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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도 해전 - 수정본
한껏 욕정을 채우고 나서야 방을 나선
긴시요라는 부하들이 집주인 가족들을
닦달해 차려온 아침밥 까지 먹고 나서야
느긋한 기분으로 관선들이 정박해 있는
해안가로 나왔다.
왜구들이 아침밥을 먹으며 절이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던 바로 그때 전라좌수군의
전선들이 전속력으로 절이도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긴시요라를 비롯한 왜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긴시요라가 해안가로 나왔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왜구들이 마을에서 약탈한
식량과 재물을 짊어지고 해안가에
모여 있었다.
모처럼 배불리 먹고 따듯한 방안에서
푹 잔 왜구들은 신이 나서 저들끼리
떠들고 있다가 긴시요라가 나타나자
입을 다물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런 왜구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긴시요라는 무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섬은 크고 넓으니 오늘은 섬의
모든 마을들을 점령하고 식량과
노예들을 확보할 것이다.
모두 배에 올라라
배로 이동할 것이다.“
“이 마을에 사는 조선인들은 어찌
하시겠습니까.“
무장의 질문에 긴시요라는 당연한 것을
묻고 있다는 듯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 마을은 이 섬을 떠나기 전까지
거점으로 사용한다. 다른 마을에서
확보한 식량과 노예들을 이 마을에
모아놓고 이 섬을 떠날 때 이 마을의
조선인들도 함께 끌고 갈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긴시요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왜구들은
일제히 관선에 올라탔다. 배에는 익숙한
이들인 만큼 승선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긴시요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왜구들이 아침부터 늑장을 부린
덕분에 관선이 바다로 나올 무렵에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12척의 관선들이 절이도를 벗어나 바다로
나오자 먼 바다에서 절이도를 향해 달려오고
있던 전라좌수군 전선들이 이들을 향해
다가왔다.
“조선 수군이다. 조선의 전선이 다가오고
있다.”
부하 무장들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고 있던 긴시요라는 조선수군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오늘은 재수가 좋구나.
아침부터 노예들이 재발로 나타났으니.
좋아 전투를 준비하라 이번에는 모조리
사로잡고 노예로 삼을 것이다.“
“하잇~”
긴시요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왜구들은
조총에 화약과 탄환을 장전하고 일본도의
칼날을 가다듬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적선이 보인다. 화포를 장전하라”
“화포를 장전하라”
관선들이 바다로 나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총통을 장전할 것을 명령했다.
내 명령에 따라 화포장들은 포수들과
함께 총통에 화약과 조란환을 장전했고
갑판위에서는 사부들이 편전과 화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선들과 아직은 거리가 있다.
총통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관선들을 바라보며 거리를 계산한 나는
격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속도를 천천히 줄여라 벌써부터
격군들을 지치게 할 필요는 없다.“
“예 만호나리”
관선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관선들의 수와 관선에 타고 있는
왜구들의 모습까지 점차 뚜렷하게
보였다.
‘절이도를 정찰한 협선들이 보고한 대로
관선의 수는 12척이 그럼 왜구들의 수는
1000명이 넘을 거야 예상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적선의 수는 12척이었지만 내가 지휘하고
있는 전선은 판옥선 4척과 협선 6척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왜구들이 절이도를
침범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발포진으로
협선 1척을 보냈으니 현재는 판옥선 4척과
협선 5척이 전부였다. 판옥선이 관선보다
튼튼하고 좌수군이 왜구들 보다 화력에서도
강했지만 전선 숫자에서는 9대 12로
만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열세였다.
더구나 절이도는 한때 군마를 기르는
목장이 있었을 정도로 넓은 벌판을
자랑하는 곳이고 현대 한국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큰 섬이었으니 왜구들이 섬 안에서
분탕질을 치지 못하도록 바다에서
전멸시켜야 했다.
‘배를 잃은 왜구들이 절이도에 숨어서
주민들을 약탈하면 소탕하기 어려워진다.
1000명의 왜구들이 절이도에 숨어서
약탈과 살인을 일삼으면 왜구들을
토벌하는데 그 이상의 병력이
필요할거야‘
결국 나는 왜선들이 바다로 나왔을 때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왜구들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었다.
관선들과 좌수군 전선들이 마주보며
달리고 있었고 관선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나는 이언세에게 명령을
내렸다.
“깃발을 올려라 다른 전선들에게 명령을
전하라“
“예이”
녹도전선에서 깃발이 올라가자 깃발을
확인한 녹도2전선과 좌수영의 전선들이
점차 서로간의 간격을 벌려갔다.
왜구들을 상대할 작전은 어젯밤부터
지겨울 정도로 생각하고 계획했었다.
이곳으로 달려오면서는 밤새 생각했던
작전을 장수들에게 설명하고 깃발로
신호를 보내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명령도 이미 내려놨으니 전선들 간의
연락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적선보다 수는 적지만 화력은 우리가
압도적이다. 화력으로 밀어붙여야해‘
좌수군 전선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작전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을 때
관선들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변했다.
“왜선들의 진형이 변했습니다. 3척씩
진을 짜고 있습니다.“
“뭐야 3척씩”
망루에 서서 정신을 집중해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언세의 보고대로 관선들
3척씩 조를 짜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군 판옥선 1척당 적선 3척씩이 달려
들겠다는 생각인가. 1척이 앞서고 다른
2척이 그 뒤를 따르는 것을 보면 아군의
총통공격에 대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왜구들은 단순한 해적이 아닌 전문 전투
집단이라더니 지난번 해전에서 왜구들도
배운 것이 있었나 보군‘
관선들의 진형을 짜는 것을 확인한 나는
관선들과 아군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명령을 내렸다.
“깃발을 올리고 배를 돌려라 좌측
화포들은 방포를 준비하라“
“예이”
녹도전선이 뱃머리를 우측으로 돌리면서
좌측 갑판이 관선들의 정면에 위치했다.
화포장과 포수들은 이미 장전을 마친
총통으로 관선들을 조준했다.
4척의 전선이 모두 방향을 돌리고 화포를
조준하는 동안에도 나는 관선과 아군과의
거리를 확인했다.
‘관선과의 거리는 약 300m 관선들의 속도가
예상했던 것 보다 빨랐지만 이미 조준은
끝났다.‘
4척의 판옥선이 모두 관선들을 향해 총통을
조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힘차게
외쳤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쾅” “쾅” “쾅” “쾅”
4척의 판옥선이 일제히 총통을 발포했다.
조란환 보다 사정거리가 긴 철환 24발이
일제히 관선들을 향해 날아갔다.
“사부들은 준비하라.”
“예이 사부들은 준비하라~”
총통을 발사하기가 무섭게 나는 사부들을
준비시킬 것을 명령했고 사부들은 각궁의
시위를 당기며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판옥선에서 일제히 포성이 울리자
왜구들은 당황했다.
손죽도 해전의 경험으로 철환을 방어하기
위해 갑판위에 장작더미와 곡식 가나미들을
쌓아 놓기는 했지만 묵직한 철환이
정면에서 날아오고 있으니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윽~”
곡식이 가득담긴 가마니를 쌓아놓고
그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하시모토
마키타는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느낀
후 그대로 쓰러졌다.
“윽‘
비명도 없었다. 가마니 더미에 철환이
명중하자 그대로 곡식 가마니가 쓰러졌고
곡식 가마니에 깔린 마키타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선두에선 관선들을 향해 6발씩 날아온
철환은 관선의 뱃머리와 선체를
파손시켰지만 미리 준비해 놓은 방어물과
왜구들이 때맞춰 몸을 피한 덕분에
인명 손실은 크지 않았다.
포성에 놀라 몸을 숨겼던 왜구들은
더 이상 포성이 들리지 않자 하나 둘씩
몸을 일으켰다.
“와아~”
“와아 나는 살았다.~”
“조선 수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막아냈다.~”
왜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조선수군의
화포공격을 막아냈다고 좋아했지만
선장인 오노 이스케는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었다.
“미친놈들 뱃머리가 다 깨져 나갔는데.
뭐가 좋다고 저리 떠드는지.
이 배가 침몰하면 모두 물고기 밥이 되는
것은 알고 저러는 건지“
오노 이스케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자
부하 무사인 기무라 미오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화포공격을 받고도 무사한 것이 기쁜 것일
겁니다. 화포 공격을 받고도 이정도 피해만
입은 것은 확실히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스케는 불편한 심기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미오키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 살아남았으니 다행이지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난다. 조선 수군도 당분간은 다시
화포를 쏘지는 못할 것이니 지금 바로 뒤로
빠진다.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기무라 미오키는 부하들에게 오노 이스케의
명령을 전달하고 관선을 뒤로 후퇴시킬
것을 명령했다.
오노 이스케의 관선을 비롯해 선두에 섰던
관선들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뒤로
몰러나려고 했을 때 어느새 뱃머리를
관선들의 정면으로 돌린 판옥선들이
다가왔다.
“아니 뭐야 저 놈들 무슨 수작이야?”
뜻밖의 상황에 오노 이스케가 당황하고
있었을 때 나는 힘차게 명령을 내렸다.
“격군들은 힘차게 노를 저어라 정면의
적선을 친다. 적선을 당파(撞破)하라“
“예이”
내 명령에 따라 녹도전선은 정면에 있는
관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녹도전선에서 신호용 깃발을 올리자
다른 전선들도 눈 앞에 있는 관선들을
향해 힘차게 달려들었다.
“속도를 높여라 적선을 당파할 것이다.”
“예 속도를 높여라”
당파(撞破)는 깨트린다는 뜻으로 수군에서는
아군의 전선으로 적선을 충돌시켜 파괴한다는
의미로 쓰였단 적선에 대한 충돌공격은
고대시대부터 흔하게 사용되던 전술이었고
조선수군의 판옥선과 거북선은 일본의
안택선이나 관선 보다 선체가 튼튼해 당파
공격에 적합했다.
돛을 활짝 펴고 격군들 까지 총동원해 노를
저으며 달려들었으니 판옥선들이 관선들과
충돌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쾅” “콰지직~”
나무상자가 부셔지는 소리가 나면서 판옥선
전체에 충격이 느껴졌다.
충격을 느낀 병사들은 무엇이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잡고 버텼고 망루에 올라와 있던
나는 기둥을 잡고 버텼다.
잠시 후 뱃머리 부분을 바라보자 녹도전선은
멀쩡했지만 관선의 뱃머리 부분이 완전히
부셔져 있었다.
“좋았어. 작전 성공이다.“
나는 신이 나서 외친 후 손대남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부들은 어서 활을 쏴라 왜구들을
소탕해야 한다.“
“예이~ 활을 쏴라”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각궁을
들고 있던 사부들은 관선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판옥선은 관선보다 크기가 크고 높이도
높으며 더 단단하기 까지 하다.
그런 판옥선과 관선이 정면으로
출동했으니 관선에는 큰 충격이 가해졌고
왜구들은 대부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쓰러진 왜구들에게
유엽전(柳葉箭)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으악” “아악”
관선에서 왜구들이 지르고 있는
비명소리가 전선에 까지 들려왔지만
나는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왜구들에게 질려포(蒺藜砲)를 던져라
왜구들을 전멸시켜라“
“예이 질려포를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