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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되었다-151화 (151/223)

조선 수군이 되었다. 151화

대소 호수

자금 문제가 해결되자 나는 갤리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히라도로 건너가 마쓰라 다카노부를 만난 나는 2달 후에 갚을 것을 약속하고 갤리온을 구입할 자금을 빌렸다.

구매자금의 절반은 프로이스 신부에게 빌린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은 내가 지불해야 했으니, 급한 대로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돈을 빌린 것이다.

마카오에서 갤리온이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일단 히라도에서 자기와 찻잔을 판매했을 때마다 벌어들였던 액수만큼의 돈을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빌렸다.

갑자기 거금을 빌려달라고 하자 다카노부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카노부가 원한다면 빌린 돈을 도자기와 찻잔으로 상환하겠다고 하자 다카노부는 얼굴이 환해지며 순순히 돈을 빌려주었다.

이렇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나는 그 돈을 교역청장 사화동에게 맡기고 호위대장 김개동과 호위병 3명에게 사화동을 경호하여 마카오까지 다녀올 것을 명령했다.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도 왜어를 구사하니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다. 마카오에서의 거래는 최대한 신부에게 맡기되 반드시 갤리온을 가져와야 한다.”

내 명령을 들은 사화동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반드시 갤리온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갤리온을 가져와야 한다. 다행히 신부가 마카오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부족한 액수는 이곳에서 지불하겠다고 하면 마카오에서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부족한 액수는 내가 어떻게든 채울 것이니. 갤리온을 가져오도록 하라.”

“염려 마십시오. 전하.”

사화동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화동에게 큰돈을 맡겨서 마카오까지 보내는 것이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직접 마카오까지 다녀올 수는 없었으니 사화동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화동의 가족들이 대해국에 있었고 그동안 사화동이 내게 충성한 것을 보면 쉽게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김개동과 호위병들에게 사화동의 경호를 명령했으니 사화동도 다른 마음을 먹지는 못할 것이다.

“먼 길을 보내게 돼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임무이니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내 말을 들은 김개동은 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심려를 놓으십시오. 전하. 교역청장은 제가 그림자처럼 호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하도록 하라.”

나는 그림자처럼 호위하겠다는 김개동의 대답을 듣고 안심했다.

‘역시 호위대장. 사화동을 경호하는 한편 감시하라는 뜻으로 마카오에 보내는 것을 눈치챘군. 역시 믿고 맡길 수 있어.’

사화동과 김개동 그리고 호위병들이 마카오까지 갈 교통편은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가 책임지기로 했다.

아마도 친분이 있는 선장들을 통해 갤리온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화동과 김개동을 프로이스 신부에게 부탁한 후 이키쓰키섬의 기리시탄들은 배에 탑승했다.

물론 2만 명의 기리시탄들이 모두 배에 오르지는 못했고, 남녀성인과 아이들을 포함한 8,000명의 기리시탄들이 배에 올랐고 만은 1만 2,000명의 기리시탄들은 10월에 올 선단을 기다리며 이키쓰키섬에 남았다.

돛을 펴고 바다로 나온 전선들은 최대 속도로 북쪽으로 달렸다.

돛을 활짝 펴고 바람을 맞으며 달렸지만 배에 승객들이 너무 많이 탄 때문인지 속도는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배가 예상보다 느리게 나아가면서 선장과 선원들은 속이 탄 얼굴로 돛대를 조정했지만 배가 천천히 나아가는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선장실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배에 탄 기리시탄들도 배를 탄 것에 안심했는지 흔들리는 배 안에서 멀미를 참으면서도 새로운 터전과 희망에 부풀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선단은 희망에 찬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대해국의 함관항으로 향했다.

* * *

대해국으로 돌아온 나는 조천군과 최도진, 시마즈 도시히사를 호출하고 예상보다 많은 수의 기리시탄들이 이주해 온다는 것과 마카오에서 갤리온을 구매하게 된 사실을 알렸다.

“우리가 처음에 이곳 동해도로 이주하였을 때 함께 온 주민들의 수가 대략 4,000명 여기에서 대동계원들과 대립군들은 조선으로 돌아갔으니 남은 주민들과 군사들이 합해서 3,000명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조선에서 대해국으로 이주한 노비의 수가 남녀 각각 4,000명씩 8,000명이고 히라도를 통해 구매한 노예들의 수가 남녀 각각 3,000명씩 6,000명이다. 이렇게 1만 7,000명의 주민이 있고 현재 대해국으로 이주한 기리시탄들의 수는 이번에 도착한 사람들까지 아이들과 성인 남녀를 합해 1만 5,000명에 달한다. 자세히 구분하자면 성인남녀의 수가 8,000명에 아이들의 수가 7,000명이다.”

여기까지는 조천군과 최도진 시마즈 도시히사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기리시탄들을 받아들이면서 인구 비율에서 기리시탄들의 비율이 가장 높아진 것이 사실이었지만,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리시탄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기리시탄들 중에서 성인의 수는 8,000명에 불과했으니 기리시탄들을 제외하고도 인구의 수가 17,000명에 달하는 대해국이 충분히 받아들인 만한 수였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대해국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기리시탄들이 이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키쓰키섬에 가보니 예상보다 많은 수의 기리시탄들이 대해국으로 이주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결론만 말하면 이번에 대해국으로 이주한 사람들 외에도 12,000명이 넘는 기리시탄들이 대해국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며 이키쓰키섬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12,000명 중에서 성인의 수는 대략 5,000명에 달하고 아이들의 수는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내 설명을 들은 장군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이주희망자들이 많은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재 이키쓰키섬에 기다리고 있는 기리시탄들은 2달 후인 10월에 대해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이들이 도착하면 대해국의 기리시탄들의 수는 모두 27,000명에 달하고 그중에서 성인의 수는 13,000명 아이들의 수는 14,000명이다. 이들이 이주한 후에도 히라도에 주문한 노예들은 계속 대해국에 도착할 것이다. 일단 4,000명의 노예가 올해 안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안에 대해국의 인구는 48,000명이 넘을 것이다.”

내가 말을 마친 후 장군들을 바라보자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특히 조천군의 경우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내가 조천군을 바라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조천군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표정을 확인한 나는 장군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대해국의 상황에서 기리시탄들을 모두 수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식량은 히라도에서 계속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인구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거주지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과인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여기까지 말한 후 방 한가운데 있는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도도반도(渡島半島)[오시마반도] 일대를 포함해 동해도(북해도) 남부 일대를 그린 지도였다. 병사들이 사냥을 다니면서 지형을 조사하고 파악해 그린 지도였다.

“나는 이번 기회에 대해국의 영토를 확장할 생각이다.”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하자 장군들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장군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있었습니다. 영토가 늘어난다면 주민들의 거주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조천군은 영토 확장이 찬성하며 말했다.

“영토를 확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신이 백호대를 거느리고 선봉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시마즈 도시히사도 영토 확장에 찬성하며 선봉을 자처했다. 장군들이 연이어서 찬성하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지도에서 함관 북쪽에 있는 호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 큰 호수가 있다고 한다. 이곳 함관에서 호수까지의 거리는 50리(20km)가 조금 넘는다고 하니 진군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이 호수를 큰 연못이라는 의미로 대소(大沼)호수라 명명하고 겨울 전에 대소호수가 있는 지역까지 우리 대해국의 영토로 만들도록 하겠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천군은 좋아하며 찬성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옵니다. 대소호수까지 영토를 넓히면 기리시탄들을 받아들인 후에도 땅이 작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전하”

내가 대소호수라 명명한 곳은 북해도의 오누마(大沼)호수였다.

인구가 늘어나면 땅과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물이다.

사람이 사는 데 물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나는 오누마(大沼)호수를 포함해 대소(大沼)[오누마] 지역까지 영역을 넓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영토를 넓히자는 데 장군들의 의견을 모은 나는 뒤이어 갤리온으로 구매하기로 한 사실을 밝힌 후 장군들의 의견을 물었다.

“갤리온을 구매하는 것으로 아군의 전력이 얼마만큼이나 상승할 수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마카오를 통해 갤리온을 구매하는 것은 두 번 다시 없을 좋은 기회이다. 문제는 갤리온의 구매 대금인데 우선 당장 필요한 자금은 히라도의 마쓰라 다카노부에게 빌렸다. 하지만 내 예상으로는 7척의 갤리온을 구매하는데 그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물론 내가 돈이 없어서 장군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아니었다.

유럽과 왜국의 상인들에게 도자기와 찻잔을 판매하면서 매번 막대한 액수를 벌어들였고 내가 사치를 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벌어들인 돈 중에서 히라도에서 상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은화들을 제외한 적지 않은 양의 금화와 은괴가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더구나 조선에서 온 도공들이 대해국에서도 도자기를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앞으로도 도자기 무역을 할 수 있는 한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장군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내가 대해국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장군들에게 보여주려는 생각이 있었고, 또 장군들의 대답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능력을 가늠하고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번에는 시마즈 도시히사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

“전하 아이누인들은 우리 대해국에 동물의 가죽과 생선을 가지고 와서 곡식과 철제 도구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아이누인들이 가져오는 동물 가죽 중에서 윤기가 흐리고 상태가 좋은 상품이 많이 있으니 히라도에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확실히 좋은 생각이었다.

이곳 동해국(북해도)에는 곰, 늑대, 여우, 사슴 등의 야생동물들이 많았고, 아이누인들은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우리에게 가져와 곡식이나 도구들을 사가고 있었다.

곰과 여우, 늑대의 가죽은 물론 사슴 가죽도 히라도에 가져가거나 유럽 상인들에게 판매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좋은 생각이다. 아이누인들에게 받은 가죽을 손실해서 가져가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전하”

시마즈 도시히사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자 조천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 전하께서 혼례를 올리신 날 아이누인들이 축하선물을 가져왔었습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나. 기특한 일이군.”

“전하. 그들이 가져온 선물 가운데 전하께 보여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갑자기 왜 아이누인들이 가져온 선물을 보여주겠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조천군이 쓸데없는 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 선물을 가져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래 가져오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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