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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38화 (138/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38화

혼인잔치

강영남을 따라간 노(奴)들은 항구를 벗어나 강물이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강변에는 커다란 가마솥으로 물을 끓이고 있었고 가마솥 옆에는 커다란 나무통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노(奴)들이 모두 강변에 도착하자 강영남은 노(奴)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모두 이곳에서 옷을 벗어라. 옷을 벗고 강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몸을 씻지 않는 놈들은 오늘 밥은 없을 줄 알아라.”

사내들만 있다고 하지만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말에 누구도 선 듯 나서는 자가 없었다. 노(奴)들이 순순히 옷을 벗지 않자 강영남은 노(奴)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이! 어서 움직이지 못해? 매를 맞아야 말을 듣겠어.”

강영남이 손에 든 창을 들어 올리며 고함을 지르자 노(奴)들을 감시하던 병사들도 들고 있던 창을 들어 올리며 노(奴)들에게 창대를 휘두를 기세였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그때까지 주저하던 노(奴)들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노(奴)들이 강에서 몸을 씻는 동안 이들보다 먼저 동해도에 도착한 노(奴)들이 달구지를 끌고 와 마른 옷이 담긴 나무통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노(奴)들이 벗어놓은 옷은 다른 통에 담아 달구지에 싣고 갔다.

강물에 뛰어들었던 노(奴)들이 몸을 씻고 나오자 강영남과 병사들은 가마솥에서 끓고 있던 물을 바가지에 반 정도 푼 다음에 물통에 있던 물을 바가지에 담아 물의 온도를 적당히 식힌 후 강에서 나온 노(奴)들에게 뿌렸다.

따듯한 물을 뿌려주고 마른 천을 노(奴)들에게 주며 강영남과 병사들은 외쳤다.

“물기를 닦고 크기가 맞는 옷을 골라 입어라. 깨끗하게 빤 옷이니 안심하고 입어라.”

노(奴)들이 몸을 씻고 옷을 입자 강영남은 노(奴)들을 항구 외각 쪽 마을로 인도했다.

마을에는 이미 국밥을 끓이고 있었고 노(奴)들은 그곳에서 멧돼지 고기로 끓인 국밥을 한 그릇씩 받았다.

하루 종일 배를 타고 온 데다가 차가운 강물에서 목욕까지 한 노(奴)들은 뜨거운 국밥이 담긴 그릇을 받기가 무섭게 국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이들보다 늦게 몸을 씻은 다른 노(奴)들도 마을에 도착해 식사를 했고 오늘 함관에 도착한 250명의 노(奴)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자 이들에게 숙소가 지정됐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넓은 창고 같은 집이 이들의 숙소였다. 창고같이 넓은 방이었지만 바닥은 온돌로 되어 있었고 멍석이 깔려 있었다.

이들은 안에 솜이 들어간 이불을 하나씩 받고 방에 들어가 멍석 위에 누었다.

노(奴)들이 모두 방에 들어가자 강영남은 문 앞에 서서 외쳤다.

“모두 피곤했을 테니 오늘은 이만 자도 좋다. 자세한 설명은 내일 해줄 것이다. 방문을 잠그지는 않을 것이나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을 뒷산에는 늑대와 곰이 살고 있고 밤에는 늑대와 곰이 먹이를 찾아 마을 주변으로 내려오니 도망치려고 했다가는 늑대 밥이 될 것이다. 그럼 편히 쉬어라.”

강영남이 말을 마치자 병사들은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자 자리에 누운 노(奴)들에 하나씩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사내 노(奴)들과 마찬가지로 여자 종들인 비(婢)들도 노(奴)들이 씻은 곳에서 거리가 떨어진 강변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리 종인 비(婢)들이라고 해도 여인들이 씻고 옷을 입는 것을 병사들이 감시할 수는 없기에 항왜 출신 여인들이 비(婢)들을 감시했다.

몸을 씻은 비(婢)들은 노(奴)들과는 다른 마을에서 밥을 먹고 노(奴)들 자는 것과 다를 것 없는 방에서 잠이 들었다.

* * *

나는 노비들과 노예들이 동해도에 들어오자마자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힐 것을 명령했다.

목욕과 옷을 갈아입는 것은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의 노비와 일본의 노예들은 일반 양민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들은 이, 벼룩은 물론 이미 질병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우선 목욕을 명령했고 가능한 청결한 상태에서 이들을 관리할 계획이었다.

노비들이 몸을 씻고 저녁을 먹는 동안 나는 어머니와 이씨 부인에게 내가 동해도에 나라를 세운 것과 조선을 떠난 것을 설명하고 헤이메를 첩으로 받아들인 것 또한 사실대로 말했다.

“어머니. 소자 불충한 마음을 먹고서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곳에 살고 있는 아이누인들이 왜인들에게 착취당하며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이들을 돕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 뿐만이 소자가 이곳 동해도에서 군사와 전선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왜국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결심한 일입니다.”

어머니와 이씨 부인은 왜국이 조선을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놀라면서 내가 조선을 지키기 위해 이곳 동해도를 장악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조선에 역심을 가지고 동해도를 장악한 것이 아니라고 하자 애써서 믿으려고 노력하는 눈치였다.

내 말을 듣던 어머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내 아들을 내가 믿어야지 누가 믿겠느냐. 네가 역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네가 헤이메를 첩으로 거둔 것도 이유가 있었을 것을 믿는다. 하나 첩이라고 해도 혼례도 치르지 않고 네 곁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헤이메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도록 해라.”

헤이메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조선에서는 첩을 들일 때도 정실부인을 맞이할 때처럼 혼례를 치렀었나?’

갑자기 혼례를 치르라는 말에 놀랐지만 생각해 보니 나쁠 것은 없었다.

‘헤이메는 볼 것도 없이 좋아하겠고, 결혼식은 잔칫날이니 혼례를 핑계로 잔치를 벌이면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니…… 그래, 하자. 잔치를 하면 사람들의 사기에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어머니 좋은 날을 골라서 헤이메와 혼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어미의 말을 들어주니 고맙구나.”

혼례를 치른다는 말에 헤이메는 기뻐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얼굴이었지만 정실부인인 이씨는 복잡한 표정을 보였다.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헤이메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제가 어머니와 한방에서 자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머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나는 물론 어머니도 헤이메의 말에 놀랐지만 어머니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헤이메의 노력을 갸륵하게 여긴 어머니는 순순히 헤이메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래 새아가 나도 새아기에게 궁금한 것이 많구나. 오늘 밤은 우리 이야기나 나누자꾸나.”

“예 어머님.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헤이메와 같이 주무시겠다고 하자 나는 자연히 이씨 부인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이씨 부인과 대화를 나눈 나는 밤이 깊어서야 부인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어젯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혼례를 치를 생각을 아니 잔치를 준비할 생각을 했다.

‘떡은 곡식이 귀한 곳이니 힘들겠고…… 병사들을 풀어서 사슴과 멧돼지 몇 마리 잡고, 배를 띄워서 물고기도 좀 잡아 밥이나 넉넉히 해서 멧돼지 국밥에 자반구이 그리고 사슴이든 멧돼지든 잡히는 대로 고기를 구워주면 다들 좋아하겠지? 그리고 잔치에 술이 빠질 수는 없지! 떡은 무리지만 쌀 몇 섬 풀어서 술도 좀 담가야겠구나. 병사들과 주민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 * *

내가 잔치를 준비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을 때 어제 동해도에 도착한 노비들은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노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방문이 열렸고 강영남과 병사들은 노비들에게 외쳤다.

“일어났으면 어서 방에서 나와라! 세수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어서 서둘러라.”

아침밥을 먹는다는 말에 노비들은 서둘러서 밖을 나왔다.

병사들의 지시로 찬물로 세수한 노비들을 어제와 마찬가지로 멧돼지 국밥을 한 그릇씩 받아 맛있게 먹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중요한 일정이 남아 있었다. 여자 종들인 비(婢)들은 각자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은 후 대답에 따라 요리, 바느질, 빨래 등의 일터를 배정받고 일을 시작했고, 남자 종들인 노(奴)들은 강영남의 인도로 마을 밖의 넓은 공터로 향했다.

공터에는 어제 동해도에 도착한 노(奴)들 250명이 모두 모였고 병사들은 그들을 50명씩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강영남은 첫 번째 그룹을 맡아 명령을 내렸다.

“열 명씩 앞으로 나와라 빨리.”

강영남의 명령에 따라 열 명의 노(奴)가 앞으로 나오자 강영남은 그들을 한 줄로 세우고 그들 앞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저기 앞에 서 있는 나무가 보일 것이다. 저 나무가 있는 곳까지 힘껏 뛰어갔다가 다시 뛰어서 돌아온다. 알겠지. 뛰어.”

강영남이 뛰라는 명령을 내리자 노(奴)들 힘껏 뛰어갔다.

강영남이 가리킨 나무까지의 거리는 가깝지 않았다. 100 미터는 족히 넘는 거리를 뛰어서 갔다가 뛰어서 돌아오자 노(奴)들은 하나같이 숨을 몰아쉬며 ‘헥헥’거렸다.

강영남은 그런 노(奴)들을 살펴보며 잘 뛰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덜 지쳐 보이는 노(奴)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렇게 50명의 노(奴)들이 모두 뛰어갔다가 돌아오자 이번에는 병사들이 맷돌만 한 크기의 돌을 가져왔다. 이번에도 강영남은 노(奴)들을 열 명씩 앞으로 불러냈다.

“지금부터 한 명씩 눈앞의 돌을 들어 올린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높이 들어 올린다.”

큰 돌을 들어 올리라는 명령에 앞으로 나온 노(奴)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노(奴)가 제일 먼저 돌을 두 손으로 잡았다.

돌을 잡고 힘을 주더니 돌을 들어 올리며 두 팔을 위로 뻗었다. 돌을 머리 위로 올린 것이다. 그 광경을 본 노(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돌의 무게를 알고 있는 강영남도 노(奴)의 힘에 놀랐다.

‘가볍지 않은 돌인데 머리 위로 들다니…… 힘이 굉장한데?’

돌을 들어 올린 노(奴)가 무사히 돌을 내려놓자 강영남은 그 노(奴)의 이름을 물어 기록했다.

50명의 노(奴)들 중에 돌을 머리 위까지 올린 사람은 처음 돌을 들어 올린 노(奴)들 외에는 없었다. 대부분의 노(奴)는 돌을 가슴까지 들어 올렸고, 그 정도도 들어 올리지 못한 노(奴)들도 열 명에 달했다.

강영남과 병사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奴)들의 체력을 확인해 노(奴)들 중에서 몸이 빠르고 힘이 센 자 8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병사로 선발된 것이다.

* * *

그 날 오후 공무를 마친 후 나는 조천군과 도시히사에게 헤이메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를 것과 혼례를 치르는 날 함관에서 잔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조천군과 도시히사는 혼례를 올리는 것을 축하해 주었고 전치를 열기 위해 쌀을 풀어 술을 담그겠다고 하자 둘 다 입이 벌어지며 좋아했다.

그와 더불어 잔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사냥과 고기잡이를 명령하자 둘은 당장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함관에서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병사들은 신이 나서 각궁과 화승총을 들고 산과 들로 나갔고 바다에서는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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