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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화 (1/223)

대한민국 강철부대 조선수군이 되었다.

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판옥선을 향해 일본의 군선인 세키부네(関船)들이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세키부네의 수는 얼핏 봐도 10여척에 달했지만 일전을 각오한 나는 환도를 빼들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힘껏 노를 저어라 적선을 침몰시킬 것이다.“

격군들이 힘을 주며 노를 젓자. 판옥선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서 화포를 장전하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화포장과 포수들은 판옥선에 장착된 총통에 서둘러 화약과 철환을 장전했다. 선두의 적선이 정면으로 다가오자 나는 힘껏 외쳤다.

“격군들은 더욱 힘껏 노를 저어라 적선이 정면에 있다.“

순간 판옥선의 속도가 이전보다 더 빨라졌고  잠시 후

“쾅~”  “파지직~”

판옥선의 뱃머리로 왜선의 동체를 힘껏 들이 받았다. 판옥선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던 왜선은 판옥선이 피하지 않고 달려오자 방향을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충돌할 작정으로 달려드는 판옥선을 피하지 못했다. 판옥선과 충돌한 선체가 파손된 왜선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고 정면의 왜선을 밀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던 판옥선의 좌우 측면을 향해 또 다른 왜선들이 다가왔다.

“탕”  “탕”  “탕”

판옥선의 좌우 측면으로 다가온 왜선의 갑판 위에서 왜병들이 조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총성이 울리며 갑판위의 병사들이 쓰러지자 나는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사부(射夫)들은 무엇을 하느냐 어서 활을 쏘지 못하겠느냐.“

내 명령에 사부들이 각궁을 들고 나와 왜선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10여명의 사부들이 연이어서 화살을 날리자 왜병들은 화살세례에 연이어서 쓰러졌고 더 이상 총성이 들리지 않았다.

“격군들은 어서 노를 저어라 적선을 떨쳐 버려야 한다.“

격군들에게 노를 저으라고 재촉하고 있었을 때 판옥선의 측면의 왜선들이 한층 더 판옥선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나리 적선에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포위됐다는 소리에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이미 좌우는 물론 뒤쪽까지 삼면으로 왜선들이 판옥선을 에워싸고 있었고 왜선의 갑판위에는 일본도와 조총으로 무장한 왜구들이 버티고 있었다. 적들에게 포위된 사실에 놀란 나는 환도를 휘두르며 병사들에게 외쳤다.

“모두 싸워라 육박전을 준비하라.”

“탕~”

내가 명령을 내린 것이 마치 신호라도 되는 듯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발의 총성이 울리며 나는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으아~”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무슨 꿈이 아주”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물부터 찾았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 후 핸드폰을 보니 벌써 5시였다.

“더 자기는 힘들겠고 일어난 김에 운동이나 할까.“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온 나는 천천히 달리며 동네 뒷산으로 향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군 육군특수전사령부 공수특전여단 소속 중위 이대원. 여단에서 부중대장으로 복무하던 중 예멘 평화유지군 파병소식을 듣고 지원했고 파병에 선발되어 파병훈련까지 받았다.

“이제 드디어 가는 구나 예멘아 기다려라 내가간다.”

훈련이 끝난 후 파병 전에 휴가를 받아 집으로 온 나는 복귀한 후 예멘으로 갈 생각에 들떠있었다.

“예멘에 다녀오면 파병수당 까지 목돈이 생긴다는 말이지 진급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학창시절 학교공부 보다는 위인전과 역사에 관한 책들이 좋았던 나는 대입입시에서 역사학과에 지원했고 유명한 대학은 아니었지만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흥미가 있어서 책을 보는 것과 학문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고 한 학년도 마치기 전에 전공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공부에 흥미를 잃자 대학 생활은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껏 대학에 들어가고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을 술에 빠져 지내자 아버지는 나에게 해병대에 지원할 것을 권하셨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는 삼촌의 부추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대학생활을 이렇게만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1학년을 마치기가 무섭게 해병대에 지원했고 무사히 해병대에 입대해서 열심히 굴렀다.

훈련과 근무 그리고 군대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적응됐고 해병대라는 강력한 집단에 소속됐다는 자부심과 소속감이 생기자 같은 부대에 있는 전우들이 가족과도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후 다시 학교에 복학한 나는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학군단에 지원했다. 1학년을 마치고 남들보다 빨리 해병대에 입대한 덕분에 대학에 2학년으로 복학해 학군단에 지원할 수 있었던 나는 학군단에 합격한 후 학과 공부와 학군단 생활을 병행했고 졸업이후 특전사에 지원했다.

“특전사 훈련이 빡세기는 하지만 멋있어 보이고 해병대처럼 강한 부대에 들어가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지 뭐야. 예멘으로 해외파병도 가고 잘만 하면 진급해서

군 생활도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별 다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연금 받을 수 있을 때 까지만 군대에 남아있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의무복무기간이 끝나고도 계속 군대에 남아 있고 싶었던 나는 이번 파병이 진급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승원이 녀석도 올해 고3이지. 승원아 네 등록금은 이 형님이 책임지마.“

파병수당이면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동생의 등록금 부담을 줄어줄 수 있다. 오랜만에 부모님께 장남 노릇 동생에게는 형 노릇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난  나는 힘껏 달렸다.동네 뒷산을 향해 달리던 나는 갑자기 발밑에서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어 이게 뭐야”

내가 딛었던 땅이 허물어지면서 나는 순식간에 땅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아악~”

갑자기 두통이 느껴지면서 눈을 뜨자 나무로 된 지붕이 보였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지 나는 분명히 땅 속으로 떨어졌는데 여기는 어디지.‘

“만호 나리께서 눈을 뜨셨소.”

만호라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엄심갑 차림의 중년 사내와 두정갑 차림의

중년 무장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아저씨들은 누구지? 아니야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겠어. 녹도진의 아전이며 전선의 진무인 이언세 그리고 옆에 있는 무장은 녹도진의 군관 손대남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알고 있지?.‘

분명히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얼굴을 보자 이들의 이름과 지위가 생각났다. 신기하기 보다는 무서웠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두통이 계속 이어졌다.

“아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아.“

내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외치자 이언세가 나에게 다가왔다.

“만호 나리 어디가 편찮으신 겁니까?.“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자 이언세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손대남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호 나리 저 손군관입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머리가. 머리가 아파.”

내가 계속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자 보다 못한 이언세가 외쳤다.

“배를 멈춰라 만호 나리께서 위중하시다.“

이언세는 녹도전선의 진무이자 녹도진의 아전이었다. 만호인 나를 보좌해야 하는 이언세는 나의 안위를 걱정해서 배를 멈출 것을 명령했다. 일반 병사인 격군들에게는 실무를 담당하는 아전이 만호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존재였고 만호 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이언세가 배를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자 곧 격군들에게 전해졌고 잠시 후 노가 멈췄다. 노가 멈추자 앞으로 나아가던 배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돛을 조종하는 요수가 돛까지 내리려 하자 손대남이 놀라서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좌수사 영감의 명을 어길 셈인가.“

“만호 나리를 보십시오. 지금 위중하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돌아가실지도 모릅니다.“

이언세가 간곡한 표정으로 말하자 손대남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좌수사 영감의 명은 군령일세. 군령을 위반하면 참형이야.“

손대남과 이언세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을 때 나는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나의 기억과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몸의 주인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두 사람의 기억이 온전히 융합되자 두통이 점차 잦아들었다.

‘뭐야 나는 분명히 대한민국 특전사 중위 이대원인데 내가 조선의 전라좌수군 녹도만호 이대원이라니 지금은 정해년 즉 1587년 이곳은 손죽도 앞바다 지금 이곳은 정해왜변(丁亥倭變)이 일어난 현장이야.’

정해년인 1587년(선조 20년) 약 2000명의 왜구가 18척의 왜선을 몰고 와 손죽도를 점령했다. 당시 전라좌수사 심암은 전라좌수군을 이끌고 손죽도로 출동했고 당시 22세였던 청년 장군 녹도만호 이대원을 선봉으로 내보내 왜구들을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녹도만호 이대원은 좌수사의 명령에 따라 전선을 몰고 손죽도로 향했고 왜구들과 용감히 싸웠지만 전라좌수군은 이대원을 지원하지 않았다. 좌수군의 지원을 받지 못한 녹도전선은 결국 적선들에게 포위됐고 이대원은 왜구들과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만다. 내가 녹도만호 이대원이고 지금이 정해왜변이 일어난 현장이라면 내가 죽을 자리로 온 것이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내가 녹도만호라니 곧 죽을 운명이라니. 내가 어떻게 조선시대에 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나는 살아야 한다는 의지로 외쳤다.

“나는 죽지 않는다.”

“만호 나리 괜찮으십니까?”

“만호 나리”

내 외침에 놀란 손대남과 이언세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

“이제는 괜찮아 정신이 들었네. 나는 괜찮으니 걱정말게.“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어나면서 보니 나는 판옥선의 망루에 쓰러져 있었다. 전장에 나온 만호답게 두정갑을 입고 있었고 쓰러졌을 때 떨어졌는지 투구와 환도는 망루 바닥 한쪽에 놓여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언세가 환도와 투구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투구를 받아 머리에 쓰고 허리에 환도를 차며 다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에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우선은 살아남고 보자.‘

정해왜변은 한국 역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사건이었고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었다.

‘임진왜란과 을사조약에 열 받아서 조선과 일본 사이의 사건에 관한 책들은 닥치는 대로 팠었던 적이 있었지 그 덕분에 정해왜변에 대해서도 알만큼을 알고 있어 인터넷에도 정해왜변에 대한 글들이 제법 올라와 있었고‘

마음을 다잡은 나는 군사들을 향해 외쳤다.

“곧 적선이 다가올 것이다. 타공은 뱃머리를 좌측으로 돌려라“

노는 멈췄지만 돛을 펼치고 있었던 탓에 전선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키를 조종하는 타공은 키를 잡아 전선을 좌측으로 몰았다.

‘곧 왜구들이 공격해 올 거야. 우선은 왜구들에게 포위되지 않는 게 중요해 왜구들의 공격을 피하고 기회를 봐서 반격한다.‘

“격군들은 노를 놓고 잠시 쉬게 하고 두수는 적선이 다가오는지 감시하라 그리고 화병(火兵)[취사병]은 서둘러 밥을 짓고 저녁밥을 준비하라.“

‘전투가 한 두 시간 만에 끝나지는 않을 거야 병사들도 저녁을 먹어야 힘을 쓴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연이어서 명령을 내리자 손대남과 이언세는 의아해하면서도 병사들에게 내 명령을 전달했고 화병들은 저녁밥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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