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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70화 (70/145)

# 70

“관장님! 뒤요.”

부러진 검으로 박 의원 쪽 2레벨을 상대하는 관장에게 장 지사 쪽 2레벨이 붙는 것을 본 나현주는 관장에게 소리쳤다.

정상의 검이라면 자신들보다 낮은 수준의 2레벨 둘이라고 해도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문제는 검이 반 토막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검술의 고수라고 해도 거리감이 전혀 다른 검을 가지고 전과 같은 위력을 보이기는 힘들다는 것은 나현주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관장에게 합세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나현주의 주위로는 박 의원의 1레벨 8명이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비록 1레벨이라지만 여덟 명의 협공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동탄에서 마주쳤던 2단계 진화자 둘을 상대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실력이 떨어지고 파괴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사방에서 들어오는 무기와 발 주먹은 나현주의 발을 묶기에 충분했다.

비록 동탄에서의 싸움에서 깨달음을 얻어 무술 실력은 훨씬 좋아졌지만, 이 정도로 다수의 사람과 싸워본 적이 없는 나현주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비켜. 안 비키면 죽여 버릴 거야.”

머리를 부술 듯이 내리꽂히는 오함마를 피하며 나현주가 소리쳤지만, 놈들은 눈이 벌게져서 공격만 할 뿐이었다.

밖에서 나현주가 어떻게 좀비들을 잡는지 본 그들이었다.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고 곱게 끝날 수는 없다는 것을 모두는 알았다.

죽일 수 있으면 죽여야 했고 최소한 제압이라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모두 죽는다는 생각으로 여덟은 목숨을 걸고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점점 머리에 열이 오르는 나현주였다. 정신을 놓은 듯 공격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람인지 좀비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적당히 제압하고 웬만하면 죽이지 않을 생각이었던 나현주도 생각을 바꿔야 했다.

스피드와 파워를 끌어 올렸다. 하나를 피하고 하나를 막던 놈들의 공격을 두 개를 막고 하나를 피했다.

자신의 공격이 막힌 놈들은 전해지는 반탄력에 몸이 움찔움찔했다.

비록 지금의 나현주의 스피드와 파워가 까만눈의 좀비 년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때는 나현주도 거의 정신을 놓고 몸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싸운 것이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 정도까지 올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았다. 눈앞의 놈들에게는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놈들은 완전히 곤죽이 돼서 죽을 수도 있었다.

머리로 들어오는 발을 쳐내면서 가슴을 찍어오는 낫을 흘려낸 나현주가 자신의 목을 자르려는 듯 정글도를 휘두르는 놈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배에 정권을 찔러넣고 바로 몸을 틀면서 뒤에서 내리꽂히는 오함마의 궤적에 놈의 머리를 밀어 넣었다.

“하나!”

오함마를 휘두르는 떡대좋은 여자가 자기편을 죽이면서 당황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나현주는 앞으로 몸을 던졌다. 여자의 관자놀이, 가슴, 배에 3연타를 쏟아 넣고 뒤로 돌아 나가며 목을 꺾어버렸다.

“둘!”

순식간에 하나의 머리가 박살 나고, 또 하나가 얼굴이 등 쪽을 향하면서 혀를 내밀고 자빠지는 것을 본 여섯은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죽이면서 카운트를 하는 눈앞의 여자는 지적인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잔인함을 보여주었다.그리고 그 잠시의 주춤거림은 나현주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낫을 든 남자, 스파이크 너클을 손에 낀 여자, 철봉을 든 남자와 맨손의 남녀 셋은 그때부터 지옥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 * *

반 토막 검으로 두 명의 2레벨을 상대하는 관장은 곤혹스러웠다. 박 의원 쪽의 놈은 단검을 들고 있었고, 장 지사 쪽 놈은 우슈를 했는지 창을 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거리감이 정확하지 않은데 짧은 무기와 긴 무기가 번갈아 가면서 들어오는데 정신이 없었다.

찔러오는 단검을 막는다고 검을 휘둘렀는데 검이 닿지 않기도 했고, 창을 검으로 막는데 부러지기 전의 중심점으로 막아서 검을 놓칠 뻔하기도 했다.

그런 시행착오를 몇 번씩이나 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던 관장이 짧아진 거리에 익숙해진 것은 몸에 몇 개의 자상이 나고 난 후부터였다.

칼이 또는 창날이 몸을 긋고 지나가는 것을 가까스로 피하면서 느껴지는 화끈함은 관장의 긴장도를 극도로 높였고, 이는 관장의 머리에서 잡생각을 전부 지워버렸다.

장 지사 쪽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둘을 상대하던 관장은 모든 생각을 지우고 오로지 몸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속도로 실수는 줄어들었고, 동시에 상대에게 생기는 상처는 늘어갔다.

둘 다 그래도 레벨 2라고 치명상은 입지 않고 용케 피하고는 있었지만, 처음과 같은 공세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관장의 빠르고 날카로운 반격에 공격을 완성하지 못하고 피하기도했고, 협공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장 지사 쪽의 남자는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자신이 왜 여기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지도 모를 상황인데 둘이서 한 명을 어쩌지 못하고 상황이 안 좋아 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흐르는 피에 하얀 옷이 어느새 빨갛게 물든 장발의 장년 남자가 한마디 말도 없이 쏘아내는 눈빛은 매서웠다.

우슈를 십몇 년을 하면서 시합이 아닌 실제 싸움도 할 만큼 했다고 자부하던 남자는 눈앞의 남자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창대로 몇 번 때리기도 했고 창두로 몇 번 찌르거나 가르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는 창을 잘도 피해내면서 반격을 해 왔다.

처음에는 검격에 어느 정도 사정을 두는 것 같더니 이제는 반쪽짜리 검이 너무도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가 보기에 반대쪽에서 협공하는 박 의원 쪽 놈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리고 결국 놈의 손은 단검을 쥔 채로 잘려나가 저만치 떨어진 나무 의자에 박혀 버렸다. 그리고 이제 남자를 자신 혼자 상대해야 했다.

“씨발. 어제 꿈이 안 좋더라니.”

단검의 손목을 잘라낸 관장은 좀 전과 다르게 필사적으로 휘둘러 오는 창을 피하며 놈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유연하게 꺾어져 사방팔방으로 들어오는 창대를 마치 사전에 들어오는 방향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반쪽짜리 검으로 막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관장이 한발 다가가면 놈은 한발 뒤로 물러났고 또 한발 들어가면 다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놈의 창을 막으며 다가가는 관장의 눈에 놈의 뒤에 자빠져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아까 사람들이 총알을 막던 철제 테이블이었다. 다섯 걸음 정도만 더 놈이 뒤로 가면 테이블에 걸릴 판이었다.

검으로 창을 막으면서 앞으로 나가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속도를 높인 덕에 몇 번의 공격은 미처 막지 못했지만, 몸으로 흘리면서 치명상은 피했다.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관장의 모습에 놈도 놀라면서 관장의 속도에 맞춰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결국 놈의 몸은 뒤의 테이블에 걸렸다.

발이 막히면서 창이 들어오는 경로의 날카로움이 순간 어지러워졌다. 바로 관장이 노리던 틈이었다.

왼팔에 깊은 자상을 만들면서 안으로 급격히 뛰어 들어간 관장은 마침내 반쪽짜리 검으로 놈의 몸을 벨 수 있었다.

짧게 끊어치는 검술이 짧은 검과 맞물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놈은 온몸이 갈라지면서 쓰러져야 했다.

* * *

박 의원 쪽 다섯과 장 지사 쪽 하나를 경호원과 함께 상대하는 이진성은 죽을 맛이었다.

경호원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상대가 하나일 때는 잘 밀어붙이다가도 둘만 되면 수세에 몰리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이 오면 하던 공격을 그만두고 경호원을 도와야 했고, 몇 번 그게 계속되자 놈들도 자신들이 위태롭다 싶으면 경호원을 협공해서 위기를 벗어났다.

그렇다고 경호원이 빠지면 혼자서 여섯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건 그것대로 부담이었다.

확실히 진화자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좀비들과 차원이 달랐다.

마침내 놈들의 넷이 이진성을 전담하고 경호원에게 둘이 갈라져 붙었다.

이진성을 마크하는 넷 중 하나는 아까 나현주에게 구함을 받은 곡괭이 남자였다. 그리고 김현희 처럼 힘을 기반으로 개조한 철판을 방패같이 쓰는 놈도 있었다.

방패의 둘레에는 톱니가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어 제대로 걸리면 살이 뭉텅 떨어져 나갈 판이었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도끼는 방패에 막히거나 곡괭이에 걸리고 그때마다 옆에서 뒤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나현주를 흉내 내 온몸으로 공격해 보지만 서로서로 막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상처를 주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꺅!

막 날아드는 방패 날을 도끼로 찍으며 옆의 놈에게 옆차기를 날리는데 경호원의 비명이 들려왔다.

경호원은 강철 쌍절곤을 쓰는 여자에게 갈비뼈가 부러진듯했다. 왼팔로 부러진 부위를 커버하고 오른손만으로 겨우겨우 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경호원이 상처를 입자 이진성을 맡은 넷은 이진성이 그녀를 돕지 못하게 공격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방패와 곡괭이가 좌우를 노리고 날아들고 앞뒤에서 손발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싸움이라고는 최근 한 달 남짓 동안 해본 게 전부인 이진성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부상당한 옆 사람에게도 신경이 분산돼서 안 그래도 어지러운 손발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으아악~

결국 입으로 피를 뿜으려 바닥을 구르는 경호원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경호원에게 붙어있던 둘이 이진성에게로 합세했다.

넷도 어려운 판에 여섯은 절망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패와 곡괭이의 행동반경이 커서 둘이 더 붙어도 한꺼번에 여섯이 공격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진성은 마음이 급해졌다. 점점 놈들의 공격을 허용하는 횟수도 늘었다.

비록 무기에 의한 공격은 잘 막고 있었지만, 손발에 의한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까 우리가 구해준 걸 생각하란 말이야!”

도끼를 크게 휘둘러 접근하는 두 놈을 뒤로 물리며 곡괭이를 든 놈에게 소리쳤다. 장 지사 쪽 사람인 그가 빠져 주기만 해도 상황이 크게 좋아질 것 같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별 기대 없이 지른 소리였다.

곡괭이는 안 그래도 이진성을 공격하면서 과연 이게 맞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김 소장 쪽 사람들이 이 사건의 원흉이면 자신들을 구해줄 이유도 없었고 좀비들을 그렇게 학살하듯 죽일 이유도 없었는데 그렇게 했다는 것에 마음이 찜찜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굳이 저들과 사생결단을 내야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인데 마침 정신없이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며 겨우겨우 버티던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진성은 갑자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곡괭이가 공격 빈도를 늦추며 몸을 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아예 뒤로 빠지며 공격권에서 빠져버렸다. 기대 반 짜증 반으로 외친 소리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생각하며 한결 수월해진 공격에 힘을 더했다.

절묘하게 도끼를 걷어내던 곡괭이가 없어지면서 전세는 변하기 시작했다. 도끼를 무력화시키는 놈은 방패든 놈 하나밖에 없게 되면서 나머지 네 남녀는 이진성의 도끼를 피하기 바빠졌다.

이진성도 도끼 공격과 발차기의 연타가 이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고 회전 공격의 파괴력은 방패 놈의 파워를 조금이나마 이기고 있었다.

목으로 날아오는 도끼날을 몸을 낮춰 간발의 차이로 피해낸 이진성이 미처 방어 자세를 잡지 못한 도끼 놈의 머리에 돌려차기를 꽂아 넣고는 그 회전력을 그대로 도끼에 실어 도끼를 걷어 올렸다.

방패를 휘두르고 미처 오른팔을 회수하지 못한 놈의 팔꿈치가 도끼에 걸렸다. 놈의 팔은 방패와 함께 날아가야 했다.

팔을 끊어낸 도끼의 원심력에 몸을 싣고 다시 한번 360도 회전한 이진성이 위로 솟구친 도끼를 꺾어 내려 놈의 왼쪽 어깨를 찍어 왼팔을 어깨부터 끊어 버렸다.

“다 덤벼. 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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