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9화 (1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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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도 해전2 - 수정본

명령이 떨어지자 녹도진 군사들은 질려포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후 관선에 집어던졌다.

“펑” “펑” “펑” “펑”

잠시 후 폭음이 연이어 들리더니 왜구들의

비명소리가 잦아들었다.

‘질려포 안에는 화약과 함께 마름쇠와

말린 쑥이 들어있지 질려포가 폭발하면서

폭음과 불꽃으로 왜구들을 놀라게 하고

마름쇠가 날아가 파편효과를 일으키고

마지막으로 쑥이 타면서 매운 연기를

배출하니 왜구들이 버티지 못하겠지.‘

나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도

관선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질려포가 폭발할 무렵 뒤편의 관선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당장 조선군을 도륙하라. 당장 공격하란

말이다.“

좌수군 전선들이 선두의 관선들과

충돌하는데 성공하자.

긴시요라는 당장 좌수군 전선들을

공격하라고 고래 고래 고함을 질렀다.

“조선수군은 움직이지 못한다.

우리 전선이 조선군 전선의 앞을 막고 있는

이때야 말로 조선수군의 옆구리를 가격할

절호의 기회이다.

각 전선은 빨리 조선 전선의 측면을

공격하라 당장“

화를 내고 있었지만 긴시요라의 명령은

다른 장수들이 듣기에도 그럴 듯 했다.

좌수군 전선들은 선두의 관선들과

충돌한 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고

활과 투척 병기로 이미 충돌한 관선만

공격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왜구들은 긴시요라의

명령대로 좌수군 전선의 측면을

공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잇. 모든 전선은 조선 전선의

측면을 공격한다.

오늘 조선 수군을 전멸시킨다.“

공격받고 있는 관선의 뒤편에 있던

관선들은 긴시요라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각 좌우로 방향을 돌려 앞으로 나왔다.

앞으로 나온 관선들이 다시 방향을 돌려

좌수군 전선의 측면으로 다가가고 있었을

때 긴시요라의 부장인 오쿠야마가 다급히

외쳤다.

“장군 조선수군에게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빨리 배를 돌려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적에게서 도망치자니

지금 제정신이냐?“

조선수군의 전선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다가가지 말라는 말에 긴시요라는 버럭

화를 냈다.

긴시요라가 고함을 질러도 오쿠야마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장군 배를 돌려야 합니다. 섬에 남아있는

전선들이 어떻게 당했는지 잊으셨습니까?

조선 수군이 방포하기 전에 우선 배를

돌려야 합니다.“

“이런”

긴시요라는 그제 서야 오쿠야마가 말리는

이유를 깨달았다.

“당장 배를 돌려라 모든 전선들은 뱃머리를

돌려 조선저선으로부터 떨어져라“

긴시요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배를 돌려라. 격군들은 무엇을 하느냐.

어서 노를 저어라“

긴시요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쿠야마는

직접 키를 잡아 뱃머리를 돌리려고 했고

장수들은 격군들에게 힘껏 노를 저을 것을

지시했다.

긴시요라의 배는 급하게 뱃머리를 돌려

좌수군 전선으로 멀어지려고 했지만

다른 관선들에게는 긴시요라의 명령이

전달되지 못했는지 대부분의 관선들은

그대로 좌수군 전선들에게 다가갔다.

조선시대로 온 후 비정상적으로 좋아진

시력 덕분에 전선의 망루에서도 관선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었던 나는 관선들이

좌수군 전선들의 측면을 향해 다가오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포장에게 명을 내려라 모든 총통은

방포를 준비하라“

“예이 방포를 준비하라”

내 명령이 전해지자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화포장과 포수들은 각자의 총통에

달라붙어 총통의 상태를 점검했다.

‘조금만 더 다가와라 조금만 더’

관선들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관선들과의

거리를 계산하던 나는 관선들 중 가장

큰 배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좌수군

전선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자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아이고 아까워라 왜구들이 눈치 챘구나.

다행해 다른 배들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시간을 끌다가는 전부

놓치겠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아쉬운 마음에 목이 터져라 힘껏

외쳤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쾅” “쾅” “쾅” “쾅” “쾅” “쾅”

요란한 포성이 연이어 들리면서

녹도전선이 장비한 6문의 지자총통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잠시 후 다시 한번 포성이 울리면서

또 다른 6문이 불을 뿜었다.

잠시 후 다른 전선들도 일제히

발포하면서 포성이 바다에 울려 퍼지며

유황가스가 안개처럼 자욱했다.

녹도전선은 좌측과 우측에 각각 6문씩

12문의 지자총통을 장비하고 있었고

좌우 각각 3문의 지자총통에는 조란환이

다른 3문의 총통에는 철환이 장전되어

있었다.

앞서 철환을 발사했던 좌측갑판의 총통은

방포해 다시 장전하면서 3문의 총통에

조란환을 장전한 것이다.

녹도전선을 비롯한 좌수군 전선들은

전선을 노리고 달려들던 관선들에게

좌우 3문씩 6문의 총통으로 철환을

발사했고 뒤이어 6문의 총통으로

조란환을 발사했다.

왜구들이 전선에 올라타기 위해

달려들었던 터라 전선과 관선의

거리가 가까웠고 처음 발사된 철환이

갑판위에 세워둔 엄폐물을 부셔버린

탓에 조란환은 정확히 관선의 갑판위로

쏟아졌다.

총통을 방포한 후 이동구는 유황 가스가

가시기 무섭게 화포장들에게 외쳤다.

“서둘러라 어서 화포를 장전하라”

전투가 시작되기 전 이동구가 만호에게

받은 명령은 단순했다.

명령이 떨어지면 정확하게 방포하고

화약과 철환이 남아있는 한

방포 후 즉시 재장전하라는 것이었다.

“만호 나리를 잘 만난 덕분에 이번에는

아주 원없이 방포해 보는 군.

왜구들에게 철환을 퍼부으니 속이 아주

시원하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동구를 비롯한

화포장과 포수들은 신이 나서 총통에

화약을 붓고 철환을 밀어 넣었다.

“됐다. 제대로 쳤다.”

포격이 끝난 후 전선의 좌우 양면으로

달려들던 관선들을 살펴본 나는 관선의

갑판위에 왜구들이 잔뜩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포격이 성공한 것에 기뻐했다.

‘좋아 이제 부터가 중요해.

관선들을 점령하고 조선인들을 구한다.‘

“격군들은 노를 저어라 눈 앞의 관선을

밀어낼 것이다.

타공은 뱃머리를 우측으로 돌려라“

“예이 격군들은 노를 저어라.”

녹도전선의 격군들이 노를 젓기 시작하자

녹도전선과 충돌한 관선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관선보다 크고 무거운 판옥선이 힘으로

밀어붙이니 이미 파손된 관선은

버틸 수가 없었다.

“각 전선에 왜선들을 점령하라 이르라

그리고 손군관은 군사들을 준비하라“

“예 만호나리”

나는 파손돼서 항해능력을 상실한 관선은

버려두고 우선 좌우 측면에 있는 관선들을

점령할 생각이었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손대남은 왜선에

진입할 군사들을 정렬시켰다.

그 군사들 중에는 강영남도 있었다.

녹도전선이 정면에 있던 관선을 밀어내는데

성공하자 나는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우측면에 위치하고 있는 관선을 노리고

전선을 몰아갔다.

좌수군의 다른 판옥선과 협선들도

내 명령에 따라 먹이를 노리를 상어처럼

관선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긴시요라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분명 조선수군을 공격하기 좋은 위치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순간에 전세가 역전돼 버린

것이다.

오쿠야마의 간언 덕분에 긴시요라가 탄

배의 피해는 다른 관선들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방향을 돌리던 중에 포격을 당해

선체에는 철환을 2발이나 맞았고

조란환에 쓰러진 왜구들도 10여명에

달했다.

긴시요라는 가슴에서는 분통이 터졌지만

머리에서는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한 끝에 긴시요라는 후퇴명령을

내렸다.

“섬으로 돌아간다. 다른 전선들에게도

명령을 전하라.“

“예”

후퇴한다는 말에 부장들은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패배가 확실한 전장에 남아있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긴시요라의 관선이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

후퇴하자 움직일 수 있는 관선들은 황급히

긴시요라의 뒤를 따랐다.

“적선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이언세의 보고에 나는 정신을 집중해

왜선들을 바라보았다.

가장 큰 관선이 앞장서서 도망치고 있고

3척의 관선이 그 뒤를 따라 도망치고

있었다.

‘왜선들 중에서 멀쩡한 배들이 4척이나

있었나? 하긴 선체의 격군들만 무사하면

노는 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지금 보니 아군에게 공격받지 않고 있는

놈들은 모두 도망치고 있군.‘

관선들은 돛을 펴고 열심히 노질까지

해가면서 도망치고 있었지만

피해가 작지는 않은 듯 했다.

잠시 관선들을 추격해야 하나 고민한

나는 아직 남아있는 관선이 8척이나

되는 것을 확인한 후 결정을 내렸다.

“도망치는 놈들은 추격할 필요가 없다.

눈앞에 보이는 왜선들부터 점령한다.

왜선들을 점령하고 우리 백성들을

구출하라“

“예이~”

백성들을 구출하라는 명령에 군사들은

기뻐했다.

좌수영 군관 최도진은 자신이 지휘하는

판옥선의 좌측면에 있는 관선을 노리고

뱃머리를 좌측으로 돌렸다.

직접 군사들을 거느리고 관선으로 내려간

최도진은 관선의 갑판 위에 왜구들의

시신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전에도 전투를 치른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시신을 보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었다.

시신들 사이에는 간혹 아직 숨이 붙어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심한 부상을 입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도진은 천천히 갑판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총통에 직격을 당했어도 전부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 무사한

놈들이 하나도 안보이다니.

무사한 놈들은 전부 선실로 도망친

모양이군.‘

관선의 갑판을 살펴보던 최도진은

거친 숨으로 몰아쉬며 쓰러져 있는

왜구에게 환도를 휘둘렀다.

“아악~”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왜구는 최도진이 휘두른 환도에

목을 맞고 비명을 질렀지만 곧

잠잠해 졌다.

왜구를 베어버린 최도진은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정 봐줄 것 없다. 인정사정없이 쳐라

질려포를 가져온 병사들은 질려포를

준비하라“

“예”

최도진의 명령에 따라 좌수군 군관들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왜구들에게

환도를 휘둘렀고 군사들도 갑판에

떨어져 있는 일본도를 주워들어

왜구들을 내리쳤다.

“아악~”   “으악~”

연이어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군관들과 군사들이 왜구들을 처치하는

동안 질려포를 들고 온 군사들은

질려포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심지에 불을 붙이자 최도진은 선실로

내려가는 출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예 나으리”

군사들은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질려포를

출입구 안으로 집어던졌다.

“쾅~”

잠시 후 폭발음이 들리며

선내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안에 횃불을 던져라”

“예”

군사들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내로 횃불을 집어 던졌다.

잠시 후 불길과 독한 쑥연기에 놀란

왜인들이 갑판위로 올라왔고 좌수군

군사들은 왜인들에게 창대와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쪽으로 끌고 와.”

“엎드려 이놈들아”

군사들은 왜인들을 두들기며 갑판

한쪽으로 끌고 갔고 왜인들은

군사들이 이끄는 데로 갑판위에 앉았다.

간혹 일본도를 빼들고 저항하는 자들은

군관들이 환도를 휘둘러 제압했다.

배안에 타고 있던 왜인들의 수가 적지는

않았지만 갑판위로 올라오기 무섭게

몽둥이로 두들기니

왜인들은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갑판위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좌수군의 모든 전선들이 이와 같이

질려포를 사용해 선내에 남아있는

왜구들을 소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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