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37화 (3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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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표

선조가 긍정적으로 말하자 정인신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신임녹도만호와 함께 좌수영에 다른

장수들을 몇 명 더 내려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좌수사 보다

상관이었던 장수들이 지금은 좌수사의

부하장수로 있으니 좌수사는 물론

다른 장수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좌수사가 녹도만호였으니 그보다 품계가

높은 장수들은 좌수사가 못 마땅하기도

하겠구나. 그러나 그것도 좌수사가

감당해야 할 일 같은데 굳이 좌수영의

장수들을 내려 보낼 필요가 있겠느냐?“

선조는 병조판서 정언신이 좌수영의

장수들을 교체하자고 한 제안에

반대했다.

녹도만호 이대원을 전라좌수사에

제수한 것은 선조였다. 그로인해

좌수영의 장수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선조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선조가 반대하는 이유를 짐작한

정언신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좌수영의 장수들을

다독여가면서 좌수영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것은 능히 좌수사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복강도

정벌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좌수군의

전력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만반의 준비를 갖출 수

있겠습니까. 전라좌수군의 전력을

완전히 사용하기 위해 용맹하고

지혜로운 장수를 좌수영으로 몇 명

내려 보내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좌수군의 전력을 완전히 사용한다.”

복강도 정벌을 위해 장수들을

내려 보낸다는 명분이 생기자 선조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언신에게 물었다.

“병판은 좌수영의 장수들 중에서 누구를

교체해야 할 것 같은가?“

선조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정언신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후와 순천부사는 다른 장수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후가 계속 좌수영에 버티고 있으면

좌수사 이대원이 좌수영을 지휘하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순천부사 역시 이대원 보다 품계도 높았고

좌수영 예하의 고을 중에서 순천부가

가장 큰 고을이니 좌수군내에서 순천부사의

지위가 작지 않사옵니다.“

“좌수영 우후와 순천부사라.”

정언신의 대답을 들은 선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음을 정했다.

“병판의 뜻대로 하라 병판은 우후와

순천부사에 적합한 인재들을 찾아

과인에게 보고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좌수영으로 돌아온 나는 좌수영 예하의

5관 5포의 장수들과 관장들을 모두

소집했다.

좌수영 우후를 비롯해 순천부사, 낙안군수,

보성군수, 광양현감, 흥양현감,

방답첨사, 사도첨사, 발포만호,

여도만호 까지 아직 부임하지 않은

녹도만호를 제외한 5관 5포의 모든

장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선조가

포상을 약속했음을 발표했다.

“주상전하께서 이번 전란을 치른 우리

좌수군의 노구를 치하하셨으며 좌수군의

모든 장졸들과 장수들에 대한 포상을

명하셨다.“

선조가 포상한다는 말에 장수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좌수군의 모든 장졸들에게는 각 백미를

한 섬씩 하사하실 것이며 전공을 세운

장수와 장졸들은 별도로 포상하실 것을

명하셨으니 곧 포상이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모든 장졸들에게 알려 그간

수고한 장졸들을 위로하도록 하라.“

“예 좌수사 영감”

포상이 있다는 말에 장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공을 세우지 못한

장수들도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졸들에게 까지 쌀을 하사하겠다고

했으니 장수들이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지

장졸들을 포상하면서 설마 장수들에게는

포상이 없지는 않을 테니‘

그런 장수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절이도와 돌산도에 둔전과 염전을

설치하려고 한다. 이 역시 이번에 입궐 하여

주상전하께 아뢰었으며 전하의 재가가

떨어졌다.“

잠시 말을 그친 나는 다시 한번 장수들을

바라보며 장수들이 진정된 것을 확인하도

말을 이었다.

“돌산도에는 왜구포로들을 이송할 것이다.

현재 좌수영와 녹도진에는 500명이 넘는

왜구들이 포로로 잡혀있다.

이들을 죽여 없애는 것은 간단한 일이나

이들을 부려서 밭을 일구고 소금을 굽는다면

좌수영의 군량과 군비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니 포로들을 부려서 돌산도에 밭과

염전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손죽도와 시산도에 살던 백성들이

왜구들의 노략질로 집과 재산을 잃고

좌수영에 피신해 있다. 이들은 절이도로

이주시켜 집을 지어주고 밭을 일구게

할 것이다. 절이도는 지난날 수백 마리의

군마를 키웠을 절도로 넓은 초지가 있고

샘이 많은 곳이니 초지에 밭을 일구게 하여

백성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고 거둔

곡식의 일부를 군량으로 삼을 것이다.“

내가 포로들과 피난민들을 동원해 둔전을

경작할 계획을 세운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좌수영의 장수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잠시 말을 그친 나는 장수들을 돌아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은 전란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임과 동시에 좌수영의

군령과 전비를 확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니 좌수영의 모든 장수와 장졸들은

둔전을 일구는데 온힘을 다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나이다. 좌수사 영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수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말을 마친 나는 군량을 풀어 병사들과

피난민들을 배불리 먹일 것을 지시하고는

손대남과 조천군 그리고 이언세를 불러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렸다.

평소보다 넉넉하게 밥과 국을 배급해

병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장수들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자 나는 방에

들어가 종이를 펼치고 붓을 들었다.

‘고토열도 정벌은 어려울 것이 없다.

후쿠에 섬(福江島)을 정벌할 때 까지는

선조도 특별히 나를 견제하지는 않을 테니

고토열도를 정벌할 준비를 하면서 최대한

많은 전선과 무기, 화약과 군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를 거점으로

삼을지 결정을 내려야해 그래야 목표에

맞게 준비를 할 수 있으니‘

선조가 각 병영과 수영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조선에서

임진왜란을 대비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 안전을 위해서도 조선이 아닌

해외에 거점을 만들어 놓고 해외에서

임진왜란을 대비하고 싶었다.

‘조건만 따지만 대만이 좋기는 한데

조선과는 거리가 먼 것이 문제야.

더구나 대만 인근 해협은 물살이

거칠기로 유명하고 산악지역의

선주민들도 사납기로 유명하지

모기가 많아서 말라리아도 위험하고

대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

대만이 불가능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북해도는 어떨까.‘

한반도와 주변 지형을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그리다 보니 북해도가 떠올랐다.

‘그래 북해도는 아직까지 대부분 원시림

상태겠지만 충분이 개간이 가능한 땅이야

석탄과 철 등 자원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노천온천이 있으니 유황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야.‘

조선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조건들을 생각해 보면 북해도만한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일본인들이 북해도를

완전히 차지한 것이 아니란 말이지 지금

시대라면 북해도의 최남단 오시마 반도

남부지역만 일본인들이 차지하고 있을 거야.

오시마 반도만 점령하면 그곳을 거점으로

북해도를 경영할 수 있지 북해도의 선주민인

아이누인들이 있겠지만 아이누인들이

일본인들을 몰아내지 못한 것을 보면

아이누인들이 여진족이나 대만의 산악부족들

처럼 사납거나 호전적인 민족은 아닐 것이고

오시마 반도의 일본인들만 제압하면

아이누인들을 회유하는 것도 가능할거야.‘

목표가 결정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좋아 북해도를 목표로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 가자. 우선은 둔전과 염전 그리고

염초밭. 다음은 고토열도 정벌 그 다음에는

북해도로 진격한다.‘

북해도 까지 진격하려면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나에게는 조선수군 중에서도

정예인 전라좌수군이 있었다.

‘둔전을 일구고 염전을 만들어 군량과

자금을 확보하고 염초를 생산하는데

성공하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한번 해보자.‘

나는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한반도와

일본열도 그리고 북해도 지역의

지형을 종이에 그렸다.

그로부터 3일 후 절이도(折爾島)

“빨리 빨리하게 오늘 안에 물길 내는

것을 끝내야해.”

“알겠습니다. 여보게들 어서 힘내게”

아전의 재촉에 괭이로 땅을 파고 있던

병사에게 반가운 소식에 들려왔다.

“밥 왔습니다.”

아낙들이 광주리와 함지박을 지고

다가오자 병사들의 얼굴이 확 펴졌다.

“벌써 밥 먹을 땐가?”

“빨리 밥 먹으로 가세.”

아낙들은 풀밭에 광주리와 함지박을

내려놓고 그릇마다 밥과 나물을

담았다.

아침부터 괭이와 호미를 들고 밥을

일구느라 무척 출출했던 병사들은

밥그릇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아귀처럼 밥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선조가 둔전과 염전의 설치를 허락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다음날 시산도와 손죽도의

피난민들은 절이도로 이주를 시작했다.

절이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조선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좌수사의 직권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피난민들은 이번 전란으로 피해를 입었고

대부분 여인들과 노약자들 이라는 것을

감안해 좌수군 병사 100명을 이들과 함께

절이도에 주둔시켜 피난민들의 정착을

돕고 치안유지와 왜구들의 습격에 대비해

절이도에서 순찰을 돌도록 했다.

피난민들을 절이도로 이주시킨 이후

좌수영과 녹도진에서 수감하고 있던

포로들 역시 돌산도로 이송시켰고

포로들의 노동력으로 돌산도에 둔전과

염전을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이렇게 포로들과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한

후 나는 본격적으로 고토열도 정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처럼 수레를 만들 수 있겠느냐?”

순천부에서 수레를 가장 오래 만들었다는

장인은 내가 내민 그림을 들여다 본 후

어려울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수레이니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만 넉넉히 주시면

만들 수 있습니다.“

“수레에 총통을 달고 움직일 것이니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바퀴는

이 모양 이대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능하겠느냐?“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잠시

그림을 바라보던 장인은 잠시 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보름만 시간을 주시면 가능합니다.

돌밭에서 끌어도 문제없도록 아주

튼튼하게 만들겠습니다.“

“좋다. 튼튼하게만 만들어 오거라.

대가는 후하게 치를 것이다.“

“감사합니다. 영감마님”

수레를 만드는 장인에게 포가를

주문한 후 나는 군사들과 함께

돌산도로 향했다.

돌산도에는 500여명의 포로가 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거나 염전을 만들

저수지를 만들고 있었고 포로들의 감시와

돌산도의 방위를 위해 좌수군 병사

300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돌산도에 도착한 나는 우선 기와 가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포로들을 돌산도로 이송한 이후

염전에 쓸 기와를 제작하기 위해 기와를

굽는 장인들을 돌산도로 불러들였다.

물론 이들은 포로가 아닌 만큼 보수를

약속했고 이들은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기와를 굽는 가마를 만들어 기와를

제작하고 있었다.

내가 가마에 다가가자  장인들은

나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좌수사 영감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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