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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죽도 탈환
손죽도로 향하던 좌수군 함대는 때마침 분
바람을 타고 예상보다 빨리 손죽도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야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던 손죽도에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오후에 도착했으니
예상보다 1시간 이상은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아직 해가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나는
곧바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아직 해가 떠 있으니 잘됐다.
이대로 진격한다. 왜구들을 섬멸하라“
“예이 왜구들을 섬멸하라~”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격군들은 힘껏
노를 저었고 화포장과 포수들은 총통에
달라붙어 충통을 장전했다.
전선들이 손죽도를 향해 달려가자
잠시 후 해변가에 떠 있는 왜선들이
보였다.
“왜선이 보인다.”
누군가 외치자 병사들은 긴장하며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줬고 나는 정신을 집중해
정면을 바라보았다.
‘보인다. 관선이 3척 판옥선이 2척 다른
배들은 안 보이는데 그럼 왜구들의 주력은
이미 도망친 건가?‘
“만호나리 적선이 보입니다.”
이언세가 나를 바라보며 어찌할지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왜선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관선들은 어디로 갔을까?
절이도에서 4척이 도망쳤으니 최소한
7척은 있을 텐데 매복해 있을까?
아니야. 점령이 아닌 약탈이 목적인
놈들이니 이미 도망쳤을 가능성이 높아.‘
전장에서 고민은 짧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왜구들의 주력이 일본으로 철수했을
것으로 판단한 나는 힘차게 외쳤다.
“적선을 향해 돌진하라 화전을 쏴라”
“예이~”
내 명령이 떨어지자 녹도전선을 시작으로
4척의 전선에서 수십 발의 불화살이
날아올랐다.
불화살이 날아가자 관선의 갑판 위에서
무엇인가 하고 있던 왜구들은 비명을
지르며 선내로 몸을 피했다.
그 광경을 본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와~”
“좋아 이대로 돌격한다.
전선들은 왜선을 포위하라“
“예”
전선들은 관선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사부들은 쉬지않고 유엽전과 화전을
날렸지만 관선에서는 이렇다 할 반격도
하지 못했다.
의외로 왜구들이 반격을 하지 못하자
나는 손대남 대신 녹도전선에 탑승한
군관 김윤문에게 물었다.
“적선에 오를 군사들은 준비됐는가?.”
“예 나리 용맹한 장수들과 날쌘 군사들이
만호나리의 명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적선을 당파한 후 군사들은 적선에
올라라 왜구를 참살하고 백성들을 구하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잠시 후 좌수군의 전선들은 관선을 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관선들을 포위하며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갔고 녹도전선이 가장 왼쪽에
있는 관선과 충돌했다.
“쾅~” “콰지직~”
전선끼리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고 녹도전선은
충돌한 관선을 육지 쪽으로 밀어냈다.
잠시 후 전선이 멈추고 전선과 관선이
완전히 연결된 형태가 되자 김윤문은
환도를 뽑아들고 관선으로 뛰어내렸다.
“왜구들을 참살하라”
“모조리 참살하라”
김윤문을 시작으로 별동대로 선발된
장수와 병사들이 환도와 창을 들고
왜선으로 뛰어내렸다.
녹도전선을 시작으로 좌수군 전선들은
왜선들을 공격했고 각 전선에서
장수들을 선두로 군사들이 무기를 들고
왜선으로 뛰어들었다.
“횃불을 밝혀라 횃불로 사방을 밝히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
“예이~“
군사들이 적선에 투입되자 나는 불을
밝히고 경계를 강화할 것을 명령한 후
각궁을 들고 뱃머리에 서서 별동대를
지켜보았다.
“이야~”
별동대가 관선의 갑판위로 내려오자
왜구들은 일본도를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관선의 선내에서도 불화살을 피해 몸을
숨겼던 왜구들이 일본도를 손에 들고
갑판위로 나와 녹도군 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각궁을 들어
유엽전(柳葉箭)을 시위에 걸었다.
‘적의 사기를 꺾어야지’
왜구들 가운데 앞장서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자를 조준한 나는 그자가 일본도를 치켜들기
위해 몸을 일으켰을 때를 노려 당기고 있던
활의 시위를 놨다.
“으악~”
가장 앞으로 나왔던 왜구는 목에 유엽전을
맞고 쓰러졌고 녹도군의 사부들도 왜구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자 군사들에게 달려들던
왜구들은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쓰러진 왜구들의 어깨와 가슴에는 어김없이
유엽전(柳葉箭)이 박혀있었고 그 광경을 본
왜구들은 앞으로 나서지를 못했다.
“네놈들이 오지 않으면 내가 네놈들
쪽으로 가마“
왜구들이 주춤거리자 사기가 오른
군사들은 창을 휘두르며 왜구들에게
달려들었고 곧 전투가 벌어졌다.
김윤문은 검술은 물론 힘도 좋았다.
긴 일본도를 휘두르며 달려다는 왜구를
상대하는 김윤문은 왜구가 완전히 일본도를
휘두르기 전에 대담하게 왜구에게 달려들어
환도로 일본도를 쳤다.
김윤문의 공격에 행동이 봉쇄된 왜구를
김윤문을 밀어내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힘을 줬고 바로 그때 김윤문의
발이 왜구의 하체를 걷어찼다.
“윽”
급소를 공격당한 왜구의 자세가
흐트러지자 김윤문의 환도가
왜구의 목을 쳤다.
별동대를 모집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원했다는 강영남도 관선으로 내려가
있었다.
왜구의 칼질에 의해 상투가 잘렸는지
봉두난발이 된 채로 창을 휘두르던
강영남은 왜구가 휘두르는 일본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왜구에게
달려들어 창으로 왜구의 북부를
힘껏 찔렀다.
창끝이 왜구의 등을 뚫고 나올 정도로
강하게 힘이었다.
나는 그런 강영남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구보다 긴 무기를 들었기에 망정이지
왜구가 창을 들었으며 네가 먼저 죽었다.
그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무모해서야‘
전투는 치열했지만 좌수군의 장수들은
어김없이 왜구들의 목을 치고 있었고
병사들도 죽을힘을 다해 왜구들을 창으로
찔렀다.
사부들은 적절한 때에 화살을 날려
군사들을 지원하는 한편 조총을 든
왜구들을 우선적으로 저격했다.
‘일반적으로 왜구들의 전투력이 조선군
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조선군도
조선군 나름이지 장수들은 무과를 합격할
정도로 검술과 무술을 익혔고 평소에도
꾸준히 훈련을 계속한 직업군인들이야
아무리 일본군이라도 일반 병사들이나
해적무리인 왜구들이 조선군 장수들에게
검술에서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내 예상대로 김윤문을 비롯해 30여명의
군사들이 왜구들을 제압하고 관선을
점령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녹도군의 군사들이 왜구들과 싸우는 동안
다른 전선에서도 병사들을 내보내
왜구들을 공격해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왜구들을 제압하고 관선 3척을 모두
점령할 수 있었다.
왜구들을 제압하고 난후 나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손죽도에 상륙했다.
섬에도 잡아놓은 조선인들을 감시하고
있던 왜구들이 있었지만 그 수는 불과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내가 100여명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상륙하자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왜구들을 모두 묶어라 그리고 잡혀있던
백성들을 어서 풀어줘라“
“예이~”
병사들은 항복한 왜구들을 밧줄로 묶은 후
백성들이 갇혀있던 곳간의 문을 부수고
갇혀있던 조선인들을 구출했다.
조선인들은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병사들을
얼싸 안으며 통곡을 했고 병사들도
그런 사람들을 보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뭐 무리도 아니지 병사들도 징집되기
전에는 농민이고 어부며 저들의 이웃들이니
실제로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 중에서 강영남이 누이동생을 찾았는지
한 여인을 붙잡고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투를 잘려 붕두난발이 된 강영남은 통곡을
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누이동생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군관과 병사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강영남을 막으려고 하자 내가 말렸다.
“막지 말아라.”
내 앞까지 온 강영남과 동생과 함께
내게 큰절을 했다.
“만호나리 덕분에 하나뿐인 누이동생을
다시 만났습니다. 소인 이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나리“
“강순옥이라 하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자식의 목숨까지 구해주셨다 들었습니다.
이 천한 것도 나리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강영남과 강순옥은 눈물을 그치지 않으며
말했다.
“내 할 일을 다 했을 뿐이니 이제 그만
일어나게.“
강영남과 강순옥이 일어나자 나는
강순옥에게 말했다.
“칠복이가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혼자서
조각배를 타고 밤바다를 달려 우리 전선에
소식을 전했네. 내가 아니라 자네 아들이
자네를 살렸어 참 장한 아들을 키웠네.“
“칠복아~”
강순옥은 아들 생각에 다시 눈물을 흘리자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할 수
있겠나?”
“예 나리”
강순옥이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하자
나는 질문을 던졌다.
“손죽도에는 언제 도착했나?”
“시산도에서 왜구들에게 붙잡힌 그날
밤에 도착했습니다.“
“어제나 그 전날 왜구들이
섬에 도착하지는 않았나?”
“지난 날 한 밤 중에 큰 배가 여러 척
섬에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갇혀있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배를 직접 본 사람들은 누구인가?”
“왜구들이 장정들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장정들은 배를 봤을 것입니다.“
“알겠네. 그만 가서 쉬게 수고 많았네.”
“예 나리”
강영남과 강순옥이 물러나자
나는 이언세를 불렀다.
“군량을 풀어 저녁밥을 짓게 군사들도
저녁을 먹이고 왜구들에게 잡혀있었던
주민들도 배불리 저녁을 먹이게“
“예 나리”
“그리고 병사들이나 백성들 가운데
왜어를 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예 나리 수군병사들 가운데 왜어를
할 줄 아는 자들이 몇 있습니다.“
“잘 됐군. 지금 섬에 있는가?”
“예 소인이 아는 이만 셋은 됩니다.”
“좋아 왜어를 구사하는 병사들과 함께
사로잡은 왜구들 중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는 자 몇을 골라 조용히 바닷가로
데려오게 왜구들을 문초(問招)해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나리”
임진왜란 이전에도 일본인들이 조선에
귀순하는 경우가 있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업을 위해
바다로 나왔던 일본 어부들이 태풍을 만나
표류하거나 파도에 떠밀려서 제주도나
조선 남해안의 바닷가 까지 떠 밀려왔다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조선에
정착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본이나 대마도나 배를 타고 조선으로
건너와 귀순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해안 일대에는 이런 왜인 출신 어부의
자녀들이 수군으로 군역을 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수군 병사들 중에 일본어를
구사하는 자들도 있었다.
화병들이 저녁밥을 짓게 하는 동안 나는
녹도군 병사 10명을 골라 그들과 함께
포로들을 심문할 준비를 했다.
“장작을 쌓고 화톳불을 지펴라.
면포로 만든 수건을 몇 장 가져오고
물동이도 큰 것으로 하나 가져 오너라.
바가지도 가져 오고 화로를 준비해라“
병사들은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준비하게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내가 명령한 대로
해안가에 화톳불을 피워놓은 후 민가를
뒤져서 물건들을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화톳불에서 불이 잘 붙은
숯 몇 개를 화로에 옮겨 담는 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른 병사들이 주민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는 동안 왜구들을 심문할 준비를 한
병사들은 뒤늦게 이언세가 보내온
주먹밥으로 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따듯한 보리밥으로 뭉친 주먹밥을 먹고
숭늉을 마시며 포로들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이언세가 병사들과 함께 포로들을
끌고 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시작이다.’
“포로들 가운데 지위가 높아 보이는
자들이옵니다.“
포로들은 모두 다섯이었고 모두
저항하다가 잡혔는지 얼굴에는
상처와 멍 자국이 보였다.
포로들을 바닥에 꿇어앉히고 병사들이
주위를 둘러싸자 포로들은 그 험악한
분위기에 기가 죽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