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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05화 (105/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05화

시마즈군

시마즈 도시히사와의 협상이 끝난 다음 날 아침.

마쓰라 다카노부의 약속대로 갤리온에 구리 2,000근(1,200kg)과 철 1,000근(600kg) 그리고 유황 200근(120kg)이 도착했다.

구리괴와 철괴의 무게와 수량을 확인한 나는 기뻐하며 다카노부에게 약속한 대금을 지불했다.

“유황은 우선 창고에 남아 있는 것을 가져온 것이네. 다음부터는 약속한 대로 500근(300kg)을 구입할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게.”

“감사합니다. 다카노부 공. 구리와 철도 매달 같은 양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문제지 사려는 사람이 있는데 상품을 구하지 못하겠는가. 이 마쓰라 다카노부는 그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닐세.”

“매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카노부 공.”

다카노부와 인사말을 나눈 후 통역을 위해 다카노부를 따라온 다가와 헤이메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헤이메가 고개를 숙이자 나는 헤이메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음 달에 다시 올 것이다. 다음에는 네게 어울리는 선물을 가져오마.”

헤이메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군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하루빨리 돌아오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보자. 너도 건강히 잘 지내 거라.”

말을 마친 나는 다카노부를 배웅하고 부하들에게 출항을 명령했다. 곧 갤리온의 돛이 펼쳐지고 갤리온은 바람을 타고 북쪽을 향해 달려갔다.

* * *

이번 히라도행도 성공적이었다. 도자기와 다완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황과 구리 그리고 철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구매할 것을 약속하고 왔으니 앞으로 화약과 무기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원료들이 부족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시마즈 도시히사와 거래를 약속한 것이 이번 히라도에서 얻은 성과 중에서 가장 성과라고 생각했다.

‘유황을 구매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한 것도 그렇고 화승총을 제작할 수 있는 장인들을 확보한 것도 큰 성과지. 좌수영에서 총통에 이어 화승총까지 제작할 수 있다면 조선군은 물론 왜군에게도 화력에서 밀릴 일은 없어. 아니지…… 밀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야. 총통과 화승총으로 균형 맞춰 무장시킨 군대는 조선은 물론 일본에도 없어. 몇만 단위의 대군을 상대하는 것만 아니라면 조선군과 왜군을 상대로 충분히 화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시마즈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마즈는 히데요시에게 원한을 품고 있고 시마즈의 장수들과 병사들은 일본에서도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만약 히데요시가 규슈로 출병하지만 않았어도 시마즈는 규슈 전체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니, 시마즈가 히데요시를 원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히데요시는 규슈 지역의 영주들에게도 출병을 명령했지. 시마즈에게도 출병을 명령했었어. 만약 임진왜란이 발발한 직후 내가 지휘하는 함대가 일본의 해안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불을 지르는 데 성공하고, 조선에 상륙한 왜군의 보급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와 동시에 시마즈가 군사를 일으켜 북쪽으로 진군하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는 계획이었다. 내가 이끄는 함대가 동해를 휘젓고 다니며 일본 서부 해안 지역의 마을에 포격을 퍼붓고 논과 밭에 불을 지른다면 해안가에 접한 영지의 영주들은 조선 출병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해안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고 이키 섬을 기습 공격해 점령하면 대마도와 조선에 상륙한 왜군들은 일본과의 통신이 두절되고 보급이 차단돼 조선에 고립된다.

일이 이 지경이 된다고 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건재하고 침착하게 지시를 내린다면 임진왜란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여기에 만약 시마즈의 군대가 규슈 북부로 출병한다면 최소한 규슈 지역에서는 더 이상 왜군들이 조선으로 출병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은 계획인데……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출병한 왜군의 수가 20만에 달했으니 선봉으로 출병한 왜군들이 조선에 고립된다고 해도 히데요시는 10만이 넘는 대군을 손에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고 과연 시마즈가 그런 히데요시를 상대로 출병할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시마즈의 석고는 약 56~60만석.

석고 1만 석 당 250~300명의 군사를 동원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시마즈는 최대 1만 8,000명의 군사를 동원할 수 있다.

반면 히데요시의 군사력은 최소로 잡아도 6만에서 10만 이상이었으니 시마즈가 출병하기 위해서는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좌수영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시마즈의 출병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한국에서 역사를 공부했을 때 배웠던 임진왜란에 대해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에 잠긴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생각해 봤을 때 놀랍게도 규슈 북부로의 출병이 시마즈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잘하면 가능하겠는데……?’

나는 좌수영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시마즈를 이용할 계획을 구상했다.

* * *

히라도에서 무사히 거래를 마치고 좌수영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범선을 제작하고 있는 목수들에게 들려 작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 후 좌수영의 병장기를 만드는 대장간으로 갔다.

“좌수사 영감.”

갑자기 좌수사가 대장간에 나타나자 대장장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이곳의 책임자는 누구냐?”

대장장이 중에서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소인이 이곳에서 제일 오래 일했습니다요. 영감.”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태구련(太九連)이라 하옵니다. 영감.”

태구련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 이름을 떠올리고 역시 이곳이 전라좌수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태구련…… 이자가 이순신 장군의 장검을 만든 대장장이로구나. 역시 좌수영의 대장장이들 가운데 최고의 실력자이니 이순신 장군의 장검을 만들었겠지.’

“태구련 너는 창과 검을 만드는 데 자신이 있느냐?”

내 질문에 태구련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소인. 철이 들기 전부터 망치를 잡고 철을 두들기며 이제까지 살아왔습니다. 창과 검을 만드는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사옵니다.”

‘그렇지. 이순신 장군의 장검을 만든 대장장이가 검을 만들 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그래. 그럼 너와 이곳에 있는 대장장이들에게 일을 맡겨야겠다.”

“무슨 일입니까요?”

태구련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가져오너라.”

“예 좌수사 영감.”

잠시 후 병사들은 끙끙거리며 짚으로 만든 부대(負袋)를 짊어지고 왔다.

“이곳에 내려놓아라.”

부대를 내려놓으란 말에 병사들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부대들을 대장간 바닥에 내려놓았다.

부대를 내려놓은 병사들은 이제야 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부대를 짊어지고 온 병사들을 돌려보냈다.

“이제 돌아가도 좋다. 이언세를 찾아가거라. 내가 보냈다고 하면 탁주 한잔은 내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영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병사들은 탁주라는 말에 허리를 숙이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돌아갔고, 병사들이 내려놓은 부대를 바라보며 태구련은 나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영감.”

“대장간에 무엇을 가져 왔겠느냐. 풀어보아라.”

태구련과 대장장이들은 조심스럽게 부대를 열자 부대 안에서 철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철 1,000근(600kg)이다. 그것으로 창과 검을 만들 수 있겠느냐?”

“예. 당연히 만들 수 있습니다. 영감.”

태구련은 내 눈치를 보며 대답하자 나는 태구련에게 말했다.

“좌수군 군사들의 병장기들 가운데 낡고 손상된 것이 많은 것을 보았다. 이번에 손상되거나 낡고, 녹슨 병장기들을 모두 녹여 버리고 새로운 병장기를 군사들에게 지급할 것이다. 군사들의 병장기를 회수하면 새로운 병장기를 지급받기 전까지 군사들이 빈손이 되니 우선 낡은 병장기를 회수하기 전에 군사들에게 새로 만든 병장기를 지급한 후 낡은 병장기를 회수할 것이다. 그러니 군사들에게 지급할 창과 검을 만들도록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좌수사 영감. 당장 오늘부터 새로운 창과 검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태구련은 힘차게 대답했다. 다른 대장장이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망치를 들었다.

대장간에 철괴를 가져다준 후 정여립이 보내준 장인에게도 구리를 맡기고 황자총통의 제작과 함께 갤리온에 실려 있던 대포도 제작할 것을 명령했다.

정여립이 보내준 장인은 총통을 제작하던 장인이었으므로 황자총통의 제작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갤리온이 무장하고 있던 유럽식 대포를 모방 생산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유럽식 대포의 모방 생산이 성공하면 정여립이 약속한 보수 외에도 은 100냥을 추가로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장인에게 총통과 대포의 제작을 명령했다.

대장장이들이 창날과 검을 만들고 총통장인들이 총통을 제작하는 동안 나는 좌수영의 군사들을 동원해 창대와 활을 만드는데 사용할 나무를 해올 것을 명령했고, 군관과 아전들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산으로 들어가 창대를 만들 나무를 구해왔다.

좌수영의 군사들과 대장장이들이 창과 검을 만드는 동안 울릉도까지 다녀온 손대남이 좌수영에 도착했고, 나는 손대남에게 울릉도의 위치와 상태를 전해 들었고 손대남의 보고를 받은 나는 정여립에게 서신을 보냈다.

* * *

“좌수사 영감. 무슨 일이시오?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니.”

“어서 오십시오. 죽도 선생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정여립에게 상의할 일이 있으니 좌수영으로 방문해 달라는 서신을 보내자 정여립은 전라좌수영으로 달려왔다.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정여립을 방안으로 안내한 나는 정여립과 단둘만 남게 되자 준비해놓은 지도를 펼쳐 놓고 울릉도를 설명했다.

“손대남 군관이 직접 남만선을 몰고 울릉도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선생께서 구해 주신 어부가 울릉도를 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 울릉도에 가보니 어떻다고 합니까?”

정여립도 울릉도가 궁금했는지 물었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섬의 크기도 생각보다 작지 않고 작기는커녕 돌산도 보다 커 보였다고 합니다. 섬 안에도 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샘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충분히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섬이었다고 합니다.”

“울릉도가 그 정도의 섬이었다니…….”

정여립은 울릉도에 흥미가 가는지 내가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곳 좌수영에서 한(동해도)[북해도]까지 가는 길 한가운데 울릉도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으로 가는 길에 울릉도에 들려서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가는 길이 한결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내 말뜻을 알아들은 정여립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울릉도를 점령하자는 말이오?”

“따로 군사를 보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배 한 척에 장정 50여 명과 우물을 파고 집을 지을 연장들 그리고 장정들이 1년간 먹을 식량과 소금 정도만 보내면 충분히 해안가에 마을을 만들고 우물을 파서 정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울릉도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울릉도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장정들을 해치지 않겠소?”

“그래서 장정들로 50명을 보내는 것입니다. 젊은 장정 50명이 한 번에 상륙할 것이고 그들이 가져가는 도끼, 괭이, 삽, 낫 등의 연장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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