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52화 (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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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저수지를 만들고 수로로 저수지를 연결하는 것 까지는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저수지에 바닷물을 모으고 얼마나 바닷물의 저수지간의 이송은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물레방아를 떠올린 나는 물레방아 모양의 수차를 설치했다. 수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1차 저수지로 퍼 올렸고 5일간 매일 바닷물을 퍼 올려 5개의 저수지를 바닷물로 가득 채우게 한 후 그 다음 부터는 햇볕에 저수지의 물을 증발시키게 하면서 그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것을 명령했다. 북해도를 비롯한 해외영토에서도 염전을 건설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는 이번 기회에 염전 건설과 소금 제조의 경험을 쌓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정기적으로 돌산도에 방문해 염전과 염초밭을 직접 확인하고 그 과정을 전부 기록하도록 했다.

“매일 저수지의 수위를 확인하고 물을 맛보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저수지에 저장된 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두 번째 저수지로 이송하고 두 번째 저수지의 물도 수위를 확인해 세 번째 저수지로 이송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다섯 번째 저수지에 가장 염분이 높은 물이 모여 있습니다.”

그동안 돌산도에서 수고한 조천군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저수지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나에게 설명했다.

“그래 수고 많았네. 정말 수고 많았어.”

마지막 5차 저수지를 확인한 나는 조천군에게 칭찬을 아낄 수가 없었다. 넓은 저수지 안에는 아직 물기가 보이기는 하지만 하얀 소금이 그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고 저수지 옆에는 내가 명령한 대로 멍석이 보였고 돌을 쌓아 화덕(火─)을 만들어 놓았고 장작더미와 가마솥도 보였다. 나는 하얗게 빛나는 소금을 보자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서 멍석을 깔아라.”

“예 어서 멍석을 깔아라.”

내가 명령을 들은 조천군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은 저수지 옆 공터에 멍석을 넓게 깔았다.

“천천히 소금을 멍석위에 넓게 펼쳐 놓아라. 위에서부터 소금을 떠 올려야 한다. 젖지 않은 소금만 멍석위에 펼쳐 놓아라.”

“예 알겠나이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저수지의 소금을 삽으로 떠서 천천히 광주리에 담았고 광주리에 소금이 가득차자 광주리의 소금을 멍석위에 쏟았다. 물기가 적은 위쪽의 소금만 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소금이 멍석위에 쏟아지자 물기가 보였다. 아직 소금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조천군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급히 불을 지피고 불 위에 솥뚜껑을 올려라.”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막대기로 화로를 뒤적거려서 재속에서 불씨가 남아있는 숯을 꺼냈다.

“후~ 후~”

젊은 병사가 조심스럽게 숯을 불자 숯에서 붉은색 불씨가 그 모습을 드러냈고 불씨가 보이자 병사들은 재빨리 마른 볏짚을 숯에 들이댔다. 잠시 후 연기가 오르면서 볏짚에 불이 붙자 병사들은 불붙은 볏짚으로 볏짚 뭉치에 불을 붙였고 그 불로 화덕에 불을 붙였다. 장작에 활활 불이 붙자 병사들은 화덕위에 솥뚜껑을 올려놓았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저수지 안의 소금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저 소금을 솥뚜껑에 올려라.”

내 명령에 병사들은 물기가 툭툭 떨어지는 소금을 삽으로 퍼서 솥뚜껑 위에 올려놨다. 잠시 후 솥뚜껑 위의 소금이 끓기 시작했고 소금에 남아있는 수분은 그대로 증발돼 날아갔다. 한참을 끓이다가 더 이상 수증기가 날아가지 않자 소금을 꺼낼 것을 명령했다. 병사들은 주걱과 국자로 솥뚜껑 위의 소금을 긁어서 사발에 담았고 다시 저수지에서 물기를 머금은 소금을 퍼서 솥뚜껑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병사들이 솥뚜껑으로 소금을 굽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멍석위에서 말리고 있는 소금을 맛보았다.

‘쓴맛이 조금 나기는 하지만 짠맛이 강하네. 확실히 소금이구나.’

잠시 후 병사들이 솥뚜껑에서 구운 소금을 광주리에 옮겨 담자 나는 그 소금도 맛보면서 두 소금의 맛을 비교해봤다.

‘확실히 멍석에서 말린 소금이 구운 소금 보다 쓴맛이 강하네. 굽지 않은 소금은 1년 이상 말려서 바닷물을 빼야 상품가치가 있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한반도에서는 천일제염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바닷물을 불에 끓이는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었다. 자염이라 불리는 불로 끓이는 소금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장작이 필요했고 소금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작 즉 원료는 소금가격이 금값인 원인 중의 하나였다. 천일제염법은 햇볕으로 바닷물의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제조하니 원료비 걱정은 없었지만 자염보다 쓴맛이 강해 현대에서는 천일염을 1년 정도 창고에 보관해 두고 소금에서 바닷물이 완전히 빠진 다음에야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염전을 만들면서 나는 두 가지 문제로 고민했었다. 하나는 내가 소금을 만드는 방법을 완전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소금에서 바닷물이 빠질 때 까지 숙성시킬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금을 제조하는데 성공하면 좌수군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좌수군의 군비로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소금을 1년 이상 창고에서 숙성시킬 수는 없었다.

‘멍석에서 말리고 있는 소금도 1년 이상 숙성시키면 괜찮은 소금이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어. 당장 고토열도 정벌도 앞두고 있고 고토열도 정벌이 끝난 후에는 북해도 정벌도 준비해야 하는데 전쟁을 준비하고 전선과 무기를 확보하는 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하니 소금을 창고에서 묵힐 수는 없지. 급한 마음에 소금을 창고에서 숙성시키는 대신 불에 구우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불에 구워보니 괜찮은 것 같아. 이 정도면 성공적이야.’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병사들은 연신 소금을 퍼서 솥뚜껑 위에 쏟아 소금을 구웠고 수분이 날아간 소금은 거둬서 광주리에 모으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조천군에게 말했다.

“모든 소금을 불로 끓일 수는 없다. 그럼 장작을 계속 사용해야 하니 자염을 만드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최종 저수지에서 말린 소금 중 물기가 적은 3할은 멍석에 담아 하루 동안 잘 말리고 가마니에 옮겨 담아 창고에 보관하도록 하라. 그 소금들은 한 달 단위로 상태를 점검하고 맛을 확인해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7할은 이렇게 불로 끓일 것이다. 이 소금은 좌수영의 군비로 사용할 것이며 좌수군의 장수들과 장졸들에게도 나눠 줄 것이니 생산량과 섬 밖으로 출하되는 양을 항상 기록하고 잘 관리하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좌수사 영감”

장수들과 장졸들에게도 소금을 나눠준다는 말에 조천군은 물론 병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아직 소금이 남아있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소금을 7할이나 끓여서 만들면 장작을 많이 써야 하겠지만 같은 양의 자염을 만드는 것 보다는 장작의 사용량이 적을 거야. 저수지에서 수분을 증발시킨 후 최종단계에서 끓이는 것이니 바닷물을 계속 끓여서 만들거나. 갯벌 흙에 바닷물을 부어서 끓이는 자염과 비교할 수는 없지. 우선은 7할만 끓어서 사용하고 3할은 우선 보관해 두자. 이렇게 보관해 두면 조선에서도 천일염을 숙성시켜서 바닷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알려지겠지. 비축해 뒀다가 북해도를 정벌할 때 필요하면 꺼내가도 되고.’

생각을 마친 내가 소금을 굽고 있는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었을 때 조천군이 나에게 다가왔다.

“좌수사 영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얼마든지 말해보게.”

“이제 3월입니다. 군역을 서고 있는 장졸들이 집에 돌아가야 할 시기이니 장졸들의 교대와 배치는 어떻게 될지 말씀해 주시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천군의 질문을 듣고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런. 뭐 교대. 돌산도의 병사들을 교대시킨다면 좌수영의 병사들과 각 진의 병사들도 교대시켜야 한다는 소리잖아. 다음 달에 고토열도로 출병하려고 하는데 병사들을 교대시켜야 한다니 출병을 한 달 앞두고 한창 훈련시켜야 할 때에 병사들을 굴리고 굴려야 할 때에 집으로 보낸다니 말도 안 돼. 그리고 다음 달에는 다시 교대한 병사들을 데리고 출병하란 말이야.’

조선 수군은 한 달씩 2교대로 복무했으니 일 년에 6개월을 복무했고 복무한 후에도 한 달 만에 다시 복무해야 했으니 수군으로 군역을 지는 사람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하여간 병사들을 교대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 어찌하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던 내 눈에 소금이 보였다. 병사들이 광주리에 담긴 소금을 볏짚으로 만든 부대(負袋)에 쏟아 붓는 것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소금이다. 조선에서는 쌀과 소금이 돈과 다름없어.’

나는 소금과 염전에서 일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조천군에게 물었다.

“조군관.”

“말씀하십시오. 좌수사 영감.”

“지금 염전에서 일하고 있는 병사들이 다른 병사들과 교대를 해도 염전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가? 소금의 생산량은 차이가 없을 것 같은지. 말이야?”

조천군에서 묻는 목소리에 나도 힘이 들어갔다. 눈에도 힘들어갔고 내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는지 조천군은 주눅이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염전에 익숙한 병사들과 새로 일을 배워야 하는 병사들의 숙련도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새로 배치된 병사들이 염전에 익숙해 질 때 까지는 작업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을 테니 생산량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역시 조천군의 대답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나는 병사들을 다시 한번 바라본 후 조천군에게 말했다.

“염전에서 일하는 모든 병사가 전부 필요하지는 않겠지. 삽질하고 불 피우는 것은 다른 병사들이 와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소금 생산량에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염전을 운영하려면 지금 염전에 있는 병사들 가운데 몇 명이나 필요할 것 같은가?”

잠시 속으로 계산을 한 조천군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제 염전도 안정됐으니 단순한 작업은 포로들을 시켜도 되는 일입니다. 다만 염전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이제까지 염전에서 일한 병사들 가운데 서른 명은 남아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서른 명이라니 감당할 만 하다.’

“좋아 그 서른 명을 선발해 내게 보고하도록 하게.”

내 말에 조천군은 화들짝 놀라면서 물었다.

“좌수사 영감 어찌하려 하십니까.?”

“어쩌기는 그 서른 명을 좌수영에서 보수를 주고 고용할 것이다. 군역을 지지 않는 기간에도 돌산도의 염전에서 일하는 병사에게는 소금을 한 섬씩 줄 것이다. 어떠한 가. 소금 한 섬이면 한 달간 일할 것 같은가?”

조천군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충분합니다. 소금을 한 섬씩 준다면 다른 병사들도 서로 남아서 일하려고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모든 소금이 자염이었고 당연히 가격이 비쌌다. 특히 조선에서는 소금의 생산비 말고도 유통과정도 가격을 올리는데 한몫했으니 조선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나 소금을 도매하는 사업은 왕실 종친들의 주요 수익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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