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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29화 (129/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29화

출항

갤리온으로 향하는 보트에는 일행의 안전과 노를 젓기 위해 병사들이 4명씩 타고 있었다.

항왜들이 보트에 가득 타자 보트에 타고 있던 병사가 노를 잡으며 외쳤다.

“사내들은 노를 잡아라. 전선을 향해 노를 저을 것이다.”

병사들의 외침에 항왜들 중에서 사내들은 병사들과 함께 노를 잡았다.

영차- 영차- 영차-!

병사들과 사내들은 구령 소리에 맞춰 열심히 노를 저었고 보트는 잠시 후 갤리온에 가까이 도착했다.

갤리온의 측면에는 이미 줄사다리가 내려져 있었고, 갤리온의 갑판 위에서는 병사들과 항왜들이 보트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보트가 갤리온에 도착하자 보트의 병사들은 조심스럽게 노를 저어 보트를 갤리온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켰다.

보트의 노가 갤리온의 선체에 닿을 정도로 보트를 갤리온 접근시키는 데 성공한 이범동은 항왜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사내들은 밧줄을 잡고 전선으로 올라가라. 어서 서둘러라!”

이범동이 외치자 사내들은 줄 사다리를 타고 갤리온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천천히 올라와라.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라오면 위험하다.”

사내들이 연이어서 줄사다리를 타고 연이어서 올라오자 갑판 위에 있던 박장곤은 사고를 염려해 항왜들에게 천천히 올라오라고 외쳤다.

잠시 후 사내들이 모두 올라오자 그 뒤를 이어 여인들이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왔고,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올라오자 갤리온의 갑판에서 보트를 향해 밧줄이 달린 나무 곤돌라를 내려보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기 어려운 노약자들과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곤돌라를 제작했다.

나무판자를 2중으로 덧붙여서 만든 밑판에 나무 기둥을 8개 세우고, 기둥에 밧줄을 감아 두어 밧줄로 된 난간이 처져 있었다.

8개의 기둥에 밧줄이 묶여 있는 곤돌라는 갑판 위에 설치된 도르레를 통해 보트로 내려졌다.

곤돌라가 내려오자 이범동과 병사들은 곤돌라에 우선 아이들을 태운 후 아이들의 주위에 항왜들이 들고 온 짐 보따리를 쌓았다.

“잠시만 얌전히 있어라. 곧 올라갈 것이니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곤돌라가 올라가기 전에 아이들을 달랜 이범동은 아이들에게 밧줄을 잡고 있으라고 당부한 후에 갤리온을 향해 외쳤다.

“올려라.”

“끌어올린다.”

갑판에 설치된 도르레가 밧줄을 잡아 당기가 곤돌라는 천천히 위로 올라갔고, 잠시 후 갑판에 도착했다.

곤돌라가 도착하자 병사들과 사내들은 아이들부터 곤돌라에서 갑판 위로 내려놓았다.

갤리온에 항왜들이 탑승하는 동안 나는 이순신과 이억기, 김시민에게 좌수영을 부탁했다.

“울릉도에 다녀오는데 열흘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더 걸릴 수도 있네. 늦어도 보름 안에는 돌아올 것이니. 그동안 좌수영을 잘 부탁하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좌수사 영감께서 좌수영에 계시지 않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시민은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나는 불안했다.

‘선조의 정보원들을 얼마나 속일 수 있을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

“북방에서 큰일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전하와 조정의 대신들은 북방을 신경 쓰느라 바쁘실 것입니다. 어찌 됐든 좌수영과 좌수사 영감께는 좋은 기회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시지요.”

“맞습니다. 소장도 힘을 보탤 것이니. 심려하지 마시지요.”

이억기와 이순신도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격려하자 나는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그래. 이순신, 이억기, 김시민이 좌수영을 지키고 있는데 좌수영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무사히 울릉도에 다녀오는 일에만 신경 쓰자.’

“고맙네. 열흘 후에는 돌아오겠네.”

3명의 명장과 인사를 마친 나는 보트를 타고 갤리온으로 향했다.

* * *

내가 갤리온에 탑승하자 갤리온은 곧장 돛을 올리고 남쪽으로 향했다.

3척의 갤리온과 1척의 첨저형 전선.

이렇게 4척의 배에는 각각 항해 요원과 전투 병력을 겸해 좌수군 병사 20명씩과 항왜 출신 병사들이 20명씩 그리고 울릉도로 이주할 항왜들이 250명씩 탑승하고 있었다.

4척의 배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다 보니 화물은 항왜들이 가지고 온 옷 보따리 외에는 식량과 식수 그리고 약간의 무기와 화약이 전부였다.

이 함대의 총지휘관은 나였지만 울릉도에 다녀온 적이 없었던 나는 손대남에게 갤리온의 지휘를 맡겼고 손대남은 나에게 함대가 항해할 해로를 보고했다.

“울릉도로 향하는 최단 거리는 이곳에서 곧바로 동진하는 것이지만 곧장 동진한다면 경상우수군과 경상좌수군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상우수군과 좌수군의 시야를 피하기 위해 이대로 남진해 대마도 남쪽 바다를 거쳐서 대마도를 지나친 후 북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입니다.”

해로를 보며 손대남의 설명을 들은 나는 상당한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지만 지금은 안전이 제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걸려도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안전하게 가도록 하게.”

“심려를 놓으십시오. 좌수사 영감.”

손대남의 보고를 들은 후 항해를 손대남에게 맡긴 나는 선장실로 향했다.

선장실 앞에는 호위병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호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선장실의 문을 열었다.

내가 선장실로 들어가자 마쓰라 헤이메와 헤미에의 친구이자 하녀인 소녀들이 허리를 숙여 나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서방님.”

나는 의자에 앉으며 헤이메와 소녀들에게도 앉을 것을 권했다.

“안에만 있으니 답답하겠지만. 조금만 참아라. 다른 사람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아닙니다. 서방님과 함께 지낼 수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헤이메의 대답에 기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헤이메를 좌수영에 데려갈 수는 없어서 돌산도에 집을 구해주었다.

헤이매가 돌산도에 지내는 동안 나는 계속 좌수영에서 생활했고 돌산도에 방문했을 때도 대부분 일하느라 시간을 보냈지 헤이메를 찾은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니 헤이메가 함께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한 말도 빈말은 아닐 것 같았다.

“나도 너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구나.”

“감사합니다. 서방님.”

헤이메가 나에게 안겨 오자 나는 내 품속에 파고든 헤이메를 안아주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헤이메를 울릉도에 내려주고 좌수영으로 떠나야 하니, 한동안은 또 떨어져 있겠구나.’

나는 아직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떨어져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히에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 *

무자년(1588년) 정월(음력 1월 15일).

조정에 전라좌수영에서 올린 장계가 보고됐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전라좌수사가 남쪽 바다를 살펴보러 갔다가 좌수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니.”

장계의 내용을 보고 받은 선조는 전라좌수영에서 또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놀랐다.

“우후가 올린 장계에 의하면 전라좌수사 이대원과 군관 조천군 그리고 100여 명의 군사가 손죽도 등 좌수영 관할의 섬과 남쪽 바다를 순찰하기 위해 전선을 몰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아올 날짜가 지났음에도 좌수영으로 돌아오지 않아 우후가 군사들과 함께 전선을 몰고 좌수사를 찾았지만…… 좌수사는 물론 좌수사와 군사들이 몰고 나간 전선도 찾지 못했다고 하니. 필시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 전선이 침몰한 것으로 보입니다.”

병조판서 정언신도 전라좌수사와 군사들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에 놀랐지만 우선 선조를 진정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전하는 이대원에게 좌수사 직을 제수하신 이후 전라좌수영과 좌수사 이대원이 올린 성과에 항상 신경 쓰고 계셨다. 이번 일도 단순한 사고일 뿐. 좌수사 이대원의 과오가 아닌 것으로 보여야 전하께서 안심하시고 마음이 편하실 것이다.’

정언신은 좌수사 이대원 같은 젊고 유능한 인재가 행방불명됐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우선은 선조를 진정시키고 선조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조정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하. 좌수사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으나. 인명은 재천이라 하였고 전선이 침몰하여 장졸들이 해를 당하는 일은 이전에도 흔히 일어났던 사고이옵니다. 우선은 유능한 장수를 좌수사로 전라좌수영에 내려보내 하루라도 빨리 전라좌수영의 혼란을 수습하고 좌수영의 전력을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이조판서 이산해가 우선 좌수사를 임명해 전라좌수영에 내려보내자고 하자. 선조도 이산해의 의견에 찬성했다.

“이판의 의견이 옮다. 감자기 좌수사가 사라져 전라좌수영의 모든 장졸이 놀람과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을 것이니 하루라도 좌수사를 임명하여 전라좌수영으로 내려보내야 할 것이다. 이판은 누가 전라좌수사로 적합할 것 같은가?”

선조의 질문에 이산해는 생각해 놓고 있었던 것인지 거침없이 장수를 추천했다.

“유극량은 신중하고 침착하여 능히 전라좌수영의 장졸들을 진정시키고 전라좌수영의 전력을 재정비할 만한 장수이니 신은 유극량을 추천하옵니다. 전하.”

이산해가 유극량을 추천하자 선조는 다른 대신들을 바라보며 대신들이 의견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워낙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다른 대신들은 좌수사로 임명할 만한 장수를 추천하지 못했다.

다른 대신들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자 선조는 정언신에게 물었다.

“병판의 생각은 어떠한가?”

선조가 이산해의 의견대로 유극량을 좌수사에 임명하지 않고 자신에게 의견을 물은 것은 선조가 유극량을 전라좌수사로 임명할 생각이 없어서라고 판단한 정언신의 이산해의 의견에 반대했다.

“전하 유극량은 그 재주가 쓸 만한 장수이나 본래 노비 출신으로 좌수영의 장수들과 군관들이 유극량의 출신을 알고 가볍게 대할 염려가 있습니다. 장수들과 군관들이 좌수사를 가볍게 보면 좌수사의 권위가 서지 않을 것이니, 신인 유극량에게 좌수사직을 내리시는 것이 염려되옵니다. 전하.”

정언신이 이산해의 의견에 반대하자. 선조는 다시 정언신에게 물었다.

“그럼 병판은 누가 전라좌수사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가?” 

선조의 질문에 정언신은 선조가 녹도만호였던 이대원을 전라좌수사에 제수했던 것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북방에서는 북병사 이일과 북방의 장수들이 야인들을 토벌하고 있는 중이니 북방에 있는 장수를 전라좌수사로 내려보내는 것은 불가하옵니다. 전라좌수영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좌수영 우후 김시민을 좌수사로 세우는 것이 좌수영의 혼란을 가장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되오니 신은 좌수영 우후 김시민을 추천하옵니다.”

병조판서 정언신의 대답을 들은 선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신들에게 선언했다.

“북방에서는 야인을 토벌하는 중이니 북방의 장수들을 전라좌수영으로 내려보낼 수 없다는 병판의 의견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군사의 일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병판의 의견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좌수영 우후 김시민을 전라좌수사로 제수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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