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69화 (6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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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군

병사들은 단정으로 내려오자 창을 단정 안에 내려놓고 자리에 않았다. 병사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노를 잡자 선미 부분에 앉은 병사가 다른 병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저어라~”

선미에 앉은 병사가 먼저 외치자 단정에 자리잡은 병사들은 일제히 외쳤다.

“젓자.~”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출정하기 전에 이미 같은 단정에서 노를 저으며 함께 훈련 받았던 병사들은 선미에 앉은 선임 오장의 선창에 일제히 대답한 후 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병사들이 노를 젓자 단정은 전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전선에서는 화전이 발사됐다.

순천전선에서 내려간 단정에 무사히 병사들이 내려가자 이억기는 군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화전을 준비하라.”

“예이 화전을 준비하라.”

이억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부들은 각자의 활에 일제히 화살을 걸었다. 화전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된 화살에는 이미 기름을 먹인 천이 감겨 있었고 사부들이 일제히 활에 화살을 걸자 횃불을 든 병사들이 사부들에게 다가와 화살에 감겨있는 천에 불을 붙였다.

사부들의 화살에 일제히 불이 붙자 순천부 군관은 이억기를 바라보며 보고했다.

“전부되었습니다. 부사나리.”

“쏴라. 섬을 향해 화전을 날려야 할 것이다.”

“예 나리 명을 따릅니다.”

이억기에게 대답한 군관은 사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화전을 쏴라. 섬을 향해 쏴야한다.”

“예이~”

군관의 명령에 대답한 사부들은 일제히 활을 들고 힘을 줘서 시위를 당겼다가 시위를 놨다. 순식간에 10여발의 화전이 하늘로 치솟았고 후쿠에 섬이 있는 방향으로 불붙은 화살이 날아갔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화전이 하늘을 날자 단정에서 노를 젓는 병사들도 선명하게 불길이 보았다. 불길이 날아가는 방향에 목적지인 후쿠에 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병사들은 하늘을 밝히며 날아갔던 화전이 날아간 방향을 기억하며 그 방향으로 단정을 몰아갔다.

화전이 하늘을 나는 순간 그 불빛에 이미 상당한 수의 단정이 바다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억기는 군관과 사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쉬지 말고 화전을 쏴라. 어둠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화전을 날려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부사나리.”

이억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순천전선의 사부들은 연속으로 화전을 날랐고 좌수군의 다른 전선들도 후쿠에 섬을 향해 화전을 날렸다. 하늘에서 불화살이 날아갈 때 마다 그 불빛을 의지해 바다를 살피던 이억기는 어느새 바다위에 바글바글하게 떠 있는 단정을 보며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수를 보고 있는 왜구들에게 발각될 것을 염려해 단선(短船)에는 어떤 불도 달지 않았다. 화전을 날리고 있으니 섬으로 갈 방향은 알고 있겠지만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단선을 내려 보낸 탓에 단선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순천전선을 비롯해 8척의 전선에서 내려진 단정은 모두 32척에 달했다. 32척의 단정이 일제히 노를 저으며 후쿠에 섬을 향해 나아가자 바다에는 단정들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단정에는 활과 창 그리고 환도로 무장한 300여명의 병사들과 이들을 지휘할 군관들이 탑승하고 있었고 이들은 후쿠에 항을 점령하고 항구 북쪽의 성까지 공격할 선발대였다. 이들이 무사히 항구를 점령하고 항구에 방어태세를 갖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정벌은 반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발대가 점령한 항구에 좌수군의 전선들이 무사히 도착하면 상륙병력의 본대와 화포들은

전선에서 그대로 항구로 내려올 수 있으니 안전하게 상륙이 가능했다. 이억기가 알고 있는 정보대로 왜구들의 수가 몇 백에 불과하다면 상륙병력 본대와 화포가 상륙하는 것만으로 왜구들을 충분히 토벌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 번에 너무 많은 단선(短船)들을 내려 보낸 것 같다. 저러다가 단선들 끼리 충돌하거나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지.’

이억기는 항구를 지키고 있다는 왜구들의 공격보다는 단선들 간의 충돌사고가 더 걱정됐다.

이억기의 지휘에 따라 출정군의 상륙병력이 후쿠에 항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그 순간 좌수영 상선과 좌수영 직속 전선에서 내려진 단정들이 남만선의 선미 부분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상선에서 내려진 단정에는 김개동을 비롯해 내 호위병들과 좌수영 직속 병사들 중에서 선발된 체력이 좋은 병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남만선으로 다가가던 단정이 남만선의 후미 좌측면에 도착하자 단정을 지휘하던 김개동은 조용히 단정을 정지시켰다.

“멈춰라.”

작은 목소리지만 병사들은 알아듣고 잡고 있던 노를 놓았다. 단정에서 몸을 일으킨 김개동은 잠시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단정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단정 바닥에 놓인 갈고리와 밧줄을 잡아 올렸다. 깃 밧줄은 사람이 잡고 매달릴 수 있도록 사람의 손 안에 들어올 굵기에 질기고 튼튼하게 만든 특제밧줄이었고 갈고리는 물음표(?) 모양에 쇠로 만들어졌고 갈고리의 끝에는 작은 고리가 달려있어 고리에 밧줄을 묶을 수 있도록 만든 물건이었다. 이 갈고리와 밧줄은 후쿠에 섬에 상륙한 후 왜성을 공격하거나 산 속으로 도망친 왜구들을 추격할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었다. 고토정벌을 준비하면서 고토열도와 후쿠에 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나는 후쿠에 섬 안에 왜군들의 성이 있다는 정보에 병사들이 성벽을 타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튼튼한 밧줄과 갈고리를 제작할 것을 명령했다. 후쿠에 섬에서 따로 공성병기를 만들 시간은 없겠다는 생각에 갈고리와 밧줄을 넉넉히 준비할 것을 명령했고 출정군은 다행히도 충분한 수의 갈고리와 밧줄을 가져왔기에 김개동은 남만선을 제압하는데 밧줄과 갈고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단정 위에서 일어나 갈고리의 끝에 달린 고리에 밧줄을 걸어서 묶은 김개동안 고개를 들어 남만선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판옥선 보다 크기는 크군. 판옥선 보다 크기는 하지만 거대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선체의 길이는 두 배. 아니 상선보다 5할 정도 더 길고 선체의 폭도 그 정도 큰 것 같은데. 높이도 그 정도 되려나. 높아 보이기는 하는데.’

남만선을 바라보며 남만선의 크기와 높이를 가늠해 보던 김개동은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잡고 병사들에게 말했다.

“모두 고개를 숙이게. 이제 밧줄을 돌릴 것이니.”

김개동의 말을 들은 병사들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김개동은 조심스럽게 밧줄을 잡고 머리위로 돌리기 시작했다.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잡고 돌리자 갈고리가 무게추 역할을 하면서 밧줄이 점차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김개동은 빠른 속도로 밧줄을 돌리면서 조금씩 손에 잡은 밧줄을 놓기 시작했다.

밧줄은 “윙~” “윙~” 소리를 내며 원을 그렸고 원의 크기는 점차 넓어졌다. 남만선을 바라보며 갑판의 높이를 가늠하던 김개동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위로 돌리던 밧줄을 남만선을 향해 힘껏 던졌다.

쇠로 만든 갈고리가 하늘로 치솟으며 갈고리에 달린 밧줄은 위로 치솟듯이 올라갔고 잠시 후 “착” 소리가 나면서 위로 치솟던 밧줄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됐나.”

김개동이 조심스럽게 밧줄을 잡아당기자 밧줄은 조금씩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서 더 이상 밧줄이 당겨지지 않았다.

‘됐다.’

세 번은 밧줄을 던질 각오를 하고 있었던 김개동은 한 번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말했다.

“밧줄이 걸렸다. 올라갈 준비를 한다.”

김개동의 말이 끝나자 앉아 있던 병사들 중에서 두 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 단정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전라좌수사 이대원의 호위병들이었고 체격과 체력이 다른 병사들 보다 우수한 선발된 병사들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병사들은 엄심갑을 입고 있었고 일어나자마자 자신들의 무기를 챙겼다.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던 환도를 등에 맸고 허리에는 칼날 길이 50cm의 와키자시(길이 30cm~60cm 사이의 일본도)를 찼다. 이것은 정해왜변 당시 왜구들에게 노획한 것으로 전라좌수사 이대원은 자신의 호위병들에게 무술을 훈련을 시키면서 검술도 가르쳐주었다. 전라좌수사는 남만선을 제압하기 위해 투입되는 병사들에게 와키자시로 무장할 것을 명령했다. 좁은 선실 안에서는 창 보다는 칼이 유리하고 장검이나 환도 보다는 길이가 짧은 와키자시가 사용하기 편리할 것을 생각한 것이다.

전라좌수가 이대원의 명령대로 환도와 와키자시 그리고 발목에 찬 단검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한 명씩 밧줄을 잡고 천천히 남만선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첫 번째로 나선 병사가 밧줄을 잡고 남만선의 갑판으로 올라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던 병사는 그동안 자신의 무기와 갑옷을 확인하고 있다가 첫 번째 병사가 무사히 갑판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후 밧줄을 잡고 남만선으로 올라갔고 두 번째 병사가 올라가는 동안 김개동은 다른 병사들과 함께 밧줄 끝에 밧줄 더미를 묶었다. 김개동과 개동을 돕던 병사가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단정 안의 병사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며 남만선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밧줄을 잡고 한참을 올라와 남만선의 갑판으로 올라온 유정필은 갑판에 올라오자마자 몸을 낮추고 자신이 잡고 올라온 밧줄을 살펴보았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으며 밧줄을 확인한 유정필은 밧줄 끝의 갈고리가 갑판의 난간 안쪽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갈고리를 뽑은

후 밧줄을 당겨 선미 부분의 돛대에 밧줄을 감고 갈고리를 걸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두 세 사람이 동시에 매달려도 충분히 올라올 수 있겠다고 판단한 유정필은 밧줄을 흔들어 자신이 무사히 갑판위로 올라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보낸 후 갑판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유정필은 또 다른 병사가 밧줄을 잡고 남만선으로 올라오자 그에게 다가갔다.

“쉿 조용히.”

다가오는 자신을 발견하고 와키자시가를 뽑으려는 병사를 제지한 유정필은 방금 전에 올라온 병사가 같은 호위병인 이인섭인 것을 확인하고는 이인섭에게 말했다.

“준비하자.”

유정필의 말에 이인섭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살펴본 후 갑판위에 남만인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둘은 잡고 왔던 밧줄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밧줄 끝에 묶인 밧줄 더미가 올라오자 유정필은 와키자시를 뽑아 밧줄 더미를 잘라냈고 이인섭은 끌어 올렸던 밧줄을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 보냈다. 밧줄 더미를 들어 올린 유정필은 밧줄 더미를 풀어 선미 돛대에 단단히 묶은 후 갑판의 우측 난간으로 가서 밧줄을 늘어트리기 시작했고 밧줄이 모두 내려가자 밧줄을 한번 흔들어준 후 이인섭에게로 돌아왔다. 잠시 후 김개동이 던진 밧줄을 타고 호위병들이 언이어 올라왔고 유정필이 내려보낸 밧줄을 잡고 또 한 무리의 좌수영 병사들이 갑판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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