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타앙~
한발의 총성과 함께 모두의 동작이 멈추고 시선이 술집의 입구로 쏠렸다. 그곳에는 소총을 집어 든 박 의원과 장 지사가 보였다.
두 다리를 질질 끌고 갔는지 박 의원 앞에는 두 줄기 핏자국이 안으로부터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장 지사가 총을 들고 벌벌 떨고 있었다.
“동작 그만!”
살아남은 박 의원 쪽 능력자들은 입구로 달려나갔다. 그동안 나현주와 상대하던 놈 중 둘이 죽고 살아남은 넷과 이진성의 도끼에서 살아남은 둘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 여섯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소총을 주워 탄창을 확인했다. 그 중 탄알이 남아 있는 두 자루를 집어 든 두 놈이 박 의원 옆으로 서서 안으로 총을 겨냥했다.
그들이 달려나가는 동안 곡괭이와 관장을 상대하던 창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장 지사가 입구에 있긴 했지만, 자신들의 본능이 그쪽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씨발 것들. 너희들은 그냥은 안 죽인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줄 테니까 기대해.”
이진성 일행을 노려보며 이를 갈던 박 의원이 뒤에 있는 장 지사에게 말했다.
“지사님 뭐하십니까? 저 안에 지사님 쪽 사람들 있잖아요. 가서 이리로 데리고 오세요.”
“그, 그럴까요?”
장 지사는 주춤주춤하며 총을 겨누고 입구 근처에 쓰러져 있는 세 명에게 먼저 다가섰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그들 중 둘은 신음을 흘리며 거의 정신이 없었고 한 명은 기절한 듯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막 장 지사가 그들에게 손을 뻗을 참이었다.
타 타 탕
박 의원에 총에서 총성이 터지며 장 지사의 등에 총알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장 지사는 상체가 걸레가 되면서 앞으로 쓰러져야 했다.
“씨발놈. 진작에 저놈들한테 죽었으면 내 손에 피 안 묻혔어도 됐잖아. 쥐새끼 같은 놈이 여태 살아 있고 지랄이야.”
곡괭이와 창은 이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장 지사를 죽이는 모습을 본 자신들도 살기는 틀렸다는 것도 알았다.
“졸라 꼬이네.”
곡괭이의 탄식과 함께 박 의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들은 어떻게 해 줄까? 산채로 포를 떠줄까? 아니면 좀비 밥으로 던져 줄까?”
그리고 뒤의 두 놈에게 명령했다.
“저기 장 지사 쪽 놈들은 쏴 죽이고 저놈들은 생포하세요. 날 이렇게 만든 대가를 톡톡히 치러 주겠어.”
* * *
문 옆의 벽에 기대앉아서 기절했던 장동건은 박 의원의 총소리에 깨어났다.
박 의원은 기어나가면서 기절해 있던 장동건이 죽은 것으로 생각했고, 지금도 장동건은 그의 뇌리에 없었다.
깨어난 장동건은 문밖에서 놈이 하는 소리를 다 들었다. 안으로 들어와 눈앞에서 상체가 박살이 나며 죽는 장 지사도 봤다.
장 지사가 죽으면서 떨어뜨린 총은 자신으로부터 2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 총이라도 집어 들고 놈들을 잡아야 하는데 총을 집으러 가다가는 뒤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창을 무기로 쓰던 레벨 2의 장 지사 쪽 사람이었다. 관장은 그로부터 서너 걸음 더 안쪽에서 문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현주는 관장으로부터 또 5m 정도는 떨어져 있었다. 이진성도 문에서 그다지 가깝지는 않았다.
장동건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장 지사가 떨어뜨린 총을 가리키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관장도 나현주도 그리고 창도 장동건의 손짓을 봤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문밖에서는 놈들이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박 의원의 지시에 두 놈이 총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꼼짝없이 죽게 생긴 창이 마음이 급했다.
“잠깐만요. 의원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못 봤어요.”
창을 왼손에 잡은 채 두 손을 올리고서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저는 전부터 장 지사랑 별로 가깝지 않은 것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박 의원님께 충성하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모두의 시선이 창에게 쏠린 가운데 창은 천천히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장 지사의 시체 옆에 서서는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낮췄다.
“이렇게 항복합니다. 믿어 주세요.”
박 의원과 두 놈이 총을 겨누고 있는 와중에 완전히 무릎을 꿇은 놈의 창끝이 바닥에 닿았다. 그 위치는 절묘하게 총과 멜빵끈 사이였다.
창은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도 기울었다. 창이 기울면서 바닥에 있던 창끝이 멜빵끈에 걸렸다.
“잡아!”
창의 탄력을 이용해 총을 장동건에게 날리면서 몸도 장동건 쪽으로 날렸다.
그를 보고 있던 나현주와 관장도 각을 벌이며 튀어 나갔다.
날아오는 총을 잡은 장동건은 안전핀을 풀면서 문밖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당황한 채 서 있는 두 능력자와 굳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박 의원이 들어왔다.
탕! 탕! 탕! 탕! 탕!
다섯 발의 총성이 거의 동시에 터졌다. 장동건의 세 발과 서 있던 두 놈의 각 한발이었다.
장동건의 세 발이 정확하게 박 의원과 두 놈의 미간을 뚫고 들어가면서 놈들을 한 번에 저승으로 보내 버렸다.
하지만 놈들의 총알 역시 관장과 나현주에게 날아갔고 운이 좋지 못했던 나현주는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다.
“현주씨!”
가슴이 철렁한 이진성이 달려가 쓰러진 나현주를 일으켜 안는데 옆구리의 살점이 한주먹 떨어져 나가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 장기는 손상되지 않아 보였지만 출혈이 너무 많았다.
“아저씨…….”
힘겹게 한마디 내뱉은 나현주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으악~
나현주의 기절과 함께 괴성을 지르는 이진성이 문밖의 놈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놈들은 장동건의 총구 앞에서 두 손을 들고 항복 자세로 서 있었다.
이진성의 눈이 충혈되기 시작했다. 충혈이 심해지더니 안구의 실핏줄이 하나둘 터져나갔다.
얼굴은 피가 쏠리는지 빨갛게 들떴다.
나현주를 안고 있는 팔의 근육이 갑자기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런 근육의 꿈틀거림은 팔에서 시작해서 등으로 번져서 다시 다리로 퍼져갔다.
크아악~
이진성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나현주에게 처박고 그녀를 안고 있는 이진성의 온몸이 제 멋대로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뼈가 뒤틀리는지 관절 여기저기가 꺾이기를 계속했다.
모두의 시선이 이진성에게 쏠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의 몸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가, 기가 너무 불안정하오. 마치 좀비에 물려서 변하는 상태같이 불안정한데, 아니 그것보다 더 폭발적이오.”
관장의 말을 듣지 않아도 이진성의 몸에서 어떤 기운이 터져 나오고 있음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인가 따끔따끔한 열기 같은 것이 이진성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건 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조차도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기의 폭풍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이진성의 목의 뒤로 꺾이면서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실핏줄이 다 터져 흰자위는 새빨간 색이었다. 그 새빨간 눈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본 이진성이 나현주를 내려놓고는 서서히 일어나 몸을 문 쪽으로 틀었다.
놈들은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총이 겨누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슬슬 손을 내려 무엇이든 무기가 될 것을 잡으려 했다.
이진성을 보고 있는 장동건도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고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놈 중 하나가 막 내려놓았던 자신의 무기에 손이 닿는 순간이었다.
이진성이 몸을 쏘아냈다. 그들과 이진성의 거리는 10여 미터가 넘었는데 이진성은 선 자리에서 단 한 번의 점프로 거의 직선으로 놈들에게 날아들었다.
무기를 잡으려던 놈은 날아오는 이진성의 발에 그대로 상체가 흔적도 없이 터져 나갔다. 하체만 남기고 사방으로 살과 피를 뿌리는 놈의 모습에 놀란 나머지 다섯이 사방으로 흩어지려 몸을 날렸지만, 그들보다 이진성이 훨씬 빨랐다.
첫 번째 놈의 상체를 폭발시킨 이진성은 오른쪽에서 몸을 빼는 놈에게 손을 뻗어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움켜쥔 그대로 힘을 주자 목이 짓이겨 지면서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풀썩 쓰러지는 몸에 돌려차기를 꽂아 넣어 상체와 하체를 분리해 버렸다.
순식간에 두 번째 놈을 해치우는 동안 넷은 서너 걸음 밖에 도망치지 못했다. 그중 가장 멀리 간 놈에게 이진성이 몸을 쏘았다.
총알 같아 날아간 이진성은 손을 놈의 등 뒤에서 꽂아 넣었다. 등을 뚫고 나온 이진성의 손에는 놈의 심장이 터진 채로 잡혀 있었다.
남은 것은 두 명의 여자와 남자 하나였다. 셋은 더 도망갈 생각도 못 하고 오줌을 싸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도끼를 세워 든 이진성이 잔뜩 얼어서 비명을 질러대는 한 여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여자가 도끼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이진성의 도끼는 마치 관장의 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끼는 짧고 빠르게 여자의 몸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도끼가 지나간 절단면은 마치 관장이 검으로 베어낸 것처럼 매끈했다.
사방으로 튀는 살점과 피를 뒤집어쓴 이진성은 이미 온몸이 피와 육편으로 새빨갛게 변했고 그 모습과 새빨간 눈이 같이 주는 광기의 공포는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
남은 셋을 모두 처리하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 이진성의 모습에서 이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눈에 보이는 모두를 공격할 것 같았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박 의원이 살아서 총을 들고 소리를 지를 때, 모든 일이 다 끝났나 확인하러 여러 유닛의 문이 열렸고 제법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박의원의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고, 박의원이 총에 맞아 죽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도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은 혈인 하나가 사람들을 처참하게 찢어 죽이고 도끼로 난도질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좋은 것만 누리고 험한 꼴은 보지 않고 살아온 VIP라는 그들은 그 모습에 혼이 나간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진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정말로 혼이 나간 이진성은 도끼를 들고 몸을 날렸다. 한 번의 도약으로 거의 20m씩 날아간 이진성은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서른이 넘는 사람들의 몸이 박살이 났다. 그대로 놔두면 바깥에 나와 있는 사람 모두가 죽을 판이었다.
그때야 정신을 차린 관장이 이진성에게 달려나갔다. 관장이 달려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진성에게 분쇄된 사람이 열둘이 추가되었다.
챙~
또 다른 한 명에게 날아드는 도끼를 관장이 반쪽 검으로 걷어냈다. 도끼를 걷어낸 관장이 한발 뒤로 물러서며 방어 자세를 취하고 이진성을 불렀지만, 이진성은 대답 없이 관장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이진성의 눈에 초점은 잡혀있지 않았다.
채채채챙 창창창
관장에게 달려드는 이진성의 도끼를 관장이 겨우겨우 흘려냈다. 흘려내면서 검을 통해 전해지는 도끼의 파워는 엄청났다.
그런 도끼를 관장의 스피드에 뒤지지 않게 휘두르며 오히려 관장을 압도하는 이진성에게 관장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은커녕 수비조차도 버거웠다. 순식간에 수십번의 도끼 공격을 흘리고 도끼와 같이 들어오는 킥을 피해내야 했다.
차앙~
관장에게 몇 시간 같은 몇 분이 지나면서 결국 관장의 검이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빈손이 된 관장의 머리로 이진성의 도끼가 내리 꽂히는 순간이었다.
“아저씨!”
나현주의 외침과 함께 도끼가 움찔했다. 관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뺐지만, 어깨의 살점이 한 움큼 뜯겨 나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어깨가 썰리고서 다시 몸을 빼는데 그 방향으로 이진성의 발이 날아들었다.
맞으면 머리가 날아갈 것이 분명한 킥이었다.
“아저씨! 그만!”
다시 한번 나현주의 외침이 들렸다. 그와 함께 이진성의 발이 공중에서 멈췄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 관장의 눈에는 장동건의 부축을 받고 서서 울고 있는 나현주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