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40화 (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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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 - 수정본

“전홍문관 수찬 정여립을 알고 있는가?”

원호는 뜻밖의 인물을 말했다.

‘정여립. 정여립이라니’

내가 놀라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원호는 실소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

“놀란 것을 보니 알고 있었군.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원호가 말하는 동안에도 내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정여립이라니 여기서 정여립이

왜 나와? 지금이 정해년이지 1587년

정여립의 난이 1589년에 벌어지니

정여립의 목숨도 2년 후에는 끝인데‘

“정여립을 말씀하신 연유를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정여립이 비록 관직에서는 물러났어도

병조판서 정언신 대감과 인척이며 대사관

이발 대감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지

소문에는 매일 서신을 주고받으며

한성과 조정의 소식을 듣고 있다고 하더군.

뿐만 아니라 정여립은 인근 지방에서

손꼽히는 재력가이기도 하다.

고을의 군수와 감사가 찾아와 인사를 할

정도라고 하니 그의 위세를 잘 알 수 있지

자네에게 힘이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원호의 대답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정여립은 냑향한 후에도 조정의 중신들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대동계를 조직해 천여 명의 계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했지. 어떤 목적으로

모였는지는 몰라도 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이고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 대동계가 정여립의

사병조직이 아니라고 해도 정여립이

조직했으니 이들이 모이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경비는 정여립이 조달했을 것이

분명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 돈. 유럽 상인들과의 거래를

위해서도 전선의 건조와 화약의 제조를

위해서도 돈이 필요해 정여립이 거부라면

큰 도움이 될수 있다.‘

생각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호에게 큰절을 올렸다.

“우수사 영감께서 후배에게 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영감“

“자네가 이러는 것을 보니 조만간에 정여립을

찾아가겠군. 충고하나 하자면 먼저 정여립을

찾아가지는 말게 자네는 정3품 당상관이며

전라좌도수군절도사이니 처음부터

정여립에게 가볍게 보일 필요는 없단

말이네. 알겠나.“

“예 영감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원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직접 원호는 방까지 안내한 후 내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원호는 우수군과 함께 전라우수영으로

돌아갔고 나는 좌수영에 도착한 쌀의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제는 곧바로 술자리가

이어져서 보고받지 못했지만 선조는 쌀뿐만

아니라 비단과 면포도 좌수영에 하사했다.

직접 곳간에서 쌀과 비단 그리고 면포의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을 때 선전관이

좌수영에 도착했다.

선전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헌으로 나가자 선전관 일행이 동헌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라좌수사 이대원은 어명을 받으라.”

“신 전라좌수사 이대원 어명을 받습니다,”

선전관은 그 자리에서 두루마리를 열어

교서를 낭독했다. 예상대로 전라좌수군의

전공을 치하하며 포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교서의 낭독이 끝난 후 내가 외치자 선전관은

두루마리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두 손으로

공손히 두루마리를 받았다.

“주상전하께서 하사하시는 쌀과 비단, 그리고

면포의 수량은 교서에 기록되어 있소“

말을 마친 선전관은 병사에게서 두루마리를

하나 더 받아 나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병판대감께서 좌수사께 보내시는

서신이오.“

나는 선전관에서 공손히 예를 올린 후

두루마리를 받았다.

선전관에게서 두루마리를 받은 후 나는

손대남에게 병사들을 소집할 것을 명령했다.

“좌수영의 장수들을 소집하고 본영에

있는 병사들도 집결시키도록 하라.“

“예 영감”

손대남이 대답을 하고 떠나자 신립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말을 건넸다.

“다시 한번 축하하네. 이수사”

“감사합니다. 장군”

“일이 바쁠 것이니 나는 이만 가보겠네.

생각 같아서는 이수사와 축하주를 한잔

더 나누고 싶지만 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네.“

“장군과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소장도

아쉽기가 그지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소장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신립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벗과 술 한잔 하는데 때와 장소가

중요하겠나. 다음에 또 한잔 하세.

이곳 좌수영도 좋고 한양에서 만나도

좋으니 말일세.“

“감사합니다. 장군. 장군께서 부르시면

언제라도 달려가겠습니다.“

“그래 그래 다음에 또 보세.”

신립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신립과 헤어진 후 동헌으로 들어가 교서의

내용을 확인한 나는 선조가 내린 쌀과

재물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놀랐다.

‘한성에서도 느꼈지만 선조 이 인간 제법이네

쓸데는 확실하게 쓰는데. 이정도면 좌수영의

모든 군사들에게 쌀 한 섬씩 나눠줘도 남겠다.

장수들에게는 면포를 나눠주고 비단은

5관 5포의 수령들과 첨사, 만호들에게는

나눠주면 되겠다.

아 우후를 깜빡 잊고 있었네. 우후에게도

한필 주자‘

잠시 후 좌수영의 장수들이 동헌으로 하나씩

도착했고 군사들도 집결하기 시작했다.

장수들을 거느리고 병사들 앞에 나온

나는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주상전하께서 우리 전라좌수군의 전공을

치하하시고 쌀과 면포를 내리셨다.

우리 좌수군의 모든 장수들과 장졸들에게는

쌀 한 섬씩을 나눠줄 것이며 군관과

진무들에게는 쌀과 함께 면포도 한필씩

나눠줄 것이다.“

“와아~”

쌀과 면포를 나눠준다는 말에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손죽도와 절이도에서 왜구들과 전투를 치른

장수들과 장졸들에게는 면포 두필씩을

더 나눠줄 것이니 주상전하의 은혜를 잊지

말도록 하라“

“와아~”

“주상전하 천세~”

“천세 천세~”

“주상전하 천세~”

병사들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천세를 불렀고

나는 장수들과 함께 동헌으로 들어갔다.

동헌 안에 들어온 나는 장수들에게 말했다.

“우후와 5관 5포를 이끄는 장수들에게는

주상전하께서 특별히 비단을 내리셨다.“

비단이라는 말에 우후와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우후와 5관 5포의 수령과 장수들에게는

비단 한필씩 내릴 것이니. 가져가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영감”

“감사합니다. 좌수사 영감”

우후를 필두로 장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번 전란에서 좌수영의 다른 장수들은

전공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내가 왜구들을 물리치지 못했다면

전공은커녕 패전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거나 파직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좌수영 장수라는 이유로

비단과 면포에 쌀까지 받게 됐으니

나에게 감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장수들에게 비단을 나눠주고 돌려보낸 후

나는 자리에 앉아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계산을 시작했다.

‘비단은 20필이었으니 장수들과 우후에게

한필씩 나눠주면 10필이 남고 면포는

50필 정도 남겠구나. 마지막으로 쌀은

100섬 정도 남을 것 같은데 잘됐다.

이 쌀로 군량을 보충하자‘

피난민들을 좌수영에 수용하면서

급한 대로 좌수군의 군량으로 피난민들과

포로들을 먹였었다. 그때 소모한 군량을

이번에 남은 쌀로 보충할 생각이었다.

‘잘됐다. 소모된 군량도 채워 넣었고 많지는

않지만 밑천으로 삼을 재물도 생겼으니

고토열도 정벌을 끝내는 대로 유럽 상인들과

접촉해보자‘

전쟁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을 대비하기 위해 무기와 전선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고

화약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럽 상인들에게 초석을 수입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다행히 조선은 도자기 제작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유럽에 수출할 만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명국과 조선뿐이야

어떻게든 유럽 상인들과 접촉만 한다면

도자기 수출로 재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초석과 무기도 수입할 수 있어 어떻게든

유럽 상인들을 찾아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포상으로 받은 물품에

대한 계산을 끝내고 정언신 대감이 보낸

서신을 펼쳤다.

서신에는 좌수군의 우후와 순천부사가 곧

다름 장수로 교체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후와 순천부사라 확실히 내가 좌수사로

좌수군을 지휘하려면 우후와 순천부사는

다른 장수로 교체되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

그것 까지 감안한 인사인가? 선조의 생각은

아닐 것 같고 누구지 병판대감의 생각이신가.‘

서신을 계속 읽어 내려가던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좌수군 우후에 훈련원

판관 김시민, 순천부사에 온성부사 이억기

녹도만호에 조산보만호 이순신‘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런 대박. 이거 완전히 드림팀 아니

어벤져스 잖아. 이순신에 이억기 거기에

김시민 까지 이거 왜이래‘

역사에 길이 기억될 명장들을 내 부하로

거느린다는 생각에 손이 떨릴 정도로

흥분했다.

‘됐다. 고토열도 정벌은 어렵지 않겠다.

김시민에서 좌수영을 지킬 것을 명령하고

이순신 장군에게 함대의 지휘를 그리고

이억기 장군에게 군사들의 훈련과

지상전투의 지휘를 맡기자‘

물론 내가 직접 출정하고 전체적인

지휘는 내가하겠지만 이순신 장군과

이억기 장군이 합류한 것만으로도

아주 마음이 든든했다.

‘이제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아주 든든하네.‘

나는 껄껄거리며 마음껏 웃었다.

정해년(1587년) 2월 중순

정여립은 자신의 집에서 한성에서

온 서신을 읽고 있었다.

비록 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정여립은 조정의

여러 대신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을 통해 조정과 한성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버님 소자 옥남이옵니다.”

“어서 들어오너라. 무슨 일이냐?”

정여립의 아들 정옥남은 공손히 두 손으로

서신을 들고 있었다.

“아버님 앞으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누가 보낸 서신이냐?”

정여립이 서신을 받으며 묻자 정옥남이

이상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전라좌수영에서 보낸 서신입니다.”

“무엇이라 전라좌수영?”

정여립은 읽고 있던 서신을 내려놓고

전라좌수영에서 보낸 서신을 펼쳤다.

한참을 읽던 정여립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병판대감께서 전라좌수사가 인물이라고

하시더니 과연 배포가 대단하군. 인물은

인물이야“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님”

정옥남이 묻자 정여립은 옥남에게

서신을 건네주며 말했다.

“직접 읽어 보아라 좌수사가 약관(弱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젊은이라고 하더니

하는 짓이 아주 맹랑하구나.“

단숨에 서신을 읽어 내려간 옥남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쌀을 달라는 말이군요. 글의 뜻은

구걸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배짱이 아주

두둑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미사여구를 제외하면 쌀을

보내달라는 것이니 구걸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그런데 글을 쓴 태도를 보면 아주 당당해

전란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들이

생겼으니 먹을 양식을 도와 달라니.

그리고 부자인 것을 알고 서신을 보낸다고

적어놨어 구걸을 하면서 맡겨놓은 것을

내놓으라는 듯이 아주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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