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81화 (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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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리온 3척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는 임진왜란 중에 발명됐고 경주성 전투에서 처음 쓰였다고 했었지. 이 술통이 조정에 알려지면 비격진천뢰가 몇 년 일찍 발명될지도 모르겠구나.’

갤리온에서 폭발한 술통들은 내가 만든 작품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내린 명령대로 군사들이 만든 폭탄으로 비격진천뢰를 참고해 만들었다. 나는 갤리온을 점령할 작전을 세우면서 아군의 피해 없이 갤리온의 선원들을 제압할 목적으로 술통 폭탄을 생각해냈다. 술통 폭탄의 구조는 간단했다. 우선 나무막대에 화송총의 심지로 쓰이는 노끈을 감아 만든 도화선을 들고 가느다란 대나무 안에 도화선을 넣어 도화선이 들어있는 대나무를 나무로 된 술통 바닥에 붙였다. 물론 술통에 바닥 측면에 작은 구멍을 내고 도화선 끝을 구멍으로 나오게 만들어 원하는 때에 도화선에 불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술통에 도화선을 설치한 후 술통 깊이의 3분지1을 갤리온에서 노획한 화약으로 채우고 화약 사이에 쇠 조각과 쇠못 그리고 깨진 칼날 등을 집어넣었다. 화약위에 나무판을 덮고 나무 판의 둘레에 기름종이 조각을 채워 술이 화약으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방수처리를 하고 그 위에 나무판을 하나 더 덮어 방수처리를 한 흔적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술을 채운 것이다. 이렇게 만든 술통 폭탄 안에는 통 크기의 3분지2 정도에만 술이 들어있었으니 갤리온의 선원들이 자시해 살펴봤다면 들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갤리온에 술통이 들어갈 때는 이미 밤이었고 술이 반가웠던 선원들이 등잔불빛 아래에서 급하게 술을 마셨으니 술통이 폭발할 때 까지 술통 안에 술이 3분지2 정도만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갤리온으로 술통을 짊어지고 간 항왜들과 군사들은 갤리온에 오르기 전에 횃불로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술통에 난 구멍은 미리 준비 놓은 진흙으로 막아서 선원들은 도화선을 불빛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술통에 갤리온에 도착하자 선원들은 신이 나서 술을 마셨고 한잔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술통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을 때 대나무 안의 도화선이 타 들어가면서 화약에 불이 붙으며 술통이 폭발한 것이다. 화약의 폭발하면서 그 충격과 열 그리고 화약 안에 묻어둔 쇠못과 깨진 칼날과 술통의 나무 조각이 선원들에게 박히면서 파편효과 까지 발생했다.

술통의 폭발로 선원들 대다수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고 무엇보다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때 좌수군 군사들이 공격해 들어갔으니 갤리온의 선원들과 낭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도 핏자국이 선명한 갑판과 폭발한 술통의 잔해들을 보면서 술통 폭탄의 성능이 예상했던 것 보다 좋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만든 폭탄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자가 됐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벌인 일이지만 기분이 좋기만 하지는 않네.’

씁쓸한 기분으로 갑판을 걷고 있던 내게 김윤문이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좌수사 영감. 대승이옵니다. 아군은 단 한명의 피해도 없이 남만인 선원들과 왜구를 소탕하고 남만선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영감.”

김윤문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전과를 보고하자 나도 웃는 얼굴로 김윤문을 격려했다.

“정말 수고가 많았네. 최군관은 물론 오늘 용감히 싸운 좌수군 군사들을 내 잊지 않을 것이네. 정말 장한 일이야.”

“감사하옵니다. 영감.”

김윤문으로부터 전과를 보고받은 나는 아군의 사상자가 한명도 없었다는 말에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쓸쓸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내가 제작한 술통폭탄이 목적에 적합한 무기였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 오늘밤의 작전은 내가 주장해서 벌인 일인데. 오늘밤에 아군 사상자가 발생했으면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야. 술통폭탄이 함부로 써먹을 물건은 아니지만 그 폭탄 덕분에 아군의 사상자도 없었고 갤리온도 예상보다 빨리 확실하게 점령했으니. 제대로 잘 써먹었어.’

갤리온 안에는 선원들과 낭인들 외에도 노예로 끌려온 여인들과 포르투갈인들이 노예의 대금으로 지불하기 위해 가져온 화약과 무기들도 실려 있었다. 나는 좌수군 장수들과 작전을 세우면서 선원들이나 낭인들을 단시간에 제압하지 못하면 그들이 갤리온을 폭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 것이기는 하지만 갤리온에는 실제로 노예 구매 대금으로 지불하기 위해 가져온 화약 외에도 갤리온과 선원들이 무장한 화승총과 대포를 발사하기 위한 화약들도 많이 수십 통이나 있었으니 선원들이 화약에 불을 붙이기만 해도 갤리온이 폭발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아군의 사상자도 없이 갤리온 2척을 모두 점령했으니 나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선내는 모두 수색하였는가?”

내 질문에 김윤문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선실을 수색 중이옵니다. 좌수사 영감, 그리고 선창에 갇혀있던 왜인들을 찾았사옵니다.”

김윤문의 대답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여인들과 아이들이었겠지. 혹시 남자들도 갇혀있는 왜인들이 있었나?”

“갇혀있는 왜인들 중에 성인 남자는 없었습니다. 대부분 여인들이고 아직 어린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 짐작했던 대로였다. 이같은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던 나는 김윤문에게 명령을 내렸다.

“북성과 항구의 창고에 여인들과 아이들의 잠자리를 준비해 두었네. 제대로 된 방은 아니지만 창고 바닥에 볏짚을 깔아두었으니 선창에서 앉아 밤을 세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안전할거야. 군사들을 시켜 갇혀있던 여인과 아이들을 북성으로 이동시키게. 환자나 북성으로 가기 힘들어 보이는 자들은 항구의 창고로 이동시키도록 하고.”

“예 좌수사 영감 명을 받들겠습니다.”

김윤문이 나에게 군례를 올리고 선창으로 내려가자 나는 호위병을 이순신에게도 보내 이순신이 점령한 배에서도 여인들과 아이들을 찾거든 북성이나 항구의 창고로 이동시킬 것을 명령했다. 김윤문과 이순신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갤리온에서 내려와 항구에서 김개동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인과 아이들이 모두 남만선에서 내리면 남만선에 군사들을 배치해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남만선을 철저하게 수색할 것이다.”

“예 좌수사 영감.”

김개동은 나에게 대답한 후 조천군과 이순신에게 호위병을 보내 내 명령을 전달했다. 항구에 내려와서도 잠시 갤리온을 살펴보던 나는 갤리온에 여인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항구로 내려오자 항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인들이 북성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밝혀주어라. 어서”

횃불을 들고 있던 군사들은 앞으로 나가 길을 밝혀주었고 병사들 중 하나는 멀리서도 횃불이 잘 보이도록 횃불을 머리위에 들고 휘두르면서 여인들 앞으로 달려가 선두에 서서 길을 안내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그 병사가 쓸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여인들과 아이들이 북성으로 일부는 창고로 가는 것을 지켜본 나는 여인들이 모두 배에서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고도 한동안 갤로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제 이 배들은 내 것이나 다름없구나. 태평양도 건널 수 있는 갤리온이 3척이나 내손에 들어오다니. 이제 북해도로 진격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태평양을 건너 북미로 행하는 것도 꿈인 아니야.’

갤로온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격한 나는 한동안 갤리온을 바라보다가 밤바람이 불자 한기를 느꼈다. 추위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호위하는 군사들이 여전히 횃불을 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 하나 때문에 군사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든 나는 군사들에게 휴식을 명령했다.

“밤도 늦었으니 항구에 1개 대(隊)[25명] 그리고 남만선 마다 각 2개 오(伍)[5명]을 경계병으로 남겨두고 다른 군사들은 이만 쉬어라. 나는 북성으로 갈 것이다.”

“예 좌수사 영감.‘

군사들에게 쉴 것을 명령한 후 나는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북성으로 향했다. 북성은 여인들과 아이들의 휴식공간으로 지정했지만. 오늘밤 북성에서 쉬고 내일 아침 갤리온을 수색하기 위해 북성에 방 하나를 내 숙소로 골라놓았고 북성 앞 공터에는 막사를 치고 군사들의 숙소를 준비해 놓았다. 방으로 들어간 나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자리에서 일어난 이억기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기 전에 산책을 겸해 성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온 성에서 나온 이억기는 비명를 듣고 소리를 따라 성문 밖 공터로 나왔다. 그곳에서는 새벽부터 비명소리와 타작소리가 울려 퍼졌다.

“퍽”  “으악~”

“퍽“  “으악~”

“퍽” “으악~”

성 밖의 공터에는 마르셀과 안토니오 그리고 카울자가 수레에 엎드린 상태로 두 손이 묶여있었고 좌수군 병사들은 몽둥이로 수레에 묶여있는 남만인들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고. 3명의 선장들 외에 선장을 따라 복강성(왜성)으로 들어온 남만인들도 두 손이 묶인 상태로 엎드려 있거나 꿇어 앉아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뜻밖의 광경에 놀란 이억기는 군관 최도진을 발견하고는 최도진에게 물었다.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부사나리.”

“그래 잘 잤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억기의 질문에 최도진은 남만인들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난밤에 잡아온 남만인들입니다. 이들의 여죄를 알아내기 위해 문초하고 있는 중입니다.”

죄인들을 문초하고 있다는 말에 복강성을 담당하고 있는 이억기는 자신의 허락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기분이 상했다.

“새벽부터 문초라니. 네 허락도 없이 말인가. 좌수사 영감께서는 알고 계신일인가?”

이억기의 물음에 최도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마르셀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좌수사 영감께서 소장에게 왜인들을 문초해 그들의 여죄를 알아내라는 명을 내리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저 남만인들도 문초했어야 하나. 당시에는 남만인들의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문초를 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어제 저들은 이곳으로 유인한 이토 겐타로가 저들의 말을 할 줄 안다고 하니. 오늘 남만인들을 문초해 저들의 죄악을 낱낱이 밝혀내려고 합니다. 부사나리께 미리 허락을 구하지 못한 것은 죄송합니다. 부사나리께 허락을 구하려고 했지만 아직 주무시고 계신다고 해서 허락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최도진의 대답을 들은 이억기는 잠시 말이 없었다. 최도진의 말투나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을 벌인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최도진이 크게 잘못했다고 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창고에 갇혀있던 여인들과 아이들을 직접 본 이억기는 저 남만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저들이 매를 맞는 것을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 그럼 저들이 지금가지 자백한 것이 있는가?”

이억기의 질문에 최도진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이제 막 남만인들에게 물으려고 하던 참입니다.”

최도진의 대답이 이상하다고 느낀 이억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토 겐타로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

“이토 겐타로는 어디에 있나? 저들을 문초하려면 저들의 말을 할 줄 아는 이토 겐타로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최도진은 이번에도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제 곧 이토 겐타로를 부르려던 참입니다. 곧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통역할 사람도 없이 남만인들에게 장을 쳤다는 말인가.”

당황한 이억기가 묻자 최도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들은 좌수사 영감 앞에서도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던 무례한 놈들이 아닙니까. 그냥 물어서는 순순히 대답하지 않을 것 같아 우선 매를 먼저 쳤습니다. 장을 맞았으니 이제는 순순히 대답할 것 같습니다.”

최도진의 대답을 들은 이억기는 어처구니가 없어 그 자리에 앉아 최도진 대신 남만인들의 문초를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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