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38화 (3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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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 수정본

“그래 자네들도 잘 지냈는가?

지내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가?”

기와장인들 중 가장 나이가 지긋한

장인이 장인들을 대표해 대답했다.

“좌수사 영감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에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전들에게 말하게 모든 것을

들어줄 수는 없어도 먹는 것과

입는 것은 다른 곳 보다 부족하지 않도록

돌봐주겠네.“

“감사합니다. 영감마님

저희 같은 미천한 놈들을 이렇게 까지

보살펴주시니 정말 영광이옵니다.“

나이로 보면 할아버지뻘인 장인이

내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것도

나로서도 어색했지만 조선은 계급사회였다.

이들 장인들은 평민이었고 나는 나이는

어리지만 양반에 정3품 전라좌수사이니

이들이 내 앞에서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와는 언제부터 구울 수 있는가?”

기와를 굽는 가마를 보며 묻자 장인은

가마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가마를 만드는 일이 이제 막 끝났습니다.

오늘은 기와를 빚고 내일부터는 가마에서

기와를 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튼튼하게 그리고 같은 크기로

기와를 구워야 한다. 당부한 내용은

잊지 않았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영감마님 소인이 기와를 굽는 동안

강산이 세 번도 더 바꿨습니다.

소인이 다른 재주는 없어도 기와굽는

재주는 자신 있습니다.“

장인의 대답에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좋다. 내 믿고 갈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아전들에게 말하도록 하게“

“예 영감 참으로 감사하신 말씀이십니다.”

이곳에서 구운 기와를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아쉬웠지만 기와 굽는 가마가

완성됐다니 기와를 보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바닷가로 가겠다.”

나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를 향해 걸으면서도 내 머릿 속에는

염전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선조에게 염전을 만드는 것을 허락받았지만

나는 조선식으로 바닷물과 갯벌의 진흙을

끓여서 만드는 자염(煮鹽)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나는 천일염을 생각했고 조선에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천일제염법을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천일염

염전에 대해서 그야말로 상식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우선은 바닷물을 가두어 놓는 저수지를

만든다. 현대에서는 염전바닥에 비닐을

깔아 바닷물이 땅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지만 조선에는 비닐이 없으니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기와를 바닥에 깔아서

물이 세는 것을 막는다.

바닷가에 만든 1차 저수지에서 바닷물을

햇볕에 증발시키고 증발된 물은

2차 저수지로 이송시켜 다시 한번

증발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저수지를

여러 곳에 만들어 단계별로 증발된 물은

최종적으로 수분이 모두 증발되고

소금만 남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실제로 잘 될지

모르겠네. 뭐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우선은 기와를 굽는 장인들에게 정사각형

모양의 기와 1만장을 굽도록 명령했다.

장인들은 기와를 정사각형으로 그것도

1만장이나 구우라는 명령에 의아해 했지만

높은 보수와 일하는 동안 최상의 대우를

약속하니 별다른 불만은 없어 보였다.

염전을 만들기 위해 저수지를 최소한

3곳은 만들 생각이니 기와 1만장도

부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각형의 기와 1만장을 다 만들면

그 다음에는 원통형의 기와나 반원형태의

기와도 주문해야지 저수지간의 수로를

만들 때 수로에 반원형 기와를 깔아서

수로에서 물이세지 않고 원활하게

흐르도록 만든다.‘

어느새 바닷가에 도착한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었다.

‘바위나 돌이 많은 지형은 저수지를 만들기

어렵겠지? 저수지를 수로로 연결하려면

넓은 평야가 있어야 하고‘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주변 지형을 살핀 나는

염전을 만들 때 필요한 조건이나 환경들을

생각해 보면서 주변을 비교해 봤다.

‘역시 현장에 나오니 책상 앞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는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오늘은 우선 돌아가고

군사들을 풀어서 돌산도의 바닷가를

철저하게 조사하자 조건에 맞는 곳이

있겠지.‘

바닷가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군관 조천군은 어디에 있지?

조천군을 찾아와라“

“예 좌수사 영감”

내가 조천군을 찾자 군사들은 조천군을

찾아 나섰다.

잠시 후 조천군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영감”

“내가 명한 일은 어찌되었는가?”

내 물음에 조천군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모두 준비해 놓았습니다. 영감”

조천군의 대답에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좋아 어서 가지 직접 보고 싶군.”

“소장이 안내하겠습니다. 좌수사 영감”

조천군이 안내한 곳은 바닷가에서 떨어진

평지였다.

“바로 이곳입니다. 영감”

조천군이 안내한 곳에는 나무기둥을 세우고

새끼줄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창을 든 병사가 울타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병사들은 황급히 새끼줄을

치우고 길을 열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지름 1미터 이상의

구덩이가 3개나 파여져 있었다.

“명하신대로 6척(약128cm) 깊이로 팠으며

구덩이의 벽면과 바닥에는 진흙을 발라

말렸습니다.“

조천군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잘해줬군. 좋아’

나는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준비하라고 명한 것은 준비됐는가?”

“물론입니다. 영감.

빠짐없이 준비되었습니다.”

나에게 대답한 조천군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준비한 것을 가져와라”

잠시 후 병사들은 볏짚 다발과

똥장군이라고 불리는 분뇨가 담긴

항아리를 가져왔다.

“볏짚을 바닥을 덮어라 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완전히 덮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영감”

조천군은 내 명령에 대답한 후

병사들에게 재촉했다.

“어서 서둘러라.”

“예”

병사들은 볏짚 다발을 풀어 구덩이 안에

볏짚을 깔았다.

바닥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볏짚이 깔리자

나는 똥장군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볏짚위에 분뇨를 뿌려라 천천히 골고루

뿌려야 한다.“

내 명령에 병사들은 인상을 쓰며 똥장군을

구덩이 가까이 가져왔다.

똥장군의 뚜껑을 열고 거름바가지로 분뇨롤

퍼서 구덩이 안에 뿌리자 고약한 냄새가

후각을 괴롭혔다.

병사들은 악취에 인상을 썼지만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울며겨자먹기로 계속 분뇨를 구덩이에

뿌렸다.

구덩이 안에 준비해 놓은 분뇨를 다 뿌리자

세 개의 구덩이 안에 각각 절반 정도 분뇨가

차올랐다. 각 구덩이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악취를 참으며 말했다.

“구덩이를 볏짚으로 덮어라 분뇨를 완전히

덮어야 한다.“

병사들이 구덩이에 볏짚을 뿌리자 분뇨더미는

볏짚으로 덮였고 악취도 잦아들었다.

구덩이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조천군에게

명했다.

“오늘부터 돌산도의 모든 변소에 작은

옹기를 하나씩 가져다 놓도록 하게.“

“옹기를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장졸들과 포로들이 변을 볼 때

소변은 꼭 옹기에 누도록 하고 옹기의

소변은 매일 거둬서 큰 항아리에 따로

모아놓도록 하게“

소변을 모아놓으라는 명령에 조천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소변들은 하루 동안 항아리 안에서

묵힌 후 이 구덩이 안에 골고루 뿌려 넣게

소변을 뿌린 후 장대로 구덩이 안에

볏짚과 분뇨들이 잘 섞이도록 뒤집어 줘야

하네.“

말을 마치고 그때 까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조천군을 노려보자

조천군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예 영감 소변을 뿌리고 뒤집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열흘 안에 이와 같은 구덩이를

세 개 더 만들어 놓고 이와 같이

볏짚과 분뇨를 뿌려놓게“

“구덩이를 세 개나 더 말씀이십니까.”

“내 수시로 확인하고 직접 와서 내 눈으로

확인할 것이네“

“제가 직접 살필 것입니다. 영감”

조천군의 군기든 대답을 들은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임진왜란에 대비하자는 결심을 하면서

생각한 방법 중의 하나가 염초밭이었다.

화약의 생산을 위해서 염초밭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염전과

마찬가지로 염초밭에 대해서도 책으로

읽었던 지식이 전부였지 상세한 내용은

아는 것이 없었다.

‘우선은 책에서 본 기억대로 분뇨와

볏짚을 섞어서 발효시켜 보자 정확힌

배합비율이나 숙성기간은 모르니 우선은

한 달 후 첫 번째 구덩이의 배합물로

염초를 정제해 보고 다음에는 두 달 후

두 번째 구덩이의 배합물로 염초를

정제해 보자‘

다행인 것은 염초밭에서 숙성시킨 배합물을

염초로 정제하는 방법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제하는 방법을 책에서 본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한 달 후에 직접 시험해 보자‘

염초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염초밭을 만들던

병사들과 조천군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똥오줌을 볏짚위에 뿌리고 다시

볏짚으로 덮으라고 했으니 병사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조천군도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고.

조천군이나 병사들이 보기에는 퇴비라도

만드는 줄 알았을까?

왜 좌수사가 퇴비 만드는 일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지 궁금했겠는데.

아 그러고 보니 조선시대에

이런 식으로 퇴비를 만들었나?

지금 시대에는 퇴비를 만드는지 그냥

분뇨를 거름으로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직 퇴비를 모르고 있으면 퇴비 만드는

방법도 보급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염초밭을 만들고 나오다가

퇴비와 농사짓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좌수사 영감”

나를 찾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고개를 들어보니 좌수영 군관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영감. 좌수영에 신립장군이 오셨습니다.

좌수사 영감을 찾으십니다.“

“신립장군이. 무슨 일로 오셨는지는

모르느냐?”

“모르겠습니다. 영감”

“알겠다. 가자”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립장군이

왔다면 지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포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군관과 장졸들은 내 뒤를 따랐다.

‘신립이 무슨 일이지 정해왜변 당시

신립과 변협을 방어사로 임명해

남해안으로 내려 보낸 것은 알고 있지만

이미 왜구들도 물러갔는데 왜 신립이

좌수영까지 내려왔을까?‘

나는 궁금증과 신립을 만난다는 기대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탄금대 전투로 인해서 신립장군의 평가가

좋지 않기는 하지만 니탕개의 난이나

육진에서의 활약상을 보면 신립장군은

분명 조선에서 보기 드문 맹장인 것이

확실했다.

전선을 타고 황급히 좌수영으로 돌아오자

좌수영의 포구에는 좌수영 소속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전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장졸들이 쌀가마니를 전선에서 좌수영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

그 광경을 본 내가 놀라서 묻자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껄 껄 껄~ 좌수사 만나서 반갑소.

나는 우방어사 신립이오.“

웃음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수은갑주차림에

턱수염을 위엄 있게 기른 건장한 체구의

장수가 껄껄 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장수가 신립이구나. 신립이 여진족을

물리치고 한성으로 귀환하자 선조가

신립에서 수은갑주를 하사했다고 했지.‘

“방어사 영감. 좌수사 이대원입니다.”

내가 군례를 올리며 인사를 하자 신립은

여전히 웃으며 내 군례를 받았다.

나는 정3품 전라좌수사 신립은 방어사로

내려오기 전 까지 종2품 병마절도사였으니

내가 먼저 군례를 올려야 했다.

“그래 좌수사가 왜구들은 무찔렀다는 소식은

내 들었네 좌수사가 용맹한 장수라는 소문이

팔도에 자자해서 내 직접 좌수사를 만나려고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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