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82화 (8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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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

3척의 갤리온을 무사히 점령한 다음 날 나는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갤리온을 확인하기 위해 항구로 갔다. 나는 우선 갤리온안에 적재된 화물과 무기들을 확인했다. 3척의 갤리온에 실려 있던 무기들은 물론 식량과 술통 등의 화물까지 철저하게 확인한 후 숙소인 북성으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억기와 최도진이 포르투갈인들을 헌 이불 먼지 털듯이 두들겨서 작성한 자백서였다. 그 안에는 안토니오와 카울자가 나카도리섬에서 현지의 무사들의 도움을 받아 여인들과 아이들을 노예로 잡아온 과정과 함께 이곳 후쿠에 섬에서도 성주가 잡아놓은 여인들과 아이들을 노예로 구입해 마카오에서 판매한 후 다시 후쿠에 섬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는 것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결국 긴시요라와 이들의 속셈은 돌산도에 잡혀있는 항왜들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고토열도 전역의 과부들 중에서 젊은 여인들과 아이들을 노예로 마카오에 팔아넘길 계획을 하고 있었고 긴시요라는 그 대가로 무기와 화약과 비단을 받기로 약속했었다.

포르투갈인들이 자백한 내용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포르투갈 선장들과 겔리온을 점령하면서 체포한 선원들 그리고 낭인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했다.

“왜구들(낭인들)은 전부 처형하고 그 수급을 조선으로 가져간다. 조선인들을 노예로 사고 팔려한 왜군들(후쿠에 섬의 무사들) 역시 모두 처형하고 그 수급을 조선으로 가져간다. 단 왜군들 중에서 일반 병사들의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 용서하고 조선으로 압송한다. 남만인들 중 선장들과 그의 심복들 역시 이곳에서 처형하며 그 수급은 조선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단 이 경우에도 일반 선원들은 선장들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 처형하지 않고 조선으로 압송한다.”

내가 낭인들과 일본 무장들 그리고 선장들의 처형을 결정하자 좌수군의 장수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처형에 찬성했다. 처형을 결정한 후 곧바로 항구 인근의 바닷가에서 죄수들을 처형하기로 결정했고 죄수들은 곧 바닷가로 끌려왔다.

“놔. 놓으라고.”

“나는 상인일뿐이야. 장사를 한 것뿐이야.”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배든지 재물이든지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

병사들이 선장들을 바닷가로 끌고 오자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한 선장들은 병사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사정을 해가며 살라달라고 외쳤지만 이미 이들의 운명은 결정된 다음이었다. 바닷가에는 300명이 넘는 군사들이 포진해 있었고 선장들뿐만 아니라 처형이 결정된 죄수들이 연이어서 끌려왔다. 여기에 죄수들을 처형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포르투갈인들에게 끌려온 여인들과 후쿠에 섬의 주민들 까지 구경을 나오는 바람에 바닷가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첫 번째로 처형당할 죄수들은 포르투갈 선장들과 그들과 함께 잡혀온 선원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항해사들과 선장의 심복들로 선장을 보좌하기 위해 함께 성으로 왔다가 병사들에 의해 체포됐다.

우선 선장들이 끌려나오자 수은 갑옷 차림으로 바닷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장들의 죄를 꾸짖었다.

“너희가 비록 이익을 탐하는 상인들이라고는 어찌하여 죄 없는 여인과 아이들을 노예로 사고 팔수가 있다는 말이냐. 더구나 너희는 긴시요라가 노예로 판매하려고 한 여인들이 남편이 없는 가여운 상황의 여인들이라는 것을 알고도 노예로 구입하려고 했고 심지어는 낭인들을 고용해 나카도리섬에서 직접 여인들을 잡아오기 까지 했으니 그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말을 마친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죄수들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죄수들을 처형하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최도진, 김윤문, 허원종 이렇게 3명의 군관들 환도를 뽑아들었다. 환도를 들고 죄수들의 등 뒤로 다가간 군관들은 환도를 높이 들고 나를 바라보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힘껏 환도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비명소리도 없었다. 군관들이 환도를 휘두르기가 무섭게 3명의 선장은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려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본 죄수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고 구경하던 왜인들도 포르투갈인들을 처형한 것에 놀랐는지 입을 여는 자들이 없었다.

“죄수들의 사체를 치워라.”

말없이 앉아있는 나를 대신해 이억기가 명령을 내리자 군사들은 선장들의 사체를 치우고 피에 젖은 바닥에는 흙을 뿌렸다. 선장들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 동안 전투도 겪어봤고 사람이 죽는 것도 봤지만 바로 내 눈앞에서 내 명령으로 사람의 머리가 떨어지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선장들의 사체를 치우고 나서도 내가 말이 없자 이억기는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좌수사 영감.”

나는 이억기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이억기를 바라보았다.

‘나는 전라좌수사 이대원 좌수군의 최고지휘관이고 지금 후쿠에 섬을 점령한 점령군 사령관이다. 어느 경우에도 나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다 잡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명령을 내렸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다음 죄수들을 끌고 오지 않고.”

“예 좌수사 영감.”

잠시 후 10여명의 포르투갈인들이 앞으로 끌려왔다. 선장과 함께 있다가 잡힌 선장의 심복들이었다. 죄수들이 앞으로 나오자 나는 이억기에게 조용히 물었다.

“죄수들 가운데 항해사가 있는가?”

“항해사가 무엇입니까. 영감.”

이억기의 질문에 나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조선에서는 항해사라는 말을 모르겠구나.’

“타공을 저들의 말로는 항해사라고도 한다고 하던데.”

타공이라고 묻자 이번에는 이억기도 알아들었다.

“예 저들 중에 타공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항해사가 있다는 말에 나는 이억기에게 말했다.

“남만선을 좌수영으로 끌고 가려면 타공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할 것 같군. 저들 중에서 타공 3명만 살려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영감.”

잠시 후 이억기는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사화동의 통역으로 내 명령을 전해들은 이토 겐타로는 죄수들 중에서 항해사 3명을 골라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끌려나왔고 그들 외에 다른 죄수들은 바로 목이 떨어졌다. 포르투갈인들이 모두 처형되고 나자 다음은 낭인들과 무사들 차례였다. 모두 40명이었다는 낭인들 중에서 처형장에 끌려나온 자는 9명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들은 술통폭탄이 폭발하면서 혹은 좌수군과의 전투로 사망하고 9명만 남아 끌려온 것이다. 낭인들과 후쿠에 섬의 무사들이 끌려나오자 이번에는 사화동과 이와마츠 요시히를 비롯한 항왜들이 앞으로 나섰다. 죄수들을 처형한다고 하자 사화동을 비롯한 항왜들은 자신들의 가족들을 노예로 팔려고 한 무사들과 낭인들을 직접 처형하겠다고 나섰고 나는 항왜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일부 장수들은 항왜들에게 일본도를 내주는 것을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항왜들이 나와 좌수군을 배신할 가능성은 없었다.

‘긴시요라가 항왜들의 처자식들을 노예로 팔려고 하지 않았다면 혹시 모르지 이대로 일본으로 도망치려고 했을 지도. 그런데 이미 긴시요라와 무사들이 처자식들을 노예로 팔려고 했으니 항왜들도 사람인 이상 눈이 뒤집히는 것이 당연하지.’

내 예상대로 일본도를 받은 항왜들은 무사들에게 달려들어 거침없이 일본도를 휘둘렀다. 무사들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항왜들은 낭인들에게도 달려들었고 낭인들 역시 항왜들의 거친 칼솜씨에 비명을 지르며 하나씩 목이 떨어졌다. 죄수들의 목이 모두 떨어지자 나는 이억기에게 뒷정리를 할 것을 명령했다.

“왜구들의 수급을 모아서 소금에 절이고 사체는 화장해 주어라. 남만인들은 사체와 수급 모두 화장하도록 하고 재는 남김없이 바다에 버리도록 하게 이곳도 흔적이 남지 않도록 정리하고.”

“예 알겠사옵니다. 좌수사 영감.”

이억기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사화동에게로 다가갔다. 사화동은 일본도는 병사에게 돌려주고 나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사화동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렸느냐?”

“장군님”

사화동은 그대로 땅에 엎드렸다.

“네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었지. 어때 이제는 기분이 좀 풀렸느냐?”

“감사합니다. 장군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닷새 뒤에 좌수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남만선에 잡혀있던 여인들과 아이들도 모두 데려갈 것이고 너희의 처자식들과 돌산도에 있는 항왜들의 처자식들 역시 모두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 너는 여인들과 이 섬의 왜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남편이 없는 과부들과 부모가 없는 고아들 가운데 돌산도로 가고자하는 자는 내일 오후까지 알리도록 하여라. 돌산도로 가면 노예로 팔릴 일은 없을 것이고 끼니를 굶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

한편 상륙 첫날 좌수영에 있는 김시민에게 서신을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은 손대남은 김시민에게 보내는 서신을 받은 시간이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신을 받기가 무섭게 관선에 올라

좌수영으로 출발했다. 후쿠에 섬에서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바람에 첫날은 얼마 가지 못하고 날이 어두워졌고 손대남은 무리하지 않고 인근 무인도에 관선을 정박시키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철저하게 밤에는 휴식을 취하며 격군들의 체력을 회복시키고 날이 밝으면 돛과 노를 최대한 사용해 배를 몰아가는 방식으로 손대남은 후쿠에 섬을 출발한 지 3일째 돼는 날 되는 날 좌수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좌수영에 도착하기 무섭게 김시민을 찾은 손대남은 김시민에게 서신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좌수사를 대신해 좌수영을 지키고 있던 좌수군 우후 김시민은 좌수사가 보낸 서신을 읽고는 심각한 얼굴로 손대남에게 물었다.

“좌수사 영감께서는 무탈하신 것이냐?”

“예 좌수사 영감께서는 무탈하십니다. 다만 복강도의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여 전선과 군량이 필요하기에 좌수사 영감께서 출병을 명하셨습니다.”

손대남의 대답을 들은 김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좌수사 영감께서 무탈하시다니 정말 다행이다. 영감께서 명하신 대로 좌수영의 전선들을 출정시킬 것이다. 다만 전선들이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아침에 출정할 것이다. 이번 출정은 내가 직접 지휘할 것이며 내가 좌수영을 비우는 동안 방답첨사에게 좌수영의 방어를 맡길 것이다.”

김시민이 내일 당장 전선들을 출동시키겠다고 하자 손대남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군관이 좌수사 영감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급하게 좌수영으로 돌아오느라 수고가 많았을 것이니 오늘은 편히 쉬고 여독을 풀도록 하라. 내일 나와 함께 복강도로 출발하도록 하자.”

“우후 나리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손대남은 김시민에게 군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김시민은 손대남을 객사로 보낸 후 좌수영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장수들을 소집해 내일 복강도로 출정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출항을 준비할 것을 명령하는 한편 내가 서신으로 명한대로 가능한 많은 군량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장수들이 김시민의 명을 받고 돌아가자 김시민은 직접 붓을 잡고 방답첨사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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