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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46화 (146/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46화

전선 건조

대해국의 건국을 선포한 나는 곧장 장수들을 소집한 후 그 자리에서 조천군, 최도진, 시마즈 도시히사를 장군에 임명했고 히라도와의 교역을 맡은 사화동을 교역청장에 임명했다.

그다음 지시한 것은 바로 전선의 건조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히라도와 조선에서 노예와 노비 그리고 곡식과 대해국에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대해국에는 많은 수의 인구와 식량 그리고 각종 물품이 필요하다. 물론 히라도와 조선을 통해 작년에 들여온 것 이상의 노비와 노예 그리고 물품들을 들여올 수 있지만, 우리 대해국은 보유하고 있는 전선의 수가 부족해 노비들과 물품들을 수송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올해 우리 대해국의 최우선 순위로 잡아야 하는 과제는 전선을 건조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해도에는 하늘 높이 자란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니 전선을 건조할 목재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 한 해 동안 동원 가능한 모든 인원과 병력을 동원해 최대한 많은 전선을 건조할 것이다.”

내 말이 끝나자 장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장수들도 전선이 부족한 것은 느끼고 있었던 일이라 별다른 이의나 반대는 없었다.

다행히 대해국에서는 전라좌수영에서 첨저형 전선을 건조했었던 대목과 장인들이 전선을 건조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목재로 쓸 나무도 풍부했다.

나는 올 한 해 동안 15척 이상의 전선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내 계획을 들은 대목 역시 일손만 충분하게 지원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나는 기존의 장인들과 목수들 그리고 좌수영에서 전선을 건조했었던 경험이 있는 병력을 모조리 전선을 건조하는데 투입했을 뿐만 아니라 백호대와 노비와 노예 출신 신병들로 구성된 2개 대대 그리고 선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병력을 제외한 전병력 그리고 노비들과 노예들 가운데서도 밭을 경작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두고 모든 인원을 전선의 건조와 전선을 건조하는 데 동원된 인력을 지원하는 업무에 투입했다.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된 3월 20일부터 대해국 곳곳에서는 나무를 자르고 자른 통나무를 바닷물에 담근 후 다시 말리는 작업이 연이어서 이어졌다.

병사들과 장정들이 커다란 통나무를 벌목하기 위해 열심히 도끼질을 하고 있었을 때 함관항에서는 전선들이 바다로 나갈 준비를 했다.

히라도를 향해 출발하는 전선들이었다.

아직 3월이었지만 히라도 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4월 초에 히라도에 도착하기 위해 전선들의 출항이 결정됐다.

전선에는 히라도에서 판매할 자기와 찻잔들이 들어 있었고 또 히라도로 돌아가기 위해 탑승한 승객들도 있었다.

“배웅까지 나와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하.”

나는 이케다 마사이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아부가 늘었구나.”

이케다 마사이에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숙인 후 나에게 말했다.

“아부라니요. 절대로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 대해국에서 보고 느낀 것이 많습니다. 전하.”

“대해국에서의 시간이 유익했다니 정말로 다행이다. 오늘 출발하면 4월 초에는 히라도에 도착할 것이다. 히라도에서 대해국으로 오는 다음 배는 6월에 있을 것이니 대해국으로 이주할 생각이 있다면 시간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전하께서 저희가 신앙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물론 저희 형제들은 전하와 대해국에 충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저희를 받아주시옵소서 전하.”

신앙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영지들 끼리 전쟁을 치르며 살아온 전국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케다 마사이에는 왜국을 떠나 대해국으로 이주하는 것엔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케다 마사이에와 함께 이주할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당부했던 대로 병역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만 진다면 이들 기리시탄들을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겠다고 판단하였기에 이들의 이주를 허락했다.

이케다 마사이에는 6월 이전에 대해국으로 이주를 결정한 규슈지역의 기리시탄들을 히라도에 집결시킬 것을 약속한 후 히라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나는 항구를 떠나는 전선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6월에는 오랜만에 히라도에 다녀와야겠구나. 노예들도 아니고 기리시탄들을 3,000명이나 데려와야 하니 내가 직접 가서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입단속을 부탁해야겠다.’

정식으로 건국을 선포했고 왕으로 불리고 있지만 나는 조선과 왜국에 대해국의 존재와 내가 건국을 선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화동은 물론 히라도에 다녀오는 병사들과 선원들에게도 건국의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명령했고 이케다 마사이에에게도 건국의 사실을 다카노부는 물론 기리시탄들에게도 알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직 임진왜란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나라를 세운 일을 사방에 알려서 경계심을 살 필요는 없지.’

이미 어머니와 부인도 대해국으로 이주하였으니 조선에서는 대해국에 대해 알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왜국은 상황이 달랐다.

혼슈 최북단인 대간정(大間町) [오마마치]에서 함관(函館)[하코다테]까지 의 거리는 약 32km에 불과했으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 대해국에 대해 알고 토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출병할 수 있는 거리였다.

대해국의 안전을 위해서도 히라도와 교역하기 위해서도 대해국 건국의 사실이 알려져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선단은 무사히 히라도를 향해 출항했고 대해국에서는 벌목과 함께 바닷물에 담갔다가 말린 통나무를 다듬어서 목재를 만드는 작업이 매일 같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병사들과 장정들은 매일 같이 나무를 베고 통나무를 바닷물에 담갔다가 다시 들어 올려 말렸다가 다시 바닷물에 담갔다가 다시 말리는 작업을 반복했고 대목과 장인들은 벌목한 통나무들 중에서 전선의 용골로 쓸 길고 튼튼한 통나무를 찾아다녔다.

장정들은 매일 같이 힘든 중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장정들의 먹는 음식과 잠자리 그리고 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아침에 일어난 장정들은 아침밥을 먹기 전에 꼭 세수를 하고 손과 발을 씻어야 했고 손과 발을 씻은 것을 확인받고 나서야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식사는 하루 세끼가 꼬박꼬박 주어졌고 고봉밥을 먹는 조선인들의 기준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제공됐다.

매끼 식사 때마다 밥은 쌀과 보리가 5할씩 섞인 보리밥이었고 생선이나 고기를 넣고 끓인 국이 밥과 함께 나왔다.

아침과 저녁에는 염장한 무나 나물 혹은 두부 등의 반찬이 나왔으니 노비나 노예 생활을 하다가 대해국에 들어온 장정들은 평생 먹어보지 못했던 성찬이 매끼 나오는 셈이었다.

이렇게 장정들을 먹이다 보니 정여립이 보내준 곡식과 히라도에서 구매한 쌀과 보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지만 나는 하루하루 쌓이는 목재들과 본격적으로 건조가 시작된 전선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꼈다.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선소를 둘러보고 있었을 때 조천군이 다가왔다.

전라좌수군 군관이었던 조천군은 대해국의 선포이후 장군의 반열에 올랐고 지금은 전선의 건조를 책임지고 있었다.

“전하.”

“과인은 신경 쓰지 말라.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직접 보고 싶어 나온 것이니. 과인은 이곳을 둘러보기만 할 것이다.”

“예. 전하.”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왕이 눈앞에 있으니 조천군은 내 앞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그런 조천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 일이 많을 것이니. 조 장군은 계속 일을 보도록 하라. 과인은 잠시 이곳을 둘러본 후 돌아갈 것이다.”

조천군에게 돌아가라고 했지만 조천군은 계속 내 앞에 서 있었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나는 그런 조천군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물었다.

“조 장군.”

“예. 전하.”

“과인이 사람이 변한 것으로 보이는가?”

“전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사옵니다.”

“과인이 상황에 따라 대해국을 건국하고 왕위에 올랐지만 과인은 과거 녹도만호였고 전라좌수사였던 이대원이다. 과인이 부하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가?”

조천군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전하.”

“조 장군은 과인과 함께 바다를 누볐던 전우이기도 하다. 과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 할 말이 있으면 언제라도 하도록 하라. 과인은 부하의 직언을 불편해하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조천군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전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시니 전하께 아뢰기가 어렵게 생각됐나이다. 소장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감사하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언제라도 하도록 하지. 지금 과인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있었는가?”

“조만간에 정식으로 보고 드리려고 하였지만……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전하 앞에서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소장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전하.”

“좋아. 용서할 것이니 무슨 일인지 소상하게 말하도록 하라.”

조천군은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인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전선을 건조할 목재를 만들기 위해 벌목을 하던 장정들 가운데 부상을 당하는 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사옵니다.”

“아니, 부상자들 말인가? 그 수가 얼마나 되는가?”

“주로 노예와 노비 출신 장정들로 그 수가 8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천군의 보고를 듣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수천 명을 투입된 대규모 작업이니 부상자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부상자가 80명이라? 이건 작은 일이 아니잖아.’

“아니, 부상자가 그토록 많다는 말인가?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인가?”

내 질문에 조천군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노비와 노예 출신 장정들 가운데 벌목에 익숙하지 않은 장정들이 많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용골로 쓸 수 있는 나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크고 단단한 나무를 통째로 잘라 쓰러뜨려야 하는데 쓰러진 나무를 피하지 못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자른 나무를 장정들이 바닷가까지 운반하는 작업도 상당한 중노동이라 장정들이 나무를 운반하다가 지쳐서 쓰러지거나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사옵니다.”

조천군의 대답을 들은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다친 사람들에게 계속 나무를 자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작업을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되겠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리고 조천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부상자들의 치료가 우선이다. 부상 당한 자들은 작업에서 제외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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