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68화 (68/145)

# 68

“저쪽 네 명이 장 지사 쪽 사람들이에요.”

경호원이 가리키는 곳에는 네 명의 남녀가 좀비들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아홉 마리의 좀비들에 둘러싸여 싸우고 있는데, 주위로는 네댓 마리로 보이는 좀비 시체가 널려있었다.

“어째 그다지 여유로워 보이지 않네요?”

“실전 경험이 많지 않아 보이오. 진화자 치고는 기도 크지 않소. 진성 씨 두 번째 몸살 했을 때 보다 약간 더 큰 정도?”

경호원은 관장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실력이 별로라는 뜻이라는 것은 알아들었다.

“저들 중 둘은 이 안에서 능력자가 되었어요. 원래 일하러 들어왔다가 갑자기 그렇게 되었죠.”

“일단 저 사람들하고 같이 저것들부터 처리해요.”

장 지사 쪽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행은 자신들에게 덤벼드는 좀비들만을 처리하면서 상황을 살폈다. 박 의원 쪽 사람들도 좀비를 잡는 것에는 그다지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이 보였다.

자신들과 가까운 열린 유닛으로 좀비들이 들어가도 막지도 않았다. 어떤 때는 쫓아오는 좀비들을 열린 문 근처로 유인하기도 했다.

열셋이나 되는 놈들이 잡은 좀비는 대충 봐서 겨우 열이 넘을까 싶었다.

“저것들도 자기들한테 덤비는 놈들만 잡고 있는데요. 이러다가는 서로 눈치만 보다가 시간만 끌겠어요.”

“그래도 우리가 흩어지면 공격해 들어올지 모르오. 아직은 상황을 더 봅시다.”

* * *

공사하러 들어왔다 어쩌다 몸살을 겪고 능력자 된 장 지사 쪽 남자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보고 몸을 빼면서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운 나쁘게 그는 발밑의 좀비 시체를 못 보고 밟았으면서 중심을 잃고 자빠져야 했다.

곡괭이는 놈을 빗나가서 땅에 박혔고, 좀비는 그에게 몸을 날렸다.

어찌할 줄 몰라 눈앞이 깜깜해진 남자의 귀로 갑자기 빠가각 소리가 들렸다. 소리와 함께 눈을 뜬 그에게 상체가 박살난 놈이 저만치 날아가 처박히는 것이 보였다.

어안이 벙벙한 남자의 앞에는 바지에 묻은 피를 털어내려는 듯 허공을 향해 발을 한번 차고 다시 자세를 잡는 여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에는 검으로 좀비의 사지를 해체하는 장년의 장발 남자도 있었다.

“안 일어나세요?”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여자가 하는 말에 정신을 차린 남자가 후다닥 일어나 곡괭이를 다시 부여잡고 나서려는데, 앞의 여자와 검을 든 남자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좀비들을 하나하나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좀비를 단순히 죽이는 게 아니고 분해해 나갔다. 여자의 발이나 주먹에 맞은 좀비들은 폭탄이 터지듯 터져나갔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이지도 않는 검을 휘두르는 남자에게 걸린 좀비들은 순식간에 온몸이 조각조각 나야 했다.

나현주와 관장은 일부러 그들에게 더 잔인하게 좀비들을 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장 지사 쪽 사람들이 혹시라도 박 의원 쪽 사람들과 이미 공모했을 경우를 대비, 확실하게 힘의 우위를 보여서 덤빌 생각을 못 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Bloody Witch라는 소문이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경기 때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장 지사 쪽 네 명은 어느덧 손을 놓고 두 사람이 처리하는 좀비들을 구경만 했다. 그들이 가세하는 것은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기도 했고 또 둘의 모습에 몸이 얼어붙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들의 일행인 도끼 든 남자와 총 든 남자는 자신들의 동료는 신경도 안 쓰고 주위만 둘러보고 있는데 자신들이 나서기도 난처했다.

도만수의 경호원도 처음 보는 둘의 진짜 실력에 기가 질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잔인한 결과물에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내리누르느라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 노력도 장 지사 쪽 두 명이 토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쓸데없는 노력이 되어버렸다.

“다 하셨으면 따라 오세요.”

사람들이 다 토하기를 기다리던 이진성 일행은 그들의 입에서 더 나오는 것이 없자, 제일 가까운 열린 유닛을 향해 걸었다.

유닛의 안에는 이미 산산이 조각나서 좀비들에게 먹히고 있는 시체 둘과 다섯의 좀비가 있었다.

장동건은 입구에서 바깥을 살피고 섰고 나머지가 안으로 들어갔다.

다섯의 좀비가 고깃덩어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진성까지 나서서 순식간에 셋을 해체하고 남은 둘은 경호원과 장 지사 쪽 넷이 쉽게 처리했다.

그렇게 문이 열린 유닛을 오가며 안에 있는 또는 외부에서 돌아다니는 좀비들을 스물 정도 더 잡고 나자 어느덧 좀비는 스물도 안 남았다.

“그래도 진화자 좀비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러게 말이오. 이 안에서 스스로 변한 것들만 모아놓은 것이라 그런가 보오.”

“나머지는 저쪽 놈들이 잡도록 두고 보죠.”

* * *

박 의원 쪽 능력자들은 상황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새로 온 김 소장 쪽 사람들의 능력이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차이나게 강했다.

자신들이 좀비를 먼저 처리하고 저들이 좀비와 싸우는 틈을 타서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저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 앞의 좀비들을 다 잡고서 놈들을 정면으로 공격해야 할 판이었다.

지하에 내려간 셋이 총을 가지고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먼저 공격을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상황이었다.

“거기 보고만 있을 겁니까? 좀 도와주십시오.”

놈들의 레벨 2라는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얼마 안남았는데 우리까지 들어가면 서로 동선만 방해되잖아요. 그냥 처리하세요.”

열셋이서 이제 열 두엇 남은 놈들을 처리 못 하고 도와 달라는 말을 이진성이 매정하게 끊었다. 남자는 일단 가까이 오게 해서 기회를 보려고 했지만, 저쪽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도 못 하고 남은 놈들을 잡아가야 했다.

그들도 몸살을 겪어 진화하긴 했지만, 레벨 1이라는 사람들은 실력이 장 의원 쪽 사람들과 비슷했다. 이진성 일행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일천한 실전경험을 가진 그들은 죽을 고비를 두어 번씩 넘기고 수많은 실전으로 다져진 이진성 일행과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겨우겨우 남은 좀비들을 다 잡고 헉헉거리는 1레벨의 열둘을 보며 혼자님은 2레벨은 동탄으로 나간 다른 2레벨이 너무도 아쉬웠다. 이제는 지하에서 얼굴흉터가 총을 가지고 올라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형님. 상황이 안 좋습니다>

탄약고의 문이 안 열려서 잔뜩 열 받아 있는 얼굴흉터는 갑자기 무전기에 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리에 짜증이 확 올랐다.

“뭔 개소리야?”

삐릭~

<그게… 1층에서 놈들을 하나도 못 잡았습니다>

“왜? 뭐 때문에? 뭔 병신같은 소리야?”

<김 소장 쪽 놈들이 너무 강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정도보다 훨씬 강합니다. 도저히 레벨 2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무전기에서 나오는 보고를 들은 얼굴흉터는 느낌이 싸했다. 자신이 두 번의 몸살을 거치고 상대의 능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본 관장과 나현주는 자신보다 약간 강한 듯했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느껴지진 않았었다.

“자세히 말해봐.”

컨트롤룸의 모니터에서는 유닛 외부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기에 박 의원과 두 명의 능력자는 이진성 일행이 외부에서 좀비들을 잡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그렇기는 해도 그 결과는 너무나 처참하고 강렬했기에 그들의 뇌리에 그 모습이 선명하게 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빠짐없이 얼굴흉터에게 전달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얼굴흉터는 박 의원을 찾았다.

“플랜 B로 가야겠습니다.”

“그래야 하겠습니까? 내가 앞에 나서면 나중에 말들이 많을텐데…….”

“그럼 지금 저들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있는데 기습이 되겠습니까?”

“올라와서 바로 총으로 쏴버리면…….”

“이거 보세요. 저들이 가만 서서 날 쏘라 하고 있는답니까? 다들 능력자에요. 몇 못 잡고 다 흩어질 겁니다. 이제 의원님이 나서야 합니다.”

“하 참. 내가 앞에 나서면 곤란한데…….”

“그럼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할까요? 좀비 다 처리했으니 없던 일로 하면 됩니다. 그럼 좀비를 풀어놓은 의원님만 곤란하게 되겠네요.”

“그런 말이 아니고… 알겠소. 내가 나가서 저들을 술집에 모아 놓을 테니까 와서 총으로 끝냅시다. 김 소장은 나중에 처리합시다.”

“아! 이 모든 사태를 김 소장이 만든 걸로 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김 소장을 나중에라도 처리하는데 명분도 서고.”

“오. 좋은 생각이오.”

* * *

김 소장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운다는 생각에 얼굴이 밝아진 박 의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컨트롤룸을 나섰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할 말을 생각하며 두 능력자와 함께 복도를 돌아 나와 공원이 보이는 지역으로 나온 박 의원의 눈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좀비들의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밖에서 본 시체들의 모습은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강한 피 냄새와 함께 선명하게 보이는 뼈와 살, 내장 등을 처음 보는 박 의원은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이 하얗게 되도록 쓸개즙까지 개어 올린 박 의원을 보는 두 전직 조폭 능력자들도 속이 좋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손으로 사람을 죽여본 적도 있었고, 다른 조직과 전쟁할 때면 배가 갈라져 내장을 쏟아낸 조직원을 본 적도 있긴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모든 것을 다 꺼내고 겨우 모여있는 능력자들에게 다시 다가가는 박 의원과 두 놈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유감을…….”

박 의원은 컨트롤룸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던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간단하게 말하고 사람들을 술집으로 데리고 가서 장 지사까지 오게 한 후 한 번에 처리한다는 생각은 토와 함께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중언부언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박 의원의 모습을 보던 이진성이 나서 물었다.

“여기 왜 좀비들이 있는지 설명 좀 해 주시죠?”

말과 함께 앞으로 나오는 이진성과 나현주, 관장의 모습에 박 의원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아 그게 말이죠. 그건 저기, 그러니까, 아 그래요. 김 소장! 김 소장이 이것들로 여기를 점령하려고 모아둔 거예요. 김 소장이 이것들을 풀어놓고 자기는 지금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요? 일이 잘 못 되니까 어디 숨은 거예요.”

갑자기 김 소장이라는 말이 나오자 능력자들의 반응은 셋으로 나뉘었다.

박 의원 쪽 사람들은 박 의원이 앞으로 나오면서 플랜B로 넘어갔음을 알았기에 그냥 듣고만 있었다. 이진성 일행은 박 의원의 말에 실소해야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장 의원 쪽 사람들은 김 소장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일단 모두 앉을 수 있은 곳으로 갑시다. 제 술집이 좋겠네요. 술 한잔하면서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자신이 안 하던 존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박 의원은 선거 때가 아니면 절대 안 잡는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아끌면서 술집으로 향했다.

이진성은 도만수의 경호원에게 살짝 물었다.

“오늘 동탄에 나간 박 의원 쪽 사람이 몇 명이에요?”

“일곱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 여기 열셋에 방금 박 의원이랑 온 둘도 그쪽이죠? 그럼 셋이 비는데?”

가장 강한 얼굴흉터가 안보였다. 놈이 우리 쪽 총알이 떨어진 다음 뒤를 치면 힘들어질 수 있었다. 일단은 안 보이는 셋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이진성이 장동건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동건아. 넌 흉터 놈부터 잡아. 놈 잡고 난 다음에 다른 놈들 잡아.”

“알았어요. 박 의원을 인질로 잡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건 내가 하지. 내가 박 의원 옆에 앉아 있다가 상황 봐서 잡도록 하겠소. 현주씨와 경호원 아가씨는 진성 씨와 함께 나머지 놈들을 맡아 주시오.”

일행은 대충 대응방안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따랐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장 지사 쪽 사람들까지 죽이는 귀찮은 일은 안 일어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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