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 수군이 되었다-150화 (150/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50화

갤리온 7척

내 말에 잠시 얼굴을 찌푸리던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보이더니 곧 인상을 펴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독님의 전함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왜국에 수십 년간 머물렀지만 저토록 훌륭한 전함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프로이스 신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소. 저 전선들이야말로 나의 자랑이며 나의 자부심이오.”

“저토록 훌륭한 전함들이니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프로이스 신부의 말을 들은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야. 이곳에 온 전선들을 보고 전선들을 수가 부족해 기리시탄들을 다 태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다니…… 하여간 보통이 아니야.’

“부끄럽지만 사실이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전선 중이서 이곳까지 왕복할 수 있는 전선은 이키쓰키섬에 도착해 있는 전선들이 전부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나는 전선의 수가 부족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 후 프로이스 신부는 얼굴을 살펴보았다.

신부는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잠시 아무 말도 없었던 것을 보니 내가 순순히 인정한 것에 놀란 것 같았다.

“제독님께서는 상당히 솔직한 분이십니다. 저는 제독님과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저에게 제독님께서 거느리고 계신 전선의 수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신부님이 군인이거나 정치인이었다면 내가 지닌 전력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신부님은 성직자이시니 믿고 말했소이다. 신부님이 나와 대화한 내용을 다른 곳에서 쉽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오.”

현재 대해국에는 7,000명의 기리시탄들이 이주해 있었고 이것 이키쓰키섬에는 2만여 명의 기리시탄들이 대해국으로의 이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리시탄들의 생사여탈권은 이미 내가 쥐고 있었고 프로이스 신부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말씀입니다. 저는 왜국의 형제들이 계속 이 섬에 머무르고 있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안전이 보장된 제독님의 영지로 이주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제가 아닌 배가 부족한 문제라면 제가 조금은 제독님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프로이스 신부의 말에 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방법이 있으시오?”

프로이시 신부는 신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은 히라도에는 저와 친분이 있는 선장들이 있으니 무역선으로 믿음의 형제들을 제독님의 영지까지 이동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나 제독님의 영지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제독님께서 무역선(갤리온)을 몇 척 구매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프로이스 신부의 대답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 기리시탄들을 대해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갤리온을 몇 척 구매하라고? 2만 명을 이주시키려면 갤리온이 10척은 더 있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갤리온이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니고 여기가 유럽도 아닌데 자기들이 타고 온 갤리온을 판매할 사람이 있을까? 갤리온을 판매한 뒤에는 어떻게 유럽으로 돌아가려고.’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프로이스 신부를 바라보자 프로이스 신부는 나에게 물었다.

“마카오라는 곳을 아십니까?”

“물론 알고 있소. 명국의 땅이지만 남만인들이 사실상 마카오를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내가 마카오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프로이스 신부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과연 제독님은 해군을 지휘하시기에 부족함이 없으십니다. 마카오는 물론 명국의 영토이지만 지금은 포르투갈의 상인들이 매년 명국에 세금을 내고 마카오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마카오에서는 포르투갈의 상인들이 타고 온 중고 무역선(갤리온)을 매매하기도 하고 무역선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조선소도 세워져 있습니다. 제독님께서 무역선(갤리온)을 구매할 의사가 있으시면 저는 기꺼이 제독님께서 마카오에서 무역선을 거래할 수 있으시도록 상인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독님 어떠십니까?”

프로이스 신부의 제안에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마카오에서 갤리온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개해 주겠다고? 갤리온이 더 있으면 기리시탄들을 이주시키는 속도가 더 빨라지겠지…… 전력증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는 생각 끝에 프로이스 신부에게 대답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무역선이 포르투갈 상인들이 타고 오는 갤리온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역시 갤리온을 알고 계시는군요.”

프로이스 신부는 내가 갤리온에 대해 알고 있자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는지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냉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갤리온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인들을 소개해 주시겠다는 신부님의 제안은 고맙게 생각하오. 그러나 갤리온을 구매하는데도 최소한 2가지 문제가 있소이다.”

여기까지 말한 나는 프로이스 신부를 바라보았고 신부가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은 거리와 시간이오. 이곳에서 마카오까지의 거리가 가깝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소. 마카오에 가서 갤리온을 구매한 후 다시 이곳까지 돌아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오.”

내가 이끌고 온 전선들이 기리시탄들을 탑승시키고 내일 대해국으로 돌아간다면 다음 선단은 두 달 후에 이곳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내일 당장 마카오로 출발한다고 해도 마카오에서 갤리온으로 구매해 돌아온다면 아마도 다음 선단이 도착할 때쯤에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니 이번 수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 번째 문제는 가격이오. 갤리온이 한두 푼 하지는 않을 것이니 갤리온을 구매하는 대금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나는 이번 선단을 통해 최대 8,000명을 대해국으로 이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소. 물론 아이들을 포함한 수를 말하는 것이오. 그럼 이곳에 남아 있을 기리시탄들의 수는 약 1만2000명. 두 달 후에 다음 선단이 온다고 해도 다음 선단에 지금과 같이 8,000명이 탑승한다면 역시 4,000명에 가까운 기리시탄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니 마카오에서 구매한 갤리온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오. 그런데 문제는 갤리온의 구매대금이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결론은 돈이 없다는 말이었다.

갤리온의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4,000명을 대해국까지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6척 이상의 갤리온이 필요했다.

그것도 기리시탄들의 아이가 포함된 일행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성인만으로 4,000명이었다면 8척 이상의 갤리온이 필요했을 것이다.

판매대금이 걱정이라는 말에 프로이스 신부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고 나는 신부에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전력을 증강할 좋은 기회다. 기리시탄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건조 중인 전선이 있으니 다음 선단을 통해 모두 이주시킬 수 있다. 지금 함관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8척의 전선이 9월 안에는 완성될 예정이니 10월에는 최대 22척의 선단을 동원할 수 있다. 10월에는 기리시탄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어. 기리시탄들을 핑계로 삼아 이번에 마카오에서 갤리온을 구매해 전력을 증강한다.’

이미 첨저형 전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유럽의 기술로 건조된 갤리온은 탐나는 전력이었다.

더구나 갤리온을 구매하면서 갤리온에 장비된 대포까지 통째로 구매해 유럽제 대포까지 확보할 예정이었다.

총통을 제작하고 있는 장인을 통해 고토열도에서 획득한 갤리온이 장비하고 있던 대포들을 모방생산도 시도하고 있었다.

유럽제 대포를 그대로 사용해도 좋았고 모방생산의 견본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으니 어느 방면으로 전력증강이 가능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프로이스 신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독님께서는 형제들을 이주를 위해 몇 척의 무역선(갤리온)이 필요하시다고 보십니까?”

“신부님께도 말씀드렸듯이 아무리 빨리도 지금 이키쓰키섬에 대기하고 있는 기리시탄들을 모두 이주시키는 것은 10월에나 가능할 것 같소. 그리고 갤리온을 구매한다면 최소한 6척은 구매해야 도움이 될 것 같소.”

내 대답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는 큰 결심을 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짐을 받았다.

“제독님께서는 형제들의 신앙을 탄압하지 않으시고 보호하실 것을 맹세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질문은 이미 이케다 마사이에에게 대답했소. 기리시탄들이 나에게 충성하고 내가 정한 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나는 기리시탄들의 신앙을 존중할 것이고,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며 내 백성인 만큼 당연히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내 백성들을 보호할 것이오.”

해군 제독이라고 소개했으면서 법을 정하고 내 백성이라고 대답했으니 누가 들어도 수상해 보이는 대답이었지만 영주들이 각자의 영지에서 왕 노릇을 했었던 일본의 전국시대를 겪었던 프로이스는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내 대답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독님께서 우리와 같은 신앙으로 가지신 분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지금 위기에 처한 형제들에게 제독님만큼 울타리가 되어 주실 분이 없으니 제독님께서 결정만 내리시면 제가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프로이스의 말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뻤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도와주시겠다는 말이오.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마카오에 상인들 중에 저와 친분이 있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 무역선의 매매와 조선업을 하는 형제들도 있으니 제독님께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무역선을 구매하실 수 있도록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왜국의 형제들 가운데 믿음의 일에 써달라고 저에게 헌금을 한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무역선의 구매대금의 절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돈을 그냥 드릴 수는 없으니 나중에라도 갚아주십시오.”

신부의 말에 나는 욕심을 부려 7척의 갤리온을 구매할 생각을 했다. 3척의 갤리온을 보유하고 있으니 7척을 구매해 10척을 채우려고 한 것이다.

이미 마음을 먹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갤리온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해도 한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니니 우선은 정확한 가격을 알아야 대답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소. 그리고 돈을 빌리고 갚는 것은 확실하게 해야 할 일이니, 갤리온을 구매하면서 빌린 돈을 언제까지 어떻게 갚아야 할지 확실하게 결정해서 문서로 남기고 싶소.”

내 대답을 들은 프로이스는 내 의견에 찬성하며 문서를 준비했다.

우리 둘은 한참 동안 상의한 끝에 무이자로 최소 10년간 빌리기로 확정하고 문서를 작성했다.

‘최소한 10년간 빌리기로 했고 내가 갚을 능력이 있을 때 갚기로 했으며 이자도 없이 원금만 갚기로 했으니. 이건 그냥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돈을 빌리는 문제가 해결되자 나는 프로이스 신부에게 갤리온 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갤리온을 구매하는 데 나도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신부님에게 몇 가지 다짐을 받고 싶소.”

“말씀해 보시지요.”

“우선은 최소한 7척 이상의 갤리온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필요한 갤리온의 수는 최소한 6척이니 기리시탄들의 원활한 이주를 위해서도 나의 전력증강을 위해서도 7척 이상의 갤리온을 구매하고 싶소. 그리고 갤리온에 장비되어 있던 대포는 그대로 함께 구입하고 싶소. 대포 외에도 육분의, 나침반 등 항해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도구를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내 요구조건을 들은 프로이스 신부의 안색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