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69화 (69/145)

# 69

폭주

“가서 장 지사한테 이리로 오라고 전하게. 그리고 지하로 가서 세 명과 같이 오게.”

박 의원이 같이 움직이던 능력자 한 명에게 시킨 후 일행을 이끌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장 지사 쪽 사람들이 편한 자리를 골라 앉는 동안 박 의원 쪽 사람들과 이진성 일행은 저마다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장동건은 계획대로 문이 잘 보이면서 자신의 엄폐가 가능한 구석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두어 발자국 옆으로 방이 있어 그 벽에 숨을 수 있는 자리였다.

나현주와 이진성은 장 의원 쪽 사람들의 양쪽 끝으로 흩어져 자리를 잡았고 경호원은 이진성을 따라가 그의 근처로 자리 잡았다.

관장은 마치 박 의원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런 것처럼 한가운데서 박 의원 쪽 사람들을 등 뒤로 하고 박 의원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박 의원 쪽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마크하며 네 덩어리로 적당하게 나뉘어 흩어졌다.

막 자리를 잡고 관장이 박 의원에게 말을 시키려는 순간, 장 지사가 자신의 능력자 한 명과 함께 뛰어 들어왔다. 오면서 본 참상 때문인지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입 언저리로는 오물이 묻어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왜 이 안에 좀비들이 있어요?”

“의원님 어서 오세요. 일단 앉으세요. 글쎄 김 소장 놈이 그동안 우리 몰래 좀비들을 키우고 있었나 봅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장 지사의 짜증에 박 의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컨트롤룸에서 생각했던 거짓말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 난리가 나도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고 있는 김 소장의 행방이 박 의원의 말을 뒷받침했고, 장의원은 그런 박 의원의 말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빨리 김 소장을 찾아야지요. 어디로 도망가면 어쩝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안에서 어디로 가겠습니까? 독 안에 든 쥡니다. 일단 찾더라고 이분들이 좀 쉬고 기운을 차린 다음에 움직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 밖에 좀비들을 저만큼 처리했는데 잠깐이라도 쉬셔야죠.”

그때 관장이 천천히 일어났다.

“이 난리 통에 안 보이는 사람이 김 소장만은 아닌 것 같소만. 그 얼굴에 흉터 있던 사람하고 또 두 사람이 계속 안 보이오. 그 사람들 모두 의원님 쪽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디 간 거요? 혹시 김 소장을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한 거 아니오?”

장 지사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고 눈이 동그랗게 되어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훑었다.

얼굴에 흉터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박 의원과 같이 다니는 레벨 2 능력자인데 그곳에는 보이지 않았다. 거의 경호원이나 마찬가지인 그가 없자 이상한 장 지사가 입을 열려는데 박 의원이 선수 쳤다.

“일이 터지면서 가장 먼저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아마 그곳에서 막다가 못 막고 피신한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김 소장을 어떻게 하다뇨. 터무니없는 말씀입니다. 그럴 이유가 없잖습니까?”

이미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당황하지 않고 발뺌을 하는 박 의원은 자신이 여전히 존대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선 석연치 않아 하는 장 지사에게 붙어 주절주절 하는 박 의원의 모습을 보던 관장이 슬며시 일어 났다. 외부에서 다가오는 세 사람의 기를 느낀 것이었다.

박 의원에게 천천히 다가서며 장동건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장동건도 그 신호를 보고 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얼굴흉터와 두 능력자는 그들을 부르러 온 한 놈과 함께 1층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며 상황 설명을 들은 얼굴흉터는 총을 만지작 거리며 둘을 살살 달랬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제가 시작하면 총으로 위협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쪽 사람들에게 총을 나눠주고서 꼼짝 못 하게 한 후 제거하면 됩니다. 어려울 것 없어요. 전부 아홉만 처리하면 끝나요.”

“저쪽에도 총 쏘는 사람 하나 있다지 않았습니까?”

“우리 쪽에서 먼저 겨냥하면 지가 어쩌겠습니까? 제가 들어가면서 그놈부터 제압할 겁니다. 여차하면 먼저 쏴 버리면 되고요.”

“사격 능력자라고 하던데…….”

“그래봐야 잘 맞춘다는 거겠죠. 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그놈이 먼저 우리를 쏠 이유가 없잖아요. 안심하세요.”

두 사람은 얼굴흉터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저쪽에서 자신들이 한 짓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먼저 자신들에게 총질할 이유가 없기는 하다고 생각됐다.

그렇게 안심하며 싸고 있던 포대기를 풀러 손에 쥐어본 총의 느낌은 낯설었다. 예비군 동원훈련 때 잡는 총의 느낌과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잡는 총의 느낌이 그렇게 다를지는 몰랐던 두 사람이었다.

“저희는 그저 위협만 하는 겁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네네. 그것만 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소심한 새끼들.’

얼굴흉터는 속으로 둘을 욕하면서도 겉으로 미소지으며 일이 끝나면 이 둘도 처리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술집에 거의 다 온 넷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굴흉터와 그들을 부르러 내려왔던 놈이 연사 모드로 바꾸고 견착한 채로 앞장서고 한 명이 바로 뒤를 따랐다. 나머지 총을 모두 들고 있는 한 명은 그들이 상황을 장악하면 들어가서 총을 분배할 작정이었다.

술집 입구 밖에 선 얼굴흉터의 눈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서서 떠들고 있는 박 의원, 그리고 박 의원 근처로 다가서고 있는 새로 온 장년의 검객이 보였다. 하지만 제일 먼저 제압해야 할 총 든 놈이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보기에 내부의 오른쪽은 모두 보였지만 왼쪽 공간은 들어가야 보이는 구조였다.

“꼼짝마!”

놈이 왼쪽에 있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시선과 총구를 돌렸다.

놈이 왼쪽의 제일 구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놈의 웃고 있는 얼굴도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얼굴흉터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위협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순간 들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탕~

미세하게 어긋나는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총성과 함께 왼팔이 불로 지진 것처럼 뜨거웠다. 동시에 눈에는 저만치 날아가는 자신의 왼팔 팔꿈치 아래가 보였다.

탕~

첫 번째 총성과 거의 동시라고 생각되는 두 번째 총성이 울리며 바로 옆에 있던 놈의 손과 함께 놈이 들고 있던 총이 망치로 쇠를 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것도 보였다.

실내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얼굴흉터와 좀 전에 박 의원과 함께 있던 능력자가 갑자기 총을 들고 들어오면서 꼼짝말라고 지르는 소리에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 동시에 터져 나오는 총소리와 함께 둘의 손과 팔이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 지사와 그쪽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박 의원과 그의 능력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미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박 의원의 뒤로 다가선 관장은 그의 목 밑으로 검을 들이밀었다.

“모두 움직이지마.”

관장의 외침에 박 의원 쪽 능력자들은 일어서던 중간에 엉거주춤 멈춰서야 했다.

실내 사람들의 눈에는 사색이 되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박 의원, 손목을 부여잡고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악을 써대는 놈, 총을 들고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흉터, 문밖에서 커다란 포대기를 들고 얼어있는 또 다른 능력자 둘이 보였다.

관장이 박 의원을 끌고 안쪽으로 발을 옮기고 이진성과 나현주도 주의의 박 의원 쪽 능력자들에게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타타타타타~

갑자기 얼굴흉터가 비명을 지르며 하나 남은 손으로 장동건 방향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씨발 다 죽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난사하는 총은 다행히도 누구도 맞추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일단은 몸을 날려 피해야 했다.

장동건도 일단은 피하고 볼 일이었다. 그리고 놈이 탄창을 비우고 철컥 소리가 났을 때 앞으로 튀어 나갔다.

탕~

얼굴흉터의 머리가 없어졌다.

탕~

없어진 손을 잡고 울고 있던 놈의 가슴이 뚫렸다.

둘을 처리한 장동건이 나머지 놈들을 잡기 위해 문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는데, 그 순간 밖에서 안으로 총알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술집 밖에 있던 두 놈은 얼굴흉터가 난사를 시작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당황해서 어어 하고 있는데 앞에서 철컬컬컥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뚫리는 모습을 본 둘의 머리는 하얗게 비어버렸다. 안그래도 긴장감에 잔뜩 얼어 있었는데 죽어 나가는 동료의 모습에 사고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얼굴흉터의 뒤에서 총을 들고 있던 놈은 뒤로 물러서면서 안쪽으로 무조건 쏘기 시작했다. 그 뒤에 있던 놈도 포대기를 풀어 총을 집어 들고 앞의 놈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사람의 피아를 무시하고 보이는 대로 쏴댔다.

“멈춰. 사격 중지. 멈추라고 이 개새끼야.”

목의 칼보다 총알이 무서웠던 박 의원이 소리소리 질렀지만, 놈들은 듣지 못했다. 탄창이 빈 총을 버리고 다른 총을 집어 들어 계속 쏴대는 놈들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몸을 날려 사각으로 달려가는 사람, 철제 테이블을 세워 그 뒤로 숨는 사람 등 장내는 난장판이었다.

박 의원을 인질로 잡고 있던 관장도 몸을 피해야 했다. 증언이 필요한 박 의원을 지금 죽일 수는 없었던 관장은 도망치지 못하도록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고 허벅지에 검을 찔러넣었다.

하필 그때였다. 날아온 총알 하나가 검을 때리면서 검이 부러져 나갔다. 부러진 반쪽이 허벅지에 박혀 죽는다고 소리 질러 대며 바닥을 뒹구는 박 의원을 놓아 버린 관장은 반쪽짜리 검을 들고 몸을 날렸다.

장동건은 입구 옆의 벽을 등지고 앉아 놈들의 총성을 듣고 있었다. 두 놈의 탄창이 한 번에 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하나만이라도 비어도 그 틈을 이용해 둘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총성이 순간적으로 하나로 줄어든 것이 확실했다.

점사로 돌리고 문밖으로 몸을 빼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서서 총을 쏘고 있는 놈이 뒤에서 총을 집어 드는 놈의 머리와 상체를 다 가리고 있었다.

“씨발.”

날아간 여섯 발 중 다섯 발은 앞의 놈을 박살 내고 한 발이 뒤 놈의 다리에 맞았다. 놈은 주저앉으면서 계속 총을 쏘아댔다.

다시 벽 뒤로 숨은 장동건이 총성을 셌다. 스물셋, 스물넷, 스물여덟에 총성이 멎었다.

몸을 돌리면서 옆으로 몸을 날리는 장동건의 눈에 눈이 풀린 채 총을 들고 있는 놈이 보였다.

탕~

옆으로 넘어지면서 쏘아낸 총알이 놈의 눈을 파고들면서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빈 탄창인 줄 알았던 놈의 총에서 나온 총알이 장동건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하고 지나가 버렸다.

“씨발. 졸라 아프잖아!”

터져 나오는 비명을 욕으로 삼킨 장동건이 겨우 몸을 일으켜 반대쪽 벽으로 가 다시 벽을 등지고 앉아 실내의 사람들을 겨냥했다.

남은 총알은 셋, 박 의원 쪽 사람은 열넷, 나머지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견제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사실 바깥에 있는 총을 가지러 가기에는 허벅지가 너무 아팠다.

“저 새끼들 다 죽여!”

총성이 멎으며 그동안 소리소리 지르던 박 의원이 무슨 소리를 질렀는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박 의원 쪽 사람들이 김 소장 측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장 지사와 그쪽의 다섯 명은 정확하게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 의원 쪽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분명히 봤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것은 새로 온 김 소장 측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박 의원에게 칼질을 한 것도 김 소장 측 사람이었다.

오판 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셋은 일단 다친 장동건을 제압하기 위해 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야 이 또라이 새끼들아. 이쪽이 아니고 저쪽으로 가야지!”

장동건은 남은 세 발을 달려오는 장 지사 쪽 사람들의 허벅지를 뚫는데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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