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40화 (140/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40화

노비와 노예

중국에서는 이미 4세기 이후부터 석탄을 용광로와 도자기 가마등 산업용으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조선과 일본에서는 아직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18세기부터 석탄을 채굴했다고 하고 조선에서는 20세기 이전까지는 탄광을 개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석탄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고 석탄을 찾자고 말한 나는 실수를 깨닫고 석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탄은 검은색 돌일세. 불에 잘 타는 돌이고 석탄에 불이 붙으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것보다 뜨겁게 타올라서 명나라에서는 장작 대신 석탄을 사용해서 도자기를 굽고 요리를 할 때도 석탄으로 불을 피운다고 하네. 석탄을 찾으면 장작을 대신해 불을 피울 때 사용할 수 있으니 장작을 구하기 위해 아름드리나무를 베는 수고를 덜 할 수 있을 것이야. 석탄에는 유황 성분이 섞여 있어 석탄이 불타면서 나오는 연기는 사람에게 해롭지만, 그 문제는 온돌 바닥에 진흙을 잘 발라 굳히고 굴뚝을 높게 만들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게 만들면 해결될 문제이고, 철괴를 녹여 병장기와 도구들을 만들 때도 석탄을 사용하면 장작을 쓸 때보다 훨씬 빨리 높은 온도로 철을 녹일 수 있으니 대장장이들도 훨씬 쉽게 많은 병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네.”

당황한 나머지 생각나는 대로 석탄에 대해 설명하자 조천군은 들어본 적이 있는지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장은 불타는 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명나라에 다녀온 사절을 호위해 명국에 다녀온 무관들에게 명국에서는 검은색 돌로 불을 피우고 그 때문에 명국의 숙소에서는 잘 때 유황 냄새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불에 타는 돌이 있다는 말에 그때는 허풍으로 들었었는데 좌수사 영감께서 이토록 소상하게 아시는 것을 보이 석탄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장작처럼 쓸 수 있는 석탄을 찾을 수 있다면 힘써서 장작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장작을 만들기 위해 아까운 나무들을 쪼개지 않아도 되니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전선과 병장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나무들을 쓸 수 있겠습니다.”

최도진도 석탄을 찾는 데 찬성했다. 내가 하는 말과 조천군과 최도진이 한 말을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병사를 통해 전해들은 시마즈 도시히사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살던 사쓰마는 산이 많아 사쓰마 출신 군사들은 산을 타는 일에 능숙합니다. 허락하신다면 백호대 군사들을 동원해 인근의 산들을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시히사의 의견을 들은 나는 즉시 찬성했다.

“좋은 생각이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군사들을 풀어 검은색 돌이 묻혀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지.”

석탄이 금방 발견되지는 않겠지만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시작은 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겨울이 지난 후 탐색을 시작해 보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대로 봄이 되기만을 기다리면 언제 다시 탐색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몰라. 말이 나온 김에 탐색을 시작할 결심을 했다. 이렇게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문제는 군사들을 시켜 인근의 산들을 뒤져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나는 최도진에게 물었다.

“신병들의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여립이 동해도로 보내온 노비들 중에 사내종인 노(奴)들 중에서 날쌔고 힘이 좋은 자들을 선별해 병력을 늘리고 있었다.

노(奴)들 중에서 신병을 선발해 훈련시키는 것은 최도진과 조선 출신 군사들이 담당하고 있었고 백호대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시마즈 출신 무장들이 신병들의 훈련을 지원하고 있었다.

특히 혼다 고로자에몬은 신병들의 훈련받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훈련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비 출신들이라 그런지 훈련이 힘들에도 하루에 세 끼 꼬박꼬박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영감의 명대로 신병들을 매끼 배불리 먹이고 있습니다.”

최도진의 대답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도착한 노비들을 포함해서 총 8,000명의 노비가 동해도에 도착할 것이다. 그중에 사내인 노(奴)는 4,000명에 달할 것이니 그들 중에서 최소한 1,200명을 군사로 선발할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부족하다고 건강하지 않은 자나 체력이 뒤떨어지는 자를 군사로 선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奴)들 중에서 건강하고 강인한 자들을 군사로 선발해야 할 것이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영감 건강한 놈들로 골라서 선발하고 무쇠와 같이 단련시킬 것입니다.”

최도진은 자신감을 보이며 대답했다. 나는 최도진의 대답을 들은 후 시마즈 도시히사에게도 말했다.

“이번 달 안에 왜인 노예들이 동해도에 도착할 것이다. 우선은 남녀 노예 2,000명이 도착할 것이고 총 1만 명의 노예가 도착할 것이다. 노예들 중에서도 건강하고 체력이 강한 자들을 군사로 선발할 것이다. 1만의 노예 중에서 사내는 5,000명을 것이니 그들 중에서 1,500명 이상을 군사로 선발할 것이다. 왜인들 중에서 신병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것은 도시히사와 백호대가 맡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있는가?”

내 질문에 도시히사는 신이 난 얼굴로 대답했다.

“물론 자신 있습니다. 주군. 범같이 용맹하고 사나운 군사들로 키울 것이며 주군께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도록 만들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주군.”

시마즈 도시히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형적인 시마즈 무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런 도시히사의 대답에 든든함을 느끼며 도시히사에게 말했다.

“너희를 언제까지 이곳 동해도에서만 가둬두지는 않을 것이다. 넓은 세상을 활개 치며 날뛰도록 만들어 주마.”

내 말을 들은 도시히사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다리며 칼을 갈 것입니다.”

도시히사는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뜻밖의 분위기에 조천군과 최도진은 당황한 것 같았지만 나는 도시히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마즈가의 오랜 숙원이었던 규슈 통일을 눈앞에 두고 히데요시 때문에 꿈이 무너지고 가문의 영토까지 줄어들었으니 그 원한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지. 더구나 도시히사와 이곳에 있는 시마즈 출신 무장들은 히데요시의 보복을 피해 고향인 사쓰마를 떠났으니 히데요시에게 복수할 생각만 하며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곧 너희가 갈고 있는 칼을 없이 휘두를 수 있게 해주마.’

도시히사의 심정을 이해한 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조천군과 최도진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함관에서 주민들이 지내는데 어려운 점이나 필요한 것은 없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게 무엇이든 구해올 것이니.”

내 질문에 조천군이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우선은 배가 더 필요합니다. 고기를 잡는 조각배가 아닌 울릉도에 다녀올 수 있는 전선 말입니다. 전선들은 울릉도에서 곡식과 노비를 실어오느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항구에 전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없으니 이건 너무 불안합니다.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전선들이 돌아올 때까지 꼼짝을 못하지 않습니까.”

조천군의 말을 들은 나는 조천군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전선들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 전선의 수가 많지 않으니 조선이나 히라도에서 곡식과 노비들을 데려오는 것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전선들이 모두 동해도를 떠나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리네. 좋아 봄이 되는 대로 우선 전선을 건조할 나무를 벌목하기로 하지 다행히 이곳 동해도에는 크고 튼튼한 나무가 많이 있으니 전선을 건조할 나무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야. 좌수영에서 전선을 건조한 목수들도 이곳에 와 있고, 이곳의 군사들도 좌수영에서 전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으니 전선을 건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야.”

“감사합니다. 영감.”

조천군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지만 동해도로 이주한 목적을 생각하면 첨저형 전선을 추가로 건조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피한 일이었다.

나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후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쟁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척 이상의 전선과 1만 명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선과 히라도에서 공급받거나 구매한 곡식과 물품들을 동해도로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서도 전선은 더 필요하다 다행히 좌수영에서 전선을 건조했었던 대목과 장인들이 있으니 다시 전선을 건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조선에서는 노비를 공급받기로 했고 히라도에서는 노예를 구매하기로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일손 더 늘어날 것이다.’

봄이 되는 대로 전선을 건조할 것을 결정하자 더 이상 의논할 사안이 없었다.

주민들이 함관에 정착하면서 그릇과 수저 등 생활용품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내년에는 정여립을 통해 자기를 굽는 도공을 비롯해 그릇과 수저를 만드는 장인들도 동해도로 이주시킬 것이니 내년부터는 동해도에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필요한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로 회의를 끝내고 조천군과 최도진 그리고 시마즈 도시히사가 돌려보낸 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오늘 부하들과 의논한 내용들을 생각해 보니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았다.

‘당장 겨울을 지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난방이야 눈이 내리기 전에 장작을 잔뜩 쌓아오면 될 일이고 다행히 식량도 부족하지 않으니. 큰 걱정은 없다.’

나와 함께 동해도에 이주한 사람들은 이곳 동해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만 나는 이곳 동해도 아니 북해도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세계에서도 손꼽혔던 지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이곳 함관(函館)[하코다테] 지역은 북해도에서 기온이 따듯한 지역이었지만 일본의 최남단인 규슈의 사쓰마에서 살던 시마즈 출신 무장들과 조선의 남해안 지역에서 살아온 좌수군 출신 군사들이 이곳의 추위를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눈이 내리기 전에 군사들을 동원해 장작으로 성벽을 쌓을 수 있을 정도로 장작을 준비해 놓을 작정이었다.

‘올해는 동해도에서의 곡식을 수확하기 어려울 것을 예상해 조선과 히라도에서 곡식을 확보한 것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미리 곡식을 확보해 놓았기에 겨울 식량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노비와 노예들을 군사로 동원하는 계획도 외부에서 곡식을 확보할 수 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조선 출신 노비들 중에서 사내인 노(奴)의 3할(30%)과 왜국 출신 노예들 중에 남자 노예의 3할(30%)을 군사로 동원하게 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장정들을 3할이나 군사로 그것도 복무 기간이 정해진 징집병이 아닌 상비군으로 동원한다는 것은 농경사회인 조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비와 노예들을 군사로 동원하는 것도 식량을 외부에서 공급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만약 올해부터 북해도에서 식량을 자급할 생각을 했다면 군사들은 물론 주민들 모두가 밭을 개간하는 일에 매달려야 했을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