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90화 (90/145)

# 90

“나가죠.”

“네?”

“나가자고요.”

연이은 폭발로 세 사람은 귀가 먹먹했다. 서로 말하는 게 잘 안 들리자 나가자고 손짓을 해야 했다.

장동건의 손을 본 두 사람이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먼저 달려나갔다. 방에서 나간 그들이 복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는 동안 장동건은 왼쪽의 입구를 슬쩍 살폈다. 폭발이 효과가 있었는지 당장 들어오는 놈들은 없었다.

장동건이 두 사람이 간 방향으로 달리는데 그들은 몇 미터 가지 않아 코너를 끼고 왼쪽으로 돌고 있었다.

“그렇게 바싹 붙어 돌면 위험해요.”

소리쳤지만 둘은 듣지 못한 듯, 말릴 틈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래 봐야 바로 몇 걸음 앞이라서 무시한 장동건은 코너 맞은편 벽을 등지고 사각을 줄이며 코너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본 것은 이미 목이 뜯기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과 좀비 세 마리였다.

더군다나 그 복도 끝의 문에 좀비들이 더 모여 있었다. 그곳에 보이는 것만 열은 넘었다.

그곳이 자료실인 것 같은데 안으로는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제발 총알보다 많지만 말아라.’

타 타 탕~

염원하며 일단 눈앞에 보이는 셋을 쐈다. 다행히 놈들은 빨간 눈이었다. 물어 뜯긴 두 사람이 좀비가 되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련 대신 고통에 소리치는 둘은 무시했다. 그들을 편하게 보내주기 위해 총알 두 발을 쓸 여유는 없었다.

복도 끝의 놈들을 하나씩 잡아나갔다. 순식간에 열한 마리의 머리를 뚫었지만 거의 동시에 나머지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탄창은 비고 약실에 한 발 남았다. 문까지는 약 10m, 탄창을 갈 여유는 충분했다.

막 빈 탄창을 빼고 마지막 탄창을 집어넣으려는 참이었다.

장동건의 바로 뒤 왼쪽 벽이 와장창하고 깨졌다. 벽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던 그곳은 유리창에 대형 종이 포스터를 붙여 놓은 곳이었다.

그리고 깨진 창으로 좀비 한 놈이 떨어져 나왔다. 놈은 떨어지면서 장동건에게 충돌했다.

다행히 놈은 장동건을 알고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공격받고 유리가 깨지면서 퉁겨져 나온 것이었다.

그 덕에 물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들고 있던 탄창이 저 멀리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 놈은 아직 자빠져 있는 장동건을 향해 몸을 던졌다.

탕~

약실에 남아있던 한 발이 놈의 눈을 뚫고 들어갔다. 공중에서 뒤통수로 피를 뿜는 놈은 장동건에게 떨어졌고, 장동건은 몸을 굴려 놈을 피했다.

겨우 놈에게 깔리는 것을 피하고 떨어진 탄창을 줍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뒤통수로 뭔가가 훅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느낌과 동시에 다시 몸을 굴렸다.

구르면서 본 것은 좀 전의 그 방 방문에서 튀어나오는 또 한 놈의 좀비였다.

“으아. 그만 좀”

소리치며 놈의 손을 피하며 두어 바퀴를 더 굴렀다.

그리고 마침내 탄창에 손이 닿는 곳에 도착했다.

놈도 장동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탄창을 집기 위해 엎드린 상태로 손을 뻗었다.

놈에게 물리기 전에 끼우고 장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탄창을 집어 들고 몸을 굴렸다. 탄창을 총에 가져가면서 놈을 바라봤다. 놈의 이빨과 손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끝인가?’

그때 놈의 대가리가 뭔가에 맞아 옆으로 꺾였다. 그리고 놈의 이는 장동건 옆의 바닥을 찍고 부러져 나갔다. 놈에게서 눈을 떼고 다시 앞을 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까 없어진 옥상에서 내려온 여자였다. 그 뒤에 처음 방에서 나간 세 명과 몇 명이 더 보였다.

그들이 탕비실로 보이는 그곳에서 좀비 몇 놈을 잡고 있었던지 저 안쪽으로 시체도 몇 보였다.

후다닥 물러나 장전을 마친 장동건은 다시 일어난 좀비를 쏠 필요가 없었다. 놈은 일어남과 동시에 여자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그녀는 복싱 자세로 놈에게 잽과 훅,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이빨이 깨진 놈이 손을 휘둘렀지만, 그녀를 잡을 수는 없었다.

스텝은 민첩했고 펀치는 빨랐다. 펀치 하나만 보면 거의 나현주의 스피드에 필적하는 것 같았다.

퍼퍼퍽~

놈의 뼈는 금방 작살이 나며 무너져 내렸다.

장동건은 복도 끝으로 달렸다. 여자에게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 안에 얼마나 좀비가 있고 얼마나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탄창 하나는 남아있었다. 그런 장동건을 탕비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따라 달렸다.

문을 돌아 들어간 장동건은 무너진 캐비닛에 막혀 더 들어가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놈들을 볼 수 있었다. 놈들은 스물넷. 다행히 총알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1층 놈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몰라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빨리 처리하고 2층 입구를 막아야 했다.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까 객장 입구 막아줘요.”

장동건이 따라온 사람들에게 소리치고는 바로 사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채 방을 나가기 전에 장동건은 보이는 놈들을 다 잡아 버렸다.

그 모습에 얼이 빠진 사람들이 나가려다 멈춰 장동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죽고 싶어요? 빨리 안 막으면 또 올지 몰라요. 이제 총알도 없어요.”

사람들이 다시 달려나가는 것을 보고 장동건은 안으로 들어갔다. 캐비닛은 누가 무너트렸는지 놈들이 들어 올 틈이 없이 잘 쌓여 있었다.

단순하게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차곡차곡 쌓은 것 같았다. 사람이 했다면 파워 계열의 능력자임이 분명했다.

“거기 뒤에 누구 있어요?”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입니까?”

“구조대는 아니지만, 일단 여러분이 안전해진 것은 맞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일단 이것들부터 치우고 좀 나오세요. 거기 몇 명이나 있어요?”

“여기 스물셋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이 나온다면 입구는 금방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안전한 것은 맞는데, 얼마나 갈지 몰라요. 빨리 나와서 입구 막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 말과 함께 안쪽에서부터 삐그덕 쿵쾅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안쪽의 캐비닛과 집기를 치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기를 약 3분이 지나면서 눈앞의 캐비닛이 치워졌다. 그곳에는 거의 2m 정도의 거구의 남자 한 명이 조금 전의 그 캐비닛을 들고 있었다.

“와! 현희 누나보다 힘 세 보이네.”

“네?”

“아. 아니에요. 얼른 입구 막는 것 좀 도와주세요. 밑에서 얼마나 올라올지 모르겠어요”

남자는 들고 있던 캐비닛을 들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노인과 아이들, 젊은이가 섞인 초췌한 모습의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장동건은 입구로 걸었다.

“박 준위님. 거기 상황이 어때요?”

<아직 마트하고 은행으로 들락날락 하는 놈들이 조금은 있어. 거긴 어떻게 됐어?>

“일단 사람들은 다 구한 거 같아요. 지금 입구 막고 있어요. 저 총알 없어요. 여기서 버티려면 총알 더 필요해요.”

<여기도 다 떨어져서 가야 해. 저쪽에 이미 알려 놨거든. 장갑차 출동한다고 했어. 그리고 내가 가서 이진성 씨랑 관장님 태우고 올 거고>

“알았어요. 빨리 다녀오세요. 늦게 오시면 저 죽을지도 몰라요.”

<가는 길에 장갑차 지나올 국도 상태 확인해 달라고 하더군. 아까 올 때 시간보다는 더 걸릴 거야. 그래 봐야 30분 안 걸릴 거니까 잘 버텨봐>

“에휴. 알았어요. 무사히 다녀오세요.”

장동건이 교신을 마쳤을 때 그는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는 그새 가구들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많은 가구를 가져와 보강하고 있었다.

* * *

장갑차 다섯대가 기지에서 출발한 지는 이미 10분이 지났다. 선두 장갑차에는 김현희와 박두식, 그리고 이택진도 타고 있었다.

이택진은 농협 창고에서 쌀을 옮길 지게차를 운전하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그런 거대 창고에 있는 곡식을 옮기는데 지게차는 분명히 안에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지게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이택진과 사병 두 명밖에 없었다.

창고에 지게차가 몇 대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아직 곡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못 했지만 일단은 같이 가는 것으로 했다.

지도로 확인한 농협까지의 거리는 국도로 대략 20km 정도. 장갑차는 기지에서 나올 때는 최고속력에 가까운 시속 90km 가까이 달렸지만, 국도로 접어들면서는 기어가듯이 했다.

박 준위가 오면서 확인한 대로 국도는 대부분 구간이 막혀 있었다. 뚫린 곳도 장갑차가 방해받지 않고 달려갈 만큼은 아니었다.

차가 적은 곳은 밀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길게 줄지어 막혀 있는 구간은 파괴하면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위해 따라온 한대의 105mm 강선포가 장착된 장갑차가 계속 수고해야 했다.

쾅 쾅 콰아앙~

포에서 불을 뿜을 때마다 길을 막고 있는 차들은 산산이 터져 나갔다. 그렇게 터트린 후 파편만 남은 차들을 좌우로 밀어 길을 내고 앞으로 나가기를 반복했다.

“10분도 넘었는데 이제 겨우 팽성읍 지났네요. 4km 조금 더 왔네. 이러다 늦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박두식이 장갑차에서 내려 저 앞에서 불을 뿜는 포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을 했다.

“괜찮아요. 진성이랑 관장님 헬기로 갔으니까 지금쯤 도착했을 거예요. 총알도 충분히 가져갔으니까 우리 갈 때 까지 무사할 거예요. 어쩌면 셋이 고스톱 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호호호”

김현희는 별걱정 안 했다. 그들 셋이면 1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어쩔 수 있는 좀비는 없었다. 그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눈앞의 불꽃놀이를 보고 길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다시 장갑차에 올랐다.

* * *

헬기로 농협에 도착한 이진성과 관장은 김현희의 예상과 달리 난감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농협 건물의 옥상에는 있어야 할 피난민 20여 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좀비들이 가득했다.

“박 준위님. 쟤들은 뭐래요? 왜 저것들이 저기에 있어요?”

“그러게. 아까 여기서 떠날 때만 해도 분명히 사람들이 있었는데.”

“동건아. 옥상에 좀비들 뭐냐?”

<형님 왔어요? 옥상에 좀비요? 그게 왜 거기 있어? 거기 사람들은?>

“모르지. 대충 보니까 피하고 시체 조각이 보이는 것 같기는 하다.”

<뭐야? 다 당한 건가? 놈들이 어디서 왔지? 거기 계단으로 올라가려면 이 앞 계단으로 3층 통과해서 가야 하는데?>

“그렇게 간 거 아냐? 거의 60이 넘는데?”

<그렇게 많이? 그렇지 않을 텐데…>

놈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했지만 지금 당장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가지고 온 무기가 탄통 두 개에 소총 열 자루, 장전된 탄창 30개였다. 거기에 수류탄과 크레모어도 가져왔다.

먼 곳에 내려 그것들을 들고 달리기는 좀 그랬다.

“준위님. 미사일 얼마나 있어요?”

“다섯 발 있지”

“더 가져오시지. 쩝.”

“더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지.”

“일단 그거라도 먹이죠. 뭐.”

그리고 곧 이병이 한 발을 날렸다. 미사일은 옥상 한가운데에 꽂혔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던 놈들 40마리 정도가 한 방에 날아갔다.

효과는 좋았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대전차 미사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탱크의 장갑도 뚫는 미사일이었다.

옥상 바닥이 뚫려 버렸다.

“잠깐. 잠깐. 미사일 안 되겠어요.”

다행히 구멍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더 쏘면 놈들이 들어갈 구멍이 생길 수 있었다.

“사격!”

이진성의 말이 나오기 전에 이등병은 알아서 사격을 시작했다.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농협 건물 북쪽 건물의 옥상으로 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건물과 농협 건물의 간격은 불과 약 2m. 놈들은 농협 옥상으로 뛰어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여기 꿀 발라 놨어?”

황당해하는 이진성 옆에서 관장이 말했다.

“저쪽 건물은 옥상 무너져도 되니까 저쪽에 미사일 쏘시오.”

남은 네발의 미사일이 그 건물로 날아갔다. 미사일이 터지면서 놈들은 더 안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헬기는 계단 입구 가까운 곳에서 호버링 했다. 거기서 이등병은 옥상에 남아 있는 놈들에게 사격하며 놈들이 입구에 접근 못 하게 막았다.

그사이에 관장과 이진성은 가져온 무기를 나눠 들고 뛰어내리며 무전을 보냈다.

“동건아.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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