“그러네요. 누님은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러셔야죠.”

“나는 두 사람과 용인쉘터로 가겠소. 거기서 다시 거취를 결정하려 하오. 평택으로 가면 더 수련하기는 힘들 것 같소”

“음… 어쩌지? 에이. 저도 용인으로 일단 갈래요. 그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결국 김현희는 평택으로 가고 나머지는 용인으로 가기로 했다.

평택으로의 출발은 잠정적으로 열흘 후로 잡았다고 했다.

일행도 거기에 맞춰 용인으로 떠나기로 하고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진성 일행이 돌아간 후 대령의 방에 홀로 남은 이재규 대위는 전술정보통신망으로 용인의 김 소장과 교신 중이었다.

“김 소장님. 접니다. 이 재규”

“이 새끼 봐라? 접니다. 이재규?”

“소장님. 군도 다 박살 난 마당에 왜 이러십니까?”

“허. 기가 막혀서. 이 새끼가 하두정이 잡으라고 시켰더니 간이 배밖에 나왔구나? 왜? 하두정이는 끝냈냐? 그래서 이렇게 목이 뻣뻣하셔?”

“잘 끝냈습니다. 그것 보다…”

이재규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속삭였다.

“거기로 능력자 세 명과 특급 사수 한 명 갈 겁니다. 소장님한테 가게 할 거니까 소총탄하고 크레모아 좀 더 주십시요.”

“갑자기 뭔 소리야? 웬 능력자?”

“이번에 이리로 온 사람들인데 초특급 입니다. 그러니까 거기 다른 사람들이 채가기 전에 소장님이 챙기시고 탄약 좀 더 주세요”

“뭔데? 설명해봐”

이재규는 낮은 목소리로 이진성 일행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그들이 왜 동탄에 왔고, 와서 어떻게 좀비를 잡았는지 알려줬다.

또 하 대령 일당을 처리한 것도 그들이고 부모를 찾아 쉘터로 갈 것이라는 것도 말했다.

“그러니까, 거기 의원 놈이나 지사 놈이 손쓰기 전에 먼저 챙기시라고 알려 드리는 겁니다. 대신에 탄약 좀 더 주세요”

“야. 니가 거기 비우고 평택으로 가는 거 때문에 내가 손해가 얼마나 큰데? 그러면서 더 달라고?”

“이 사람들 받아서 충당하세요. 충분히 벌어 줄 겁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제가 뻔히 들통날 거짓말 해서 뭐 합니까?”

소장의 목소리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흘러나왔다.

“그래. 니가 그런 거로 거짓말하는 놈은 아니지. 그래서 얼마나 더?”

“전부 다 해서 탄알 10만발에 크레모아 100개요.”

“뭐? 너 미치셨어요?”

“저희가 살아서 가야지 장군님이 병력 필요할 때 도와 드릴 수 있지 않습니까? 아까워 마세요.”

“이 새끼. 아주 배 째라네. 알았다. 알았어. 줄게. 대신에 내가 오라면 꼭 와야 하는 거다.”

“네. 네. 제가 언제 한 입으로 두말 했나요? 믿으세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꼭 가야겠냐?”

“여기서 맨날 총질하면서 살 수가 없습니다. 거기 가 있다가 여건이 되면 동탄 수복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거로 얘기 다 한 거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턱 밑이 텅 비어 있으면 허전해서 말이지.”

둘은 향후 계획에 대해 몇 마디 더 하고 통신을 끝냈다.

이재규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진성 일행 덕분에 더 많은 탄약을 챙길 수 있어 좋았고, 김 소장은 특급 능력자가 온다는 정보를 선점해서 좋았다.

그리고 둘은 각자의 미래 계획을 수정 보완하며 그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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