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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39화 (139/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39화

월동준비

무자년(1588년) 10월 10일 히라도 마쓰라 다카노부의 저택.

이 장군이 보낸 서신을 모두 읽은 마쓰라 다카노부는 자신에게 서신을 전해준 사내를 바라보았다.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사내는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몇 번 뵈었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사화동이라고 합니다.”

“이 장군은 자네에게 이곳에서 할 일을 알려줬다고 하던데.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다카노부 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아오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다카노부 님께서 알아서 챙겨 주실 것이니 잘 받아오라고 명하셨습니다.”

사화동의 대답을 들은 마쓰라 다카노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리며 웃었다.

“역시 이 장군의 부하답군. 이 장군 못지않게 배짱이 두둑한 게 마음에 들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화동의 대답을 들으며 마쓰라 다카노부 속으로 생각했다.

‘딱 봐도 농담도 통하지 않을 사람이군. 융통성도 없어 보이고…… 보나 마나 이 장군의 명령이라면 목숨이라도 걸겠지. 이 장군이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보냈군.’

다카노부는 사화동을 보며 역시 이 장군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카노부 님. 실례를 무릅쓰고 묻겠습니다. 가져가야 할 물품들은 언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사화동의 질문에 다카노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미 준비해 놓았다. 이 장군이 두 달 전에 주문한 것인데 이 마쓰라 다카노부가 아직까지 준비를 못 했을 것 같으냐. 사위가 주문을 했으니 가장 품질이 좋은 상품으로 준비해 놓았다.”

“감사합니다. 다카노부 님.”

마쓰라 다카노부는 사화동의 대답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일부러 자신이 이 장군의 장인인 것을 강조했지만 사화동의 대답은 말 그대도 고맙다는 말로만 들렸던 것이다.

‘정말 융통성 없는 놈을 보냈네.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상대할 재미가 없는 녀석이야.’

사화동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마쓰라 다카노부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철과 구리, 유황은 내일 아침에 부두로 가져다주지. 서신에 쌀과 보리는 이번에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가장 중요한 상품들이 남았구만. 중요한 상품이니 오늘 보여주지.”

다카노부의 말을 들은 사화동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카노부 님.”

마쓰라 다카노부는 그런 사화동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자네도 사내라면 이런 상품에 흥미가 있을 것이네. 따라오게.”

마쓰라 다카노부는 직접 사화동을 안내했다.

저택 밖으로 나온 다카노부는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저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다카노부의 저택 같은 대저택은 아니었지만 일반 민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집이었고, 문 앞에는 일본도를 찬 사내들이 문 앞으로 지키고 있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내들은 다카노부를 발견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열어라.”

다카노부가 명령을 내리자 사내들은 즉시 허리를 펴고 자세를 바로 했고, 그들 중 하나가 대문을 주먹으로 두드리자 대문이 열렸다. 집 안에서도 무장한 사내들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다카노부는 사화동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가지.”

다카노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 사화동은 넓은 마당이 펼쳐진 집 안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집이 제법 괜찮지. 남만 상인의 집이었네. 히라도에 있는 동안 지낼 생각으로 별장처럼 지은 집인데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는지 재작년부터 히라도에 돌아오지 않고 있지, 그래서 집집도 관리할 겸 지금은 내가 쓰고 있네. 남만인이 돌아오면 다시 집을 비워주면 그만이야.”

다카노부는 열심히 떠들었지만 사화동은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기만 했을 뿐 다카노부에게 대답하지도 않았다.

“이들이 장군님의 노예들입니까?”

사화동이 노예들을 보고 놀랄 것을 기대했던 마쓰라 다카노부는 여전히 재미없는 사화동의 반응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네. 이번에 이 장군에게 보낼 노예는 남녀 각 1,000명씩 2,000명이야. 가능한 젊고 건강한 놈들로 준비했네.”

다카노부의 대답을 들은 사화동은 다카노부의 기대와는 달리 감탄하거나 놀라는 기색도 없이 물었다.

“이곳에는 왜 여인들만 있는 것입니까? 숫자도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사화동의 질문에 다카노부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이놈…… 정말 융통성 없는 놈이네.’

“2,000명을 한곳에 모아놓을 수 있겠나? 500명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네. 사내놈들과 여자들을 같은 곳에서 지내게 할 수 없어서 사내놈들은 다른 곳에 데려다 놓았지.”

다카노부의 대답에 사화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사화동의 대답을 들으며 다카노부는 기가 막혔다.

‘이놈 뭐야? 계집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사내놈이 이런 재미없는 반응이라니. 이 장군도 정말 어이없는 놈을 보냈군.’

마쓰라 다카노부는 사화동이 정해왜변과 고토열도 정벌을 겪으면서 이대원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하고 있다는 것과 지금 보고 있는 노예들도 이대원 장군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화동의 이런 무미건조한 대답과 반응에 질린 마쓰라 다카노부는 사화동에게 흥미를 잃고 말했다.

“사내놈들이 있는 곳도 안내해 주지. 사내들도 보고 가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다카노부 님.”

마쓰라 다카노부는 사화동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이 장군과의 거래는 빈틈없이 처리했다.

다음 날 아침 동해도에서 온 갤리온과 전선들이 정박해 있는 부두에 철 5,000근(3,000kg), 구리 1만 근(6,000kg), 유황 1,000근(600kg)이 쌓였고 남녀 노예가 각각 1,000명씩 총 2,000명의 노예가 도착했다.

사화동과 병사들은 히라도에서 구매한 상품과 노예들을 배에 나눠 싣고 히라도를 출발했다.

* * *

무자년(1588년) 10월 12일 동해도 함관(函館).

헤이메와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고 혼례를 축하하는 잔치를 열기로 했지만 계절이 발목을 잡았다.

계절은 이미 겨울이었고 동해도에서 처음 보내는 겨울이었으니 혼례와 잔치의 준비보다는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어머니께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을 설명드리고 봄이 되면 정식으로 헤이메와 혼례를 올리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도 이제는 함관 일대와 이곳의 주민들을 통치하는 내 입장을 이해하시고 봄까지 혼례를 미루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은 나는 월동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주민들 대부분 자신들이 입을 옷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이 좌수영이나 돌산도 보다 춥다고 하니 의복과 이불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조천군이 주민들의 의복과 이불을 걱정하자 나는 조천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조선에서 주문한 면포와 솜이 곧 도착할 것이다. 겨울을 지내려면 면포와 솜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면포와 솜을 주문했었다. 이번 달 안에 도착할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창고에 보관 중인 동물의 가죽도 많이 있습니다. 곰의 가죽은 털이 있어 따듯하니 겨울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사들과 노비들을 시켜 장작도 많이 준비해 놓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좋은 생각입니다. 주민들이 사는 민가도 모두 온돌로 되어 있으니 장작만 충분하면 겨울 추위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나와 조천군은 군사들을 동원해 장작을 만들겠다는 최도진의 의견에 찬성했다.

최도진의 말대로 털가죽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 대관을 점령하면서 수백 벌 이상의 동물 가죽을 얻은 것이다.

카키자키 가문이 아이누인들에게서 얻은 것으로 혼슈의 상인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가죽들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가 대관이 함락되면서 고스란히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곳 함관으로 거점을 옮기고 서도 아이누인들이 동물의 가죽과 말린 생선을 가지고 와 쌀이나 칼 등의 도구와 교환해 줄 것을 요구해서 적지 않은 양의 가죽을 얻었다.

이렇게 얻은 동물의 털가죽은 겨울의 추위를 이겨낼 훌륭한 방한 장비였다.

장작이야 사방에 나무가 널려 있었으니 병사들을 시켜 나무를 베면 당장 장작으로 쓸 수 있었다.

장작으로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크고 굵은 나무들이 많았지만 우선은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해야 하니 아깝지만 장작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나무들을 장작으로 쓸 생각을 하니 아깝네…… 오래 자란 좋은 나무들이 많던데. 그래도 우선은 겨울 추위가 문제니 당장은 장작으로 쓰고 봄에는 나무를 벤 자리에 묘목을 심도록 하자.’

장작을 생각하던 나는 문득 석탄이 생각났다.

‘그래, 석탄! 석탄을 찾아내기만 하면 겨울 추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쉽네. 생각해 보니 북해도에는 탄광도 있었는데.’

내가 살던 21세기에 북해도는 농업과 축산업, 임업 그리고 온천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었지만 지금의 북해도에는 지하자원이 풍부했다.

북해도에는 석탄뿐만 아니라 금, 은, 철도 매장되어 있었다.

‘그래 북해도에는 탄광뿐만 아니라 사금을 채취하던 곳도 있었어. 이번 겨울만 보내고 나면 북해도의 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추진해 보자.’

부하들과 월동준비에 필요한 사항들을 의논하다 나는 북해도의 지하자원들을 개발할 생각을 했다.

“다행히 식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히라도에서 가져온 쌀도 있고 좌수영에서 가져온 곡식과 조선에서 들여오는 쌀과 보리도 적은 양은 아닙니다. 좌수영에서 가져온 소금도 있고, 인근 바다에서 계속 고기를 잡고 있으니 부식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식량이었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고 전쟁을 하려고 해도 군량이 필요하다.

나는 정여립과 정옥남을 통해 조선에서도 곡식을 공급받고 있었고 마쓰라 다카노부를 통해서 히라도에서도 쌀을 들려오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고 앞으로 조선과 히라도에서 계속 쌀과 보리를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니 겨울 식량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장작과 식량의 확보로 월동준비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았다.

월동준비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나는 북해도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원을 개발하자면 석탄이나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지역을 파악해야겠지. 철광석이 석탄이 매장되어 있는 지역을 찾으며 온천과 유황광산도 찾아야겠군. 온천을 찾으면 겨울을 지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어.’

나는 그 자리에서 부하들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이곳 동해도는 땅이 넓고 산이 많다. 산이 많으니 철광석이나 석탄이 매장된 지역이 없는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 것 같은가? 철광석이나 석탄을 찾으면 조선과 히라도에서 힘들게 철을 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조천군과 최도진 그리고 시마즈 도시히사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중에서 조천군이 나에게 물었다.

“영감. 이곳 동해도에서 철광을 개발하면 물론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철광석을 찾자고 말씀하시는 것은 지극히 합당하신 말씀이십니다만 석탄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조천군의 질문에 순간 나는 내 머리를 치고 싶었다.

‘아차…… 아직 조선과 일본에서는 석탄을 모르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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