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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도 - 문단정리 시범용입니다.
시간이 흘러 3월이 되자 좌수군은 본격적으로 군사훈련에 돌입하며 고토열도 정벌을 준비했다. 좌수사의 명령으로 왜구들에게서 노획한 관선에 오른 이순신은 관선이 바람을 타고 달리자 그 속도에 놀랐다.
‘확실히 전선(판옥선)보다 빠르구나. 이 속도 때문에 좌수사 영감이 관선을 몰아보라고 하셨구나.’
이순신이 관선의 속도에 놀란 기색을 보이자 녹도진 군관 허원종이 씩 웃으며 이순신에게 말했다.
“왜구들이 끌고 온 배를 좌수영의 대목과 목수들이 단단히 손을 봤다고 합니다. 돛도 낡은 돛은 떼어버리고 새로 달았고 노도 새로 만들어서 달았다고 합니다. 왜구들이 끌고 왔을 때 보다 더 튼튼하고 더 빠를 것이라고 대목이 호언장담을 했다고 합니다.”
허원종의 말에 이순신은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전선보다 크기도 작고 낮아서 전투에는 불리해 보이지만 속도 하나는 자랑할 만 하구나. 바람만 잘 탄다면 전선으로 쫓아와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 그래서 좌수사 영감도 관선을 사용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좌수사 영감께서 관선을 수선하라고 하셨을 때는 다들 쓸데없는 일을 시킨다고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깨끗하게 수리된 관선을 타본 사람들은 다시는 불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수군인 만큼 배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순신은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관선의 뱃머리에 서서 과연 좌수사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란이 끝난 후 왜구들의 배를 수선하게 하다니 보통은 그냥 불태워버리거나 해체해서 땔감으로 쓰기 쉬운데 일부러 배를 수리하게 한 것을 보면 그때부터 이미 오도정벌을 생각하고 있었단 뜻인가? 이미 좌수군에 충분한 수의 전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왜선을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좌수사는 무서울 정도로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구나.’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좌수사에 대해 생각을 하던 이순신은 지금 훈련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 배를 돌릴 것을 명령했다.
‘배에 익숙해지려면 다양한 상황에서 배를 몰아봐야지’
“배를 우측으로 돌려라.”
“우측으로 돌려라.”
이순신이 내린 명령을 허원종이 재창하자 키를 잡는 타공이 키를 돌렸고 배가 방향을 돌리는 동안 격군들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이놈은 뱃바닥이 뾰족해서 전선처럼 쉽게 뱃머리를 돌렸다가는 바다에 쓰러질 수 있답니다. 방향을 돌릴 때는 이렇게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려야 한다고 합니다.”
허원종이 이순신에게 설명하듯이 말하자 이순신은 배를 몰고 있는 병사들의 숙련도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병사들이 몰던 전선과는 차이가 많을 텐데. 타공과 격군들이 이렇게 까지 익숙하게 배를 몰다니 정말 대단하군.”
이순신의 말을 들은 허원종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에 관선을 몰기 전에 왜구들을 데려다가 관선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직접 배를 몰던 놈들에게 설명을 들으니 이해하기도 쉬웠고 빠른 시간에 관선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관선을 몰고 실제로 바다로 나와 본 것은 아직 몇 번 안 됩니다.”
허원종의 대답을 들은 이순신은 다시 한번 놀랐다. 아무리 왜구들에게 설명을 들었다고 하지만 기존의 판옥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관선의 특징을 파악하고 능숙하게 배를 몰고 있는 녹도수군 병사들의 숙련도에 놀랐고 필요하다면 왜구 포로들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좌수사에 적극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아무리 포로로 잡힌 왜구들이라고 하지만 전란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포로들에게 관선의 특징을 설명하게 했다니. 포로들을 믿은 것인가? 아니면 포로들이 우리 병사들을 속이거나 거짓을 말하지 못하게 어떤 방책이라도 세운 것인가?’
조선에서도 귀화한 여진족이나 항복한 왜구들을 군사로 동원하거나 조선에 정착시키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란이 끝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병사들을 교육시키는데 포로들을 동원하는 경우는 조선에서 보기 드문 경우였다. 좌수사의 이런 행동을 들은 이순신은 좌수사가 북방에서 여진족과 대치하고 있는 장수들 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진족과 대치하고 있는 북방을 경험한 장수들은 한성의 오위나 남부지역의 병영에서 복무하던 장수들에 비해서 거친 환경을 경험한 덕분에 틀에 박힌 사고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환경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순신은 북방의 육진이 아닌 전라좌수영에 좌수사 같은 장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북방에서도 정해진 원칙보다 상황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지만 좌수사 같은 장수는 보기 드물어. 특별히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지만 뭐랄까. 다른 장수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과연 좌수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생각인가? 아니면 전공욕심에 쓸 수 있는 수단은 모조리 써보자는 생각인지.’
이순신은 좌수사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벌이는지 궁금해진 한편 좌수사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운이 좋은 애송이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아직은 지켜보자 곧 오도로 출병한다고 하니 병사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좌수사가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
이순신과 녹도수군이 탑승한 관선들이 바다를 누비고 있었을 때 나는 우후 김시민과 흥양현감을 거느리고 절이도를 방문했다. 정해왜변 당시 왜구들은 절이도에 상륙해 마을을 약탈했다. 다행히 왜구들이 절이도를 떠나기 전에 왜구들의 주력을 괴멸시키는 데 성공해 절이도의 주민들 중에서 왜구들에게 끌려간 사람들은 없었지만 절이도의 주민들이 왜구들에게 당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손죽도와 시산도에서 피난을 온 피난민들이 절이도에 정착해 둔전을 일구고 있었으니 절이도에 피난민을 이주시킬 것을 결정했던 나는 절이도의 주민들을 위로하고 절이도의 피난민 마을을 살펴볼 생각으로 절이도를 방문했다. 절이도에 상륙하자 둔전을 일구며 절이도를 방비하고 있던 군사들과 지난 전란에 피해를 입은 마을의 촌장이 포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사들을 지휘하는 군관들과 인사를 나눈 나는 촌장에게 다가갔다. 나이가 육십은 넘어 보이는 촌장은 나를 보자 고개를 숙였다.
“지난 전란으로 고초가 심했다고 들었다. 이제야 찾아오게 되었으니 미안할 뿐이다.”
내가 촌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촌장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좌수사 영감께서 왜구들을 물리쳐주지 않으셨으면 소인은 물론 이고 마을 사람들이 그 흉악한 놈들에게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릅니다. 소인과 마을 사람들은 좌수사 영감께 오직 감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맙다. 앞으로 절이도에 계속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전선들이 순시로 순찰을 돌 것이니 절이도에 왜구들이 다시 침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양곡과 면포를 좀 가져왔으니 마을 사람들과 나눠가지도록 하고 가져온 돼지는 잡아 마을사람들이 나눠 먹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좌수사 영감. 정말로 감사합니다.”
촌장은 내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전란으로 피해를 입은 절이도의 주민들을 그동안 위문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절이도에 오면서 보리 100섬과 면포 10필 그리고 돼지 2마리를 가져왔다. 병사들에게 곡식과 면포를 마을까지 운반할 것을 지시한 나는 김시민과 흥양현감을 거느리고 피난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향했다. 피난민들에게는 내가 올 것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해 놨었기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밭에 나가있었고 마을에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돌보는 아낙들이 몇 명 남아있을 뿐이었다. 마을의 집들은 모두 초가집이었고 급하게 지은 집들이었지만 제법 크고 튼튼해 보였다.
“마을의 집들은 모두 완성된 것인가?”
나는 흥양현감에서 물었다. 절이도에 피난민들을 이주시키면서 마을의 건설과 관리를 나는 흥양현감에게 맡겼고 절이도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군사들도 흥양현의 군사들이었다.
“예 전부 20채의 집이 완성됐습니다. 집안에 남자가 없는 여인들과 아이들은 서너 집의 식구들이 큰집에 모여서 함께 살고 있고 남자가 있는 집의 식구들은 따로 집을 주어 식구들 끼리 지내도록 하였습니다.”
흥양현감의 대답을 들은 나는 초가집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고 집안을 살펴보았다. 바닥에는 멍석이 깔려 있었고 방안에는 흙냄새가 나는 것이 새로 지은 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겉에서 보기보다 방 안은 넓었고 온돌바닥이라 군불을 지피면 따듯할 것 같았기에 그만하면 충분한 것 같았다.
“수고했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집을 짓느라고 고생이 많았겠군. 일손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피난민들은 물론 장졸들과 흥양현의 목수들 까지 동원해서 집을 지었습니다. 군사들 보다는 손죽도와 시산도 백성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집이 짓는 동안 아낙과 아이들은 섬 주민들의 집에서 머물기도 하고 움막을 파고 지내기도 했는데. 겨울에 온돌도 없는 움막에서 지냈으니 밤새 얼마나 떨었겠습니까. 그 모습을 본 장졸들이 아낙과 아이들을 언제까지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없다고 몸이 부셔져라 열심히 일했습니다. 장졸들이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예상했던 기간 보다 빨리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흥양현감의 대답을 들은 나는 장졸들의 수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수고가 많았네. 쌀 10섬을 흥양현으로 보낼 것이니 이번에 수고한 장졸들에게 나눠주게”
“감사합니다. 좌수사 영감”
쌀을 하사하겠다는 말에 입을 귀어 걸쳤던 흥양현감은 내가 변소를 향해 다가가자 얼굴이 굳어졌다.
“좌수사 영감 무엇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내가 변소의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흥양현감은 물론 김시민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돌산도와 같이 절이도에도 염초밭을 만들 것을 생각한 나는 절이도에도 변소마다 소변을 모아놓을 옹기를 가져다 놓을 것을 명령했었다. 후각을 괴롭히는 악취를 참으며 변소를 확인한 나는 소변이 담겨있는 옹기가 있는 것을 보고 변소에서 나왔다. 흥양현감과 김시민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변소까지 직접 확인할 것은 생각하지 못했었나 보네. 자주 오지도 못하는데 온 김에 철저하게 확인하고 가야지.’
나는 악취를 피해 집 밖으로 나가면서 흥양현감에게 물었다.
“마을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평지가 있는가. 밭하고도 거리가 좀 있는 곳이 좋겠는데.”
“예 남쪽으로 오리정도 떨어진 곳에 평지가 있습니다. 풀밭이기는 하지만 터가 좁아 밭을 일구지는 못하는 곳입니다.”
“잘됐군. 장졸들을 동원해 그곳에 구덩이를 파게. 깊이는 6척을 넘지 않도록 하고 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넓이로 넉넉하게 파게.”
“구덩이를 말씀이십니까?”
“그래 구덩이를 판 후 바닥과 벽면에 진흙을 발라서 구덩이 안에 든 것이 다른 곳으로 세지 않도록 단단하게 굳히게.”
말을 마친 후 흥양현감을 바라보니 흥양현감은 물론 김시민도 나를 바라보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충분히 굳힌 후 한 3일정도 햇볕에 말리면 충분하겠지 구덩이 안에 분뇨와 볏짚을 채워 넣게 우선 볏짚을 바닥에 깔아 넣은 후 그 위에 분뇨를 붓고 다시 볏짚으로 그 위를 덮는 방식으로 구덩이의 절반 이상을 분뇨와 볏짚으로 채우고 장대로 저어서 잘 섞어준 다음 하루나 이틀 정도 묵힌 후 하루 동안 항아리 안에서 묵힌 소변들을 이 구덩이 안에 골고루 뿌려 넣게 소변을 뿌린 후 장대로 구덩이 안에 볏짚과 분뇨들이 잘 섞이도록 저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