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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돈
“이미 좌수영으로 운반한 소금과 햇볕에 말리기 위해 거둬놓은 소금까지 전부 합하면 이번에 생산된 소금은 모두 80석입니다.”
조천군의 보고를 받은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공책에 소금의 생산량을 적어놓고는 조천군에게 물었다.
“다음에 소금을 거두는 날은 언제인가?.”
“닷새 마다 소금을 거둘 수 있으니 사흘 후에는 소금을 거둘 것입니다.”
‘사흘이라 다행이군.’
다행히 내가 예상했던 날짜 보다 빨랐다. 사흘 후에 다시 소금이 나온다는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사흘 후에도 80석 이상의 소금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가?.”
“예 물론입니다. 이번에 나오는 소금은 이전에 거둔 소금 보다는 양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전에 거둔 소금은 저희가 염전 일을 처음 해본 것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소장은 물론 염전을 관리하는 군사들도 처음해보는 일이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시간을 낭비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일도 익숙해지고 요령도 생겼으니 이번은 물론 앞으로는 점점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많아질 것입니다.
조천군의 대답에 나는 물론 함께 자리하고 있는 장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출정군 군사들을 선발하면서 군사들에게 보수로 소금을 지급할 생각을 하고 보수로 지급할 소금의 양을 계산해 보았다. 출정군 중에서 연이어서 군역을 치르는 군사들에게 보수를 지급한다고 하면
약 800명의 군사들에게 보수를 주어야하고 1인당 소금을 1말씩만 지급해도 그 양이 80석에 달했다.(1섬=10말로 계산했습니다.) 이번에 거둔 80석의 소금을 고스란히 병사들의 보수로 지불해야 한다는 결과에 나는 당황했고 황급히 조천군을 소집해 소금의 생산량을 확인한 것이다.
“좋아. 사흘 후에 80석 이상의 소금이 생산된다니 그 정도면 병사들의 보수를 감당할 만 하다. 병사들에게는 이틀 후에 정식으로 알리도록 하고 선발된 장졸들에게는 나흘 후에 첫 보수를 지급하겠다.”
방 안에 자리하고 있던 장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으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우후 김시민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을 던졌다.
“계획하셨던 대로 장졸들에게 다섯 말씩 지불하시려고 하십니까?.”
“장졸들에게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자식들이 있으니. 그들의 생계는 보장해 줘야겠지.
우선 나흘 후에 한 말씩 지급하고 이후 닷새 마다 한 말씩 총 다섯 번 지급할 것이다.“
내 대답에 김시민은 물론 다른 장수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일반 병사들에게 소금 다섯 말은 적은 양이 아니었다. 장수들도 그 정도 소금을 약속한다면 병사들이 불만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정군에 선발된 군사들은 각 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명령이 전달되면 모두 좌수영에 집결시키도록 하고 집으로 돌려보낼 군사들은 각 진에서 돌려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이번 달에 복무할 장정들도 한명도 빠짐없이 복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라.”
내 말이 끝나자 장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나갔다. 돌산도에서 급히 불려왔던 조천군 군관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나는 급히 조천군을 잡았다.
“조군관은 잠시 남아 있으라. 할 말이 있다.”
남으라는 명령에 조천군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다른 장수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나는 조천군에게 물었다.
“돌산도에 염전을 추가로 건설하라 명했었지? 염전의 건설은 시작했는가?.”
“예 좌수사 영감. 영감께서 직접 내리신 명인데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어제부터 저수지를 파고 있습니다. 목수들도 염전에 설치할 수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기와 장인들도 기와를 굽고 있습니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늘 들어서 알겠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급하게 되었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병력을 제외한 가능한 모든 병력과 포로들을 동원해 최대한 빨리 염전을 건설해야 한다. 염전의 규모도 지금 있는 염전보다 크게 지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는가?”
조천군은 내 질문에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좌수사 영감. 이미 포로들을 동원해 다섯 개의 저수지를 동시에 파고 있습니다. 염전을 이미 만들어봤던 터라. 저수지를 파기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수지와 수로의 위치를 감안해 바닷가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첫 번째 저수지를 파고 있고 그곳을 기점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네 개의 저수지를 추가로 파고 있습니다. 사흘 안에 저수지를 팔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새로 만들고 있는 저수지에서는 언제부터 소금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저수지를 파는데 사흘이 걸릴 것이고 바닥에 기와를 까는데 하루가 더 걸립니다. 기와를 까는 동안 수로를 파고 수로에도 다시 기와를 깔아야 하니. 하루가 더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차를 설치하고 수차에 연결되는 수로를 만들어야 하니 빠르면 칠일 안에 염전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새 염전에서는 언제부터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가?.”
나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놀랐다.
‘내가 급하기는 급했구나. 부하에게 이렇게 까지 묻는 것을 보니’
부하에게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아 질문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을 때 조천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염전을 완성한 후 하루는 햇볕에 말려야 저수지 바닥과 수로의 기와가 튼튼하게 굳습니다만 수차를 설치하면서 기와를 말리면 되니 수차를 연결한 후 팔일부터는 새 염전의 저수지에 바닷물을 채울 수 있고 첫 번째 저수지에 바닷물을 채운 날부터 소금이 생산되기 까지 정확하게 이십오일이 걸립니다. 영감.”
‘팔일에 이십오일이라니 합하면 한 달이 넘잖아.’
조천군의 대답에 나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여기에서 조천군을 재촉하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었다.
‘없어 보이는 행동은 그만하자. 이미 충분히 없어 보이겠다. 괜히 재촉했다가 염전에서 사고라도 일어나 소금의 생산이 늦어지면 그것이 더 큰 손실이니. 차라리 조천군을 격려해서 계획대로 소금생산이 가능하도록 하자.’
마음을 정한 나는 좋은 말로 조천군을 격려했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네. 조군관 앞으로도 조금 더 수고해 주게.”
“심려를 놓으시지요. 좌수사 영감. 소장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새 염전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네.”
“알겠습니다. 좌수사 영감.”
좋은 말로 조천군을 격려해서 돌산도로 돌려보낸 나는 방 안에 혼자 남자 붓을 들고 소금의 생산량과 병사들에게 나눠줄 양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5일마다 소금을 거둘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5일마다 800명에서 한말씩 나눠주려면 그것만 해도 80섬이 나가니 앞으로 한 달은 소금 거둬들이기 무섭게 병사들의 급료로 나가겠구나.’
돌산도 염전에서 거두는 소금으로 배를 만드는 목수들과 기와를 만드는 장인들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어올 도공들의 보수를 줄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한 달간은 병사들의 보수로 소금이 모두 나가게 되자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 달 부터는 두 곳의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할 것이니 자금문제로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정여립이 가져다준 곡식과 면포도 많이 있고 선조가 포상으로 내린 비단과 면포도 남아 있으니 도공과 장인들에게는 면포와 곡식으로 보수를 주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도공들이 자기를 가져올 때가 됐는데 어서 보고 싶구나. 조선에서 만든 백자와 청자.’
좌수영을 지휘하면서 군대도 돈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고 전쟁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군량은 물론 염전을 만들기 위해 기와를 굽고 수차를 만드는 일도
목수와 장인들에게 보수를 주어야 하니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후쿠에 섬 상륙에 쓰일 보트를 만드는 일도 배를 만드는 대목과 목수들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정벌을 준비하면서 소모되는 화약과 보충할 무기, 화살 등을 계산하니 전쟁이야 말로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침 돈이 필요할 때 선조가 승전의 포상으로 곡식과 면포 그리고 비단을 보내줬기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정여립이 구휼미로 곡식과 면포 그리고 가축을 끌고 온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고토열도 정벌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었어. 처음 고토열도 정벌과 임진왜란에 대비할 것을 생각했을 때만 해도 무기며 전선이며 다 돈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이제는 방법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16세기에는 조선이고 명국이고, 일본이고 소금과 곡식이 돈이야. 염전에서 계속 소금을 생산하면 좌수영의 군비와 군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청자와 백자만 도착하면 유럽 상인들과의 무역도 문제없지.
조선에서 만든 자기는 명국에서 만든 자기와는 다른 멋이 있을 테니. 비싸게 팔수 있어. 이번 고토열도 정벌만 성공하면 다음에는 어떻게든 유럽 상인들과 접촉을 시도해 보자.‘
조선에 떨어진 이후에도 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서러웠었지만 이제부터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좌수영 군사들의 군역 문제도 해결된 셈이니. 오늘은 밥 먹고 일찍 쉬자 나도 쉬는 날이 있어야지.’
아직 초저녁이었지만 일찌감치 저녁을 먹을 생각으로 나는 밖에 대고 외쳤다.
“저녁상을 들여라. 시장하구나.”
“예 영감. 곧 상을 올리겠습니다.”
밖을 지키고 있던 병사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느긋한 기분으로 저녁밥을 기다렸다.
같은 날 저녁 흥양현 녹도진
녹도만호 이순신은 좌수영에서의 회의가 끝난 후 황급히 녹도진으로 돌아왔다. 녹도만호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좌수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 많아 이순신은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좌수영에서 좌수사를 보좌하던 군관 손대남과 진무
이언세도 이순신과 함께 녹도진으로 돌아왔다. 녹도진의 군사들 중에서 출정군에 선발된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선발되지 않은 군사들은 집으로 귀가시켜야 하니 녹도진 군사들에 대해 잘 아는 손대남과 이언세가 이순신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이순신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녹도진으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은 이순신과 손대남, 이언세는 출정군을 좌수영으로 출병시킬 계획을 의논하고 있었다.
“전선은 모두 좌수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전란 당시 녹도진의 전선은 모두 출정했었고 좌수사 영감께서는 이번에도 녹도진의 전선을 모두 동원하실 생각을 하시고 계십니다.”
손대남이 이순신에게 녹도진의 전력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말하자 이순신은 손대남의 의견에 찬성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우선은 귀가시킬 병사들부터 돌려보내고 선발된 군사들은 따로 모아놓고 출정군에 선발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겠군.”
“예 그것이 좋겠습니다. 출정군의 소식을 모든 병사들이 알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