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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에이지 백수 생존기-140화 (140/145)

# 140

이진성의 귀 바로 옆을 지난 두 발의 탄알은 막 그의 어깨를 찍어가던 덩치의 손톱 세 개를 날려버리고 땅에 박혔다.

굉음과 함께 날아온 탄알에 손톱이 부러진 덩치는 흠칫하며 몸을 뺐고 1호도 공격을 주춤했다.

그 틈을 이진성은 놓치지 않았다 덩치의 옆구리로 도끼를 찍어가며 동시에 1호에게 발을 날렸다.

격돌의 순간 다급한 장동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안 보여. 좀 빠져봐.>

‘어떻게 빠지라고? 딱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데.'

놈들의 몰아치는 공격에 정신없이 방어하고 가까스로 공격하는 이진성은 진퇴양난이었다.

장동건은 두 놈의 눈을 노리고 있었지만,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진성이 자꾸만 놈들의 머리를 가려댔다.

좀처럼 눈이 노출되지 않자 그는 두개골로 탄을 날렸다.

거대한 쇠 종을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긴장 상태의 놈들의 두개골은 아무리 바렛이라도 한 번에 뚫지 못했다.

하지만 머리를 맞은 덩치도 휘청할 수밖에 없었다. 뼈가 깨지지는 않았다 해도 그 충격량에 뇌가 흔들렸던 것이다.

그 모습에 놀란 1호는 주춤했다. 이진성은 그사이에 덩치의 두개골을 찍어 갔다.

“동건아. 한 번 더!”

이진성이 한 발 더 맞춰 줄 것을 주문하는 그 순간 장동건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도끼가 대가리를 찍었다. 거의 동시에 총알이 다시 한번 놈의 대가리를 때렸다.

아쉽게 이번에도 역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지만 덩치는 휘청휘청 뒤로 물러났다. 그런 놈을 이진성이 따라붙었고 그를 다시 1호가 따라붙었다.

뒤로 물러나는 덩치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팔의 풍압은 역시나 엄청났다.

이진성은 놈의 무식한 주먹을 상체를 숙여 피하면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팔 아래로 들어간 이진성이 몸을 비틀어 아래에서 위로 도끼를 쳐올렸다.

동시에 이진성의 등은 노출되었고 그곳으로는 1호의 손톱이 내리 찍히고 있었다.

쾅쾅쾅쾅

바렛의 총성이 네 번 연속해서 울렸다. 두 발은 1호의 하나 남은 손으로, 두 발은 1호의 대가리로 향했다.

이진성의 도끼가 덩치의 턱을 찍었다.

동시에 그의 등을 막 파고들던 1호의 손톱이 부러지면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대가리를 맞은 1호는 휘청휘청 물러나야 했다.

으악

비명을 지른 것은 이진성이었다. 비록 부러지긴 했지만, 등을 1cm 정도 파고들었던 놈의 손톱이 튀어 나가면서 살을 길게 갈랐다.

화끈한 통증에 덩치의 턱을 찍던 도끼의 힘이 약간 빠졌고 놈은 상처 없이 뒤로 자빠졌다.

등에 다섯 개의 고랑이 파인 이진성은 덩치를 놔두고 뒤돌아 비틀대는 1호의 목을 찍어갔다.

이진성에 의해 다시 1호가 가려지자 장동건은 총구를 덩치에게 돌렸다.

놈은 그 잠깐동안 정신을 차렸는지 휘청이던 몸을 바로 하고 있었다. 동시에 팔을 들어 머리를 가려 버렸다.

‘대가리가 아니면 갈비를 깨주면 되지.'

갈비뼈의 강도는 두개골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놈은 그런 갈비뼈를 그대로 드러내는 실수를 한 것이다.

쾅쾅

다시 울린 두 번의 총성. 그리고 철컥하는 소리.

“아 씨. 이거 열 발짜리지.”

미처 생각하지 않고 총을 쏘던 장동건은 탄창을 갈기 위해 가슴팍을 더듬다 흠칫했다.

“헉. 밑에 두고 왔네.”

전투 조끼의 탄창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 그것들은 국기게양대 아래 고이 모셔져 있었다. 급하게 뛰어오느라 미처 챙기지 않았던 것이다.

덩치는 갈비뼈에 금이 갔다. 두 발의 거의 동시에 한자리에 박히면서 어쩔 수 없었다.

한발이 옆구리의 방어력을 흐트러트리고 두 번째 탄알은 가죽을 뚫었다.

덩치의 근육이 남다르지 않았다면 금 간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어야 했다.

근육은 탄을 감싸며 순식간에 수축했다. 그리고 탄은 갈비를 때리고 금을 조금 가게 만들면서 멈춰서야 했다.

그것만으로 이진성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덩치가 물러나더니 좀비들 틈으로 사라진 것이다.

놈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진성은 알 수 없었다. 단지 사라졌기에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여하간 놈은 사라졌고 그 덕에 이진성은 1호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장동건은 다시 내려가려다 멈춰서 아래를 내려봤다. 국기게양대까지는 약 40m 정도. 왠지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몰라. 시간 없는데 그냥 해 봐.'

뒤로 10m 정도를 물러선 그는 앞으로 내달렸다. 바닥이 끝나는 곳에서 턱을 박차고 공중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I can fly.’

공중에 뜨자 알 켈리의 노래가 문득 생각났다. 발아래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현관을 지나 국기게양대가 눈앞으로 쭉쭉 다가왔다.

‘어 어?'

그는 깃대 사이를 빠져나와 게양대의 10m 앞에 떨어졌다. 조금만 방향이 달랐어도 깃대에 부딪힐 뻔했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며 뒤돌아 달렸다.

그가 탄창이 들은 백팩을 주워드는 참이었다. 이진성이 있던 곳에서 다시 한번 1호의 괴성이 들려왔다.

‘잡았나?'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었다. 장동건은 다시 청사 3층으로 가기 위해 달렸다. 다리에 힘을 팍팍 넣으면서.

그 시간, 1호의 소리와 함께 숨어 있던 놈들이 튀어나왔다. 건물에서 뛰어 내린 놈들은 거침없이 달렸다. 총탄이 빗발쳤지만 대부분을 맞아 가면서 군인들 사이로 뛰어들기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놈들은 군인들을 물어뜯으며 거침없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일단 군인들 안으로 들어서자 더 이상의 사격은 없었다. 사격했다가는 놈보다는 군인들 서로를 죽일 뿐이었다.

놈들은 병사를 물 기회만 있으면 물어뜯고 내버렸다. 다섯을 찢어 죽이면 하나는 물었다.

그렇게 물렸던 병사들은 자빠져 경련을 시작했다. 사살되어야 했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도 끝없이 밀려드는 일반 좀비를 상대하느라 바쁜 병사들은 옆에서 경련하는 동료를 향해 총구를 돌릴 시간도 없었다.

뒤에 있던 진화자들이 그 꼴을 보고 군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진화자와 맞닥뜨리자 파고드는 속력이 줄기는 했지만 막히지는 않았다.

까만눈의 경험이 없는 진화자들은 놈들의 터무니없는 방어력에 속수무책이었다.

교육받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들의 능력 밖이었다.

그들의 능력은 동탄에서의 이진성 일행의 능력 그 정도이거나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이진성 일행 모두가 한 놈에게 덤벼 크게 다치고서야 잡을 수 있었다.

떼로 덤벼 봤지만 진화자의 피해만 속출했다.

다시 3층에 올라온 장동건은 황당했다. 그 잠깐 사이에 밑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이진성은 잘 싸우고 있었다. 손 하나가 없는 1호는 그에게 밀리고 있었다. 다행히 덩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이진성이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동쪽에 한 곳, 서쪽에 한 곳에서 군인과 진화자가 심각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까는 없었던 까만눈들이었다.

장동건은 여유 있는 이진성보다 그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눈이 안 보이면 대가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이는 시간이 극히 짧았지만 일단 보이기만 하면 됐다. 조금이라도 노출된다면 그리로 정확하게 꽂아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여러 발이 한 번에 가서 꽂혀야 하는데 그만큼의 여유가 잘 안 나왔다.

통신기기가 충분하지 않아 헤드셋을 착용한 것은 소수였다. 난전 중인 그곳에 착용한 사람이 없었는지, 물러서라는 장동건의 말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엉켜 있었다.

콰콰콰콰쾅

겨우 얻은 기회에 한 놈에게 다섯 발을 꽂아 넣었다. 네발째에 대가리가 뚫리고 다섯 번째 총알은 놈의 대가리를 터트렸다.

유탄에 맞아 죽은 사람들도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장동건은 다시 다른 쪽에서 사람들을 물어뜯고 있는 놈에게 총구를 돌리고 기회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동안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인간들에게 안 좋은 일이 더해졌다.

먼저 물렸던 군인들이 하나둘 일어나며 옆의 동료였던 인간에게 이빨을 박기 시작했다.

진화자가 아닌 병사들은 빨간눈으로 일어났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병사를 죽이는 것밖에 없었다.

놈들이 진화자를 물면 변이하겠지만 진화자들이 놈들에게 물릴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까만눈에 물린 진화자는 검붉은눈으로 일어났고 그 검붉은눈은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진화자 또는 병사를 물어갔다.

까만눈에 물린 것이 아니라 금방은 아니지만 한 시간 정도면 그들도 일어날 것이었다.

상황은 그렇게 점점 혼란에 빠져갔다.

* * *

이진성과 1호의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놈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소극적으로 나왔다.

계속 뒷걸음치는 놈을 쫓으며 공격을 퍼붓던 이진성은 어느덧 자신이 꽤 멀리 나와 있음을 깨달았다.

롯데마트 주차장 한가운데서 1호와 붙었는데 지금은 이미 거의 주차장의 끝에 와 있었다.

‘이 새끼가 또 유인하는 건가?'

이진성은 의심해 봤지만 그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놈은 공격을 피해 밀려났고 그걸 몰아붙이다 보니 그만큼 온 것이 확실했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통신이 안된다는 것. 아까 놈의 손톱이 등에 박혔다 날아갈 때 선을 끊었었다.

이진성은 자신의 통신기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며 불러봐도 대답 없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 개새끼야. 좀 빨리 끝내자.”

다시 그의 도끼를 피해낸 1호에게 욕을 해 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얼마 전부터 1호는 공격도 없이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

거리를 붙이면 벌리고, 겨우 따라붙어 날리는 주먹이나 발길질은 적당히 흘렸다. 도끼는 놈도 무서웠는지 피하거나 흘려 맞았다.

‘동건이 뭐 하는 거야? 이럴 때 날려 주면 좋잖아.'

도끼를 팔로 막으며 몸을 뒤로 빼는 1호를 따라붙는 이진성이 속으로 불평하는 그 시간에 장동건은 김현희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좀처럼 기회가 안 나던 서쪽의 까만눈을 겨우 잡고 나자 김현희 쪽에서 또 하나가 튀어나왔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김현희가 혼자서 까만눈 둘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했다. 장동건은 1호를 여전히 밀어붙이는 이진성을 확인하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김현희에게 달려간 것을 이진성은 알 수 없었다.

이진성이 1호와 함께 주차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 걸어 차도를 건넜다.

그 뒤에는 상가건물이 있었고 1호는 그쪽으로 계속 밀려갔다.

“야 이 새끼야. 좀 맞아라.”

십여 분을 놈과 드잡이질 하느라 이진성의 힘도 빠졌다. 파괴력이 처음 같지 않았다. 등의 갈라진 상처는 욱신거렸다.

짜증이 잔뜩 치밀어 오른 이진성은 자신이 이미 건물들 사이로 들어섰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캬아아악

1호가 갑자기 포효했다. 동시에 놈이 수비에 공격으로 전환했다. 여태 피하기만 한 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공격을 해 왔다.

주먹과 주먹이 마주쳤다. 킥과 킥이 교차하고 이빨은 도끼로, 도끼는 놈의 몸이 막았다.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갔다. 놈은 더는 물러나지 않았고 공격은 점점 더 빨라졌다.

둘 사이의 공방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점점 둘의 몸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둘의 살이 터지고 갈라져 나갔다.

그러기를 잠시 이진성이 도끼를 휘몰아치며 놈을 물리고 뒤로 몸을 뺐다.

“이 상노무 시키가.”

이진성은 놈을 노려봤고 놈은 그런 이진성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진성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그의 코에는 뒤의 시청에서 떨어져 달려오는 한 무리의 냄새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200 정도 되는 것들의 냄새는 전부 검붉은눈의 것이었다.

1호의 표정이 마치 웃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진성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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